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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어 쓰고, 무단 공개까지···청와대발 영상 저작권,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관리자 2026-09-01 조회수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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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의 원칙 뒤에 가려진 저작권 침해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대통령 국정 활동을 KTV를 통해 전면 공개하겠다는 '개방' 원칙을 내세워 왔다. 명분은 훌륭하고, 방향성에도 적극 찬성이다. 그러나 방법에는 문제가 많다.

문제는 청와대가 지불하지 않은 비용으로 만들어진 영상을 공개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출입 영상기자들(1풀·지상파, 2풀·종편으로 구성된 영상취재풀단)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취재 인원이 축소되던 시기부터 KTV와 촬영 현장을 공유해 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공동취재영상'이 명확한 절차나 동의 없이 KTV의 콘텐츠 서비스(이매진, 나누리 등)를 통해 사실상 무제한으로 공개되고 있다는 데 있다.

 

국가기관이 민간의 저작재산권을 가져다 쓰는 구조

기자가 촬영한 보도영상은 명백히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이면서, 그 저작재산권은 풀단에 참여한 언론사에 귀속된다. 무단 복제·배포·방송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다.

그런데 정작 청와대를 출입하며 이 원칙을 취재해 온 영상기자들의 영상이, 청와대 전속 촬영을 맡은 KTV의 손을 거쳐 사전 동의 없이 재유통되고 있다.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KTV가 제작한 영상을 공공재로서 무료 배포하는 것과, 민간 방송사들이 인건비와 해외 순방 동행 비용까지 들여 촬영한 영상을 함께 섞어 배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취재에 들어간 비용과 노동의 주체가 다른 이상, 그 영상의 유통 권한도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 영상기자들의 일관된 문제 제기다.

 

실제 KTV 관계자조차 최근 한 통화에서 "국영방송(KTV) 입장에서 이 문제를 핸들링할 권한이 자신들에게 없다"며 "관계 조정은 결국 춘추관이나 홍보수석실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작 책임 있는 결정권자들은 문제를 서로에게 떠넘기는 사이, 침해는 계속 누적되고 있는 셈이다.

 

해외 사례에서도 찾기 힘든 관행

백악관을 비롯한 언론 선진국의 경우, 전속 촬영팀이 찍은 영상을 프레스풀에 공유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반대로 민간 언론사 소속 취재진이 촬영한 풀 영상을 정부 기관이 가져다 자체 채널에 무단 공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청와대 출입경험이 있는 민간 언론사의 한기자는 "민간 기업이었다면 이런 방식의 영상 사용은 애초에 허용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해외 순방과 같이 취재 인원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는 영상기자풀단과 KTV가 '통풀'로 촬영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마저 구분 없이 KTV의 서비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취재 현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내 취재와 해외 순방 취재를 다른 잣대로 취급할 근거도 없다. 동일한 성격의 저작권 침해가 장소만 달리해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대통령 기록의 미래를 위해서도 분리가 우선이다

이 문제는 단순한 업계 이해관계 다툼으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 한 출입기자는 최근 사석에서 "정부가 영상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해놓고 정작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저작권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TV 자체 촬영분과 민간 풀단의 취재분이 뒤섞여 있다 보니, 향후 대통령 기록물로서 정식으로 정보 공개를 하려 해도 저작권 문제에 걸려 오히려 공개가 막히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의 편의를 위해 계속 섞어 쓰기보다, 지금이라도 KTV 자체 제작분과 민간 풀단 취재분을 명확히 분리해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대통령 기록의 온전한 보존과 공개에도, 저작권 분쟁 예방에도 부합하는 길이다.

 

풀단 스스로도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야 할 때

구조적 해법을 요구하기에 앞서 짚어야 할 대목도 있다. 현재 청와대 출입 영상취재는 1풀(지상파), 2풀(종편) 등으로 나뉘어 있고, 여기에 KTV와의 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창구가 여럿으로 나뉘어 있는 한, 청와대 측에 일관된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언론홍보 담당자들 역시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문제 해결을 미루기 쉬운 구조다.

영상기자들 스스로 단일한 취재풀 체계를 갖추고 창구를 일원화해야, 정부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와 불투명한 영상 유통 관행에 대해 힘 있고 일관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는 청와대의 결단만큼이나 언론계 내부의 과제이기도 하다.

 

조속한 해법이 필요하다

영상기자들은 이미 여러 차례 개선을 요구해 왔다. ▲공동취재영상 사용 시 저작권 안내 문구 고지 ▲사전 동의 없는 이매진·나누리 공개 중단 ▲풀단 영상 사용 시 사전 동의 절차 마련 등 요구 사항은 구체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춘추관 측은 "내부 검토와 법률 검토에 시간이 걸린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방송·콘텐츠 산업의 저작권을 가장 앞장서 보호해야 할 정부 기관이, 정작 스스로 저작권 침해 구조를 방치하고 있다면 이는 방관을 넘어 묵인에 가깝다. 개방과 소통을 국정 기조로 내세운 정부라면, 그 개방이 누군가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며 이뤄지고 있지는 않은지부터 돌아봐야 할 때다.


                                                                                                   KBS 신봉승 / 본지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