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뉴스룸 AI,
신뢰의 저울대에 서다
제작 현장 곳곳으로 스며든 인공지능, "속도보다 중요한 건 신뢰"

▲ Ai로 생성한 가짜 늑구 사진
방송 뉴스 제작 현장에 인공지능(AI)이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KBS는 AI 통합 시스템 'KAIROS'를 전사적으로 도입해 뉴스 제작 전반에 AI 프로덕션을 접목하고 있고, MBC는 AI 전담 사내기업 '도슨트11'을 설립해 기민하게 대응에 나섰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언론계도 마찬가지다. 올해 퓰리처상 수상자 중 8명이 기사 작성에 AI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지며, AI는 이제 특정 언론사만의 실험이 아니라 전 세계 저널리즘의 공통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편리함 뒤에 남는 질문들
그러나 제작 일선에서는 AI의 전면적 도입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TTS(Text-to-Speech) 활용을 둘러싼 갈등이다. 아나운서나 성우의 음성을 등록시켜 내레이션을 손쉽게 생성하려는 시도에 대해 해당 직역 종사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KBS 역시 기자들을 대상으로 TTS 서비스용 음성 샘플 등록을 진행 중이지만, 참여율은 한 자릿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의구심도 있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본인의 동의 없이 자신의 인격권이 활용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기자들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AI 활용의 범위와 층위가 다양해지면서 그 깊이와 한계를 둘러싼 고민도 커지고 있다. 각 언론사와 언론지원단체, 언론노조 등 여러 유관 단체가 저마다 AI 제작·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것이 실제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기준으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언론사별로 처한 상황이 제각각인 데다,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단체들의 강제력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AI로 손쉽게 만들어진 콘텐츠를 시청자와 소비자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는 데 있다. EU의 AI법은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이용자가 식별할 수 있는 라벨을 부착하도록 투명성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AI 라벨이 붙을수록 사람들은 해당 콘텐츠에 대한 흥미와 신뢰도를 오히려 낮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실 전달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영상기자들 입장에서 이러한 흐름을 그저 지켜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올해 초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의 가짜 사진을 진짜 사진인 것처럼 잘못 보도한 언론사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AI 이미지의 정교함이 높아질수록,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사진과 영상 전반에 대한 신뢰도 역시 함께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지금이 중요한 시기
뉴스라는 공적 영역에서 AI를 올바르게 활용하고 신뢰도 높은 정보를 시청자에게 제공해야 할 사회적 책무는 결국 영상기자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가짜 정보로 인해 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영상기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실천에 나서야 할 중요한 시기다.
KBS 신봉승 / 본지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