KBS 김현경, 류재현
<유병언 일가는 미국 호화 주택에?...검찰은 차명 의심 재산 추징보전 취소>

환수되지 않은 책임을 기록하며
KBS 류재현, 강현경(글)
매년 벚꽃이 회사 앞 윤중로 거리를 분홍빛으로 물들일 즈음이면 어김없이 세월호 관련 취재를 마주하곤 했다. 그때마다 내 카메라 초점은 기자회견장 혹은 추모 공간에서 만난 유가족의 아픔과 상실, 시민들의 애도 추모하는 모습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취재는 그간 내가 해왔던 세월호 취재의 초점과 조금은 달랐다. 그동안 잊힌 질문을 다시 꺼내는 과정에 가까웠다. 올해 다시 마주한 세월호 취재는 단순한 질문 하나였다. 세월호의 실질적 소유주로 지목된 유병언 일가의 재산은 얼마나 환수되었고, ‘그 책임은 어디까지 이행되었는가.’ 이번 보도영상은 그 질문에서 출발했다.
Something new. 무엇인가 새로운 장면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은 영상기자의 숙명처럼 따라다니고 떨쳐낼 수 없는 과제와 같다. 취재 전 “이 아이템 맡아서 해봐.”라는 캡 말에 걱정이 앞섰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2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12년이란 세월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기억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우리 사회를 둘러싼 환경도 달라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책임’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밀려난 관심을 어떻게 하면 다시 불러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미국 취재를 맡은 영상기자 선배와 취재기자 동기가 현지에서 유병언 일가 부동산, 실제 거주 정황, 회사 운영, 소송 관련 문서 등을 입수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준이 아닌 ‘실제 그곳을 찾아갔다’는 점에서 충분히 시청자들에 설득력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국내 취재를 앞둔 나에게 미국에서 들려온 소식이 너무 큰 힘이 됐다. 시청자들에게 그간 보지 못한 새로운 무엇인가를 보여 줄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겼다. 취재 전 걱정했던 것이 한순간 해소된 순간이었다.
국내 취재를 하면서 이 아이템의 진짜 가치는 ‘유병언 일가의 호화생활’이 아니라 ‘세월호 책임 재산 환수 시스템의 실패’를 입증하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검찰의 소송 수행 능력과 국가의 구상권 집행 실패에 대한 시청자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유병언 자산이 환수되지 않은 채 ‘이만큼이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게 핵심이었다. 이를 뒷받침할 영상적 근거가 필요했다. 유병언 일가의 차명 재산으로 지목된 안성 아파트 단지, 강남 일대 부동산과 임야 등 국내 유병언 일가의 자산 흐름을 추적했다. 그곳에서 직접 보고 들은 주민들 및 부동산 관계자들 인터뷰를 통해 지난 세월호 참사가 사회에 남긴 장기적 흔적을 담아낼 수 있었다. 또한 목포 신항 ‘세월호 선체’, 안산 ‘단원고 4.16 기억 교실’ 등 당시 분위기를 상기시키기 위한 이미지도 카메라에 담았다. 녹슬고 상처 입은 세월호 선체, 단원고 교실을 그대로 재현한 기억 교실 등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는 왜 이 책임을 묻는가’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다시금 생각해 볼 시간을 주고 싶었다.
이번 보도 이후 법무부과 예금보험공사는 유병언 일가의 재산 환수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잊고 지낼 수 있는 기억에 대해 다시금 시청자들이 생각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싶다. 이번 취재를 통해 다시 확인한 것이 있다면,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의 역할은 그 책임이 잊히지 않도록 끝까지 기록하는 데 있다는 사실이다. 영상기자로서 현장을 기록하는 일은 때로는 빠른 뉴스의 흐름을 따라가는 일이지만, 시간이 흘러도 끝나지 않은 질문을 다시 꺼내 드는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KBS 카메라는 단순히 장면을 담는 도구가 아니라, 사회가 놓치고 있는 책임과 진실을 비추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관련 진실 규명과 책임 추궁, 그리고 사회적 기억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환수 문제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환수되지 못한 자산은 어쩌면 환수되지 못한 책임의 또 다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