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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와 함께 늙어가는 시대, 돌봄을 다시 묻다
    AI와 함께 늙어가는 시대, 돌봄을 다시 묻다  영상기자의 방송대상·광고대상 수상기MBC충북  김병수  다큐멘터리 이론의 창시자 존 그리어슨(John Grierson, 1898–1972)은 다큐멘터리를 ‘현실의 창조적 처리(creative treatment of actuality)’라고 정의했다. 이는 다큐멘터리가 현실을 단순히 반영하는 거울이 아니라, 현실을 선택적으로 구성하고 재현함으로써 사회적 담론을 생산하고 재구성하는 적극적 실천 매체임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다큐멘터리는 현실을 그대로 복제하는 기록물이 아니라, 제작자의 문제의식과 해석, 그리고 선택을 통해 현실을 새롭게 의미화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관점은 영상 기자로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나의 작업 방식과도 일맥상통하며, 현장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을 어떻게 질문하고 재현할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의 출발점이 되어왔다.기술이 사람을 대신할 수 있을까?MBC충북 창사 54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AI 돌봄〉 은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의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에서, 흔히 ‘사람을 대신하는 기술’로 이야기되는 AI가 실제 노인 돌봄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하고자 한 실험적 다큐멘터리였다. 이 작업은 AI 기술의 효율성이나 가능성을 입증하려는 시도가 아니었다. 오히려 AI 돌봄 인형과 함께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일상,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서서히 변화하는 감정과 삶의 결을 밀도 있게 관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장에서 마주한 것은 기술 그 자체의 성능 이 아니라, 말을 걸고 응답하며 교감하고 관계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삶이었다. 기술이 인간의 일상에 스며들었을 때 드러나는 미묘한 감정과 현실을 영상 기자의 시선으로 포착하고자 했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접근을 인정받아, ‘2025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창의혁신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창의혁신 부문은 단순히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넘어, 기존의 형식과 관행을 넘어서는 도전과 실험을 통해 미디어의 지평을 확장한 프로그램에 주어지는 상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영상기자로서 이처럼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뜻깊은 경험이다. 방송 현장에서 웬만한 PD들도 받기 쉽지 않은 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그러나 이번 수상은 개인의 성과라기보다, 영상 기자가 기획·연출·촬영·편집 전 과정을 책임지며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실천적 역량이 하나의 결과로 인정받았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디지털 수눌음, ‘해녀 세이프 버디’ 〈AI 돌봄〉 2부에서 다룬 제주 해녀들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를 넘어 또 다른 실천으로 확장되었다. 생계를 위해 고령의 몸으로 바다에 나서야 하는 해녀들의 현실, 그리고 매 순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노동의 시간은 돌봄이 개인이나 특정 공동체의 책임으로만 남겨져 온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 문제의식은 국내 유수의 광고업체와 함께한 공익 캠페인 ‘해녀 세이프 버디(Haenyeo Safe Buddy)’로 이어졌다. 해녀 세이프 버디는 고령의 해녀들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로, 해녀들이 바다에서 동료들과 소통하기 위해 내는 수눌음을 디지털 신호로 전환해 위급 상황을 공유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는 기술을 통해 해녀 공동체의 전통적 돌봄과 연대 문화를 재구성한 사례로, 아날로그적 수눌음이 디지털 환경 속에서 새로운 공동체적 실천으로 확장된 사례이다. 이 캠페인은 ‘2025 대한민국광고대상’ 이노베이션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방송 영역에서만 활동해 온 영상 기자가 광고 분야까지 작업을 확장해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AI 돌봄〉 다큐멘터리에서 출발한 질문과 문제의식이 공익 캠페인으로 이어지고, 다시 사회적 평가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두 작업은 분리된 성과가 아니라 연속된 실천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과정은 어느 한순간의 성취가 아니라, 오랜 시간 현장에서 쌓아 온 질문과 실천의 결과였다. 기획과 연출, 촬영과 편집, 그리고 현장을 해석하는 감각까지, 영상기자로서 축적해 온 모든 역량이 총동원되어 만들어진 값진 성과였다. 기술을 다뤘지만 그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었고, 질문은 언제나 현장에서 시작됐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영상 기자의 역할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질문을 구성하고 메시지를 설계하는 주체로 확장되고 있다. 이번 작업이 영상기자가 촬영과 편집 뿐만 아니라 콘텐츠 기획과 연출 그리고 사회적 담론 형성의 핵심 주체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되었기를 바라며, 끝으로 늘 현장에서 함께 고민해 온 동료 영상기자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2026-01-20
  • 생성의 시대, 영상 저널리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생성의 시대, 영상 저널리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KBS 선상원 카메라는 자고로 빛을 담아내는 가장 대표적인 '기록의 도구'였다. 적어도 AI가 우리들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렌즈 앞에 존재한 사건과 인물을 빛으로 받아 적는 행위, 그것이 영상 저널리즘의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이 전제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영상은 더 이상 '포착된 기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예측하고 생성한 이미지가 실제 기록처럼 소비되는 시대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정말 갑자기.   문제는 기술의 발전 속도다. AI 영상 기술은 이미 현장의 판단과 검증 속도를 앞질렀지만, 이를 다루는 문화적 합의와 법, 윤리적 기준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회학자 윌리엄 오그번이 말한 '문화지체(cultural lag)' 현상이 영상 저널리즘의 한복판에서 벌어지면서 이 논쟁에 틀걸이 안에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지 모를 크나큰 질문들을 매일매일 마주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서 무엇이 가능한지는 빠르게 생겨나고 있지만,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질문들이 쌓여가고 있다.   OOOO의 기준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적용하여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크게 네 단계로 구분이 된다. 흐릿한 CCTV나 오래된 영상을 선명하게 만드는 '강화, 복원', 화면 속 요소를 삭제하거나 추가하는 '변형,편집', 정지 사진을 움직이는 영상으로 재현하는 '이미지의 동영상화', 그리고 텍스트 입력만으로 완전히 새로운 장면을 생성하는 '텍스트의 동영상화' 단계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더 높은 수준의 알고리즘이 적용되지만, 동시에 사실과 맥락을 구분해 온 저널리즘의 영역에서는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따른다.   그러나 보도영상을 업으로 하는 영상기자의 입장에서 이 생성형 AI가 무엇보다도 위험한 지점은 시청자가 이를 실제로 있었던 사실로 오인하는 순간이다. AI로 보정된 얼굴, 또는 일부만 수정한 누군가의 프로필 사진, 낮은 CCTV 영상의 해상도를 올려 4K급으로 만들어주는 AI. 이런 영상들에 자세한 설명이 없을 경우 computure-generated image들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담아낸 저널리즘 영상으로 소비되기 십상이다. 기술은 저 멀리 앞서가지만, 이를 판별하고 이해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는 소비하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아직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 법과 제도 역시 '사용 가능 여부'만을 묻지, '신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에 대한 논의는 접근조차 못 하고 있다. 이 간극이 바로 우리가 겪고 있는 문화지체의 핵심이다.   국제 사진 대회에서 AI 생성 이미지를 출품한 작가가 "AI 이미지는 사진이 아니다"라며 수상을 거부한 사례는 이 혼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술적으로는 완성도 높은 이미지였지만, 그것이 기록의 영역에 들어오는 순간 사진의 정의와 윤리가 붕괴한다는 판단이었다.   해외 언론사들의 대응은 참고할 만하다. BBC와 CBC는 딥페이크 기술을 피해자 보호나 익명성 확보라는 공익적 목적에서 검토했지만, 동시에 '완전한 공개(disclosure)'와 인간 편집자의 감독을 절대 원칙으로 삼았다. CBC는 더 나아가 "시청자가 뉴스가 실제인지, AI 생성물인지 의심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라는 선언까지 내놓았다. 신뢰 붕괴의 위험을 기술 효율성보다 앞에 둔 선택이다.국내 언론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기술을 외면할 수는 없다. 복잡한 구조를 설명하는 시각화, 접근 불가능한 공간의 재현, 기획 단계에서의 아이디어 도출 등은 분명 유용하다. 그러나 '가능해졌기 때문에 사용한다'는 논리는 문화지체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다. 기준 없는 도입은 결국 뉴스와 합성물의 경계를 흐리고, 그 비용은 시청자의 신뢰로 지불된다.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무엇을 어디까지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뉴스 소비자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아무리 좋고 편해도 하지 않겠다’라는 대원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1차 자료의 가치, 원본 형식에 대한 존중, 그리고 시청자에게 솔직하게 설명할 책임은 기술 발전 속도와 무관하게 지켜져야 할 저널리즘의 최소 조건이다.   생성의 시대, 지속 가능한 영상 저널리즘은 기술을 따라가는 경쟁이 아니라, 기술을 늦춰 바라볼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문화와 법, 윤리가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 시기에, 언론은 속도의 편이 아니라 신뢰의 편에 서야 한다. 그것이 기록자로서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어본다.
    2026-01-20
  • [2025힌츠페터 국제보도상 대상 수상소감]
      ▲ 2025 힌츠페터국제보도상 대상 수상자 아녜스 나밧, 마리안 게티 (글) 이처럼 권위 있는 상을 받게 되어 매우 큰 영광입니다. 특히 이 상이 우리에게 뜻깊은 이유는, 이 영상보도가 제작된 근본적인 목적인 티그라이(Tigray) 전쟁 중 대규모로 자행된 조직적 성폭력 피해자들의 침묵을 깨뜨리는 일과 정확히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작업을 인정해 주심으로써, 여러분은 이 중요한 과업에 의미 있는 힘을 보태주셨습니다. 티그라이의 경우, 그것은 잊힌 전쟁이라 불러야 마땅합니다. 이 지역은 남쪽에서는 에티오피아 군, 북쪽에서는 에리트레아 군에 의해 거의 1년 반 동안 봉쇄되었습니다. 이 포위로 인해 인도적 지원은 차단되었고, 언론인들은 진입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2년 전 휴전이 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언론 통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전쟁 중 자행된 성폭력의 규모는 전례 없고 상상조차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추산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단 8개월 만에 12만 명의 여성, 즉 티그라이 여성의 10명 중 1명이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이 끔찍한 범죄들은 에티오피아군과 에리트레아군, 그리고 암하라 민병대에 의해 자행되었습니다. 그 모든 일은 국제사회의 관심이 닿지 않는 침묵 속에서 벌어졌습니다. 전쟁에서 성폭력을 무기로 사용하는 행위는 여성의 몸과 마음을 파괴할 뿐 아니라, 그들을 통해 전체 사회를 붕괴시키려는 전략입니다. 이 영상을 통해 우리는 티그라이 여성들도 우크라이나, 콩고, 이스라엘의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관심과 연대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를 가장 충격에 빠뜨린 것은, 전쟁 후 지역이 재개방되면서 드러난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성폭행 실태와 언론 보도에서의 거의 완전한 부재 사이의 간극이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토록 성폭력이 인간에게 미치는 참혹함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 왜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여전히 고통 속에 홀로 남겨져 있는가?” 티그라이, 더 넓게는 에티오피아 전체는 성 역할이 엄격히 규정된 가부장적 사회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성폭력을 당한 여성은 “더럽혀진 자", 불결한 자로 낙인찍히고, 공동체에서 배척당합니다. 그 결과 피해자들은 세 겹의 고통을 짊어집니다. 첫째, 평생 지속될 신체적·정신적 트라우마. 둘째, 공동체로부터의 배척. 셋째, 가족과 사회의 냉대입니다. 남편은 그들을 버리고, 친척은 외면하며, 이웃은 비난하고, 그들의 자녀들은 결혼조차 할 수 없게 됩니다. 강간을 저지른 군인들과 민병대원들은 피해자들을 일부러 살려두었습니다. 때로는 피해자 본인이 차라리 죽음을 택하고 싶었을 만큼 끔찍했지만요. 그들의 목적은 굴욕과 파괴였습니다. 사회 전체의 근간인 ‘어머니들’을 공격함으로써 티그라이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 상을 우리에게 수여해 주신 것은, 사실상 이 영화 속 두 여성의 용기와 헌신에 대한 찬사이기도 합니다. 티그라이의 상징적인 인물이 된 음악가 메세렛 하두시(Meseret Hadush) 와 공공병원 간호사 물루 메스핀(Mulu Mesfin) 입니다. 물루 메스핀은 아이더(Ayder) 병원에서 근무하며 전쟁 발발 이후 수천 명의 여성 환자를 치료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전쟁 중 자행된 성폭력의 증거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메세렛 하두시는 피해자들이 경제적 자립과 사회 복귀를 이루도록 돕는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수천 건의 증언을 직접 들었습니다. 그들은 군인들과 민병대에 의해 성폭력을 겪은 수많은 생존자들이 회복하기까지 끝없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티그라이 여성들의 고통에 목소리를 부여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그들을 괴롭히고 지치게 만드는 단 하나의 질문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세상은 우리를 잊은 건가요?” 여러분 덕분에 이제 우리는 확신을 가지고 이렇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아니요,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각자의 자리에서 끊임없이 싸우는 두 여성의 헌신을 비추며, 도움이 가능하며 동시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프랑스에서, 유럽에서, 아시아에서 우리가 이 문제에 주목하고 관심을 보인다면, 재건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국제 NGO와 재단들이 현지에서 대규모 의료 지원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함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의 실현을 위한 투쟁을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물루 메스핀은 이렇게 묻습니다. “어떻게 인간이 인간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습니까? 그들에게는 어머니도, 자매도 없는 걸까요?” 이제 지역 차원에서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군이나 민병대에게 명시적인 명령이 내려졌던 것일까요? 그리고 여성의 몸에 자행된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 끔찍한 범죄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우리가 현장에서 수집한 일부 증거는, 일부 교전 세력이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성폭력을 통해 사실상 ‘집단학살적 의도’를 갖고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여성의 몸에 가해진 참혹한 범죄의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한 독립적인 국제 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에티오피아 정부는 여전히 전쟁의 결과나 국내 정치적 긴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티그라이 전쟁 중 자행된 범죄를 규명하기 위해 파견된 유엔(UN) 조사단조차 현지에서의 활동 승인을 받지 못했습니다. 또한 에티오피아 정부의 압력으로 그들의 임무는 갱신되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보상과 정의 없이는 피해자들의 치유 또한 시작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만난 한 여성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나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희망도 없습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죽기 한 시간 전이라도 정의를 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렇게는 하나님 앞에 설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제작은 근본적으로 공동 노력의 결과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함께 들어주고 조언해 주며, 지식을 나누어준 모든 기자와 연구자들 특히 노에 오셰 보댕(Noé Hochet Bodin), 앙투안 갈린도(Antoine Galindo), 미티쿠(Mitiku) 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현지에서 통역을 맡아준 분의 이름은 보안상 공개할 수 없지만, 그의 용기는 정말로 놀라웠습니다. 또한 우리 제작사 크라켄 필름(Kraken Films), 방송사 ARTE Reportage, 그리고 이 상으로 우리의 노력을 인정해 주신 심사위원단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2025-12-31
  • 2025 힌츠페터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며
                                        ▲2025힌츠페터국제보도상 유영길상 수상자 아슈라프 마샤라위(글)   한국을 방문하기 전, 저는 주로 기자 생활과 일상에서 오랫동안 사용해 온 뛰어난 기술 제품을 통해 이 나라를 알고 있었습니다. 제게 한국은 혁신과 정밀함, 그리고 높은 전문성을 상징하는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의 성공 이면에는 투쟁과 회복력, 그리고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강한 헌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단순히 힌츠페터상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았습니다. 이미 그 자체로도 큰 의미를 지닌 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힌츠페터상 조직위원회가 준비해 준 경험의 깊이는 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면에서 이번 방문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두 번째 상’을 받은 것과도 같았습니다. 한국의 역사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국민들이 걸어온 긴 여정, 그리고 오늘날까지 한국을 지탱해 온 가치들을 가까이에서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한국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방문은 기자로서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매우 풍요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언론의 핵심적 책임 중 하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들이 살아온 역사적·문화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경청하고 배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번 경험은 단순한 인정이나 수상의 의미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기억과 책임, 그리고 진실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하는 강력한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저는 경험을 ‘듣고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나누는 것’의 중요성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국 방문 기간 많은 한국 기자와 관계자분들께서 저의 직업적 경험과 개인적인 삶에 대해 질문해 주셨습니다. 이를 통해 배움은 결코 일방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우리는 타인에게서 배우는 만큼, 주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와 경험 또한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해를 열린 마음으로 공유할 때, 우리는 존중과 연대, 그리고 평화를 바탕으로 한 건강한 공동체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2009년에 첫 국제상을 받은 이후 여러 상을 받는 영광을 누려 왔습니다. 그러나 힌츠페터상은 제게 특히 남다른 감동을 주었습니다. 모든 수상자가 창의성과 윤리의식이라는 공통된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수상자들과 함께한 자리에는 자연스러운 친밀감과 상호 존중이 있었고, 덕분에 이 경험은 매우 진솔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왔습니다.   시상식의 준비와 운영 역시 전문성은 물론 인간적인 배려 면에서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최 측은 따뜻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조성했고, 사소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 주어 제가 진심으로 환대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24시간 함께하며 한국 문화를 깊고 의미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려 깊고 해박한 지식을 지닌 젊은 한국인 동행자(통역 봉사자)들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봉사자 권형준 씨와의 긴 대화를 통해 저는 한국 사회와 역사에 대해 더욱 명확한 이해를 얻게 되었고, 또 다른 봉사자 김소이 씨와의 대화 역시 저에게 깊은 통찰을 더해 주었습니다.   아울러 힌츠페터상 위원회와 최연송 협회장님, 그리고 5·18기념재단의 여러 관계자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헌신 덕분에 서울과 광주에서 진행된 모든 일정과 프로그램이 의미 있고 세심하게 준비될 수 있었으며, 저는 이 소중한 경험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습니다.   현재 저는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배운 것들을 제 지역 사회와 나누기 위한 준비를 이미 시작했습니다. 이 특별한 나라의 이야기를 전하고, 한국의 역사에서 얻은 교훈과 영감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머지않아 다시 한국을 방문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가벼운 개인적인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오래전 해외의 한 한식당에서 처음 젓가락을 사용해 보았을 때, 저는 방법이 익숙하지 않아 다시는 젓가락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방문에서 인내심 있게 도와주신 덕분에 이제는 젓가락을 자신 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여러 개의 젓가락을 구매해 돌아왔고, 지금은 거의 매일 사용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한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 이처럼 아주 작은 경험에서부터 시작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2025-12-31
  • 영상은 남아도 기자가 남지 않는다면
    [현장에서]   영상은 남아도 기자가 남지 않는다면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덮친 여름, 제 카메라는 현장에서 늘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려 했습니다. 문제는 그 '한 걸음'이 때로는 내 발밑을 지우기도 했다는 사실입니다.   ■ 폭우 현장-"좋은 그림"보다 먼저였던 발밑   지난달 갑작스러운 폭우로 경기 가평의 한 캠핑장에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실종자 수색이 한창인 가운데 저는 보다 극적인 그림을 찾아 무심결에 더 깊이 걸어 들어갔습니다. 연이은 폭우로 지반이 물러져 도로의 여기저기가 갈라지고 찢긴 곳이었습니다.    "당장 나오세요!"    소방대원의 고함소리가 중장비들의 소음을 뚫고 제 귀를 스쳐갔습니다.   그제야 제가 선 자리가 얼마나 위험했는지 깨달았습니다. 좋은 영상을 찍겠다는 욕심이 안전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했습니다. 제 뒤를 따르던 오디오맨 동료까지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사실도 떠올랐습니다.    저의 오판은 제 문제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취재는 항상 팀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선택은 동료의 안전과 직결됩니다. 그날 이후 저는 아무리 좋은 그림이 보이더라도 들어가기 전 의식적으로 위험 요소를 되짚어보고 있습니다.       ■ "을지로, 왕십리… 아니, 바다인 것 같습니다“   폭염을 취재하다가 제가 온열질환자가 됐습니다. 오전엔 주물공장, 낮엔 을왕리 해수욕장, 오후엔 여의도 도심 스케치까지, 세 장소를 연달아 취재했던 날이었습니다. 주물공장의 실내 온도는 35도를 웃돌았습니다. 들어서자마자 눈으로 땀이 흘러 들어가 앞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을왕리의 모래사장은 60를 넘었고 바닷물은 시원하지 않고 미지근했습니다.    뜨거운 햇빛과 축축한 공기에 하루종일 노출되니 어느 순간부터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데스크가 "지금 어디냐"고 묻자, 제 입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을지로…? 왕십리…? 바다요." '을왕리 해수욕장'을 말하고 싶었는데 말이 어눌해지고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틀을 꼬박 쉬고서야 컨디션이 되돌아왔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온열질환 리포트에 우리도 함께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웃기고도 슬픈 자조를 했습니다.   ■ '건강하게 돌아오기'가 건강한 보도의 첫걸음     기자가 감수하는 온갖 위험은 종종 ‘사명감’이라는 기치 아래 가려집니다. 그러나 이번 폭우와 폭염 속에 ‘영상기자 스스로 자신의 생명과 인권, 안전을 지킬 수 있어야 타인 또한 존중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는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 적혀 있는 기본 원칙을 되새겼습니다. 저와 동료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채 얻은 영상은 결국 이야기를 놓칩니다. 기자의 안전은 윤리적인 취재와 지속 가능한 보도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KBS 정준희 기자 
    2025-09-16
  • 지역 소멸, 방송으로 확산…영상기자들이 전하는 지역방송의 현실
    특집  ['지역방송의 현안과 대책’ 간담회]     지역 소멸, 방송으로 확산…영상기자들이 전하는 지역방송의 현실       지역방송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최연송)는 영상기자들과 함께 ‘지역방송의 현안과 대책’을 고민하고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1일 구글 미트로 열린 온라인 간담회는 MBC충북 김병수 기자가 진행을 맡았으며 G1 신현걸 기자, KBS부산 김기태 기자, 광주MBC 임원후 기자, KCTV 김승철 기자 등 각 권역을 대표하는 영상기자 4명이 참석했다. - 편집자 주     일시: 8월 11일  진행: 김병수(MBC충북) 참석자: 신현걸(G1), 김기태(KBS부산), 임원후(광주MBC), 김승철(KCTV)          김병수(MBC충북) : 영상기자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통해 지역방송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알리고, 이를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자리가 마련됐다. 오늘 참여해 주시는 분들은 권역별 대표로 오셨기 때문에 소속사를 포함해 해당 권역에서 겪고 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어려움을 다양하게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 지역KBS, 지역 MBC, 지역민방 등이 각자 처한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지역방송이 전체적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은 확실하다. 각 지역별 현황을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신현걸(G1) : G1 방송이 2001년 개국 당시만 해도 약 200억원 정도의 광고 매출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줄어서 3분의 1 정도 겨우 하는 상황이다. G1은 토요일만 AI로 뉴스를 제작해 내보내는 ‘AI 뉴스’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기도 하는 등 뉴미디어 제작을 통해 광고 매출을 보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MBC만 하더라도 강원도에 강릉, 삼척, 원주, 춘천 등 4곳이 있었는데 삼척과 강릉이 통합돼 3곳이 됐다. 지역민방을 포함해 지역방송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데, 현업에서도 경영 악화에 따른 압박을 심하게 느낄 정도다.   "돈 없으니 안 뽑는다"…'악순환' 반복되는 지역방송 인력 구조    김병수 : 강원 지역은 겨울철 폭설이 내린다든가 재난‧재해가 많이 일어나는 곳인데, 사고나 재난이 났을 때 현장에 가장 먼저 가야 할 영상기자에 대해 신입사원 채용이 없다. 충북도 비슷하다. 오디오맨 같은 경우도 KBS는 부산이나 광주 등 일부 지역에만 조금 있고, 충북‧강원‧안동은 오디오맨이 없다. 심지어 운전기사도 없어서 영상기자가 직접 운전해서 현장에 나가기도 한다. 온전히 취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가 돈이 없다는 이유로 기존의 오디오맨을 없애고, 명퇴로 내보낸 뒤 신입은 채용 안하는 악순환 반복되고 있다.    김기태(KBS부산) : KBS는 최근 몇 년 동안 수신료 분리징수로 인해 본사의 재정이 크게 악화됐고, 본사에서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지역총국 역시 마찬가지다. 수신료 분지징수 이후 인력 채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제작비도 감소했다. 오디오맨은 절반 정도 감축했다. 방송법 개정안 통과로 다시 통합징수하기로 했지만 한국전력과의 수신료 협상 문제가 남아 있고 분리징수 전보다는 수신료 수입이 감소할 거라는 게 중론이다. 분리징수 기간 많은 분들이 퇴직했는데, 추가 채용은 안 됐다. 오디오맨도 분리징수 이전으로 점진적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는데 언제쯤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지역으로 보자면 부산 지역의 중견기업, 대기업의 경우 제조업이 대부분인데, 기업들이 다른 지역으로 나가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이다보니 광고 수입은 줄어들고,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에 남은 몇몇 기업에 대한 광고 의존도는 높아지는 실정이다. MBC의 경우 신사옥 개발 과정에서 부동산 투자로 재원을 확충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KBS는 이것마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임원후(광주MBC) : 지역 MBC들은 상황이 다 비슷하다. 인력 채용을 약속했지만 안 해왔다. 예전엔 오디오맨, 운전기사가 따로 있었는데 지금은 오디오맨이 운전도 하고 촬영보조도 하는 상황이다. 입사 2년차인데, ‘회사가 돈이 없다, 많이 힘들다’는 얘기만 들어왔다.    김승철(KCTV) : KCTV만 하더라고 몇 년 전 영상기자 7명이었는데 지금은 2명이 줄어 5명이다. 최근 편집기자가 1명 그만뒀고, 촬영보조(오디오맨)도 3명 중 1명이 그만둔 상황인데, 신규 채용에 대한 결재를 받는 과정이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른 지역방송들에 비해 매출이 안정적으로 가고는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기존에 있던 인력을 안 뽑아주고 있다.    김병수 : CJB청주방송은 막내 영상기자가 74년생이다. 97년에 개국했는데, 현재 5명의 영상기자 중 4명이 1기 기자들로, 퇴직이 5년도 안 남은 상황이다. 지역민방들은 사주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어서 신규채용을 해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MBC충북은 충주MBC랑 청주MBC가 합쳐졌는데, 내가 충주MBC로 입사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영상기자 6명이었고, 청주는 7명 정도였다. 지금은 나를 포함해 6명이 전부다. 7명이 명퇴했는데 인력 충원이 전혀 안 됐는데, 방송 권역과 방송량은 오히려 늘고, 뉴미디어 관련 업무까지 일은 훨씬 늘었다. 각 사별로 인력 상황이 어떤지 말씀해 달라.    신현걸 :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막내가 70년대 생이었는데 몇 년 전 젊은 기자를 일부 뽑고, 몇 달 전에도 젊은 영상기자 1명을 뽑았다. 과거엔 영상기자가 더 많았는데 영상기자 인력 대신 편집기자를 계약직 으로 뽑아서 영상기자가 맡아 하던 일을 나눠서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병수 : 기형적인 인력 구조는 결국 재정적 문제 때문이다. 내가 2006년에 입사했는데, 그때부터 이미 인력 충원을하지 않는 기류가 있었고 특히 지역은 더 심했다. 바로 밑에 후배를 15년차에 받았고, 막 내가 2022년에 입사한 3년차다. 2년 후 퇴직할 분이 1명 있는데, 퇴직 이후 신입 채용하기가 지금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근무하면서 일단 정년퇴직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KBS는 조금 다르지만, 지역MBC와 지역민방은 50대 중반에 다 명퇴하고, 명퇴 이후 촉탁직으로 2년 정도 재고용하는 방식이다. 지역방송이 광고로 운영되는데, 종편, 유튜브 등으로 인해 광고 수입이 2/3가 줄어드니 회사 입장에 서는 제일 쉬운 ‘안 뽑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특집 하면 민폐?…카메라 너머 희미해지는 ‘지역 목소리’    김기태 : 부산KBS는 전체 인원이 6명이다. 2~3년 사이 2명이 퇴직했지만 신규 채용을 안했다. KBS 기자들은 회사 규정상 연간 20일 정도 되는 연차 전체를 소진해야 하고, 주말 당직에 따른 대휴까지 다 쓰면 기자 1인당 한달에서 한달 반 정도 휴가를 써야 하는 상황이다. 6명 중 평소 5명이 일해야 하는 상황인데, 육아휴직까지 쓰면 현업을 뛰는 사람이 사실상 4명이다. 오전에 3명 출근, 오후에 당직자 1명이 출근하는데 한 명이 휴가라도 쓰면 오전 2명, 오후 1명밖에 없다. 5~6년 전 지역에서 자체 편집권을 갖고 자체 진행하는 <뉴스 7> 프로그램이 있는데, 리포트 개수 늘리고 기획도 많이 늘려서 심층보도를 시행해왔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업무는 는 데 반해 인력이 줄다보니 뉴스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인력 부족에 따른 뉴스 퀄리티 저하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지역KBS 대부분의 현실일 것이다. 지금 한창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긴 한데, ‘권역별 1명’이어서 지역에 필요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정도는 아니다. 영남권 3개 총국에 1명을 채용하는 건데, 부족한 인력 수준에 턱없이 못미치는 규모다.    김병수 :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획이나 특집은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기형적으로 ‘풀(POOL)'을 운영하고 있다. 충북 지역만 하더라도 각사 영상기자들이 서로 논의해서 ‘오늘 단신은 누가 가고, 인터뷰는 누가 하고, 취재는 누가 할지’ 업무를 나눈다. 인력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사별로 ‘두레’처럼 하는 것 같은데, 대충 서로 그림을 섞어 내보내다 보니 퀄리티는 떨어지고, 사별로 특색있는 프로그램은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김승철 : 제주는 대형 이슈가 발생했거나 관에서 풀단을 구성해 달라고 했을 때 풀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평소엔 영상기자들이 현장에서 만나 현장에 온 영상기자들끼리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풀단을 구성할 땐 인력 때문에 각 사별로 순서가 다 정해져 있는데, 인력 부족으로 영상제작국이 보도 업무도 하고 중계방송도 나가고 하다보니 실제로 보도 뉴스에 투입되는 인력이 얼마 안된다. 문제는 인력 부족이 풀단 운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얼마 전 MBC 차례였는데 도저히 안되겠다며 풀단을 다음 순서로 넘겨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넘겨받은 방송사도 인력이 여유가 없어 다음으로 넘겼다. 당시 영상기자들 사이에서 아무리 인력이 부족하더라도 풀단 순서는 지킬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순서를 못 지키면 풀단에서 제외하자는 등 격한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김병수 : 제주MBC는 영상기자와 촬영감독 업무를 같이 하는 사람을 뽑아 입사할 때 직종 명칭이 그냥 ‘카메라’라고 한다. 6~7명밖에 안 되는 인력이 영상기자 일을 하면서 동시에 촬영감독 일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도 3년 전 후배들을 뽑을 때 논란이 돼서 노조 등 구성원들이 반발해 막아냈다. 고질적인 인력 문제로 채용 방식이 달라졌는데, 이는 영상기자들에게 정체성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임원후 : 매일 아침 보도국 회의를 하면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게 오늘 영상기자가 몇 명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리포트 개수를 정하는데, 그 정도로 아이템은 많은데 소화할 수 있는 영상기자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우리도 그때그때 타사에 영상을 요청하는 편인데, 우리 회사 쪽에서 영상을 너무 많이 요청한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김기태 : 부산도 예전에는 충북처럼 운영했던 적이 있는데, 지금은 아니다. 인력이 없다고 양해를 구하고, 있는 인력으수준에서 취재하는 게 맞지 않다고 본다. 사람이 없어 타사에 손을 벌려 인력난을 해결하는 것보다는 사측에 ‘정상적 취재가 불가능하니 충원해 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지자체에서 각 언론사에 영상을 뿌리는 건데, 부산은 이런 관계가 오래 유지되어오고 있다. 하지만 언론사 기자 입장에서 보면 지자체에서 영상을 찍어 보내준다는 것 자체가 취재 활동이 아니다. 지자체 행사라도 영상기자가 현장에 직접 가는 게 정상적인 영상취재 과정이고, 현장에 도착해 문제점을 확인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직접 가서 취재하기엔 일손은 부족하고 할 일은 많으니 지자체 영상을 받아쓰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영상취재부의 현장취재가 왜 필요하느냐는 의문도 나올 수 있고, 지자체 영상을 언제까지, 또 어느 수준까지 용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병수 : 지자체 행사가 중요한 경우가 많고 지역 축제 같이 수입원과 연결되기도 하는 게 문제다. 직접 영상 취재를 해야 하는데 인력은 부족하고, 급하니 지자체 영상을 받아서 쓰긴 하지만 그에 대한 문제는 분명히 있다. 그날그날 뉴스를 때우기도 바쁘고, 기획이나 특집은 일부 자부담이 들다 보니 회사에서 말리기까지 한다. 외부 공모에 당선되면 기획‧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자부담 비율이 10%인데, 1000만원짜 프로그램 제작비 중 100만원을 지원할 수 없다고 하지 말라고 한다. 지역 영상기자들은 매일 데일리 뉴스에 치여 근근이 버티고 있다.    김기태 : KBS는 본사 보도본부 차원에서 기획이나 기획취재지원이 가끔 있는데, 공모를 하려면 구성원들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인력 상황이 이렇게 안 좋은데 기획을 하려면 기획 단계부터 그만큼 데일리 취재 인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인데, 내부 구성원 설득이 힘들다. 취재부서에서 기획을 따냈을 때도 영상기자 인력 부족으로 매번 원점에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부서 회의에서 사람이 굉장히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특집의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어 없는 인력에도 한 명을 빼서 특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 남아있는 인력들이 데일리를 얼마나 잘 쳐낼 수 있느냐에 대한 부담 때문에 특집을 하는 사람도, 남아있는 사람도 모두 부담이다. 보도국에서 지자체 사업에서 한 시간짜리 기획 예산을 따왔는데 영상취재부에서 할 수 있겠냐, 외주로 돌리는 게 맞지 않느냐 같은 얘기가 나오는데, 이런 말이 나올 때마다 특집‧기획을 외주화하거나 외주감독을 쓰면 영상기자로서의 능력 개발, 장기적인 영상기자의 입지 등을 생각할 때 놓을 수가 없다. 그렇게 한 번 놓기 시작하면 다음 기회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병수 : 외부에선 좋은 평가와 응원을 받고, 내부에서는 ‘왜 특집을 해서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느냐’고 비난받는다. 내부적으로 분열의 씨앗이 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당연히 해야 한다. 특히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김승철 : KCTV는 영상기자들이 제작한 특집과 기획물이 많다. 기획‧특집은 자기계발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다. 특집 프로그램을 하면 영상의 질도 올라가지만 그 분야에 대해 깊이 탐색할 수 있고 상당히 많은 걸 배운다. 나도 직접 기획해서 응모하고 선정돼 특집 프로그램을 많이 제작했는데, 지금은 내가 빠지면 다른 영상기자가 힘들 거라는 걸 알고, 후배들 눈치도 보여 안 하고 있다. 비용이 문제라면, 자부담 비율 없이 제작비를 100% 받는 방법도 많다. 다양한 기관에서 예산을 쉽게 지원받을 수 있으니 꾸준히 도전할 필요가 있다. 단, 외부 제작비 지원의 경우 정산이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정산 시스템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방송지원법 제정‧‘필수 안전 인력’ 지정 등 법‧제도적 지원 필요    김승철 : 제주도에는 지역 언론의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제주도 지역언론 발전 지원 조례’를 만들어져 올해 초 지역언론발전위원회가 출범했다. 제주도기자협회, 도의회 등에서 추천한 9명의 위원으로 위원회가 꾸려졌는데, 다른 지역에도 지역언론 발전을 위한 조례를 만드는 방법도 있고, 국가 차원에서 지역언론 발전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도 좋을 것 같다. 얼마 전 제주콘텐츠진흥원장을 만났는데, 영상 분야와 관련해 30세 이하 청년들을 채용하면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해줄 수 있다고 해서 가능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신현걸 : 강원 지역에는 대형 지역신문이 2곳 있는데,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이 있어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방송 분야에 대해서도 지역방송발전특별법을 제정해 지역방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있으면 좋겠다.    김기태 : 영상기자들을 포함해 지역방송이 처해 있는 문제는 인력으로 귀결되고, 이건 결국 각사의 재정 문제가 핵심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자체에서 지역방송 인력을 뽑기 위한 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촬영보조를 ‘필수 안전 인력’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본다. 대부분의 지역에 촬영보조가 있더라도 인력 부족으로 취재 일정을 모두 소화하지 못하거나 야간 취재에 같이 못 나가는 상황에 처해 있다. 야간 사건사고나 재난재해 발생 시 현장에서 취재진의 안전 문제가 발생하는 게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현장직은 산재 사고 방지를 위해 안전 교육을 하거나 현장 감독관을 지정한다. 그런데 언론 노동자들은 이런 문제에 너무 취약하다. 촬영 보조 인력은 영상기자에게 있어 산재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인력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촬영보조 인력이 없으면 현장에서 영상기자들이 사고를 당할 위험이 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고, 회사에서도 안전과 관련한 문제인 만큼 단순한 계약직이 아니라 반드시 채용하겠다는 인식이 생길 것이다.    김승철 : 정부의 채용 지원의 경우 기존 인력이 아니라 신규 채용하는 인원에 대한 지원으로 한정하는 게 좀 더 현실적이고 인력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제주 지역 영상기자들은 육지로 교육이나 연수를 받으러 가는 게 어렵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나 전파진흥원 등 언론지원 기관들이 이런 상황을 감안해 지역에서 맞춤형 교육과 연수를 해주면 좋겠다.             정리=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2025-09-16
  • 더 이상 영상기자를 위험에 빠뜨리지 마라
    더 이상 영상기자를 위험에 빠뜨리지 마라 점점 더 열악해지는 영상취재 환경        우리나라 방송사들의 경영 상황이 다국적 OTT의 공세로 인해 지속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도 독립적인 재정으로 운영하지 못했던 일부 지역 방송사들에는 더 큰 타격이 되고 있다. 문제는 방송사들이 경영난을 타개하는 제일 쉬운 수단으로 비정규직을 감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오디오맨을 줄이는 현상은 우리 영상기자의 영상취재 환경의 질을 떨어뜨림은 물론 산재의 위험도 증가시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영상기자가 데일리 취재에 필요한 장비를 계측해 보았다. KBS 본사의 사회팀 기준으로 카메라 8.7 kg, 트라이포드 7.3 kg, 장비가방 6.1 kg, 사다리 4.3 kg, MNG(LTE) 3 kg으로 도합 29.4 kg에 달했다. 추가로 배터리나 조명, 마이크 라인 등의 장비를 가져나갈 경우 쉽게 30 kg를 넘기게 된다. 이런 무게는 혼자서 일할 수 있는 범위를 크게 넘긴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산재를 예방하기 위한 조항들이 상세하게 규정되어 있다. 2024년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제3절 ’중량물을 인력으로 들어올리는 작업에 관한 특별조치‘에는 사업주는 근로자가 중량물을 인력으로 들어 올리는 작업을 하는 경우에 과도한 무게로 인하여 근로자의 목ㆍ허리 등 근골격계에 무리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법과 규칙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2인 1조로 이루어지던 영상취재 업무를 1인이 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노동 환경을 심각하게 악화시키는 것이며 관계 법령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다.     작업 시 근골격계에 부담을 주는 작업도 고시로 세세하게 정해져 있다. 영상취재 근로조건은 고시의 제3조 9항 ‘하루에 25회 이상 10kg 이상의 물체를 무릎 아래에서 들거나, 어깨 위에서 들거나, 팔을 뻗은 상태에서 드는 작업‘에 해당한다. 영상기자가 기본적으로 휴대하는 카메라가 9kg에 달하고 사다리나 MNG를 함께 드는 경우 쉽게 10kg을 넘긴다. 가장 흔한 영상취재 형태인 트라이포드에 카메라를 부착하고 촬영하는 경우 무게는 16kg에 달해 근골격계에 부담을 주는 작업의 요건을 크게 넘어선다. 이를 넘어 30kg에 달하는 장비를 혼자 운용하라는 것은 영상기자의 노동조건을 더더욱 악화시키는 부당 노동 행위이다.     일부 지역방송국에서는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가정용 소형 캠코더로 영상취재를 시키는 꼼수를 부리거나 아예 운전기사도 없이 1인 취재를 내보낸다는 보고도 있어 개탄할 노릇이다. 방송 사업자는 공공재인 주파수 할당으로 배타적 사업권을 부여받은 대신 시청자에게 최고의 프로그램을 서비스할 의무가 있다. 방송 사업자가 가정용 장비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행위는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며, 이런 상황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면 사업자 면허를 반납해야 할 것이다.     이미 영상기자들 대다수가 목, 어깨, 허리, 다리 등에 근골격계질환을 앓고 있다. 그중에는 심각한 사고도 여러 차례 있었다. 재난 취재 중 오디오맨 없이 취재하다가 영상기자가 순직하는 최악의 사태도 벌어진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영상취재 여건은 개선되기는커녕 더 악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새 정부가 산업재해의 심각성에 대해 분명히 경고하고 사업주에게 책임을 강력하게 묻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해 심각한 산재가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고 있다. 소속사의 재정난은 직원으로서 외면할 수 없고 적극 함께 타개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재정난을 이유로 필수적인 자원을 걷어내고 직원을 위험에 몰아넣는 도를 넘는 경영 행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뉴스 질 저하, 영상기자의 산재 위험성 증가, 경영진의 처벌 등 모두에게 잃을 것이 너무 많은 상황인데 쉽게 간과되는 현실은 영상기자 스스로도 그리고 경영진들도 분명히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임이 틀림없다.     협회는 오디오맨 문제 등 악화하는 영상취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펼칠 예정이다. 회원들이 소속된 전국 방송국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조치를 요구할 것이며 지속적으로 점검하여 나아질 때까지 개선 조치를 요청할 것이다. 이를 끝까지 외면하거나 꼼수를 통해 회피하며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회사들은 노동 당국에 신고하여 법적 조치를 받게 할 것이며, 이를 위해 국회 과방위 등 유관 단체에도 전달하여 정부의 정책 지원도 요청할 계획이다. 아울러 협회는 노동법 전문 변호사를 법률 자문으로 위촉하고 오디오맨 문제 외에 불법적 업무 전환 배치 등 영상기자 업무 전반의 위법적 노동 행태를 점검하고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최연송 한국영상기자협회장    
    2025-09-16
  • “뉴스에선 소리도 이야기다” 박대기 기자가 말하는 음질, 음악, 그리고 공학의 감...
    “뉴스에선 소리도 이야기다” 박대기 기자가 말하는 음질, 음악, 그리고 공학의 감성        “현장의 공기와 감정을 전하는 건 영상만 이 아닙니다. 소리도 이야기입니다.” KBS 박대기 기자는 뉴스 콘텐츠에서 ‘소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소리는 단순한 음향 효과를 넘어서, 현장의 분위 기와 맥락을 전달하는 감각적 매개체다. “요즘 뉴스는 영상 화질에 비해 음질이 너무 빈약해졌어요. 오디오 채널이 줄고, 현장음 없이 더빙된 음악만 흐르는 경우가 많아졌죠.” 실제로 박 기자는 코로나19 이후 뉴스 영상 제작에서 자료화면 사용이 늘고 현장 접근이 줄면서 현장음의 중요성이 점점 사라졌다고 말한다. “자료화면을 써도 현장음이 맞지 않으면 쓸 수 없고, 자연스럽게 무음 또는 배경음악만 덧입히는 구조가 됐죠.” 그는 단순히 ‘꼰대’의 잔소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좋은 소리는 영상 이상의 정보를 줍니다.   기자 멘트보다 현장의 날 것 같은 한마디가 더 많은 걸 전달할 때가 있어요.” 실제로 박 기자는 리포트를 제작할 때 음악보다 는 생생한 채널 2(현장음)를 살리는 데 더 신 경을 쓴다고 했다. 음악 감상에도 진심인 그는 고음질 스트리밍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다. “타이달, 애플 뮤직, 스포티파이 등 요즘은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고음질 음악을 쉽게 즐길 수 있어요. CD나 아날로그 감상이 주던 만족감도 스트리밍 시대에 많이 해소됐죠.” 그는 특히 애플 뮤직의 추천 기능과 인터페이스, 음반 디자인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음악 감상은 돈이 많이 드는 사치가 아니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일상의 위로가 됐다”고 말한다.     기술적으로도 박 기자는 소리의 ‘민주화’를 전기‧전자공학의 발전과 연결지었다. “기계공학은 불평등하지만, 전자공학은 평등합니다. 디지털 기술은 스펙대로 만들면 누구나 동일한 품질을 낼 수 있죠. 예전엔 음 악 취미가 장비 욕심으로 끝나기 쉬웠는데, 지금은 만 원짜리 애플 꼬다리(USB-C to 3.5mm 젠더)만 있어도 훌륭한 음질을 경험 할 수 있어요.” 그가 추천한 장비는 의외로 소박하다. 아이패드에 국산 브랜드 캘릭스(Calyx)의 휴대용 DAC 앰프를 연결하고, 젠하이저 HD600 헤드폰을 쓴다. “20만 원대 가격에 성능이 뛰 어나요. 더 고가의 장비도 있지만, 일반적인 음악 감상에는 충분하죠.” 전기공학도로서 그는 음질 논쟁에 대한 오해도 짚었다. “진공관 앰프나 아날로그 장 비를 무조건 좋다고 보는 건 미신일 수 있어요. 정보량이 많은 게 좋은 게 아니라, 불필요한 소리를 깎아내는 것도 중요한 청취 경험이죠.” 예를 들어 병원에서 들려오는 조용한 음악이 오히려 더 큰 위로가 되는 것처럼, 소리는 환경과 감정에 따라 다르게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음악 추천을 부탁하자 그는 망설임 없이 카운터 테너 ‘데이비드 대니얼스’를 언급했다.  “조용하고 섬세한 고음악을 들으면, 큰 무대 가 아니라도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어요.” 또 은둔형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흐테르’와 ‘파울 소콜로프’의 연주를 소개하며 “힘 있고 절제된 연주는 기자 생활 중에도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영상기자와 방송 동료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소리는 단순한 부속이 아니라, 기억의 핵심일 수 있습니다. 영상만이 아니라, 그 순간의 공기와 감정을 기록해 주 세요. 그리고 일할 때도, 쉴 때도 좋은 음악을 통해 감각을 넓혀가시길 바랍니다.”        신봉승/ KBS 본지 편집장 
    2025-06-30
  • 이재명 대통령과 요시다 시게루 일본 총리의 다른 행보
    이재명 대통령과 요시다 시게루 일본 총리의 다른 행보   한원상 - 한국영상기자협회 고문     ▲ 지난 6월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영상기자단을 방문해 영상카메라를 메고 촬영하는 모습  (사진 = 대통령실 출입영상기자 공동취재단 화면 캡쳐)                                                                                                ▲ 이재명 대통령 촬영 화면 (사진=대통령실 출입영상기자 공동취재단 화면 캡처)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 영상기자단 방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실 영상기자단을 방문해 인사를 하고 기자들을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영상카메라를 직접 어깨에 메고 영상기자와 강유정 대변인을 촬영하기도 했다. 그리고 영상기자단과 기념 촬영 후 구내식당으로 이동해 기자들과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언론들은 “이 대통령이 언론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행보가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일본 총리(제45, 48, 49, 50, 51대)와 재임 중 비교가 된다.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일본 제45, 48, 49, 50, 51대 총리 (사진= 나무위키)   요시다 일본 총리, “기자에게 물을 끼얹다”   1952년 9월, 요시다 시게루(吉田 茂) 일본 총리는 교토 연설회에 참석했다. 이날, 사진 기자의 집요한 사진 촬영에 격분한 요시다 총리가 사진 기자를 향해 “인간의 존엄성을 모르느냐”며 컵의 물을 끼얹은 일화는 유명 하다. 이후 만화, 영화, 소설에서도 요시다의 행보에 대해 조명했다.  기자는 요시다를 집요하게 취재한 이유가 있었다. 요시다는 1941년 아내 유키코(雪子)가 세상을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요시다는 기생 여성과 오이소(大磯) 자택(현재, 오이소죠야마공원<大磯城山公園>)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요시다는 전처인 유키코 아버지 마키노 노부아키(牧野伸顕, 외무대신 등 역임)의 눈치를 보느라 이 사실을 극 비리에 숨겼으나, 10일이 채 지나지 않아 사진 기자에게 발각돼 자택의 담 장 너머로 특종 사진이 찍혔다. 요시다는 이때의 수치심을 평생 간직하며 사진 기자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요시다는 동거녀의 관계가 공표된 덕분에 세간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고, 1944년에 그녀와 정식 재혼했다. 카메라를 싫어하던 요시다는 이후 (1954년 6월)에도 사진기자에게 지팡이를 휘두르는 등 사진 기자에 대한 악감정은 계속되었다.   그러던 요시다가 1958년 3월, 퇴임 후 3년여 만에 도쿄 아카사카의 한 호텔의 사진기자 간담회에 초대되었다. 사진을 싫어하기로 유명한 요시다는 이날 이례적으로 크게 웃었다. 이유는 카메라에 거부감이 있던 요시다가 행사장에 있는 사진기자들을 향해 거꾸로 촬영했다. 이날 요시다는 간담회에서 “사진기자에게 물을 뿌려 외 국에서도 유명해진 것은 여러분 덕분이다”며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물을 끼얹은 행보는 사망 후에도 화제    기자에게 물을 끼얹은 사건은 요시다가 사망 후에도 끊임없이 화제가 되었다.  1967년 10월 20일 요시다 총리 가 사망하고 일본 역사상 첫 국장(國 葬)이 거행되는 10월 31일, 아사히신문 조간에는 국장(國葬)을 그린 만화 (사자에 씨<サザエさん>)가 게재되었 다. 이 만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남편 마스오 씨가 국장의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행사장인 일본 무도관 근처의 전봇대에 올라가서 촬영하고 있었다. 일본식 복장에 베레모, 지팡이를 짚은 마치 요시다 총리처럼 생긴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그만해!”라고 물을 뿌렸다. 이 만화는 일본에서 인기 있는 가족 만화 ‘사자에 씨(サザエさん)’를 신문에 연재한 하세가와 마치코 (長谷 川町子) 작가가 카메라에 쫓기는 것을 싫어했던 요시다 씨가 사진기자를 향해 물을 끼얹었다는 일화를 바탕으로 묘사한 만화이다. 아사히신문은 2022년 9월 25일, 국장을 연구하는 역사학자 2명이 당시 만화에 등장하는 마스오의 행동을 주목했다. 이 만화의 결말에 “서민 안에도 요시다 씨는 있을까”라는 문장이 일본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사히는 “이 만화의 결말을 아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며 “하세가와 씨의 상상력이 대단하다”라고 평가했다. 만화가 게재된 것 은 요시다 전 총리의 국장이 치러지는 당일의 조간이었기 때문에 만화는 ‘예정된 원고’였다. 전후 일본의 국가 노선을 설계한 요시다는 이미 대중에게 정치적 평가가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수많은 사진 속에 ‘기자에게 물을 끼 얹은 사진’ 한 장이 영화, 만화, 소설, 언론 기사를 통해서 오늘날까지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치 지도자는 재임 중에 이미지 정치가 강하다. 그래서 국가 지도자는 현재의 평가보다 임기가 끝난 후에 진정한 평가를 받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카메라 앵글을 돌리며 눈으로 전체를 확인하듯이, 이 한 컷의 영상이 앞으로 국민에게 어떻게 평가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마음속에 국민이 있기를 기대한다.        ■ 필자 소개 - YTN 기자로 활동하면서 30여 년 간 일본군 성노예피해자, 강제동원피 해자 문제를 전문적으로 취재하고 각 종 기획보도와 다큐멘터리를 제작 해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를 다룬 다큐멘터리 ‘내 청춘을 돌려다오(Give me back my youth)’는 제55회 베를린영화제 국제 부문에 출품돼 상영되었다. 일본 히토츠바시대학대학원 사회학연구과(종합 사회과학전공)에서 ‘아시아태평양 전 쟁에 있어서 일본의 선전전’을 연구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제25대, 제26대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과 제1회 힌츠 페터국제보도상조직위원회 공동위원 장을 역임했다.  
    2025-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