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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지역뉴스 특종 단독보도부문 - 제주MBC 강흥주 <관권선거의 부활, ‘읍면동지’의 실체>

관리자 2026-07-14 조회수 17

제주MBC 강흥주 

<관권선거의 부활, ‘읍면동지’의 실체>



권력의 그늘을 들춘 렌즈, 관권선거의 민낯을 기록하다


 

  “공무원들이 선거에 개입해도 되나요?”

두 달 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조심스러운 제보 전화 한 통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습니다. 현직 도지사와 전·현직 비서관들이 사조직을 만들어 여론조사에 개입하고 사전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도저히 믿기 힘든 내용이었습니다. 

 

제보자의 폭로는 구체적이었지만, 단 한 사람의 진술만으로는 보도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상대는 현직 도지사 선거 조직이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즉시 움직였습니다. 읍면 선거조직에 현직 이장단이 개입되어 있다는 단서를 잡고 제주도 내 170여 개 리의 이장단 명단을 확보해 샅샅이 대조했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이장을 통해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던 현직 이장을 만날 수 있었고 제보 내용의 사실관계를 복수의 인물로부터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눈으로 확인되는 증거', 즉 영상이었습니다. 점조직 형태로 극비리에 움직이는 이들의 불법 모임 현장을 포착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이미 두 차례나 현장 포착에 실패하면서, 이대로 취재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됐습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D-DAY가 확인됐고, 취재진은 사전에 현장을 답사해 불법 모임을 포착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와 각도,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까지 준비했습니다. 또 모임에 참석할 것이 유력한 공무원들의 명단과 오영훈 지사와 함께 찍은 임용사진을 확보해 참석자의 신원을 얼굴과 매칭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이 불법적인 모임이 실제 이뤄진 날, 한 시간 전에 미리 갔는데 돌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점찍어 놓았던 포인트에 다른 차가 주차돼있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노출될 위험이 있었지만 식당 출입문 바로 앞 주차장에 차를 대고 상황에 따라 대처하기로 했습니다. 준비했던 카메라는 일단 내려놓고 핸드폰으로 촬영하기로 하고 기다렸습니다. 밖에서 차안이 들여다보이는 상황이어서 최대한 조심하면서 기다렸습니다. 한동안을 기다리자 예상보다 더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도지사의 최측근 전 정무비서관을 비롯해 현직 비서실 비서관, 도서 특보들이 차례차례 나타났습니다. 얼마 전까지 지역방송의 사장을 지내고 민주평통 제주시협의회장을 지낸 인물부터 공직선거법상 준공무원으로 선거운동이 금지된 주요 거점 마을의 이장들, 제주지역의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 수협의 상무까지 잇따라 등장했습니다. 권력의 비호 아래 당당하게 자행되던 관권선거의 명백한 실체가 단단한 영상 증거로 기록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권력을 움직인 영상의 힘

 

이번 보도는 단순히 일회성 폭로에 그치지 않고, 제주 지역 사회에 거대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보도가 나간 지 단 이틀 만에 제주도는 특별 공직기강 감찰에 착수했고, 관련 공무원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의혹을 부인하던 도지사는 결국 도민 앞에 고개를 숙이며 공식 사과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선관위의 고발과 수사의뢰를 거쳐 현재는 경찰의 본격적인 강제수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년 전, 종이 문서를 동원해 읍면 단위 선거조직을 꾸렸던 관권선거 사건을 취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강산이 두 번 바뀌었음에도 달라진 것은 '종이 문서'가 '카카오톡 단체방'으로 바뀐 것뿐, 구시대적인 악습은 여전히 권력의 그늘 속에서 숨 쉬고 있었습니다. 

 영상이 가진 힘은 강력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던 부조리도 영상기자의 끈질긴 영상 앞에서는 그 민낯을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보도가 제주 지역 사회의 오랜 관행이었던 공무원 선거 개입을 뿌리 뽑고, 보다 투명하고 건강한 선거 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상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사명을 잊지 말라는 동료들의 엄중한 격려로 마음 깊이 새기겠습니다. 앞으로도 낮고 어두운 곳을 밝히고, 부당한 권력 앞에서는 매서운 눈으로 진실을 포착하는 영상기자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전력투구한 권혁태 기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