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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 바뀐지 1년···'정치적 후견주의' 벽 넘었나

관리자 2026-09-01 조회수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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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국민추천제 앞둔 MBC··· 달라진 제도, 엇갈린 성적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강화하기 위해 개정된 방송법이 26일 시행 1년을 맞는다. 정치권이 사실상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선임을 좌우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이사 추천 주체를 다양화하고, 국민이 사장 선임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등 정치적 후견주의를 막겠다는 것이 법 개정의 핵심 취지였다.

개정 방송법에 따라 KBS 이사회는 기존 11명에서 15명으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EBS 이사회는 9명에서 13명으로 이사진 정원이 늘었다. 이사 추천권도 국회를 비롯해 학회, 변호사 단체, 시청자위원회, 방송사 임직원 등으로 다원화됐다. KBS·MBC·EBS는 사장을 선임할 때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보도전문채널인 YTN·연합뉴스TV는 사장추천위원회를 노사 합의로 설치해야 한다. 이사회는 재적 5분의3 이상이 찬성하는 특별다수제 의결을 거쳐 사장 후보자를 최종 확정한다.

공영방송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각 방송사는 보도책임자 임명 시 종사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방송편성책임자 제청과 방송편성규약 제·개정, 시청자위원 추천 권한 등을 갖는 편성위원회를 방송사업자와 종사자 대표가 각각 추천해 꾸려야 한다.

방송법이 통과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제도의 성적표는 방송사마다 다르다. MBC는 새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출범하면서 개정 방송3법에 따른 첫 국민추천 방식의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다. 반면 KBS는 법 통과 1년 만에 편성위원회가 가동돼 이제야 편성규약 개정 논의를 시작했고, YTN은 법이 의무화한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아직 구성하지 못했다.

제도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나타났다. 정치권의 이사 추천 지연과 추천 후보 자격 논란, 방송사 내부 갈등 등이 맞물리면서 법에 명시된 일정이 지켜지지 않거나 논의가 공전됐다.

김서중 성공회대 명예교수는 “정치권에서 추천하는 공영방송 이사 몫이 여전히 남은 건 아쉬움이 있지만 추천 주체 다변화가 이뤄진 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운영에 나타난 부작용이나 부족한 부분은 새롭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BS, 뒤늦게 문 연 KBS 편성위…편성규약 개정 이제 ‘첫발’

 

KBS 이사회는 지난 12일 ‘제28대 사장 선임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개정 방송법에 따라 100명 이상의 국민추천위가 사장 후보 추천 과정에 참여하게 되며, 특위는 국민추천위 구성과 후보 추천 절차 등 세부 규칙을 마련한다.

김서중 교수는 지금 공영방송 이사 추천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집중됐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편성위원회”라고 강조했다.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라고 한 것은 이사 추천도 중요하지만 평소 방송 내용이 제대로 되고 있는가 협의하라는 얘기”이므로 편성위가 본래 목적에 맞게 운영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KBS는 이사회 직후인 지난 14일부터 편성위를 가동하고, 세 번째 회의에서 가까스로 운영 원칙에 합의하면서 실질적인 이행 단계에 들어섰다. 

KBS 편성위 출발은 법 시행 이후 1년 가까이 지연됐다. 복수 노조가 있는 KBS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이승철)의 과반 노조 지위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고, KBS노조가 편성위 구성 절차를 문제 삼아 소송과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사측은 법적 분쟁을 핑계로 편성위 개최를 미뤘다. 그 사이 편성위가 규정을 마련해야 하는 임직원 추천 이사 3명과 시청자위원회 추천 이사 2명의 선출 절차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뒤늦게 문을 연 편성위는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14일과 18일 열린 두 차례 회의에서는 위원장 선출과 회의 정례화 방식 등을 놓고 노사 간 입장 차만 확인했다. 사업자 측은 김우성 부사장이 맡는 단독 위원장 체제를, 종사자 측은 노사 공동위원장 체제를 주장했다. 종사자 측 편성위원들은 당시 “사업자 측이 편성규약을 개정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이 드는 지경”이라며 “방송법 개정의 취지는 제작 자율성을 강화해 공영방송의 보도 및 편성의 독립성을 신장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지난 20일 3차 회의에서는 처음으로 진전이 이뤄졌다. 양측은 편성규약 개정 논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주 2회 회의를 열기로 했다. 회의는 종사자 측과 사업자 측 대표가 번갈아 진행하고, 공동위원장 호선 문제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양측은 각자 마련한 편성규약 개정안 초안을 교환한 데 이어 26일 4차 회의부터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가기로 했다.

편성규약 개정은 내부 규정 정비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개정 방송법에 따라 KBS 편성위는 시청자위원 추천과 임직원 추천 이사 선출 방식,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등에 관한 사항을 편성규약에 담아야 한다. 편성위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현재 KBS 이사회는 정원 15명 중 8명만 임명된 상태로, 임직원·시청자위원회 추천 몫 5명과 국민의힘 추천 몫 2명이 아직 공석이다.

최광호 종사자 측 편성위원 대표(KBS 기자협회장)는 “시기적으로 가장 시급한 것은 ‘방송법이 정한 임직원 추천 이사 3명을 어떻게 뽑을 것인가’가 처음부터 논의가 시작돼야 하고, 시청자위원회 구성도 법안 취지를 살려 그동안 사측이 지명해 왔던 것과 어떻게 다르게 구성할 것인지 처음부터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며 “이 외에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는 대상을 누구까지 하고 투표권을 어디까지 줄 것인지, 중간평가는 대상을 누구로 할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이어 “26일 회의에서 곧바로 안건이 좁혀지거나 타결까지 가긴 어렵겠지만, 각자가 왜 이런 편성규약을 마련했는지 배경을 설명하고 각 조항의 기대효과를 설명하면서 서로를 설득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회사가 어느 정도 안을 가져올지, 향후 논의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할지 아직은 열려있는 상태이고, 지난 3차 편성위를 통해 논의를 정례화하고 속도를 내자는 데 사측도 구두 동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적극 임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반노조인 언론노조 KBS본부 이승철 본부장은 “현재 야당이 이사 추천을 하지 않고 있고, 임직원 추천 3명과 시청자위원회 2명 등 5명은 편성규약이 개정돼야 그에 따라 선출할 수 있는데 그걸 책임진 방송사업자 측이 편성위 개최를 끊임없이 거부해 왔다”면서 “뒤늦게 편성위를 열었지만 앞으로도 지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장 선임을 방치하는 것은 개정 취지에도 맞지 않는 만큼 이사회가 지금부터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MBC, 사장 공모 시작…‘정치적 후견주의’ 끊을 첫 시험대

 

MBC는 새로운 제도 안착을 위한 실질적인 단계에 들어갔다. MBC는 24일부터 개정 방송3법에 따른 첫 MBC 사장 공모 절차를 시작했다. 권순표 전 ‘뉴스하이킥’ 앵커, 박성호 저널리즘책무실 국장, 이근행 전 콘텐츠전략본부장, 이성주 iMBC 이사(가나다 순) 등이 이미 공개적으로 출사표를 던졌고, 안형준 현 사장을 비롯해 김경태 전 공영미디어연구소장, 박건식 기획본부장, 이동애 전 기획국장, 이호인 여수MBC 사장, 임영서 전 보도국장, 전동건 전 울산MBC 사장, 최장원 전 보도국장 등도 지원자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번 사장 선임은 공영방송 사장 선임 과정에 국민이 직접 참여하도록 한 제도가 실제 작동하는 첫 사례다. 방문진 이사회가 지난 14일 이사회에서 확정한 사장 선임 절차에 따르면, 방문진은 27일까지 사장 지원서를 접수받아 서류 심사를 통해 최대 8명을 추린 뒤 다음달 4일 면접을 거쳐 국민추천위에 넘길 후보 4명을 선정한다. 150명 이상으로 구성되는 국민추천위는 9월12일 4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정책발표회와 평가를 진행해 최종 후보자 2명을 방문진 이사회에 추천한다. 국민추천위 정책발표회와 최종 선임 이사회는 인터넷으로 생중계된다. 방문진이 다음 날인 13일 이사회를 열어 최종 후보자 면접과 결선투표를 거쳐 사장 내정자를 결정하면 내정자는 MBC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최종 사장으로 확정된다. 

새 제도가 운용되는 과정에서 한계도 있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 자문 활동을 했다는 결격 사유 논란이 불거진 오태규 이사는 추천권자인 더불어민주당이 후속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14일이 지나 자동 임명됐다. 정치권의 임명 지연을 막기 위해 도입한 자동임명 조항이 후보 검증 논란으로 이어진 사례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전성관)는 성명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구체적인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추천권자로서 검증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자동 임명 조항 뒤로 숨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공영방송을 정쟁 속 자리 챙기기의 도구로 삼아왔던 과거 정치권의 행태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김서중 교수도 “특정인의 자격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가 제기됐을 때 진실을 가려야 할 추천 주체와 방미통위가 책임을 방기했다는 점”이라며 “법의 취지에 맞게 각 주체가 책임 있게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MBC에서 시작되는 첫 국민추천제는 개정 방송3법의 성과를 평가할 가장 직접적인 시험대가 됐다. 국민추천위가 정치권과 이사회의 영향력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최종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 사장 선임 제도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방미통위의 유진 최대주주 승인 후속 처분이 ‘공적 지배구조’ 회복 쟁점

 

개정 방송법 1년의 성적표가 가장 복잡한 곳은 YTN이다. 개정법은 보도전문채널의 사장 선임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YTN은 법 시행 3개월 이내로 정한 지난해 11월26일은 물론, 방미통위회가 시정명령을 통해 다시 제시한 올해 7월31일의 사추위 구성 이행 기한을 넘겼다.

사추위 구성이 공전하는 데는 방미통위의 책임도 크다. 방미통위는 지난 4월부터 구 방송통신위원회의 '유진그룹 YTN 인수' 승인 처분 적법성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나 25일 현재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법원이 2인 체제 의결의 위법성을 인정함에 따라 항소까지 포기했던 방미통위가 후속 행정처분을 미루면서, YTN 현장의 파행과 저널리즘 침해논란은 가속화되고 있다. 

전준형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장은 YTN 사태를 윤석열 정권이 자행한 방송장악의 상징적 사례로 규정하며 방미통위의 즉각적인 결단을 촉구했다. “YTN의 최대주주 변경 승인은 방통위가 불법적으로 행정 처분해서 벌어진 것으로, 이를 복원하고 바로잡는 책임 역시 방미통위에 있다”는 것이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유진그룹의 최대주주 자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사이 YTN의 공정방송 제도와 내부 견제 시스템이 망가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YTN 이사회 산하 저널리즘 책무위원회의 ‘보도 검증’ 활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YTN지부는 이사회가 방송편성 영역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서중 교수는 YTN 문제를 특정 정부 시기의 잘잘못을 따지는 차원을 넘어 ‘보도전문채널의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방미통위 위원들이 정치권 추천으로 임명됐더라도 공적 기구의 위원이 된 이상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선 안 된다”며 “YTN 같은 보도전문채널이 독립성과 자율성을 갖고 공공적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히 “사유화된 미디어가 공공적 소유 구조를 갖고 있는 미디어에 비해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어렵다”며 YTN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 소유구조를 공적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준형 지부장은 “지금의 모든 일들은 결국 방통위가 불법적으로 유진을 최대주주로 승인하면서 벌어진 것”이라며 “방미통위가 유진에 대한 최대주주 승인만 취소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라고 못박았다. 

방송법이 개정된 지 1년. 새 이사회와 사장 선임 방식이 정권 교체에 따른 공영방송의 부침을 끊어낼 수 있을지, 법으로 보장된 편성의 독립이 방송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개정 방송법 2년 차의 과제가 남아있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