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기자협회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영상기자 협회보

NEWS

지속가능경영

현장에 충실한 기록자

관리자 2026-06-25 조회수 9

 

“어이 거기! 나오라고!” “이렇게 맘대로 찍어도 되는 거야?” “아, 나올게요! 카메라 잡지 마세요!”

 

잊을 만하면 현장에서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복귀하는 차 안에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다 보면, '이 일에 익숙해진다는 게 가능하긴 할까' 싶다가도 역시나 만만한 직업이 아님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영상기자로서 현장을 누비다 보면 때로는 존경의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불신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국회의원이나 기업 총수가 ENG 카메라 앞에서 쩔쩔매는 엄숙한 현장이 있는가 하면, 물놀이하는 초등학생들이 카메라를 향해 잔뜩 귀여운 포즈를 취하는 유쾌한 현장도 있습니다. 이처럼 영상기자의 하루는 늘 미지수로 가득하며 예측 불가능하게 흘러갑니다.

 

격동하는 현장 속에서 저는 어떤 사람으로 남아야 할까요. 처음 영상기자를 지망할 때는 “카메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어야지”, “내가 취재한 리포트가 우리 사회에 커다란 메시지를 던지면 좋겠다”라는 다소 순진한 대의를 품었습니다. 현장에 투입된 후에도 늘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줄 만한 '대단한 무언가'를 찾으려고 막연하게 애쓰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선배가 커피를 마시며 왜 영상기자가 되었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기다렸다는 듯 가슴속에 품고 있던 거창한 포부를 자랑스럽게 늘어놓았습니다. 하지만 선배의 반응은 뜻밖이었습니다. 선배는 “영상기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기자의 본질은 결국 '기록하는 사람'이며, 그렇기에 우리는 현장을 왜곡 없이 담아내는 기록자로서의 역할에 우선 충실해야 한다는 조언이었습니다.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 강한 충격이 일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가져왔던 생각이 얼마나 비대하고 안일한 것이었는지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영상기자의 업무는 늘 미지수로 가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의 거센 변화와 감정의 동요에도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현장을 있는 그대로 담아낼 수 있는 '중심'이 필요합니다.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 <어느 가족>이 관객들의 마음에 그토록 깊은 파동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화려한 영상미나 감정을 쥐어짜 내는 신파적인 대사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건조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유지했던 관찰자적 시선,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담담한 인터뷰 장면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카메라 뒤에 숨은 주관이나 감정을 과감히 덜어내고 현장을 있는 그대로 응시할 때, 비로소 날것의 사실이 지닌 가장 강력한 울림이 태어난다는 것을 이 영화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영화는 사실에 가까운 픽션을 말하고 있지만, 현장의 영상기자는 꾸며지지 않은 '진짜 사실'을 목격하고 담아낸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욕심으로 카메라에 과도한 감정을 싣지 않으려 합니다. 때로는 분노로 가득 차고, 때로는 슬픔으로 얼룩진 현장일지라도, 렌즈 뒤의 저는 가장 차분하고 의연한 눈빛으로 뷰파인더를 바라보겠습니다. 화려하게 포장된 메시지보다 담백하게 담긴 진실 한 조각이 우리 사회를 더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현장의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삼각대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서 사실 그대로의 대한민국을 묵묵히 기록하는 신뢰받는 영상기자가 되겠습니다.



                                                                                                                                                                                                                                                                                       MBN 김래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