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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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경영
  • [줌인] 아듀 2019, 웰컴 2020!!
    아듀 2019, 웰컴 2020!!      2019년 한 해가 저물고 2020 새해가 왔습니다. 우주 만물이 저마다 한 살을 더 먹었습니다.    여러분들의 2020, 우리의 새해 전망은 어떻습니까? 새해엔 우리 사회에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오래된 이야기지만 TV 뉴스는 한층 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위기 자체, 위기의 골은 향후 더 깊어질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당면한 위기의 진짜 본질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장에는 강력한 경쟁자들이 하루가 달리 계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1인 미디어가 거대 공룡을 압도하는 케이스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나고 더 증가할 것입니다. 우린(몸집 큰 공룡들) 패러다임이 바뀐 현시대의 강자가 아닙니다. 공룡은 몸집이 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데 취약하고 민첩성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과거엔 큰 몸집이 자랑이고 경쟁력이었지만 이젠 상황이 정반대로 흐르고 있습니다. 고루한 위계 조직, 인건비 과잉, 결정과 판단의 경직성, 연공서열 질서 등은 공룡의 멸종을 가속하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영상기자는 위기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어디 가서 폼 잡고 우쭐하고 명예롭던 시절은 옛말입니다. 구습과 악습에서 벗어나 조직을 혁신하고 개혁해야 하지만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니어 그룹은 옛 기억을 고수하며 사다리를 걷어찬 채 팔짱을 끼고 있고 주니어 그룹은 열정과 패기를 잃은 것처럼 보입니다.    시장은 이제 정보와 진실의 독점자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거대 미디어사가 축적해 온 경험과 커리어는 무용지물입니다. 뉴스는 다양한 통로와 채널에서 비판과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또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연구도 부재합니다. 여기에 하나 더. 반목과 갈등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우리 사무실에 잠재해 있습니다. 신구 간, 이념 간의 갈등, 과거사 갈등 등이요. 미래를 고민하고, 고통을 분담하고, 참여를 유도하며 대안을 찾는 리더십은 보이지 않습니다.    새해가 되면 막연히 장밋빛, 또 뭔가 새로운 기회가 도래할 것이란 기대가 샘솟던 시절이 과연 언제 한 번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동서고금의 진리,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겠습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 한 가지요. 어떤 미래도, 또 어떤 대안도 혼자 만들 수는 없다는 것. 내리막길(몰락)도, 오르막길(도약)도 공동체, 전체가 함께 만든 것일 뿐이라는 것.    오늘날 방송 뉴스가 맞이한 위기도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세대, 어느 한 회사의 실수 때문이 아닙니다. 지구가 빠르게 돌아가는 속도에 대비해 덩치 큰 공룡이 적절한 플랜을 고안하고 실행하지 못한 결과에 불과합니다. 그것은 공동의 책임입니다.    우리의 큰 덩치는 바꿀 수 없습니다. 우리가 1인 미디어가 될 수도 없습니다. 공룡의 생존법을 모색합시다. 유튜브나 페이스북의 세계, 뉴 플랫폼의 시대에 공룡이 생존하고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는지 머리를 굴려 봅시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지만 진실과 정의는 쉽게 찍어낼 수 있는 공산품이 아닙니다. 인간에게 쓸모 있는 정보, 가치 있는 논평은 시대를 막론하고 희소하고 귀합니다. 공을 들여야 하고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이 우리 일입니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기도 합니다.    공룡들이여, 힘을 냅시다. 지혜를 짜내면 공룡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존이 포인트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생존 자체가 우리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필요한가, 이 질문이 언제나 첫 번째여야 합니다. 우리가 필요한가? 왜 필요한가? 우리가 제공하는 논평, 해석, 정보가 정말 가치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충실할 때 생존 문제는 자연스레 답을 찾을 것입니다.    올 한 해 모든 영상기자 협회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새해, 모두 행복하시고 건강하십시오. 영상기자 사회 전체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김정은 / 편집장       
    2020-01-09
  • 해외 사례로 ‘검찰 포토라인’ 철폐 톺아보기
    해외 사례로 ‘검찰 포토라인’ 철폐 톺아보기        검찰 뉴스의 익숙한 공식이 깨지고 있다. 법무부 훈령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피의자 소환을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더 이상 포토라인에 선 피의자의 모습을 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얼마 전까지 당연한 듯 검찰 청사 입구에 포토라인을 만들고 영상취재를 해왔던 국내 언론으로서는 허전함을 느낄 법도 하다. 하지만 해외 뉴스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조사 중인 피의자의 모습이 전파를 타는 일은 거의 없었다. 미국 영국 일본 3개국의 수사기관 내 영상 취재 관행을 우리와 비교해 봄으로써 검찰 포토라인 철폐의 맥락을 짚어보고자 한다.    검찰 포토라인과 관련해 해외 사례를 분석해보면 포토라인은 고사하고 검찰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기사 자체도 찾아보기 쉽지 않은 걸 알 수 있다. 하루에 한 꼭지는 검찰의 수사상황을 중계하듯 기사로 내보내는 한국의 풍경과 다른 모습이다. 일본은 검찰 내부의 촬영을 불허하고 있으며, 미국과 영국의 경우 검찰 내부의 영상 취재는 제한적인 수준에서 허가되고 있다. 촬영 허가의 방법도 눈여겨 볼만 하다. 한국은 기자단에 가입된 언론사의 경우 검찰 경내에서 언제든 영상취재가 가능하다. 반면 미국과 영국의 경우 검찰 내 촬영이 필요할 경우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하며 담당하는 공보 직원의 연락처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피의자가 조사를 목적으로 출석하는 경우 우리나라와 미영일 4국 모두 비공개 소환을 원칙으로 한다. 각국의 비공개 소환원칙을 다룬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조사 과정의 피의자 노출이 재판을 앞두고 불필요한 선입견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검찰은 행정부의 조사기관일 뿐 법적 판단은 사법부의 재판을 통해 나오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피의 사실 자체가 노출될 경우 정식 재판 이전에 여론재판의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음을 경계하는 것이다. 우리도 공개소환을 금지했기 때문에 앞으로 피의자 소환 영상을 뉴스에서 보기 어려워졌다. 다만 언제든 검찰 주요 출입구에서 취재 대기를 할 수 있는 한국은 취재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    보도 시점도 비교국의 경우 검찰 조사 단계보다 법원이 무대인 기소 이후부터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피의사실과 수사 과정이 알려짐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피의자의 인격권 침해를 방지하고 무죄추정의 원칙과 죄형법정주의를 준수하고자 함이다. 피의자의 영상을 최초로 보도하는 것을 경쟁력으로 여기는 한국의 언론문화와는 차이가 있는 점이다. 여담이지만 외국 기자에게 검찰 포토라인을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검찰에 출석하는 피의자를 취재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법무부 훈령 이전의 검찰 포토라인을 이야기하면 파파라치를 연상하는 경우도 있어 입맛이 썼다.     한국       미국            일본           영국      공개소환 X X X X 검찰 경내 촬영 기자단 상시(내부X) 개별 허가 X 개별 허가 피의자 촬영 가능 제한적 X X 보도 시점 조사단계 기소 이후 기소 이후 기소 이후 ▲ 한미일영 4개국 검찰 내 영상취재 현황 비교    검찰 포토라인 완전히 없어지나?  검찰 포토라인을 되 살리자는 논리는 수사기관에 대한 견제와 법 앞의 평등의 관점으로 볼 수 있다. 포토라인이 수사기관에 수사과정을 언론이 지켜보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피의자의 반론을 말할 수 있는 언로 역할을 하며 이는 공정한 결과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또 재벌 총수 등 특권층도 예외 없이 포토라인에 세워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메시지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검찰 포토라인은 조사를 앞둔 피의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재판 이전에 피의자를 범인으로 낙인찍는 등 부작용도 많았다. 날카롭게 점멸하는 플래시와 취조하듯 질문하는 취재기자 사이로 줌인되는 피의자의 영상이 ‘피의자=범인’이라는 낙인을 찍어온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우진 / MBN        
    2020-01-09
  • 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사람은 한 치 앞일도 알 수가 없다. 불과 작년만 해도 나는 아직 학생이었다. 그러다가 영상기자라는 직업 명사는 불현듯 내게 왔다.    영상기자가 된 후 세 번째 봄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이에게는 저마다 인생 전환점이 있을 것이다. 영상기자가 된 것. 이것이 내겐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전환점이었다.    나는 평소 차분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ENG카메라를 드는 순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완전히 다른 인격이 깨어난다. 평소라면 쿨하게 지나갈 법한 상황인데 카메라 렌즈 앞 피사체를 향해서는 극도의 예민함이 튀어 나온다. 위험한 상황은 되도록 피하겠지만 유독 ENG카메라만 들면 두려움이라곤 없이 현장에 뛰어드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인데 현장에서는 굉장한 욕심쟁이처럼 군다.    직업적인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ENG카메라, 이 무거운 사물에 대한 경외를 빼놓을 수 없다. ENG는 얼마나 무거운가? 가볍고 가동성이 뛰어나고 화질도 훌륭한 최신 소형 카메라가 또 얼마나 많은가? 효율성이나 활용성 측면에서 사실 더 나은 옵션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ENG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는 상황을 내심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ENG카메라의 장점은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물론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다른 카메라를 사용하면 불편함을 크게 느낀다. ENG의 기능과 편의성은 가히 추종 불가다.    ‘아 ENG만 있었더라면...!’  ‘이래서 ENG를 쓰는구나!’  이렇게 ENG카메라의 위대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바닥에서 일하게 된 후 일기예보를 자주 확인하는 버릇도 생겼다. 이전에는 일기예보를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 신경 쓸 이유가 없으니까. 누군가 언제 비가 온다고 전해주면 그제야 우산을 챙기는 수준? 그러나 지금은 꼬박꼬박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긴장감을 가지고 말이다.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건조한지, 바람이 부는지 늘 예의주시 한다. 태풍과 같은 이상기후 때는 실시간으로 예상 경로를 확인하며 마음을 졸인다. 아, 이게 참 큰 변화구나!    그리고 네임슈퍼. 다 공감하시겠지만 네임슈퍼가 이렇게 큰 의미를 지닐 줄이야! 영상기자는 화면 뒤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동시에 이름 석 자로만 화면에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이전에는 뉴스에 네임슈퍼란 게 있는 줄도 몰랐다. 뉴스 갈무리에 조그맣게 잠시 스쳐 지나가는 네임슈퍼를 누가 관심 있게 지켜보랴. 이제 내게 네임슈퍼란 단지 단어가 아니라 의미와 책임이다. 고생이고 보람이다. 어떤 영상기자가 촬영했는지 네임슈퍼를 보며 확인하고 현장에서 고생했을 장면을 떠올린다.    또 하나. 지금은 아무 곳에서나 나도 모르게 구도를 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느 장소든, 생각이 돌아가면서 사물을 재해석, 재배치한다. 손에 카메라가 없어도 머리로는 촬영을 한다. 가끔은 나 자신이 카메라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이것들이 전부 영상기자로서의 삶이 내게 가져온 변화다. 사소하면서도 거대한 변화. 지금도 이 변화를 실감하며 매일 현장에 나간다. 현장에서 자랑스럽게 일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느낀다. 선후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오늘이 얼마나 행복한가, 절감한다. 나는 지금 변화 속을 걸어가며 성장하는 중이다.      구민혁 / KBS강릉방송국        
    2020-01-09
  • ‘단순실수’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단순실수’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영상 데스킹, 케케묵은 이야기      최근 몇 개월 동안 KBS뉴스는 보도 영상에 관한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서 큰 홍역을 치렀다. 지난 7월, 일본 불매운동을 소개하는 뉴스에 특정 정당 로고가 노출되는 방송사고가 있었고, 이후 10월에는 기상뉴스에서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는 사고가 있었다. 최근에는 독도 헬기 추락사고 관련하여 사고 헬기의 이륙 장면이 담긴 휴대폰 영상이 큰 논란을 빚었다. 모두 KBS뉴스 신뢰도를 크게 훼손시키는 사건이었다.     일련의 사건들은 회사 내부적으로 실무자의 단순 실수로 치부되고 끝났다. 올해 KBS-EBS에 대한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KBS 양승동 사장 역시 특정 정당 로고가 노출된 방송사고에 대해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고의성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고의성은 없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에게 제대로 된 영상 데스킹 시스템도 없었다.     영상 데스킹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제는 케케묵은 오래된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크게 발전하거나 개선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있다. 왜 이렇게 우리는 똑같은 질문을 오랫동안 반복하고 있는 것일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보도 영상을 담당하는 영상기자들이 스스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 측면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우선 영상을 출고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취재기자들은 초고의 작성부터 최종 데스크의 사인을 받기까지 시간대별로 그 흔적이 보도정보에 고스란히 남는다. 그리고 데스크의 최종 사인이 있어야 비로소 방송으로 출고할 수가 있다. 나름 체계화된 구조 속에서 책임을 명확히 하고 데스크와의 소통을 통해 기사의 오류를 수정하는 방식을 잘 구축해온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디지털화된 보도정보시스템 속에서도 그 어떤 형식적인 과정조차 만들지 못했다. 그나마 MAM이라는 미디어 관리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편집이 완료되고 나서야 방송 직전에 모자이크와 음성변조를 겨우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영상 데스킹은 뉴스영상 생산에 있어서 권한이 필요한 중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권한의 행사에는 적절한 사무처리 방식과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만 그 권한이 적절히 행사될 수 있고, 사후에라도 그 적절성을 점검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임의적으로 이뤄지는 영상 데스킹은 영상 데스크의 권한을 모호한 영역으로 밀어내 버리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소재를 가리는데 큰 어려움을 발생시킨다. 한편 또 다른 원인으로 촬영과 편집이라는 이원화된, 기능 중심의 낡은 조직구조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다. 물론 이원화된 조직 구조는 분명한 장점을 지닌다. 인력의 효율적인 운영, 관리, 업무 효율성 등이 그렇다. 그러나 워크플로우의 이원화는 책임을 분절시키고 모호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나의 리포트에 취재와 편집 책임이 서로 다른 데스크에게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임을 회피하기 좋은 구조인 것이다. 단순한 기능에만 매몰되기 쉬운 구조이기도 하다. 일관되고 책임 있는 영상 데스킹을 기대하기 사실상 어렵다.    최근 잇따른 KBS뉴스의 영상 사고들은 어쩌면 이러한 시스템의 부재와 조직구조의 한계에서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KBS가 밝힌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는 해명은 영상기자로서 매우 아쉬운 부분이 있다. 지나친 해석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소극적 해명이 일련의 사고들을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과실로만 축소하고, 그동안 우리가 갖고 있는 여러 구조적 한계들을 그저 단순한 문제로 취급하는 경향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KBS는 현재 취재 관행 개혁을 선포한 상태다. KBS 엄경철 통합뉴스룸 신임 국장은 출입처 폐지 등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에서조차 우리는 제외된 듯 보인다. 그렇다고 염려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발견하고 개선해 나가면 된다. 이제라도 우리의 현주소를 직시하고 새로운 변화와 대안을 모색하면 된다. 그렇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우리는 똑같은 ‘단순 실수’를 계속해서 반복하게 될 것이다.      최원석 / KBS      
    2020-01-08
  •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현장에 도착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경험, 누구에게 있을 것이다. 그럴 땐 현장에서 좀 떨어져 먼 곳에서 바라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도 비슷한 원리로 도움이 된다.    영상기자 8년차인 나는 익숙해진 취재와 편집을 잠시 멈췄다. 내가 해 오던 일과 거리를 좀 두고 멀리서, 혹은 부감으로 내일을 볼 기회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현재 디지털 뉴스제작부 크랩(K-LAB)팀에서 10~20대를 대상으로 디지털 뉴스 영상을 기획, 제작하고 있다. 디지털 부서로 간 정확한 동기는? 글세, 그건 나 자신도 뚜렷한 언어로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내 직종에서 일정한 한계를 절감하고 있었던 상황이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으리라. 레거시 미디어가 영향력을 잃고 온라인 뉴스 소비가 압도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대한 위기감 같은 것이 적지 않았다.    변화는 거세게 밀려왔지만 사무실 안의 인력과 장비는 오히려 줄고 있었다. 방송을 때우는 것(우리의 전통적 업무 영역인 취재와 제작)조차 버겁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무언가 도전하고 싶고 길을 개척하고 싶던 차였다.    여차저차 발령이 난 후 내 생활은 ‘자립’ 문제로 귀결됐다. 모든 것이 1인 해결 시스템이었다. 아이템을 찾아 발제하고, 섭외하고, 촬영하고, 제작까지. 느닷없이 디지털 부서에 발령 받은 늦깎이 신입. 기사 작성도 익숙하지 않아 처음엔 4~5줄을 적는 데에도 진땀을 뺐다.    가장 어려운 점은 관성을 깨는 것이었다. 뉴스 영상에서 금기시됐던 촬영기법이나 편집 효과도 필요에 따라 적절히 사용해야 했다. 뉴스의 전통적인 앵글이나 카메라 워킹도 깨부숴야 했다. 당연히 적응 속도는 더뎠다. 이미 몸은 전통의 뉴스 촬영, 편집에 익숙해져 있고 디지털 영상에서 쓰는 편집 기법과 컷 길이, 컷 사이즈 하나 등 전부가 눈에 거슬렸으니까. 과거에는 현장을 둘러보며 촬영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편집을 떠올려야 했면 후반 작업(모션그래픽/자막/BGM 등)이 많은 디지털뉴스 영상 콘텐츠는 촬영 전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촬영 콘셉트를 미리 잡는다. 이건 실로 큰 차이다.    가공하지 않은 영상 원본의 신성함을 예찬하던 DNA를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디지털 영상 콘텐츠는 관심을 끌지 못하면 클릭조차 없고 몰입이 안 되면 10초 만에도 재생 중인 영상을 꺼 버린다. 패러다임이 다른 시장이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적도 많았다. 하지만 디지털 시장에 진입한 이상 부서에 돌아갈 때까지는 여기에 충실하자, 전통 뉴스 철학은 잠시 잊자,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기존 언론사 아이템 이외에 다른 채널의 영상도 모니터링 하기 시작했다. 잘 나가는 디지털 영상 콘텐츠는 대부분 섬네일과 제목으로 관심을 끌어 클릭을 유도한 뒤 영상 앞부분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을 배치한다. 그리고 쉴 틈 없이 재미와 관심의 긴장을 유지시킨다. 방송 시청률과 달리 개별 영상에 대한 피드백을 디테일하게 볼 수 있다. 내 콘텐츠를 누가(성별/연령/지역) 얼마나 오래 봤는지(시청 지속시간), 어느 부분에서 영상을 껐는지 알 수 있다. 천 회를 못 넘기고 증발하는 콘텐츠가 있는가 하면 시청 지속시간과 댓글 등 반응이 좋아 심하다 싶을 만큼 과잉 노출되는 콘텐츠도 있다. 몇 시간만에 수십만 회를 넘기기도 한다. 이용자 반응 분석과 반영이 그만큼 중요하다.    내가 디지털뉴스부에 와서 좋댓공(좋아요,댓글,공유)에만 목메는 따봉충이 되어버린 걸까? 물론 그건 아니다. 다만 한 가지 깨달은 바는 있다. “사회문제에 대해 한 사람이라도 더 관심을 갖게 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직업 소명 중 하나가 아닐까?”    현실은 조회수 경쟁이 뉴스 가치를 압도한다. 방송 채널이 아무리 늘었다 해도 유튜브 채널 수와 비교할 수는 없다. 이곳은 가히 정글이다. 일반 개인 채널 이용자부터 전문가 미디어 기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채널이 존재한다.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도 부지기수다. 그만큼 품격 있고 절제된 영상 콘텐츠는 온라인에서 희귀하다. 바로 이 지점이 내게 블루오션이었다. 유익한 뉴스 영상 콘텐츠가 늘고 좋은 평가를 받고 디지털 영상 시장 내 자정작용이 일어나도록 작으나마 모종의 역할을 하는 것.    누구나 영상을 찍고 제작하는 시대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찍고 전달하는 데서 그쳐야 하는가? 이에 대한 고민이 크다. 미디어 환경은 변해 가는데 기존 방송 뉴스의 영상을 담당하는 우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나는 조금이나마 내 고향에서 떨어져 이 문제를 바라보고 고민해 볼 기회를 가진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10년 간 TV뉴스에서 영상취재 영상은 줄고, 이외의 영상은 늘었다. 제공 화면, CG 등 말이다. 경영 논리에 따라 기자 숫자는 계속 줄고, 커버해야 할 보도 프로그램은 늘었다.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멀티형 기자는 더 이상 미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일지도 모르겠다.    취재현장을 떠나서, 시청자로서 TV뉴스 화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가 있었던 현장, 현장의 분위기, 현장에 있는 동료 등이 생각난다. 늘 자신이 빛나기보단 남을 빛 내는데 익숙한 사람들. 그 역할은 가치가 있고 내가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득 현장이 그립다. 가치 있는 일, 내가 선택한 일을 더 나은 환경에서 할 수 있도록 뭘 더 개선할지 고민하고 있다. 나의 현장은 내 안에서 여전히 진행형이다.     유성주 / KBS 디지털뉴스제작      
    2020-01-08
  •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재원, 그리고 셀프케어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재원, 그리고 셀프케어     ▲ 필자가 지난 8월 27일 호주 멜버른 다트센터에서 방송기자연합회 연수 대상자 기자들에게 ‘트라우마를 경험한 지역사회 보도 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1979년 10월, 박정희 유신독재에 반대해 일어난 부마항쟁이 올해로 40주년이 되었다. 올해 초 이를 기념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수많은 고문의 피해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미 40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고문 피해자들은 여전히 당시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깊은 고통과 분노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었다. 오랜 시간도 트라우마를 온전히 치유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인터뷰용 조명을 보고도 취조받던 때 느낌이 떠오른다며 그들은 힘들어했다. 이렇듯 트라우마를 지닌 피해자들을 취재할 때 올바르게 접근하는 방법이 있는지 고민하던 중 방송기자연협회 주관 ‘저널리즘과 트라우마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난 8월, 나는 호주 멜버른에 있는 트라우마 전문 교육기관인 다트 센터로 날아갔다.   트라우마의 정의와 증상  일반적인 범주를 넘어서서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 예를 들면 전쟁, 강간, 성폭력, 강도, 재난, 재해, 유괴, 교통사고, 생명이 위험한 질병, 죽음의 목격, 어린 시절의 성적 학대와 같은 경험은 트라우마를 남긴다. 개인 특성과 성별, 나이, 자아감 손상 정도에 따라 트라우마의 영향은 다르게 나타난다. 심리적으로는 타인과 세상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가지는 기본적인 신뢰감의 손상, 자신이 바르게 행동하지 못한 것 같은 무능감, 절망감에서 비롯된 죄책감 등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면 외상 후 스테레스 장애 즉, 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로 진단될 수 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온 바로 그 명사다. PTSD는 남자의 경우 전쟁과 상처, 죽음과 같은 육체적 폭력으로부터, 여성들의 경우는 성폭력으로부터 많이 발생한다.    심리적 외상을 입게 되면 심장 박동의 증가, 불면증, 불안, 공포, 우울, 비관적 자세와 극심한 피로, 짜증, 우울 등의 증상과 재경험, 회피, 과다 각성의 현상을 보이게 된다. 사람들을 쉽게 믿지 못하고 의심하고 확인하는 등의 관계단절, 다른 사람들은 이해를 못 할 거라는 소통단절, 세상에 대한 분노와 불안정과 동요, 회피 등의 증상들도 나타난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취재원들에 대한 인터뷰 접근방식  커다란 카메라와 조명, 마이크 등 영상기자에게는 필수 취재 도구인 방송장비들은 일반인들에게 낯설고 부담스러운 대상일 수 있다. 특히나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경우 인터뷰만으로도 큰 부담을 느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낯선 방송장비까지 앞에 있다면 더더욱 위축될 수 있다. 이런 경우 인터뷰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두고 관계 형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미팅 전 인터뷰 대상이 겪은 사건에 대한 기사나 영상 자료를 살펴 사전에 정보를 얻자. 그리고 인터뷰 장소나 시간은 가능하면 취재원이 편한 시간과 원하는 장소에서 진행하고 허락하지 않는 경우에는 무리하게 집이나 피해경험 미성년자의 촬영을 요구하지 않는다.    둘째, 인터뷰에 앞서 장비는 멀리 두고 (티타임과 같은) 시간을 가지며 관계를 형성하고 인터뷰 절차(조명과 마이크 설치, 필요에 따라 가구도 움직일 수 있음)에 대해 설명해준다.    셋째, 편안한 상태에서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고 특정한 장소에 데려가야 할 경우 미리 계획을 말하고 누군가 동행하기를 원한다면 함께 데려간다. 그리고 인터뷰 중에는 시선 맞춤이 중요하다. 대화 도중 장비 확인과 같은 불필요한 행동을 삼가자.    넷째, 사용하지 말라는 부분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방송 후 의도와 달리 표현되어 사과할 부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리고 취재원이 배려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부드럽게 대화하도록 노력하고 힘들어하지 않는지 살피며 너무 힘들어할 경우 쉬었다 진행한다. 만약 눈물을 보인다면 감정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섯째, 이러한 과정으로 관계 형성이 되었다면 카메라의 크기나 조명의 개수 같은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가급적 밝고 오픈된 장소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고 화면 속 인물이 돋보이도록 하는 것이 좋다.    여섯째,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할 때 꼭 필요한 두 가지 질문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더 하고자 하는 말이 있는가?’ 그리고 절대 피해야 할 질문들은 “심정이 어떤가?”, “(가해자들을) 용서할 수 있는가?”, 당시의 상황을 떠올릴 수 있는 “소리, 냄새, 느낌이 어땠나?“, ”왜 그랬나?”, “왜 안 했나?”, “이해한다.” 등이다.    일곱 번째, 기사에 싣고 싶은 사진이나 영상이 있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인터뷰를 마친 뒤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켜 놓고 서둘러 떠나지 말고 “이제 뭐 할 건가요?”와 같이 계획을 묻고 만약 아무 계획이 없다면 집중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주는 것도 좋다.   대규모 재난, 재해 지역에서의 접근 방식  첫째, 현장 도착에 급급해하지 말고 진정된 상태로 현장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서 접근하고 상황을 살피며 움직이고 취재 도중 틈틈이 안전지대가 어디인지, 대피로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면서 진행한다.    둘째, 인터뷰를 위해서는 취재 전 소속과 신분을 밝히고 사전 허락을 구하고 무리한 취재를 하지 않는다. 취재원도 거절할 권리가 있으며 그들이 기자에게 적대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음을 인지하자. 그리고 취재 과정이 취재원의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셋째, 현장 상황 정보는 피해자가 아닌 제3자(경찰 소방관 의료진 등)에게 묻자.    넷째, 포토라인 설치나 POOL단 구성으로 현장에서의 과잉 경쟁과 혼란을 막고 재해 현장의 대표성을 가지거나 상황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인터뷰이 창구를 단일화하면 현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정부의 발표라도 의심하고 참사 현장을 직접 보고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자.   Traumatic(외상성) 이미지 관리  첫째, 영상 편집자들과 후반 작업 담당자들의 경우 현장에 있지 않더라도 화면을 통한 간접 경험과 반복, 지속적 시청으로 트라우마에 노출될 수 있다. 폭력적이며 끔찍하고, 혼란스러운 이미지들을 편집, 관리, 활용하는 것과 같이 이러한 이미지들을 자주 접함으로 인해 혐오, 불안, 무력감 등의 반응을 보일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는 집중의 어려움과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 형태로 표출되기도 한다.     둘째, 외상성 이미지를 취급하는 것은 마치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과 비슷하다. 시청 빈도의 반복은 전체 총량보다 문제가 될 수 있다.    셋째, 자료에는 정렬 및 태그 지정 등의 절차를 구성하는 방법으로 불필요한 확인 횟수를 줄이고 경고 없이 동료들에게 전달하지 말자.     넷째, 화면의 크기를 줄이거나 화면의 밝기 또는 해상도를 조절하는 방법과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보는 방법도 효과가 있고 사운드는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부분이니 가능하면 소리를 끄는 것이 좋다.   셀프 케어  첫째, 호흡 조절로 마음진정. 3초간 들이마시고 5초간 멈추고 8초간 천천히 코로부터 숨을 내뱉으면서 몸에 힘을 뺀다. 그리고 적당한 운동이나 명상, 좋아하는 음악 듣기, 글 쓰기, 몸 가볍게 두드리기, 마사지 받기, 다른 생각하기, 다른 일에 집중하기, 찬물 샤워 등 자신에게 효과적인 스트레스 관리 방법을 찾아 관리한다.    둘째, 언론인 자신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심적 외상을 입을 수 있는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끼리는 서로 챙겨야 한다. 데스크도 그들이 괜찮은지, 너무 힘들지 않은지 아이템 못지않게 그들의 감정 상태를 살펴야 한다.    재난, 재해 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피해자 혹은 유가족은 심리적 외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 취재 하는 데 있어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다. 이미 트라우마 상황으로 1차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잘못된 질문이나 그때의 기억을 부정적으로 떠올리게 할 수 있는 취재는 자칫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사건 직전부터 직후까지 만나는 언론인들이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피해자들의 사건 사고의 기억, 치유와 회복에 영향을 미친다. 기자는 현장에서 트라우마를 겪는 취재원의 트라우마를 키울 수도 있고 반대로 치유를 도울 수도 있다. 이 점을 명심하자. 공감과 지지를 받는 경험은 치유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는 실제의 사람들을 상대로 취재한다는 사실이다. 원거리나 간접적인 취재로도 슬픔을 얼마든지 전할 수 있다.     이성욱 / 부산MBC   
    2020-01-08
  • 1년차 지역총국 영상기자의 반성
    1년차 지역총국 영상기자의 반성       8시 50분. 커피 한 잔과 함께 회사에 들어서며 하루가 시작됩니다. 9시 10분. 취재 일정이 나옵니다. 하루에 리포트 하나 정도를 제작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보통은 오전 10시쯤 시작해 3시경이면 현장 취재는 끝납니다. 취재기자는 복귀 후 인터뷰에 쓸 부분을 발췌하고 영상을 돌려 보며 기사를 씁니다.    데스킹 후 오디오를 읽는 시간은 대개 6시에서 7시 사이. 오디오를 읽으면 편집하는 데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파일을 만들고 뉴스 영상 위에 상단도 직접 넣습니다. 테이프를 녹화하고 편집실에 갖다 주면 일과가 끝납니다.    1년 차 영상기자.  작년 이맘 때는 현직 기자의 길에 들어섰다는 것 만으로 설렜습니다. 내 시선으로 사람들이 세상을 본다는 것. 그게 가능하기나 한가? 무척 행복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 이후엔?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 혹은 한계 비슷한 것을 느끼게 됩니다. 다들 경험하셨겠죠? 남들 다 지나가는 사춘기 같은 게 좀 일찍 온 건가?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며 버텼습니다. 그런데 한계는 멈추지 않고 계속 밀려오더군요. 지역이라서 그런 건가? 아쉬움은 제거되기는커녕 점점 쌓여만 갔습니다.    환경 탓하기 딱 좋은 환경이긴 합니다 - 욕심인지 몰라도 손에 쥐고 있는 건 쉽게 잊게 되기도 합니다.    이미 주어진 작업 환경, 지원이나 도움 없이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하는 환경은 뒤집어보면 그만큼 보람이 크다는 말도 됩니다. 예를 들어 뉴스 스튜디오에서 앵커와 대담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죠. 직군 특성에 따라 내가 뻗어갈 수 있는 영역 또한 여전히 많을 것입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러더군요. 어떻게 열 가지가 다 좋을 수 있는가? 그런 인생은 없다.    ‘지역’에 근무하는 ‘영상기자’가 할 수 있는 건 아홉 가지나 있습니다. 남은 한 가지 때문에 부린 투정은 못난 내 마음이 만들어낸 것인지 모릅니다. 이 원고 작성을 계기로 다시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아홉 가지를 가진 자로서 더욱 분발하려 합니다. 협회 선배들께서 많이 도와주십시오!     박평안 / KBS대전방송총국       
    2020-01-08
  • 펭수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펭수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 자이언트 펭TV에 출연한 펭수    지난 10월 말, 우연히 EBS 프로그램 ‘자이언트 펭TV’에 출연했다. SBS 정복기라는 에피소드로 펭수가 스브스뉴스팀을 방문했을 때 (5초 정도?) 잠깐 출연 당한 것. 그 출연 후 주변 반응은 자못 놀라웠다. 대학 졸업 후에 한 번도 연락이 없던 선배에게 잘 봤다는 연락이 오고 어떤 후배는 신기하다며 내가 등장한 화면을 캡처해 보냈다. 단톡방 반응도 뜨거웠다. ‘자이언트 펭TV’보다 훨씬 재미있는 스브스뉴스 ‘문명특급’에 출연했을 때 반응과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게 내겐 놀라웠다. (참고로 나는 SBS 뉴미디어 플랫폼 스브스뉴스에 일하고 있다. 그러니 객관 따위는 바라지 마시길.)    30대 중반의 후배 취재기자는 펭수에게 받은 명함(물론 소품이다)을 선물로 주자, 가보(家寶)로 간직하겠다고 했다. 명함을 건네 받은 후배 눈에는 심지어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남극 출신, 나이는 10살, 뽀로로와 BTS를 보고 한국까지 헤엄쳐 와 스타를 꿈꾸는 EBS 연습생 펭수! 이 터무니없는 설정의 펭귄 인형을 어른들이 진심 좋아하고 있다. 특히 20~30대 여성들의 팬심은 놀라울 정도다. 어떻게 된 일일까?    펭수는 거침이 없다. EBS 연습생에 불과하지만 어딜 가도 일단 대빵부터 찾는다. 대빵을 만나고 나면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돈이 필요하면 아무 때나 EBS 사장 ‘김명중’의 이름을 부른다.  “맛있는 건 참치, 참치는 비싸, 비싸면 못 먹어, 못 먹을 땐 김명중.”  “구독자 이벤트는 김명중의 돈으로 선물을 주겠다.”  이런 식이다.    사실 펭수 입장에서는 실제로도 EBS 사장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이미 SBS, MBC 등 다른 방송국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몸값을 올릴 만큼 올렸으니. 어딜 가든 대빵을 만나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자신이 속한 회사 사장에게도 거침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억누름’과 ‘절제’가 일상이 된 직장인들에게 펭수의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이 점을 첫 번째 인기 비결로 꼽아야 하리라.    펭수는 스윗하고 젠틀하다. 커다란 몸뚱이에 짧은 팔(혹은 날개)과 다리. 팔다리의 움직임이 귀엽고 비음 섞인 목소리는 무심한 듯하면서도 다정하다. 요즘 말로 츤데레(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이르는 말)다. 2미터가 넘는 거구임에도 안고 싶고 또 안기고 싶다. 사장이든 담당 PD든 당당하게 할 말을 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늘 정중히 인사하고 여간해서는 반말을 안 한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지상파인 EBS에서도 방송되기 때문에 언어 사용에 있어 예를 갖춘다.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펭수는 편안하게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콘텐츠다. 귀여움과 젠틀함이 펭수의 두 번째 인기 비결이다.    펭수에게는 묘한 신비감이 있다. 일단 표정이 없다. 무표정한 사백안(눈을 크게 뜨면 흰자위 한가운데 검은 눈동자가 있는 것)의 눈은 도무지 생각을 읽을 수 없다. 오로지 몸짓과 목소리만으로 펭수의 상태를 짐작해야 한다 - 인형 안에 있는 사람은 (요즘 같은 겨울에는 좀 낫겠지만) 얼마나 고생일까? 너무 더워 땀범벅이 되는 상황에서 목소리만 아무렇지 않은 듯 연기하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어느 순간에는 진심이 표정에 드러나기 마련이지만 펭수의 얼굴은 한결같다. 인형 속 실제 인물이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걸음걸이, 날개 움직임, 앉고 일어서는 동작 모두가 늘 귀엽고 앙증맞다. 그런 인간은 없다. 완벽한 포커페이스! 그것이 펭수의 세 번째 인기 비결.    요즘 유튜브 스타는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일상 브이로그, 먹방, 게임, 뷰티 관련 콘텐츠가 1인 크리에이터 중심인데 반해, 유튜브 오리지널 예능 분야는 거대 방송국의 뉴미디어 플랫폼에서 만드는 콘텐츠가 인기가 많다. SBS 스브스뉴스의 ‘문명특급’, 모비딕의 ‘숏터뷰’, JTBC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워크맨’과 ‘와썹맨’, 그리고 EBS의 ‘펭수’ 등이 대표적이다. ‘펭수’, ‘문명특급’, ‘워크맨’과 같은 예능 컨셉의 콘텐츠는 기획, 촬영, 편집 등이 상대적으로 간소화되긴 했으나, 기존 방송국 시스템과 노하우를 십분 활용한다. 물론 완성도도 높다. 필자는 펭수 인기의 마지막 비결로, 개성 있는 펭수의 캐릭터를 온전히 살려주는 지상파 EBS의 안정적 제작 지원을 꼽겠다.    요즘 핫한 ‘펭수’의 인기 비결을 철저한 뇌피셜(‘뇌’와 ‘오피셜’의 합성어로, 자기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 사실이나 검증된 것 마냥 말하는 행위를 뜻한다.)로 분석해 보았다. 보스와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는 당당함, 귀여운 몸짓과 절제된 언어,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신비감, 그리고 안정적인 제작 지원 시스템. 여기에 하나 더. 기존의 방송국 시스템과 달리 펭수는 EBS만 고집하지 않는다. EBS 캐릭터임에도 SBS ‘스브스뉴스 문명특급’, ‘정글의 법칙’,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 등 다른 방송국의 문턱을 쉽게 넘나드는 과감한 행보. 이렇게 ‘경계를 넘나드는 캐릭터’가 펭수의 진짜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직장인과 자유인의 경계, 예의와 당당함의 경계, 인간과 펭귄 인형의 경계, 레거시와 유튜브의 경계, EBS와 다른 방송국과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더니 말이다. 바야흐로 경계를 넘나들 수록  콘텐츠의 경쟁력이 살아나는 시대가 열린걸까? 아니면 경계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가 열린 것인지도 모르고.     정상보 / SBS        
    2020-01-08
  • 일반인과 연예 나영석 PD와 김태호 PD의 전략
    일반인과 연예 나영석 PD와 김태호 PD의 전략     나영석  2018년 6월 18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 라이언스 세미나’. 나영석 PD는 거기서 외국인을 상대로 강연을 했다. 한국에서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이 어떻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는가? 이를 주제로 자기 생각을 풀었는데, 그는 ‘삼시세끼’ 시리즈의 시작을 이렇게 밝혔다.    “어느 날 나에게 10일간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뭘 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삼시세끼'를 통해 실제가 아닌 환상,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무위도식이라는)'환상'을 주고자 했다.”    이 프로그램은 강원도 산골에서 시작해 남해로, 이후엔 동남아와 유럽의 식당을 거치고 스페인의 하숙집으로 정착했다. 나영석 PD는 프로그램을 위해 인맥에 인맥을 활용했다. 이서진과 옥택연, 차승원과 유해진, 윤여정과 정유미, 염정아와 윤세아, 박소담 등이 그들이다. 이들이 밥을 해 먹고, 한식을 팔고, 여행자를 위한 호스텔을 운영했다. 그는 ‘환상’을 실제처럼 보여주기 위해 연예인의 아우라를 걷어냈다. 실제로 출연자들은 밥해 먹고, 끼니를 파는 것을 마치 내 집에서 하듯 보여주었다.    김태호  유재석은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의 장난처럼 시작한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음악 작업을 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레슬링을 가르쳐 줬던 밴드 ‘체리필터’의 드러머 손스타를 찾아가 억지로 배운 드럼으로 단독이자 콜라보레이션 콘서트를 했고, 트로트 ‘신동’으로 새 음원을 2곡이나 발표했다. 유재석에게 부(副) 캐릭터인 ‘유산슬’을 만들어준 김태호 PD는 마리오네트를 가지고 놀듯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유플래쉬’와 ‘뽕포유’라는 부제를 가진 이 프로젝트는 그가 음악에 몸을 맞춰가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보여주는데, 김태호 PD는 여기에서 장르의 극한으로 유재석을 끌고 간다. 드럼을 잠깐 배우게 하고, 배운 비트를 녹음해서 두 개의 곡으로 만들고, 콘서트도 연다. ‘유산슬’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음반 취입, 홍보, 지방 공연의 현장으로 잇따라 그를 활용한다. 코미디언의 정체성과 별개로 놀이에서 시작해 그에게 음악가의 옷을 입힌 것이다.   일반인과 연예인  나영석 PD는 프로그램의 환상을 위해 ‘일반인 되기’를 추구한다. 그의 전작인 ‘1박 2일’은 연예인들이 MT를 떠나는 것이고, ‘꽃보다 ○○’ 시리즈는 여행을, ‘삼시 세끼’ 시리즈는 밥해 먹고 잠자기, 밥해 먹이고 다독이기라는 컨셉트를 가지고 있다(‘알쓸신잡’ 과 ‘신서유기’는 예외적이다). 출연자들은 세트장이 위치한 마을 사람과 어울리도록 배치되고(농사와 장보기, 낚시 등) 환경과 위화감이 없도록 ‘자연스러움’을 최대한 연출한다. ‘신서유기’ 역시 MT 놀이에서 시작해 식당 미션으로 옮겨가고, 이 과정에서 일반인과 만남을 흥행 전략으로 삼는다.    폐쇄된 공간인 농가 주택이나 민박집에서는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포착하려 수십 대의 카메라로 포위하고, 이동 중 출연자 한두 명의 행동을 잡아내고자 스텝들이 주변을 감싸면서 환경과 분리시킨다. 기존의 예능이 추구하던 안전한 세트장에서의 공연과 촬영을 일상생활의 공간으로 가지고 나온 것이다.    김태호 PD의 경우 유재석을 비롯한 출연자들을 철저하게 예능인으로 활용한다. 그들이 웃고 떠드는 과정도 결국에는 예능적인 과제를 완수하기 위한 윤활유다. ‘유플래쉬’에서 유재석은 이적, 유희열과 낄낄거리다가도 이상순, 적재, 윤상, 폴킴, 다이나믹 듀오 등과 음원을 만들어낸다. 콘서트에서는 애초에 시작한 2개 곡 이외에 이승환, 하현우가 재가공한 신해철의 유작을 단독 공연을 통해 선보인다. 연예 산업의 주류로 재입성하려는 트로트 업계의 염원에 힘입어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인기도 많이 얻은 ‘뽕 포유’의 경우에는 장르에서 활동하지만 유명하지 않았던 작곡, 편곡, 세션, 홍보, 매니지먼트의 실력자들과 음악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프로젝트에서 보이는 유재석의 활동은 ‘무한도전’에서의 역할과 다를 바 없다. 6인이나 7인이 하던 여러 도전 과제를 유재석 혼자 해내는 것. 그렇다면 ‘무한도전’ 시기의 김태호 PD의 전략과 같은 것이라 보아야 할까? 상당히 비슷하다. ‘무한도전’에서 2년 마다 개최한 각종 콘서트나 추격전, 다양한 미션 수행을 다룬 에피소드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예능인이라는 것을 항상 강조해 왔다. 그 와중에 발생하는 일반인들과의 접촉은 ‘무한도전’ 촬영 중 이라는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대중들은 나영석과 김태호라는 이름을 보고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대강의 재미 포인트를 예상한다. 일반인이 된 연예인을 보거나, 딴따라의 길을 가는 예능인을 만나며 즐거움을 찾는다. 두 명의 PD는 이미 스스로 장르가 되었다. 이 장르의 경쟁-아마 두 사람은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연예 산업의 호사가나 인터넷 뉴스 매체 종사자들은 프로그램 이름만큼 그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경쟁을 부추기거나 한쪽을 편들고 있다. PD의 연봉이 화제에 오르고, 퇴사 여부가 포털사이트의 뉴스 면을 채우는 현상은 오래되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프로그램은 연예 산업을 이끌어가는 대세가 아니라 특이하게 솟아나 있는 일종의 봉우리로 보인다.     방종혁 / MBC        
    2020-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