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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의 종착점은 하나가 아니다

관리자 2026-06-25 조회수 31

수사받는 기자들을 위한 법적 조언, '수기법조' (6)


살다 보면 '나한테 이런 일이?' 싶은 경우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수사기관에 출석, 조사받는 때를 포함해 형사절차의 흐름에 따라 단계별 대처방안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형사절차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큰 흐름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누군가 범죄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하거나 고소하면 수사기관은 범죄가 있었는지, 범인은 누구인지, 재판에 넘길 만큼 증거는 충분한지를 확인한다. 이 과정을 ‘수사’라고 부르는 것이다.


 과거 수사는 경찰에서 시작해서 검찰로 끝나는 단선적 과정이었다. 지금은 조금 복잡해졌다. 경찰이 시작해서 검찰이 끝낼 수도 있고, 경찰이 시작과 끝을 도맡을 수도 있다. 이러한 수사의 복선화는 이른바 ‘검경수사권 조정’이 가져온 변화다. 이번 호에서는 수사기관이 수사를 어떻게 종결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수사과정이 단선에서 복선이 되었기 때문에 수사종결의 유형 역시 경찰과 검찰 각각으로 구분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경찰이 수사를 마치면 몇 가지 결정을 내린다.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사건을 검찰로 보낸다. 이를 ‘검찰송치’라고 한다. 쉽게 말해, 해당 사건은 재판에 넘길 만해 보이니 검사가 최종적으로 판단해보라는 것이다. 반대로, 범죄가 인정되지 않거나 증거가 부족하면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할 수 있다. 경찰의 판단으로 수사를 끝내는 것이다. 이 점이 검경수사권 조정이 가져온 핵심적인 변화다. 과거 수사를 종결할 권한을 갖지 못했던 경찰에게 현재는 1차적 수사종결권이 생겼다.


 불송치라고 해서 항상 ‘범죄가 아니다’거나 ‘범죄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불송치에도 다양한 하위유형이 있다. ‘혐의없음’은 범죄사실이 성립하지 않거나, 증거가 불충분해서 재판해도 유죄가 나오기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 ‘죄가안됨’은 겉으로는 범죄처럼 보여도 정당방위, 긴급피난처럼 정당화시킬 만한 일정한 사정이 있는 경우다. ‘공소권없음’은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친고죄에서 피해자가 고소를 철회하는 바람에 재판의 필수적 요건이 결여된 경우다. 마지막으로 ‘각하’는 고소나 고발 자체가 부적법하거나 수사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에 내려진다. 이 외에도 피의자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을 때 내리는 ‘피의자중지’ 결정, 핵심 참고인을 조사할 수 없는 경우 취하는 ‘참고인중지’ 결정도 있다.


 검찰송치, 즉 경찰이 검찰로 사건을 넘기면 드디어 검사가 사건을 들여다본다. 검사는 경찰이 작성한 기록과 모은 증거를 검토하고, 필요하면 직접 추가 조사를 진행하거나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후 범죄 혐의가 수집된 증거에 의해 충분히 뒷받침될 수 있으며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재판으로 넘긴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기소’다. 기소가 되면 사건은 법원의 재판 단계로 넘어가고, 피의자의 신분 또한 피고인으로 바뀐다. 참고로, 현행법 하에서 수사권과 달리 기소권만큼은 여전히 검사가 가지고 있다.


 검찰의 수사 종결 유형 역시 경찰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불기소, 즉 재판에 넘기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현행 검찰사건사무규칙은 불기소의 유형으로 혐의없음, 죄가안됨, 공소권없음, 각하 등을 정하고 있는데 앞에서 설명한 것과 대체로 유사하다.


 검찰의 수사 종결 유형 중에 ‘기소유예’가 있다. 기소유예는 경찰에는 없고 검찰 수사과정에만 있는 특수한 형태의 결정이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없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기소할 수도 있는데 유예한다는 의미이므로 판결로 치면 무죄가 아닌 유죄에 가깝다. 증거와 법리에 비추어 범죄 혐의는 충분히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나이, 전과, 범행 동기, 피해 회복 여부, 반성 정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이번에는 재판으로 넘기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재판으로 치면 ‘선고유예’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니 기소유예를 받았다고 해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처럼 이해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설명한 현행 수사 구조가 조만간 대대적으로 달라진다. 올 10월 2일부터 검찰청은 사라지고 그 역할을 법무부 소속 공소청과 행정안전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이 나눠갖는다. 일반범죄는 종전과 같이 경찰이, 중대범죄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 담당한다. 그리고 공소청은 기소 여부 및 공소유지를 담당한다. 두 개 기구 중 검사는 공소청에서 근무한다. 공소청 소속 검사들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결국, 검사들은 수사에서 손을 떼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법정에서 공소를 유지하는 일에 집중하게 구조가 만들어진다.


법률용어 해설

송치: 경찰이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하여 수사한 사건을 검찰로 넘기는 것

불송치: 경찰이 수사한 결과 범죄가 성립되지 않거나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수사를 종결하는 것

기소: 검사가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는 것

불기소: 검사가 수사한 결과 범죄가 성립되지 않거나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사건을 법원에 넘기지 않고 수사를 종결하는 처분

기소유예: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나이와 전과, 범행 동기, 피해 회복, 반성 정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처분의 일종


                                                                                                                                                                                                                                               

양재규 변호사 (언론중재위원회 조정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