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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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정책? 건강한 인식(認識)이 먼저
    부동산 정책? 건강한 인식(認識)이 먼저       ▲ 새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필자의 가족 <사진/김원>        결혼을 하고 5년째 되든 해, 어린 시절부터 살던 동네에 작은 집을 하나 마련하게 됐다. 1기 신도시라 연식도 오래됐고,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인 서울(in Seoul)의 아파트도 아니었다. 계약기간이 다 되어 갈 때쯤이면 매번 전·월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독촉과 영하의 날씨에 어린아이를 끌어안고 오르내리는 이삿짐을 바라보고 있는 가족의 모습이 더 보기 힘들어 내린 결정이었다. 삐걱대는 사다리 위를 힘겹게 올라온 냉장고가 새 집구석에 마지막으로 자리를 잡았다. 뽀얗게 먼지가 올라온 거실 바닥을 걸레로 닦아내며 미소를 짓던 아내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최근 연일 언론에 보도되며 전국을 뜨겁게 달구는 부동산 정책이, 1년 전 작은 보금자리에 처음 입주했던 그 날의 기억을 상기시켰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거래와 투기 목적의 다주택 보유를 뿌리 뽑겠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투기과열지구, 조정지역 확대부터 취득세 인상, 보유세 인상, 그리고 양도소득세율 인상까지 무려 22번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이 아직 화끈하게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값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고, 1 주택자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미치다 보니 정책의 방향 설정부터 잘못된 것이 아니냐 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도대체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 강력하고 세밀한 정책이 나올 때마다 여기저기서 신음이 터져 나온다. ‘징벌적 부동산세’, ‘소수만 을 위한 정책’ 등등 좋지 않은 수식어가 달리며 시달리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번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잡음은 항상 끊이질 않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드시 잡겠노라’ 큰소리로 장담했던 집값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춤을 췄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해당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매번 쥐었다 폈다 반복하는 정책 자체의 허술함보다, 부동산에 대한 우리의 그릇된 ‘인식’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처음부터 잘못 놓인 주춧돌 위에 화려한 정책을 제대로 세울 수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인 ‘공급 확대 정책과 투기수요 억제 정책’ 간의 우선순위를 놓고 벌어지는 갑론을박도 결국 ‘부동산에 대한 올바른 인식’ 위에 얹어져야 실효를 낼 수 있다.     ‘부동산’이란 ‘그것을 공정하게 소유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며, 합리적인 거래와 서비스를 도모하며, 양호한 정책의 실현으로 자 유와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아야 하는 실체(reality) 다.’라고 정의된다. 부동산은 사익(私益)을 위해 지역에 따라 부풀려지거나 불법적 투기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공적재화이다. 사람을 재단하는 척도 또한 될 수 없다. 하지만 티브이를 켜면 일부 연예인이나 사업가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널찍한 거실과 욕실로 자신의 부를 자랑하기도 하고, 이제 갓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아파트 평수에 관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한다. 모임에서 ‘마용성’, ‘동강성’, ‘김부검’이 누구 이름이냐 묻는다면 세상살이의 기본도 모르는 바보 취급을 당할지도 모른다. 정부가 어떤 수를 쓰더라도 ‘부동산은 불패’라는 굳은 신념은 부동산의 본질마저 기형적으로 변형시켜 버렸고, 그 썩은 뿌리는 한국 경제 깊숙이 박혔다.     “우리 아들, 아빠가 나중에 장가갈 때 집 한 채는 해줘야 할 텐 데......” 퇴근길에 얼큰하게 약주를 하고 돌아오신 아버지가 잠들기 전에 입버릇처럼 중얼거리던 말이다. 하지만 내가 결혼할 때까지도 아버지의 그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고 6년이 지난 지금도 죄책감에 미안해하신다. 대한민국의 부동산은 그런 존재다. 인생의 목표이자 꿈이고,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반드시 물려줘야 하는 재산이며 자존심이 되어버렸다.    좁고 낡은 집이지만, 세 식구가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우리 집’이 생긴 날. 그때 아내의 걸레질과 웃는 모습을 내가 아직 잊지 못하는 것은, 집이 가장 집다운, 그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기 때문이다. 집은 우리에게 그런 의미여야 한다. 부동산에 대한 건강하고 올바른 인식 위에, 모두가 저마다의 안락한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정부의 따뜻한 부동산 정책이 더해지길 기대해본다.     김 원 / MBN  
    2020-09-15
  • 전에 없던 새로움을 탐하다 ②
    전에 없던 새로움을 탐하다 ② 6개월간의 대장정 선거 방송을 준비하며     UHD 실사 촬영  이번에는 포맷용 실사 촬영을 UHD급 이상, 10bit 이상 영상으로 하기로 했다. 최종단에서 전체 영상 톤을 맞추기도 용이하고 HD 화면의 4배 사이즈이기 때문에 CG용 재가공 시에도 유용하다. 또 고화질의 CG 영상 배경이 HD급이면 전체 포맷 퀄러티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고퀄리티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UHD 촬영뿐만 아니라 후반 작업까지 병행해야 하는데 사내 DI 팀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어서 순조롭게 진행했다. 색 보정이 끝난 소스는 감탄이 나올 만큼 풍부한 색감을 가지고 있었다.    포맷용 영상 소스는 Black Magic의 Ursa Mini Pro 카메라의 b-raw 코덱을 이용해 제작했다. 간단한 색 보정은 다빈치 리졸브 프로그램으로 직접 보정했다.    각사의 사정이 다르겠지만 사실 보도영상에서 UHD 소스를 다루기가 쉽지는 않다. 고용량 데이터 처리 문제를 비롯해서 색 보정과 HD 컨버팅까지 분초를 다투는 보도 실무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은 갈수록 발전할 것이다. 해외 주요 언론도 기획성 보도물의 경우 고퀄러티 영상을 지향하고 있다. 유튜브가 난립하고 정보가 흘러넘치는 시대에 지상파가 내세울 강력한 무기는 고퀄리티 콘텐츠 제작 아닐까?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UHD 영상 소스에 대한 연구와 제작 경험은 꼭 필요하다.     FPV 드론 촬영                                        ▲ FPV 드론 조정모습                                      ▲ FPV 드론 스폿 중 국회지붕           First Person View 드론. 스포츠 드론에 시네마틱 영상 장치를 부착한 드론으로 VR 안경을 쓰고 촬영을 한다. 육안 비행보다 훨씬 근접 비행이 가능해 일반 드론보다 훨씬 더 역동적인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이번 선거 방송에서는 이 FPV를 이용해 전국 주요 명소 포맷을 촬영했다. 선거 방송 오프닝에서 이 결과물을 사용하기도 했다.    협회의 많은 동료, 선후배들이 MBC 사옥 외부에서부터 로비와 부조정실을 거쳐 스튜디오 안까지 원테이크로 이어지는 영상을 보고 많이 궁금해했다. 비밀을 밝히자면, 어느 정도 눈치는 챘겠지만 사실 그것은 (한 컷이 아닌) 3컷을 이어 붙인 영상이다.    FPV를 이용한 영상의 첫 컨셉은 전국의 주요 명소와 거기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역 특색에 맞게 촬영해 보자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충남이라면, 끝없이 펼쳐진 갯벌과 거기서 일하는 사람 들, 충주의 경우에는 택견, 부산은 영도 다리 고개, 대구는 쪽 염색, 수원은 궁수, 전남은 신안 염전 등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코로나 19로 대부분의 스케줄이 취소되고 일정은 뒤로 미뤄지기 일쑤였다. 결국 코로나 19로 인해 대구, 경북 지역은 대구 MBC와 안동 MBC 자체 보유 영상, 혹은 자체 촬영한 일반 드론 영상을 사용해야 했다. 세종시와 제주 역시 허가 등의 문제로 기존 영상을 재활용했다.    전에 보지 못한 역동성 있는 FPV 드론 영상은 제작 단계에서부터 호응이 좋았다. 특히 충주의 택견 영상은 일정상 촬영 현장에 외주 감독이 가서 현장 연출을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다이나믹한 영상이 촬영되어 업로드 즉시 선거 방송 스폿으로도 쓰였다. 국회의 지붕 위를 날아다니고 MBC 알센터를 통과하는 등 전에 없던 장면이 표현됐다.    다시 현업으로  6개월의 장기 프로젝트. 데일리 뉴스는 고도의 집중력과 순발력을 요구하지만, 방송이 나가고 나면 업무 부담감은 완전히 소멸된다. 하지만 선거 방송의 경우에는 매일 매일 사라지지 않는 부담감이 쌓여서 막바지에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꽤 힘들었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평소 꿈꿔왔던 모든 일을 원 없이 해 볼 수 있어 기회가 된다면 꼭 선거 방송에 참여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선거 방송의 명가 MBC. 사실 모든 방송사가 자사 선거 방송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MBC가 선거 방송에 대해 가지는 애착은 남다르다. 타사를 압도할 만한 엄청난 콘텐츠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MBC 전 구성원이 선거 방송을 준비하는 기간 만큼은 전사적으로 똘똘 뭉쳐 비상한 각오로 준비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택 2020’ 역시 지역사를 포함한 MBC 구성원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최선을 다했다. MBC가 저력을 가진 집단임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개인적으로는 식어 가는 열정에 다시 불을 붙이게 된 좋은 계기이기도 했다.    선거 방송이 끝난 후 운 좋게 영상 소스와 자료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지난 6개월간의 여러 가지 활동을 곱씹으며 선거 방송 사안을 넘어 나 스스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지상파 방송, 그리고 영상 기자 둘 모두의 위기가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다. 위기는 언제나 있었다. 결국 변화에 적응하는가, 가 관건이리라. 단순히 취재하고 편집하는 일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구보다 방송 전반적인 시스템을 가장 잘 이해하는 집단이 되어야 한다. 1인이 많은 걸 할 수 있는 직군을 목표 삼아야 한다. 결국 업무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으리라.     현기택 / MBC      
    2020-09-15
  • 우리만 모르는, 우리 안의 갑질은 없을까?
    우리만 모르는, 우리 안의 갑질은 없을까?                  ▲ 지난 6월 30일 울산 스타벅스, 매장 직원에게 폭언하는 갑질 손님        ▲ 지난 5월 19일 울산 울주군, 경비업무 중인 아파트 경비원           <사진/CCTV>         # 장면 1  손님 : 내가 분명히 아이스 라떼 하나, 따뜻한 라떼 하나! 내가 너한 테 X발 이라고 했니? ... 경찰 부르세요, 그러면... 아가씨가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 일 아니에요?    직원 : 고객님 죄송해요.    울산의 한 음료 매장에서 주문한 음료가 잘못 나왔다며 손님이 직원 멱살을 잡고 폭언하는 장면이다.    # 장면 2  입주민 : 아니 맨날 붙입니까, 한두 번도 아니고. ... 아 XX 진짜 죽여 버릴까... 못 배워 처먹어 가지고.    경비원 : ...     울산의 한 아파트 입주민이 불법 주차 스티커를 붙였다며 경비원에게 폭언하는 장면이다.    최근 두 개의 리포트를 편집하면서 이 대화를 반복해 들어야만 했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피해자들이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버지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이런저런 생각이 끝도 없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러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혹시 우리 기자들은 이러한 갑질 행태가 없을까? 인터넷 검색창에 ‘기자 갑질’, ‘언론 갑질’이라고 검색하니 여러 사례가 검색된다.     취재 중 ‘갑질’ 논란   툭하면 욕설에 폭행, 언론계 갑질주의보  ‘안하무인’ 기자 갑질에 부글거리는 지자체들    미국 뉴욕타임스는 ‘갑질(Gapjil)’이라는 단어를 한국어 표현 그대로 소개하며 지난 2014년 발생한 대한항공의 ‘땅콩 회황’ 사건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재벌이라고 불리는 한국 특유의 가족 대 물림에 대해 소개하고, 갑질이란 이들이 법 위에 있는 듯한 행동으로 중세 봉건사회 영주처럼 부하직원이나 하도급 업자 등을 다루는 행위를 뜻한다고 덧붙였다.    언젠가부터 ‘기레기’라는 단어가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또 길거리에서 시민들 붙잡고 인터뷰를 시도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변 화된 현실은 우리들 입장에서 조금 억울한 면이 없지 않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는 따끔한 기회로 삼는다면 결코 나쁘지만은 않으리라. 머릿속에 몇 가지 사례들이 떠올랐다. 공보 담당자에게 촬영 대상자 섭외부터 인터뷰 내용까지 세팅해 달라는, 단순히 취재 편의를 넘어서는 것을 요구하는 것, 그림을 만들기 위해 무심코 안전을 무시하는 행위, 무리한 연출 요구, 각종 워크숍이나 체육대회 명목으로 기업체로부터 경품 협찬을 받는 것, 후배 기자나 오디오맨 등에게 막말과 폭언을 일삼는 것까지. 그리고 극히 일부겠지만, 취재 중 대접받는 식사나 기념품 제공까지, 어쩌면 갑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이 시대가 바뀌면서 갑질로 지목되고 있다. 세상의 변화에 맞게 기자 사회 역시 변화해야 한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만큼 변화를 미룰 수는 없다. 우리 스스로 한 번쯤 자성하고 점검할 수 있길!       전상범 / 울산MBC          
    2020-09-15
  • 내부의 적은 “회장님”
    내부의 적은 “회장님”     ▲ 직원들이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KCTV제주방송 회장(표시) <사진/부수홍>         “우리 회사에 찬송 소리와 기도 소리가 나면 하나님께서 기뻐해 주시리라”     “지금 당신의 이익 10배 이상 줄게 할 수도 있습니다. 노동법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내부의 적 한 사람이 외부의 적 1,000명보다 무섭습니다. 우리 사우 여러분이 찾아주세요”     KCTV제주방송 회장이 전 직원을 모아놓고 전한 말이다. 사내에서 직원들에게 예배를 강요하고, 부서별로 한 번씩 찬송을 부르게 하는 등 비상식적인 일이 비일비재했다. 도민들에게 판매하는 디지털TV, 인터넷, 알뜰폰을 직원들에게 강매하는 등 회장은 노동법에 저촉되는 일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기쁨조, 노예 같았다는 직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연차를 쓰려면 행선지와 누구를 만나는 것까지 세세하게 기록하고 가야 했고, 아파서 휴가를 쓰려면 회사에 들러 의사가 아닌 부서장에게 검진을 받아야 했다고 한다. 남은 연차에 대한 보상도 없었다. 이러한 부조리에 왜 다들 가만히 참아야만 했을까?     직원 300명 가까이 되는 회사에 ‘노조’가 없다. 직원들은 과거에도 노조 설립을 추진했었지만 노조를 만들면 회사를 처분하겠다는 회장의 협박으로 무산된 적이 있었다고 말한다. 회장의 이러한 횡포에 직원들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회장을 제외한 경영진은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아들은 사장, 딸은 자회사의 대표로 등록되어 있었다. 회장의 배우자를 비롯한 사주 일가 주식이 93%. 어떠 한 견제장치도 없는, 한 마디로 ‘회장님의 왕국’이다.     취재 과정을 통해 자회사 대표로 등록 되어 있는 딸이 출근하는 모습을 아무도 본 적이 없다는 증언을 입수했다. 사내 비상연락망에도 회장의 딸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들은 연차도 못 가게 하고, 남은 연차수당도 지급하지 않으면서 출근도 하지 않는 딸에게는 수 백만 원의 월급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KBS제주의 탐사K 보도 이후 사측은 사내 예배와 찬송을 없애고 직원들의 연차 휴가를 보장하겠다며 개선을 약속했다. 상품 영업과 광고료를 받는 방송사로서 매출 하락과 이미지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 아닌, 고객보다 직원을 먼저 생각한 결정이었기를 바랄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비상식적인 갑질 횡포가 KCTV제주방송뿐만 아니라 수많은 언론사 오너 일가에서 비일비재 하다는 것이다. 사주가 보도에 개입하면서 중립보도, 공정보도가 무너지고 언론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오죽하면 방송보다 유튜브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겠는가?    탄환이론 시대는 지났다. 수많은 언론 매체와 SNS, 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가 생겨나는 1인 미디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신뢰도가 중요하다. 한순간의 시청률과 조회수보다 장기적으로 공정성과 중립성을 얼마나 잘 지키는가에 따라 신뢰도가 결정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동료, 회사에 대한 신뢰일 것이다.       부수홍 / KBS제주      
    2020-09-11
  • 태풍의 길목인 제주에서 제8호 태풍 ‘바비’
     태풍의 길목인 제주에서 제8호 태풍 ‘바비’     ▲ 제주시 연동에 신호등이 강풍에 꺽여 휘어진 모습        제8호 태풍 ‘바비’의 발생 소식에 제주도는 초 긴장상태에 돌입했다. 이번 태풍의 이동경로를 보니 제주도가 태풍의 위험반경인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었고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제주를 통과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경로로 북상했던 태풍들이 제주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기에 철저한 대비에 나섰다. 태풍은 강한 바람과 많은 양의 비를 동반하기에 현장 취재를 위한 장비 역시 잘 갖추어야 했다.     태풍이 제주도에 근접하면서 비바람은 거세졌다. 제주지역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36.4m를 나타냈는데 바람의 세기가 40m 이상이면 사람은 물론 큰 바위도 날려버리고, 달리는 차까지 뒤집어놓을 수 있다고 한다. 현장에 직접 나가 취재해보니 서있기조차 힘들었고 내리는 비가 세찬 바람에 날려 따가울 정도였다. 강풍과 많은 비를 동반해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제주를 통과한 태풍 바비의 위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거리에는 태풍이 할퀴고 간 흔적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부러진 가로수와 신호등이 강한 바람에 흔들리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공사자재들이 여기저기 흩날리고 있었다. 예보대로 강풍에 의한 피해가 대부분이었다.    제주 지역에서는 다행히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강풍으로 인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이번 태풍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은 제주 서쪽 지역에서는 한 양돈장의 지붕 일부가 날아가 앙상한 뼈대만 남기도 했다. 또 7층짜리 아파트 외벽이 뜯겨 나가 종잇장처럼 구겨져 도로에 널브러지고, 주택 2층 테라스를 둘러싸고 있던 유리창도 강풍의 위력을 견디지 못한 채 산산조각이 났다. 제주소방안전본부에 접수된 태풍 피해는 140여 건, 880여 가구에서 한때 정전피해가 발생했다. 항공편과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되면서 제주 섬은 고립되었다.    태풍이 제주에 영향을 주는 시점부터 KBS에서는 재난방송체제를 갖추었다. 그러나 제주 곳곳에서 발생한 태풍 피해 현장을 취재진이 전부 취재할 수 없는 여건이다. 취재진이 가지 못하는 태풍 피해 현장은 시청자의 소중한 제보를 통해 전달됐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제보 영상을 통해 제주 곳곳의 태풍 피 해 현장을 신속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또한 재난 CCTV 영상으로 실시간 상황을 공유함으로써 실시간 정보를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태풍 상황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앞으로 태풍 취재나 재난상황 발생 시 어떻게 취재하고 전달해야 되는지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번 제8호 태풍 ‘바비’의 현장 취재는 피해 예상지역에서 Live 중계를 담당하게 됐다. 태풍 진행 상황에 맞춰 실시간으로 변하는 모습을 그대로 전달했고, 피해를 입은 지역의 상황을 전달함으로써 현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태풍 취재에서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안전이다. 태풍은 강한 바람을 동반하기에 날리는 모든 것들이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취재현장에서 안전을 확보하고 취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번 취재 현장에서도 결박되어 있던 수레가 취재진의 등을 강타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에 다시 한번 취재현장의 위험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너무 무 리한 취재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긴 장마와 집중호우, 그리고 태풍까지 연이어 발생하면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는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현장에서 시청자들에게 신속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취재진의 역할은 안전한 취재를 위한 행동요령 숙지와 안전 점검일 것이다. 취재진의 안전이 확보되어야 현장 취재를 통해 많은 시청자들의 안전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성호 / KBS제주      
    2020-09-11
  • 긴장과 평화가 공존하는 곳 연평도
    긴장과 평화가 공존하는 곳 연평도     ▲ 연평도에서 북쪽을 주시하면서 취재하는 필자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섬  개성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되고 다음 날 선발대로 연평도에 들어갔다. 연평도는 서해 5도 섬 가운데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섬이다. 북방한계선(NLL)과는 1.5km 떨어져 있고 북한 장재도와는 7km 거리다. 10년 전 군인과 주민 등 4명이 숨진 포격 도발의 상흔이 남은 곳이라 긴장감이 극도로 큰 곳이다.   포문이 열리다  북한의 특이 동향을 포착하는 게 나의 롤이었다. 입도한 지 셋째 날 그동안 해무로 볼 수 없었던 북한 개머리 해안 지역의 포문이 망원렌즈로 포착됐다. 다음날 인근 대수압도에서도 포문이 개방된 것이 관측되었다. 지난 2018년 9·19 남북군사 합의로 해상 완충구역에서 남북 모두 포문을 폐쇄했다. 하지만 눈앞에 포문들은 열려 있었다. 동굴을 파고 안에 들여놓는 형태로 설치하는 북한 해안포는 습기 제거 차원에서 군사 합의 이후에도 포문을 열었다, 닫았다 한 적이 있다. 다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여러 개의 포문을 개방했다는 건 남북 간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의도가 다분히 엿보였다. 연평도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대피소와 함께 하는 주민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연평면사무소는 불안감을 덜어주려는 의도로 대피소를 취재진에 공개했다. 평소 문화 강좌들이 열리기도 해 대피소는 연평면 주민들에게 익숙한 공간이다. 코로나 19 여파로 대피소의 문을 닫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민들이 쉽게 들어갈 수 있 게) 번호키가 설치됐다.    연평도에는 8개의 대피소가 있다. 이들 대피소는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차례로 지어졌다. 취재진에 공개된 대피소는 주민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 강당과 취사 시설, 진료소, 비상 발전시설 등을 갖춰 장기간 동안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됐다. 언제든 북한의 타격이 가해지면 바로 대피소로 뛰어가기 위해 주민들은 평소에도 외출복을 입은 채 잠을 잔다고 한다. 주민 한 명 한 명 몸으로 기억하는 순간이 있어서다.   변한 건 없다  10년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없다. 연평도 부녀회장 김영애 씨는 어젯밤 천둥소리에 그때가 떠올라 깜짝 놀랐다고 했다.    “천둥소리도 폭탄 떨어지는 소리죠. 그 소리가 나면 자는 중에 깜짝 놀라 핏대가 올라요. 저만 그런 게 아니고 여러 사람들이(트라우마를) 겪고 있어요.”    긴 시간이 지났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2010년을 살고 있었다.    “걱정은 되는데 심하게 걱정하지는 않아요. 일상처럼 자꾸 받아들이고 있는 거죠.”     입도한 지 6일째 되는 날. 후발대와 교대하고 연평도를 떠나는 배에 올랐다. 며칠 지나지 않아 강화도 접경 지역에선 설치됐던 확성기가 철수됐다고 전해졌다. 연평도 주민들은 긴장감 속에서 일상을 살고 있다.         박세준 / KBS      
    2020-09-11
  • 관성을 경계할 때
    관성을 경계할 때     ▲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장례식장 취재진 풍경 <사진/권준용>          금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들어 밤사이 뉴스를 검색했다. 실종된 박원순 시장이 돌아왔는지, 혹은 어디에선가 시신이 발견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였다. 7월 10일 금요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 나는 검은색 계열 옷을 찾아 입고 서둘러 출근했다, 물론 취재를 위해서였다. 좁은 장례식장 입구부터 취재진과 중계진으로 가득했다. 박 전 시장의 사망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조문도 이어지고 있었다. 조문객을 상대로 취재하는 기자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조문객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뉴스 재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이번 성추행 피소 사건의 단서를 찾을 수도 있다.     유력 정치인, 유명인이 조문을 마치고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취재진이 달라붙었다. 쏟아지는 질문 세례. 그들 중 일부는 인터뷰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속수무책이었다. 기자들이 그 말을 곧 이듣는가? 무리를 이룬 일부 취재진은 병원 밖까지 쫓아가면서 질문했다. 타사와 취재 경쟁이 붙고 의도하지 않은 몸싸움도 일어났다. 쳐다보고 있기 힘든 장면이었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다. 이런 소란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취재진의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피해자를 지지한다.... 그 말 이외에 어떤 말을 기대한 걸까? 장례식장에서 시민들이 다 보는 가운데 조문객을 쫓아다니는 풍경은 볼썽사나웠다. 그런가 하면 언론에 크게 다뤄진 해프닝도 있었다. 이해찬 대표가 조문 왔을 때, 한 기자가 이번 사건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을 물은 것이다. 이 대표는 예의가 아니라며 발끈했고, 이 장면을 대부분의 언론사가 주요 뉴스로 다뤘다. 취재가 오히려 새로운 이슈를 만드는 모양새였다. 박 시장의 죽음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이다. 성추행 피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싶은 사람도 있는가 하면, 박 전 시장의 재임 기간 공을 기억하며 추모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것 이다. ‘빈소 취재’는 이 둘 모두와 무관해 보인다. 죽음의 공간에서 취재란 ‘최소한’으로 이뤄져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날 언론 보도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보도는 누가 왔는지, 안 왔는지, 무슨 말은 했는지 등이 주를 이뤘다. 소란스럽기만 할 뿐 정작 진상조사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서울시의 구조적인 문제는 없었는 지 등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다. 깊이가 없었다. 박 전 시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인권위원회가 직권 조사단을 구성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서울시의 방조 혐의 등이 철저하게 조사되어야 한다.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 입구에서 한 시민이 취재진을 향해 호통을 친 일이 있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구석에 있던 일부 취재진이 웃고 떠들던 것을 박 전 시장 지지자가 본 모양이었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이 머쓱해진 순간이었다. 스스로 그런 현장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인지, 반성도 했다. 관성을 경계해야 할 때다.         권준용 / KBS      
    2020-09-11
  • 원희룡 광복절 축사 논란... 현장취재 뒷이야기
    원희룡 광복절 축사 논란... 현장취재 뒷이야기       ▲ 지난 8월 15일일 제주 조천읍 조천체육관에서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렸다. 광복회 제주지부장이 대독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듣고 있는 원희룡 지사(사진 왼쪽), 이날 행사에 참석한 독립유공자의 후손이 원 지사의 발언에 항의하며 자리를 떠났다(사진 오른쪽). <사진/송혜성>          “먼저 경축 말씀에 앞서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 원희룡 도지사가 경축사를 위해 마이크 앞에 자리를 잡았고 나는 그의 발언을 녹취하기 위해 행사장 뒤 편 중앙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경사스러운 날”에 연사가 하는 전형적인 경축사의 첫마디가 아니었기에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지만 걸음을 멈췄다. 긴가민가했다. 이어지는 말을 들으니 준비된 경축사가 아닌 것이 확실했다. 원 지사의 상반신을 잡기에는 먼 거리였지만 곧장 그의 광복절 경축식 발언을 녹화하기 시작했다. 원 지사가 발언을 시작하고 2분 정도 지났을 때다. 항의의 목소리가 들렸다. “역사 앞에서 나라를 잃은 주권 없는 백성은 한없이 연약하기만 합니다”라고 말할 때였다. 참석자가 큰 소리 를 내자 행사 관계자와 가족들이 잠시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뒤 이어 여러 사람의 의견이 행사장에 퍼졌다. 원 지사의 발언에 항의하는 이야기 뒤에는 “맞잖아요!”라고 하며 지사의 발언을 옹호하는 말도 들려왔다. 참석자들 사이에 일어난 소동에 원 지사는 20초 정도 발언을 멈췄다. 이후 “바로 이 75주년 과거의 역사의 아픔을 우리가 서로 보듬고 현재의 갈등을 통합하고 미래를 위해서 새로운 활력을 내야 될 광복절이 되기를 진심으로 열망합니다”라고 말하며 축사를 마무리했다.    연단에서 내려오는 원 지사에게 참석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경축식에서의 비난성 돌발 발언과 고성이 오고 가는 소동, 그리고 신사적인 박수갈채라니... 혼란했다. 그래도 정신을 놓을 순 없었다. 왜냐하면 경축식 마지막 순서인 만세삼창에 제주지 역기관장들이 무대에 올라 만세를 선창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 과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두 기관장만 무대에 올라 만세 선창을 해서 원희룡 지사가 광복절 경축식에서 다시 마이크를 잡는 일은 없었다. 대신 원 지사의 앞선 발언의 영향인지 다른 두 기관장이 만세삼창 전 예정에 없던 발언을 했다. 행사가 마무리된 뒤 원 지사는 취재진이 본인에 근접해 촬영하는 중에도 덤덤하게 주변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그 날의 모든 취재를 끝내고 회사에 복귀한 시간은 오후 3시였다. 나는 당일 리포트 제작을 잠시 미루고 원희룡 지사의 발언을 디지털 기사에 첨부 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편집을 했다. 원 지사의 발언 전체를 영상으로 제공한 덕분에 포털에서 공감 수가 빠르게 올랐다. 광복절 행사가 마무리된 지 5시간 이상 흘렀고, 다른 매체들이 관련 기사도 많이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영상’이라는 말머리가 붙은 기사가 올라오자 사람들의 관심을 재차 끌게 된 것이다. 원 지사의 격양된 목소리와 표정,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항의에 잠시 입을 닫은 모습, 그리고 참석자들의 질타와 동조와 박수... 혼란했던 광복절 경축식의 현장이 5분 40초 영상에 담겨있다. 이날 취재의 아쉬운 점은 원 지사의 발언 앞부분 두 문장을 담지 못했다는 것이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다음엔 ‘확신’보다는 ‘감’으로 rec 을 누를 수 있도록 배포를 좀 키워놓아야겠다.       송혜성 / KBS제주       
    2020-09-11
  • 비극은 어디서 부터 시작됐을까? 철인 3종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비극은 어디서 부터 시작됐을까? 철인 3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     ▲ 고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가 제42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수상한 최우수선수상 트로피를 두고 기자에게 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최대웅>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짧고도 슬픈 스물 두 해를 보낸 최숙현 선수는 마지막 바람을 메시지로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최 선수의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4시간 가까이를 차로 달려 경북 칠곡에 도착했다. 자택에서 만난 아버지 최영희 씨의 눈가는 이미 벌겋게 젖어 있었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우리 앞에 주인 없는 메달과 상장 꾸러미를 내보였다. 모두 최숙현 선수의 피와 땀, 눈물이 서린 결과물이었다. 카메라를 설치하고 마이크를 채우는 동안에도 아버지는 딸이 그간 얼마나 열심히 운동했고, 그런 모습이 자랑스러웠는지를 담담하게 말했다.    “이렇게 갈 줄 알았더라면...”    깊은 한숨을 몇 차례 내쉰 아버지는 녹취록 이야기를 꺼냈다. 폭력의 실체는 상상 이상이었다.    “이빨 깨물어, 이리 와, 뒤로 돌아”    “나한테 두 번 맞았지? 넌 매일 맞아야 해”    모두 지난해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에서 최 선수가 녹음한 파일 속 ‘팀 닥터’가 한 말이다. 이따금씩 들리는 ‘퍽, 퍽, 퍽’소리는 듣는 사람마저 눈을 질끈 감게 만들 만큼 공포스러웠다.     ‘그 사람들’의 가혹행위는 33장 분량의 녹취록에 적나라하게 기록돼 있었다. 가족은 최 선수가 평소 감독과 팀 닥터, 선배의 폭력에 힘겨워하자 녹음을 권했다고 했다.     수많은 상장과 메달 사이에 최 선수가 썼다는 작은 다이어리가 눈에 띄었다. 아버지께 양해를 구하고 열어 본 일기장엔 새벽부터 늦은 오후까지 하루를 꽉 채운 훈련 내용이 빼곡했다. 2시간 넘게 수영· 사이클·마라톤을 이어하는 극한의 경기. 조금이라도 기록을 앞당긴 날엔 스스로를 다잡고 응원하는 문구도 몇 마디 적혀 있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길수록 괴로운 심경이 반복적으로 적혀 있었다.    ‘제발 숨 쉬게 해 줘.’    ‘그만하고 싶다.’     인터뷰를 마치며 아버지는 최 선수와 같은 바람을 우리에게 전했다.     “그 사람들 죄를 밝혀서 우리 딸 억울 함을 꼭 좀 풀어 주세요.”    팀 닥터의 행방을 찾고, 경주시청팀 추가 취재를 위해 대구, 경산을 며칠간 오 갔다. 하지만 관련자들은 만날 수 없었다. 어렵사리 접촉이 돼도 사전에 말을 맞춘 듯했다. 같은 팀이었던 일부 동료들조차 감독을 두둔하며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답을 피했다. 최 선수가 죄를 밝혀달라고 언급한 ‘그 사람들’의 실체는 다이어리 밖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경주시청팀을 거쳐간 선수들은 2013년부터 따져도 고작 27명. 전국 실업팀 선수를 다 세어 봐도 철인 3종 선수는 대한민국에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작고 공 고한 세계다. 며칠 전 최 선수 동료들의 국회 회견문이 머리에 맴돌았다.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다.”    “그것이 운동선수들의 세상이고 사회인 줄 알았다.”    관련 단체나 기관에서도 마찬가지로 카메라 앞에 나서지 않았고, 모두 책임을 피하려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용기를 낸 익명 제보, 종일 설득해 얻은 주변 선수들의 몇 마디 증언이 있을 뿐이었다.     지난 7월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스포츠 인권 전문가들이 모여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1년 반 전, 쇼트트랙 조재범 코치의 성폭력 사건 후 체육계의 문제점을 짚어본 바로 그 자리다. 체육계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숱하게 지적된 성적 제일주의, 절대복종해야만 하는 사제 관계, 선수의 미래를 담보로 진실을 덮으려는 폐쇄적 관행 등에 대해 반복적 성찰과 반성이다. 이제 아예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듯이 말이다. 메달과 성적이 아닌, 선수의 인권과 행복을 우선 추구하는 근본적 변화가 절실하다.       최대웅 / SBS        
    2020-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