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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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 민주주의 한국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직 민주주의 한국은 돌아오지 않았다       전 세계 내전을 연구해 온 정치학자 바바라 F. 월터는 트럼프 행정부 아래의 미국이 ‘제2의 내전’ 위험에 근접했다고 경고해 왔다. 그녀는 과거 남북전쟁과 같은 전면전이 불가피하다고 보진 않지만, 트럼프가 ‘민족 간 대결’을 부추겨 내전적 갈등을 자극한다고 우려한다. 월 터의 진단은 내전 발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두 가지 조건이 미국에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데 근거한다.   첫째, 미국이 민주주의 에서 독재로 또는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이행 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불안정한 정치 체제인 아노크러시(anocracy)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미국의 정치 체제 지수(polity index)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오늘날 아노크러시 권역에 진입했음을 지적한다. 이 불안정 한 체제에서는 공식 제도가 분쟁을 평화롭게 중재하기에 너무 약하고, 대규모 폭력은 억제 가능하나 국지적 충돌을 촉발하기 쉽다. 둘째, 정치적 정체성 집단 간 갈등을 조장 하는 정치 세력의 증가가 내전 위험을 증폭 시킨다. CIA 역시 내전 발생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국가 내부의 정체성 갈등을 꼽는다. 월터는 이미 미국 사회 곳곳에 분열적 정치 집단이 형성되어 있으며, 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보수‧극우 매체를 통해 극단적 서사를 확산하고 인적‧재정적 자원을 축적한 다고 경고한다. 월터는 미국이 내전을 겪을 것이라고 단정 하지 않지만, 현 체제가 지속된다면 아노크러시 상태가 심화되면서 의회, 행정, 사법, 언론 등 민주주의 제도가 형식적 균형만 되풀이하며 제 역할을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존 제도가 개혁을 주도하기보다 관습에 안주 할 때, 정치 세력들은 그 틈을 타 더욱 기승을 부린다.    아노크러시에 대한 위기는 미국만의 문제 가 아니다. 한국도 그 위기의 파장 안에 여전히 놓여 있다. 12·3 내란 사태 이후 6개월간 우리는 독재 복귀와 국권 후퇴의 공포 속에 살아왔다. 이는 아노크러시 상태에 대한 본능적 반응이었다. 6·3 대선으로 시민은 분열 과 불신의 위기를 투표로 종식시키고 새 정권을 수립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주의 한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하며 특별검사제 도입 등 제도 개혁에 나섰지만, 선언만으로 아노크러시를 극복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 회복은 ‘개혁 없는 청산’도, ‘청산 없는 개혁’도 아닌, 청산과 개혁의 동시적 이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 과정은 기존 세력의 긴장과 갈등을 다시 자극한다. 정치적 정체성의 갈등과 분열을 통해 세력화하려는 기회주의 정치 세력들은 여전히 그 틈에서 기 회를 엿보고 있다. 더욱이 한국의 의회, 행정, 사법. 언론에 대한 신뢰와 견제 및 균형 장치 가 신뢰도와 안정성이 취약한 상태인 지금, 청산과 개혁 과정은 매 순간 일촉즉발의 위기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    즉, 지금은 민주주의도 아노크라시도 아닌 “민주주의 위기(Demo crisis)”의 지속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민주주의 위기 체제에서 언론 보도 역시 이러한 불안정한 체제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예를 들면, 권력 비판과 관련한 보도가 그러해야 한다. 권력 비판은 언론의 가장 중요한 책무이지만, 그 정당성은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니라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맥락에 의해 판가름난다. 권위 주의 체제이든 민주주의 체제이든 상관없이, 언론은 권력이 행사되는 모든 순간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비판했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이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 비판의 정당성은 언제나 그 비판이 이뤄진 역사적, 사회적 맥락 위에서 결정된다. 자유와 정의라는 보편적 가치는 중요하지만, 그 가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되어야 할지는 각 사회의 과거 경험과 현재 조건에 따라 달라 진다. 좌고우면하는 것과 맥락적 성찰은 전혀 다르다.    따라서 언론은 단지 팩트만 나열하는 전통적 객관주의(Objectivism)를 넘어서 맥락적 객관성(Contextual Objectivity)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탈맥락화된 객관주의가 사건의 파편을 제시하고 책무의 완수를 선언 하는 반면, 맥락적 객관성은 그 사실들의 파편이 놓인 현재의 정치, 사회, 문화적 토대의 민주적 복원을 책무의 최종 단계에서 확인하고자 한다. 맥락적 객관성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출현해야 할 사건이 무엇이며, 그 사건이 야기할 현재의 위기 구조와의 관련성이 우선 고려된다. 또한 오늘날 정치 사회 전반에서 미디어 시민 참여가 확장되고 있다 는 현실을 반영해, 언론은 보도 후에도 시민을 공론장의 주체로 남겨 두는 메커니즘을 갖춰야 한다. 특히 권력 비판과 견제 과정에 시민의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광범위 하게 확장되고 있는 미디어 정치 사회 속에 언론의 맥락적 객관성은 객관주의를 대체해야 할 당연한 규범이 되어 갈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여전히 아노크러시의 위기 체제에 갇혀 있다. “민주주의가 돌아왔다”는 선언만으로 민주주의가 귀환하지 않듯이 언론 책무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행위 자체로 실행되었다고 할 수 없다.     채영길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2025-06-30
  • 수사받는 기자들을 위한 법적 조언, '수기법조' ② - 출석요구 시 대처 방안
    수사받는 기자들을 위한 법적 조언, '수기법조' ② - 출석요구 시 대처 방안 살다 보면 ‘나한테 이런 일이?’ 싶은 경우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수사기관에 출석, 조사받는 때를 포함해 형사 절차의 흐름을 따라 단계별 대처 방안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휴대폰이 울리며 낯선 번호가 뜬다. “OO 경찰서인데 잠시 다녀가시죠” 그 흔하다는 ‘보이스피싱’은 아닌지 의심해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만일 사기 전화가 아니라 면? 진짜 사건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이제부터는 정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수사기관으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은 당사자가 느끼는 감정은 당혹감 내지 불안감 일 것이다. 그래도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했다. 흔들리는 멘탈을 붙잡고,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 핵심은 이 상황을 결코 회피하지 않는 것이다. 불쾌하더라도 수사기관의 전화는 무조건 받아야 한다. 혹시라도 전화를 놓쳤으면 최대한 빨리 전화를 걸어 담당 수사관과 통화하는 것이 좋다. 전화 한 통 안 받았다고 해서 당장 큰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사에 비협조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고. 도주 내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불리한 상황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 수사관과 통화를 할 때는 최대한 공손하게 응하는 것이 좋다. 무조건 저자세를 취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당당하게 임하는 것은 좋으나, 흥분한 나머지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날 선 태도를 보여서 득 될 것이 전혀 없다. 수사관도 사람인지라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고운 법이다. 공손하게 응하면 상대 방도 신사적으로 나온다. 수사의 주도권이 상대에게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담당 수사관에게 최대한 좋은 인상을 심을 필요가 있다. 업무상, 개인적 사정 등으로 출석을 요구 한 일시에 도저히 출석이 어려울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일정 조율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현행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 준칙에 관한 규정’, 줄여서 ‘수사 준칙’ 에는 다음과 같은 규정이 있다. 제19조(출석요구)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에게 출석요구를 할 때에는 다 음 각 호의 사항을 유의해야 한다. 3. 출석요구를 할 때에는 피의자의 생업 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도록 하고, 피의자가 출석 일시의 연기를 요청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출 석 일시를 조정할 것 ②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에게 출석요구를 하려는 경우 피의자와 조사의 일시ㆍ장소에 관하여 협의해야 한다. 이 경우 변호인이 있는 경우에는 변호인과도 협의해야 한다. 실무는 규정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명백한 규정을 막무가내로 무시하기도 어렵다. 조율을 시도하고, 그래도 안 통하면 ‘불출석 사유서’를 작성해서 제출하 면 된다. 무단으로 정해진 일시에 불출석하면 체포영장 발부라든가, 긴급 체포와 같은 강제 수사로 전환할 빌미를 줄 수 있지만 정식으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출석할 날짜가 정해지면 그전까지 준비할 것들이 있다. 바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은 수사에도 전적으로 통한다. 수집할 핵심적인 정보로는 나의 수사상 신분과 사건 내용이다. 일단, 수사상 신분이라 함은 내가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는 정말 중요하다. 참고인이라면 범 죄 혐의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 다면 엄밀히 말해서 수사기관에 출석할 의 무도 없다. 그저 수사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참고인 신분이라고 너무 방심해서도 안 된다. 지금은 참고인 신분이나 경우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될 수도 있다. 다음으로, 내가 앞으로 무슨 혐의로 조사받 게 될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수사에 대비 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보낸 출석요구서에 기재되어 있긴 하지만, 너무 간단해서 큰 도움이 안 된다. 그런데 누군가의 고소·고발로 수사가 개시되었다면 제출된 고소(고발)장 을 미리 확보해서 살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고소(고발)장 확보는 수사기관에 열람 및 등사를 신청함으로써 할 수 있다. 역시 수사 준칙 제69조 제3항에 따르면, 피의자 는 필요한 사유를 소명하고 고소(고발)장의 열람 및 복사를 신청할 수 있다. 오늘의 수사·재판 관련 기본용어 해설   참고인 : 범죄 수사를 위해 수사기관 에서 조사 받는 사람 중 피의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 피해자, 목격자 등이 대표적인 참고인에 해당.  수사가 종료 되고 재판이 시작되면 참고인의 신분 은 ‘증인’으로 전환됨  양재규 변호사(언론중재위원회 조정본부장)
    2025-06-30
  • 다시 태어난 제주영상기자협회
    다시 태어난 제주영상기자협회   김승철 제주영상기자협회 회장   제주카메라기자회가 제주영상기자협회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제주카메라기자회는 지난 3월 7일 정기총회를 열어 본회의 명칭을 만장일치 의결로 제주영상기자협회로 바꿨습니다. 제주영상기자협회는 지난 2002년 5월에 제주카메라기자회로 창립했습니다. 초대 이광우(전 KBS제주 영상기자) 회장을 시작으로 제13대 회장까지 24년째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초창기 창립 회원사는 제주도 내 방송사 영상기자들과 신문사 사진기자들을 포함해 30여 명의 회원들이 모여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016년부터는 방송사 영상기자들과 사진기자들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회원사는 JIBS, KBS제주, KCTV제주방송, 제주MBC, YTN, 연합뉴스TV, JTBC, 채널A, 제주의소리 등 9개 언론사에 영상기자 36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0년 12월에 비영리 법인사업자로 등록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주영상기자협회는 4가지의 창립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공정보도를 통해 지역발전에 이바지한다. 둘째, 본회 회원은 언론정도를 지향한다. 셋째, 보도 등을 위한 상호정보를 공유한다. 넷째, 회원 상호 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권익옹호에 힘쓴다.   제주영상기자협회는 4가지 창립 목적을 바탕으로 제주영상기자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매해 보도영상전을 개최해 오고 있습니다. 보도영상전은 2002년 창립 때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비대면 온라인 전시회를 개최했습니다. 올해 2024 보도영상전도 2025년 1월 16일부터 21일까지 6일 동안 KBS제주 전시실에서 개최했습니다. 지금까지 제주영상기자협회에서 개최한 23번째 행사입니다. 지난 보도영상전에는 제주지역 영상기자들이 2024년 1년 동안 밤낮으로 현장을 누비며 촬영하고 제작한 영상물들을 전시했습니다. 전시된 영상물들은 제주영상기자들이 선정한 2024년 10대 뉴스와 2024년 올해의 뉴스를 메인으로 전시했습니다. 제주영상기자들은 2024년 올해의 뉴스로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파장〉을 선정했습니다. 분야별 콘텐츠로는 〈고령화 사회〉 〈죽음의 바다〉 〈우주를 꿈꾸다〉 〈환상 속의 섬〉 〈영상기록 제주 420〉과 제주 4·3을 다룬 특집 프로그램 〈더 루트 사라지는 기억〉 〈장난감의 비극〉 2편도 전시됐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준비한 2024년 힌츠페터 국제보도상과 제주교육 영상공모전 수상작들도 전시했습니다.   올해 전시회 개막식에는 제주도정무부지사, 제주도교육감, 제주도의회 의장, 제주도의원, 각 언론사 대표 등 제주 지역의 많은 기관장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습니다. 전시회 기간 나준영 전 한국영상기자협회장, 최복수 광주전남지부장, 대전세종충남 영상기자회 김훈 지부장, 한국영상기자상 심사위원들 등이 참석해 2024 보도영상전을 빛내주셨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제주영상기자협회에서는 영상기자들의 역량과 역할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학생들과 제주한라대학교 방송영상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송과 영상 관련된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강사진은 저희 협회 김승철 회장, 윤인수 부회장을 포함해 김용민, 현광훈, 고진현, 김승범, 고아람 영상기자가 강사로 나서고 있습니다.   또한 제주영상기자협회에서는 영상기자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지난 4월 26일에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함께 영상기자를 위한 AI 활용전략 전문연수를 진행합니다. 경희대학교 이희대 교수와 IMK 스튜디오 김민호 PD가 AI 시대에 영상기자가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강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올 하반기에는 제1호 제주영상저널 책자 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영상기자들은 현장으로 갑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현장에서 열정과 사명으로 역사를 기록합니다. 하루하루의 기록들이 1년이 되고, 100년이 됩니다. 삶의 진실을 향한 용기와 헌신들은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는 발판이 되고 있다고 믿습니다.   올해도 정의와 진실을 향한 여정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더 단단한 책임감으로 언론의 가치를 지켜 나가겠습니다.   전국에 있는 모든 영상기자들의 가정에 행복이 넘쳐나고 뜻하시는 모든 일들이 성취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04-28
  • 14017일,영상기자이기에 가능했던 “귀한” 순간들 - 전국 여성 영상기자들의 대모 이향진 M...
    14017일, 영상기자이기에 가능했던 “귀한” 순간들  - 전국 여성 영상기자들의 대모 이향진 MBC 국장 퇴임 인터뷰   MBC 이향진 국장이 2025년 3월 31일 정년퇴직을 맞았다.  1986년 11월 15일부터 2025년 3월 31일까지 38년 5개월 간(14017일) 재직한 이향진 국장의 소회를 통해  영상기자 발전과 여기자 성장의 역사를 동시에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인터뷰 : 조은경 기자)   Q. 국장님, 정년퇴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먼저 38년 5개월이라는 놀라운 재직기록을 달성하셨는데요,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대학4학년때 입사해서 무탈하게 정년을 맞이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1986년 입사해 영상기자로 경험할 수 있는 많은 것들(영상취재, 생방송뉴스팀 중계PD 등)을 경험했던 것도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Q. 여기자가 드문 시절에 기자가 되셨어요. 혹시 영상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으실까요? A. 대학시절 사진반 활동을 열심히 했고, 그것을 계기로 사진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MBC 신입사원 공고를 보고 영상기자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선배가 입사하셨을 당시 현장에서 여기자에 대한 인식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A. 여성 영상기자 1호 선배가 계셨지만 제가 입사했을때는 퇴사하신 상태라 제가 입사했을때는 홍일점이었죠. 취재현장 어디를 가도 눈에 띄어서“카메라 무겁지 않냐?”등 안쓰러운 표정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았죠. 여기자가 드문 시절이라 보도국이 있는 5층에는 여자 화장실도 없어서 다른 층 화장실을 이용하기도 했죠. 처음 입사해 수습기간과 신입시절에 야근할 때 숙직실이 없어서 사무실 책상과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기도 했죠. 선배들의 관심과 배려로 일을 배우는데는 많은 도움이 되었고, 현장에 가서도 주변의 관심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그 덕분에 더 열심히 취재할 수 있었죠.   Q. 실제로 일을 하시면서 입사를 준비하셨을 때 생각했던 부분과 달랐던 부분, 또는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 있으셨는지? A. ENG카메라의 무게가 익숙해질 때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죠. 지하철 공사장 등 여성출입이 터부시 되는 곳에서의 취재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설득해서 적당한 선에서 취재를 하기도 했죠. 아무래도 여기자가 거의 없는 곳에서 일하다보니 임신으로 야근과 업무 조정 등을 하는 문제 등은 처음이라 데스크들과 상의해서 해결했어요. 물론 날씨스케치, 남산외인아파트 폭파 등은 간간이 취재를 하기도 했어요. 요즘은 출산휴가도 3개월, 육아휴직도 있어서 예전보다는 좋아진 것 같아요.   Q.영상기자가 되기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은 언제셨을까요? A. 누구보다 먼저 뉴스를 현장에서 접한다는 것이죠. 문화, 과학, 경제, 정치,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영상취재와 시사매거진 2580 같은 긴호흡의 시사물 취재, 세월호사고, 박근혜대통령 탄핵과 문재인대통령 취임식까지 생방송뉴스팀의 중계PD로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냈습니다. 김현경 북한전문기자와 <여기자 북한방문기-평양 10박 11일>(2001년3월) 취재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MBC뉴스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과 이미지개선을 위해 2005년, 2006년, 2008년 <MBC시청자촬영대회>를 개최했던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대회 수상자들이 MBC, KBS에 영상기자가 되신 분들도 있고 종편 시민기자 등 영상분야로 전업하신 분들도 계셔서 뜻깊은 행사가 되었습니다. 영상기자이기에 가능했던 귀한 순간들을 경험했다는 것입니다.   Q. 그러면 실제로 영상기자가 된 후에, ‘영상기자가 되기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 취재 현장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문화와 스포츠 취재를 할때가 가장 좋았던 것 같습니다. 가장 오랜기간 취재를 했던 분야인데 심미안을 기르고, 영상적인 고민을 많이 해야하는 분야이기도 하고, 취재원들도 순수하고 좋은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취재하는 것도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Q. 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긴 시간을 겪으시면서 영상기자들의 취재 환경이나 업무 변화도 많이 체감하셨을 것 같아요. 국장님이 느끼신 가장 굵직한 변화는 무엇인가요? 또 영상기자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왔다고 보시는지요? A. 80년대만 해도 해외 출장을 가면 현지방송국에서 위성송출을 해야했는데 지금은 MNG나 인터넷으로 송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상기자들이 1인 3~4역을 해야해서 업무로드가 증가했죠. 지상파뿐 아니라 종편, 유튜버 등 매체가 늘어 현장이 훨씬 복잡해져서 자리경쟁, 속보경쟁이 더 치열해졌습니다. 요즘은 ENG카메라가 아니라도 누구나 휴대폰으로 영상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상에 익숙한 세대들이 영상기자가 되어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영상기자들은 더 높은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더 많이 노력해야 차별화된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이 어려운 점이기도 합니다.   Q.앞서 언급한 변화들 외에도 여성 후배들이 늘어난 것도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사람 수도 늘어나고, 이제 10년 넘은 여기자들도 회사에서 자리잡고 있죠. 대선배로서 이런 여기자 후배들의 성장을 보는 기분은 어떠실까요? A. 참 뿌듯한 일입니다.예전에 비해 여기자들의 수가 많이 늘어나고,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 출입처에서 자신의 몫을 당당히 해낸다는 것도 괄목할만한 성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자 후배들이 20명 이상되고 각자 방송사에서 제몫을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여기자 후배들이 더 늘어날거라고 봅니다. 남자기자들보다 현장에서 취재원들과 친화력있고, 섬세한 면에서 여기자들이 강점이 있기 때문에 더 좋은 뉴스영상을 제작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Q. 여기자에게 요구하는 모습들이 달라져서 과거와 같이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나 현장에서 처우 등이 개선되고, 출입처에 나가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선배는 여기자들의 롤모델이셨는데, 앞으로 여기자들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A. 예전에 비해서 여성영상기자들이 많아졌고, 자신의 강점을 현장에서 녹여낼수 있는 능력들이 있습니다. 입사초기부터 취재원, 취재기자, 오디오맨, 차량기사 등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자”는 생각으로 일을 하니 생각지 못했던 행운이 많이 따라준 것 같습니다. 영상기자가 현장에서 취재원이나 현장상황을 신속, 정확하게 판단하고 영상취재를 해야 좋은 뉴스가 됩니다. 호기심을 많이 가지고 질문을 많이 해야 핵심을 파악할 수 있죠. 10명의 영상기자가 현장에 있으면 다 다른 영상을 취재하고 담습니다. 뉴스가 만들어지고, 후속뉴스가 나갈때도 나의 영상이 유용한 영상이 될 수 있을지를 항상 염두에 둬야합니다. 그리고 나의 영상이 아카이브로 잘 남겨졌을 때 방송사의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그래서 취재할 때 캡션에 신경을 쓰고, 영상을 자료로 남길때도 정확하게 영상과 캡션을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좋아하는 일도 열정을 갖되 지치지 않아야 오래 지속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머리를 비우고 여유를 가져야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사고의 유연성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사고의 유연성은 업무와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한가지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38년의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이향진 국장은 평소의 바람대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며 기자 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근무의 마지막 날 열린 자그마한 축하 자리에는 MBC 동료들과 후배 여성 기자들, 협회 최연송 회장 등이 참석하여 꽃다발과 함께 그녀의 마지막 퇴근을 축하했다.
    2025-04-28
  • 수사받는 기자들을 위한 법적 조언
    수사받는 기자들을 위한 법적 조언 -  1.연재를 시작하며 - 수사와 멘탈 관리   수사받는 기자들을 법적 조언, 줄여서 ‘수기법조’ 연재를 시작합니다. 물론, 이 칼럼이 쓸모 있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나한테 이런 일이?’ 싶은 경우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수사기관에 출석, 조사받는 때를 포함해 형사절차의 흐름을 따라 단계별 대처방안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순서로 수사에 임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양재규-변호사/언론중재위원회 조정본부장 수사는 누가 받을까? 범죄자? 아니다. 뻔한 질문 같지만, 죄를 지었다고 의심받는 사람이 수사를 받는다. 죄를 안 지었어도 수사받을 수 있다. 이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 전, 어느 공공기관 소속 직원들이 대거 수사받는 사태가 발생했다. 발단은 시민단체의 고발이었다. 설령 나는 아무 잘못이 없어도 고발장이 접수되면 수사는 개시되게 되어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금방 끝날 것 같은 사건이라도 종결되기까지 제법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당사자가 체감하는 시간은 훨씬 길 것이다. 무엇보다, 언제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는 막막함과 그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무기력함으로 지치기 쉽다. 형사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은 긴장과 초조함의 연속일 것이다. 유죄판결보다 무서운 것이 멘탈이 무너지는 것이다. 기왕 수사받게 되었다면 멘탈부터 단단히 관리해야 한다. 첫째,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거짓말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으니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이다. 내가 한 일이니 내가 가장 잘 안다는 생각도 위험할 수 있다. 수사와 재판은 우리에게 익숙했던 일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모국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외국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수사관이 내 말을 믿어주리라 생각하는 것도 금물이다.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피의자(또는 피고인)는 무죄로 추정되지 않나? 맞는 말인데, 현실은 다르다. 수사관은 나의 결백을 밝혀줄 변호인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무죄추정이 아니라 유죄추정이 보다 현실에 가까울 것이다. 둘째, 진실은 말이 아닌, 증거의 문제다. 수사기관이나 법정에 오는 사람들은 누구나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러니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나의 말이 아닌, 증거를 본다.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증거 문제에 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물적 증거를 미리 확보해 두어야 한다. 특히 사람을 너무 믿으면 안 된다. 사람의 말은 계속 바뀐다. 내게 유리한 말을 해주던 증인이 앞으로도 동일한 태도를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정말 중요한 증인이라면 자필 확인서를 받아두거나 녹음을 해두는 것이 좋다. 입증 문제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특수한 사정이 있다. 바로 ‘취재원 보호’다. 핵심 취재원들은 대개 소송의 승패를 가를 증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런 취재원을 수사기관에 출석시키거나 재판에 소환하면 신원이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패소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취재원을 보호할 것인지, 아니면 취재원을 증인으로 세울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취재원을 증인으로 내세우지 않고도 나머지 증거만으로 충분한지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셋째, 수사에 임하기 전,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수사나 재판에서 일관성 있게 진술해야 한다. 일관성 있는 진술을 위해 사전 입장 정리가 중요하다. 임기응변식의 대응으로는 일관성 있게 진술하기 어렵다. 마치 잘 짜인 시나리오를 따라 연기하는 배우처럼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철저히 계산된 말과 행동을 해야 한다. 한편, 무죄 주장을 할 것인지, 유죄를 인정하고 형량을 낮추는 데에 집중할 것인지도 사전에 정리하는 것이 좋다. 유죄가 확실한 상황인데 무죄를 주장하면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이유로 오히려 형량만 높일 수 있다. 무조건적인 무죄 주장은 결코 지혜로운 대처방안이 아니다.   [오늘의 수사·재판 관련 기본용어 해설] 피의자: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심을 받아 수사의 대상이 된 사람 용의자: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심을 받는 사람이 여럿인 경우로 용의자 중 누군가를 수사의 대상으로 특정하게 되면 그 신분이 피의자로 전환됨 피고인: 수사 결과,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만한 사정이 확인되어 재판에 넘겨진 사람. 검찰의 기소로 피의자가 피고인 신분으로 전환됨 고소: 범죄 피해자가 가해자를 조사해줄 것을 수사기관에 정식으로 요청하는 제도 고발: 범죄 피해자가 아닌 제삼자가 가해자를 조사해 줄 것을 수사기관에 정식으로 요청하는 제도
    2025-04-28
  • 2025년 대통령 선거 보도, 책임있는 언론의 역할을 기대한다.
    2025년 대통령 선거 보도, 책임있는 언론의 역할을 기대한다.   채영길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헌법재판소가 전원 일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그날, 국민은 2024년 12.3 정변이 단순한 정치적 해프닝이 아니라 명백한 내란 기도였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우리는 123일간의 탄핵 정국이라는 지옥을 견뎌냈지만, 그것은 그저 한 국면의 종료였을 뿐이다. 우리는 이제 대통령 선거라는 더 큰 무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권 교체가 목적이 아니다. 일상의 정권 교체가 아닌, 헌정질서 회복과 민주주의 심화라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능해야 한다. 이러한 전환을 위해 언론은 지금까지 회피했던 질문을 정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과연 헌정질서를 파괴한 세력과 동일한 무대에서 정치 경합을 허용할 수 있는가? 우리는 그들이 내세운 '후보'의 경합을 중계하며, 선택이라는 이름의 부조리를 감내해야만 하는가?   방송 영상은 정치를 재구성하는 정치의 언어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방송 영상 보도의 책임이다. 영상은 단지 사실을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을 구성하고, 정당성을 부여하며, 의미를 확장하거나 삭제하는 가장 강력한 저널리즘 도구다. 내란을 조력하고 공조한 정치인들을 클로즈업하거나, 그들의 발언을 편집 없이 전달하고, 오히려 현장감 있는 톤으로 재현하는 뉴스 영상은 시청자에게 그 발언의 실질적 위험보다 발언자의 존재감을 강화시킨다. 영상은 사운드 바이트 하나로 맥락을 전복할 수 있고, 자막 하나로 발언의 폭력을 중립적 언어로 전환시킬 수 있다. 윤석열을 옹호하는 자들의 “계엄령은 계몽이었다”는 발언을 보도 영상에서 무비판적으로 내보내는 순간, 방송은 폭력의 언어를 정상의 언어로 세탁하는 매체가 된다. 탄핵 정국 동안 방송사들은 윤석열 측의 계엄령 논리를 요약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그대로 재현했고, 아스팔트 극우의 광기어린 구호와 폭력 장면을 교묘히 편집하여 마치 대립 구도가 당연한 것처럼 처리했다. 내란에 침묵한 정치인의 얼굴을 정중한 뉴스 인터뷰의 앵글로 담아낸 그 순간, 방송은 이미 단절이 아니라 재결합의 무대가 되어버렸다.   ‘중요한 정치인의 발언’, ‘양측 보도’, ‘국민의 알 권리’, 이 문장들은 저널리즘의 알리바이로 자주 호출된다. 그러나 그러한 알리바이 뒤에서 방송 영상은 극우세력의 정치적 권력을 정당화시킨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자막에서 “논란”이라 쓰는 순간, 극우세력의 ‘환호’와 ‘폭력’의 영상을 확산시키는 순간, 반헌정, 반민주는 우리의 정상적 모습이 되어 버린다. 민주주의 파괴가 단순한 하나의 의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위기의 주체에게 마이크를 제공하고, 정제된 조명과 앵글을 통해 그들을 다시 정치의 중심에 세워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방송 보도 영상은 단순한 중계가 아니라 정치적 재연이며, 시청자는 정상적으로 세탁된 극우세력을 마주할 이유가 없다.   방송 보도 영상의 언어   영상 기자들은 잘 알고 있다, 카메라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어떤 순간을 보여주고 어떤 구호를 배치하며, 어떤 음성을 제거하고 어떤 인물을 주목하는가에 대해 방송 영상은 매 순간 정치적 편집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 모든 장면은 역사적 판단의 대상이 된다. 계엄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앵글, 후속 질문 없는 인터뷰, ‘양측 의견’이라는 명목 아래 편집된 구도는 결코 저널리즘이 아니라 정치적 행위이다. 대선 후보로 호명된 자가 민주주의의 적이었다면, 방송은 그 호명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그 호명이 어떤 역사를 망각하게 만드는지를 영상 언어로 비판해야 한다. 방송은 다시 질문해야 한다. 이 장면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 인터뷰는 누구의 귀환을 연출하는가? 지금 우리는 저널리즘의 이름으로 반헌정 세력을 복권시키는 정치 드라마의 중계자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말이다.   이번 대선은 이전의 대선과는 전혀 다르다. 헌정질서의 회복과 민주주의의 복권을 위한 시민적 기록의 무대가 되어야 한다. 언론, 특히 방송 영상 저널리즘은 그 무대의 형식이 아니라 역사적 전환을 만들어 내는, 새로운 민주주의를 ‘출현’시키는 내용을 구성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정치적 정당성은 정당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방송은 그 민주주의의 출현을 위한 프레임과 언어를 책임져야 한다.    
    2025-04-28
  • 제38회 한국영상기자상 대상 주인공 ‘민주주의를 지킨 영상기자’ 48명
    제38회 한국영상기자상 대상 주인공 ‘민주주의를 지킨 영상기자’ 48명 협회, 지역뉴스탐사기획 등 7개 부문 시상… “뉴스 현장 한가운데서 ‘진실의 목격자’, '진실의 기록자'가 되어 준 모든 영상기자들께 감사”   2024년 대한민국의 영상보도를 대표하는 제38회 한국영상기자상 대상의 주인공은 ‘나’, ‘너’가 아닌 ‘우리’였다.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나준영)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영상기자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올해 대상은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발동부터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계엄군 퇴각까지 긴박했던 계엄 내란 사태를 취재한 14개 회원사 기자 48명에게 돌아갔다.   서태경 영상기자상 심사위원장은 계엄 선포 당일 현장의 영상기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유한 데 대해 “특종을 바라는 기자들의 욕심보다 급박한 순간에서도 국민들의 알권리를 지켜내기 위한 역사적인 판단이었다”면서 “‘민주주의를 지킨 영상기자들’에게 제38회 한국영상기자상을 수여함으로써 우리 영상기자들이 보여준 영상저널리즘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 행보를 기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뉴스 탐사기획보도 부문은 KBS 김경민‧정준희 기자의 ‘캄보디아 리딩방 현장취재 연속 보도’가 수상했다. 취재팀은 캄보디아 현지 취재를 통해 취업을 미끼로 한국인들을 끌어들여 불법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면서 국내 주식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거대 범죄 조직의 실태를 파헤쳤다.   지역뉴스 탐사기획보도 부문은 폐어구로 죽어가는 바다 생물들의 모습과 대안을 모색한 KBS 제주 고아람 기자의 ‘죽음의 바당 제주’에 돌아갔다.   개인의 삶의 루트를 따라 ‘제주4.3사건’의 역사를 풀어내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과 아름다운 영상으로 잘 만들어진 영상”이라는 찬사를 받은 JIBS 윤인수‧고승한 기자의 ‘더 루트 - 사라지는 기억’은 보도특집‧다큐 부문의 수상 주인공이 됐다.   새로운 시선 부문은 독도에서 살았던 3대 가족의 삶을 통해 독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짚은 MBC 손지윤‧허원철 기자의 ‘현장 36.5 - 독도 주민과 어민, 그 생활권 연속 보도’가 받았다.   인권‧노동 부문은 YTN 시철우 기자의 ‘YTN 탐사보고서 - 웰컴 투 코리아’가 수상했다. 시 기자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착취, 불법 현장을 보여주었다.   공로상은 힌츠페터국제보도상 발전에 기여한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 이재의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원, 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트로피를 디자인한 김운성‧김서경 작가가 수상했다. 또, 지난 2년 동안 협회 부회장을 맡아 협회 발전을 위해 힘쓴 KBS 이재섭‧SBS 양두원‧KBS강릉 김중용‧MBC 정인학 기자와 협회보 제작을 맡아온 MBC 현기택 편집장‧안경숙 기자, 각종 사업을 주관하며 협회 발전을 위해 애쓴 사무국 이경선 사무장‧안도현 간사와 이윤석 파나소닉코리아 상무에게도 공로상이 수여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축사 영상에서 “혼란스러운 계엄 상황 속에서 여러분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는 비상계엄의 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켜낼 수 있었다”면서 협회를 향해 “앞으로도 대한민국이 일구어온 민주화 경험과 언론자유의 역량을 세계와 공유하고, 그 경험을 다시 우리의 민주적 발전의 동력으로 만들어 나가는데 큰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나준영 회장은 비상계엄, 채 상병 사건, 22대 총선, 의료 공백, 대일 굴욕 외교, 제주항공기 참사 등 “2024년 한 해 동안 우리가 경험한 정치·사회적 혼란과 고통, 이에 영향받은 경제적 파장의 여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며 “지난 한 해 뉴스 현장의 한가운데서 ‘진실의 목격자’, '진실의 기록자'가 되어 준 모든 영상기자들께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 앞서 28대‧29대 영상기자협회장 이‧취임식이 진행됐다. 최연송 제29대 회장 당선자는 연임을 통해 4년 동안 협회 발전과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의 성공적인 안착을 이끌어낸 나준영 회장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최 당선자는 이어 “우리 영상기자들은 그 역할에 비해 이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한다”면서 “열심히, 묵묵히 일해서 성과를 내면 사회도 알아주겠지 하는 수동적인 자세를 벗어나 우리 스스로를 더 존중하고, 이 사회를 위해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더 널리 당당히 알리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최 당선자는 ▲영상기자 위상 제고를 위한 홍보 강화 ▲현장취재 지원 강화 ▲국내외 연수·교육 기회 확대 ▲지역 및 소규모 회원사 지원 강화 ▲다양한 수익 재원 발굴로 협회 재정 안정화 ▲대학생 직업설명회 ‘영상기자 드림 투어’ 개최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 부문 확대 개편 추진 ▲시니어 회원을 위한 ‘새로운 도약’ 프로그램 구축 등을 임기 내 역점 사업으로 제시한 바 있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2025-02-27
  • 취재진에 대한 폭력, 헌법이 보장한 언론자유 파괴 행위...  탄핵 선고 등 대형 정치 이벤트 앞...
    취재진에 대한 폭력, 헌법이 보장한 언론자유 파괴 행위 탄핵 선고 등 대형 정치 이벤트 앞두고 현장 취재진 안전 위협 ‘심각’ 윤석열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난동을 부리며 취재진을 조직적으로 폭행하고 취재 장비 등을 탈취한 것을 두고 “심각한 언론자유 위협”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피해를 입은 해당 방송사들도 법적 조치에 나서는 등 초유의 사태에 강하게 대응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되던 지난 18일, 일부 지지자들은 법원 앞에서 집회를 취재하던 MBC 기자와 오디오맨 등을 둘러싸고 지속적인 폭행과 폭언을 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새벽엔 지지자들의 행동이 더욱 극렬해졌다.  취재를 위해 법원에 온 기자와 취재 차량을 대상으로 폭력적으로 언론사 소속을 확인하고, 언론사를 가리지 않고 조직적으로 폭행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MBC 영상기자와 오디오맨은 집단 구타를 당했다. 조롱, 도발 넘어 부수고 빼앗고 때리고 MBC 영상기자 사회팀 데스크를 맡고 있는 현기택 기자는 “법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대고 서부지법으로 가려는데 한쪽에서 ‘MBC다!’ 하고 소리치더니 군중들이 몰려와 취재진을 둘러싸고 욕설과 폭행을 가했다”며 “메모리카드를 빼앗고 트라이포트, 배터리, 오디오맨의 휴대전화 등이 사라지고 송출 장비 라인도 부서졌다”고 밝혔다. 현 기자는 이어 “KBS <추적 60분> 팀의 도움을 받아 현장 영상을 확보해 보니 폭행 정도가 심각하고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일이라고 판단해 방송을 결정했다”면서 “회사 차원에서 법무팀의 지원을 받아 가해자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취재진 폭행에 가담한 주 가해자들은 현재 구속기소된 상태다. KBS・MBN 취재진도 시위대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MBN 취재진은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메모리 카드를 빼앗기고 집단 구타를 당해 얼굴, 손목, 발목 부상과 전치 3주의 상해 진단을 받았다. 또, 시위대 10여 명은 카메라를 들고 취재 중인 KBS 영상기자와 오디오맨을 수차례 집단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KBS의 카메라 등 촬영 장비가 일부 파손됐다. 후발대로 현장에 간 KBS의 기자는 “시위대가 현장의 취재진을 무차별 폭행한다는 얘기를 듣고 갔는데, 도착하자마자 MBC 영상기자와 오디오맨이 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말리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해 시위대의 일원인 척 하고 ‘폭행은 안 된다. 우리 이미지만 나빠진다’고 하면서 폭행을 말렸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이어 “흥분한 많은 사람들이 MBC ENG 카메라를 집어던지기도 하고 취재 장비와 메모리 카드를 뺏으려고 했다”며 “오디오맨은 시위대가 날린 주먹에 눈을 정통으로 맞아 많이 걱정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해당 방송사들은 즉각 강력 대응에 나섰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MBC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이번 사태를 “단순히 한 언론사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 헌법적 핵심 가치인 언론자유를 유린한 폭거”라고 규정하고 “반헌법·반국가세력에 대해 폭동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며, 취재진 보호와 MBC의 보도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도 향후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KBS와 MBN도 20일 “헌법상 기본권인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현장을 누비는 취재진을 폭행한 것은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자,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사법당국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폭행 가담자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강력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영상기자협회 등 9개 언론현업단체도 긴급 기자회견을 얼어 “대한민국 법치를 뒤흔든 폭도들에게 어설픈 관용이란 있을 수 없다”며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일체의 행위에 견결하게 맞서며 그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는 집회・시위 현장에서 취재진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권고안을 만들어 지난 22일 각 방송사와 회원들에게 고지했다. 권고안에는 ▲안전거리 유지와 유사시 현장 이탈 ▲취재진 보호할 추가 인력 배치 ▲집회·시위 참가자를 자극할 수 있는 취재·보도 지양 ▲취재진 안전을 우선한 취재 지시 및 폭력 상황 채증 위한 보조 촬영장비 부착 ▲언론 자유 억압하는 참가자들에 대한 흐림 처리 금지 ▲취재진 보호에 대한 경찰의 적극 협조 등 6개 사항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앞서 협회는 서부지법 난동 시위대의 모습을 각 방송사가 흐림처리해 보도하자 회원들에게 “시위 참가자는 초상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그들을) 블러(흐림)처리하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행위의 주체를 보호하거나 옹호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목격자 없는 폭동 만들기’ 나준영 회장은 “언론인을 폭행하고 장비를 빼앗아서라도 목격자를 없애겠다는 그들의 행위는 헌법이 규정한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 회장은 이어 “이런 행위가 헌재 선고, 조기 대선 등 이후에 이어질 현장에서 매번 나타날 경우 언론 자유를 넘어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크게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 영상기자는 “대통령 2차 체포 당일 관저 앞에 취재를 갔는데, 누군가 우리 회사 이름을 외치자 사람들이 몰려와 내 옷을 잡아끌고, 여러 명이 오디오맨을 잡아 끌어가기도 했다”면서 “헌재에 취재를 나갈 때도 카메라를 가져가지 못하고 휴대폰을 갖고 갔는데, 그만큼 취재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난 3일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에 ‘내란 극복을 위한 저널리즘 10원칙’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채 교수는 민주주의 수호가 저널리즘의 본질임을 상기할 때 반민주적 세력에게 카메라와 마이크를 제공하는 ‘기계적 중립’ 또는 ‘따옴표 저널리즘’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법과 민주주의 질서를 부정하는 인물이나 발언은 전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극우 세력이 유포하는 허위 정보를 ‘양측 의견’으로 보도해 ‘거짓 균형’을 맞출 게 아니라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히 거부하라고 제언했다. 채 교수는 “헌재 선고 이후 대선이 치러질 텐데, 경마식 보도는 극우적 행위와 메시지도 다른 후보와 동등한 차원에서 다루게 된다”며 “사회적으로 수용돼선 안되는 메시지나 세력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과정이 될 수 있고, 실제로 유럽 극우 정당이 제도권으로 들어온 방식인 만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현직에 있는 기자들과 시민사회, 학계가 머리를 맞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상기자들을 향해서도 “영상은 굉장히 강한 메시지를 주는 힘이 있는 만큼 민주주의에 부정적이고 반사회적인 집단의 입장이 광범위하게 공유되어 (그 집단이) 세력화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부지법 침탈 사건처럼 민주주의의 제도를 흔드는 폭력에 대해 영상을 반복해 보여주기보다는 최소한의 보도로 덜 중요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 교수는 “이번에 서부지법 침탈자의 초상권은 보호해야 할 대상자들이 아니므로 흐림 처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처럼 영상기자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며 “추상적 수준에서 ‘객관적・기계적 중립을 거부한다’가 아니라 민주주의 입장에서 어떤 영상과 오디오를 편집・가공할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2025-02-27
  • 2024년의 힌츠페터, 우리들의 뜨거운 기록
    2024년의 힌츠페터, 우리들의 뜨거운 기록 동료 기자 여러분, 우리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일반 시민들이 쉽게 가볼 수 없는 곳을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 왔습니다. 한 해 두 해 경력이 쌓이면서 당연 하다는 듯이 청와대, 국회, 정부청사, 법원 등을 출입했습니다. 불법계엄사태를 겪으며 내가 지금 왜 이곳에 발붙이고 서 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 냉혹하게 추운 겨울 밤, 시민 분들이 기자들보다 먼저 국회 앞에 모여 장갑차를 막고 계엄군과 싸우며 우리를 국회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시커먼 헬기들이 국회 하늘 위로 날아오는 모습을 각 종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국회 밖에서 고군분투하는 국민들을 위해 우리들이 할 일은 국회 내부의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알려드리는 것 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일반시민들에겐 자유롭지 않은 장소를 출입하는 이유였습니다. 계엄군에 둘러싸인 국회의 모습을 보면서 출입증의 무게감을 느꼈습니다. 익숙함을 당연함으로 여기고 어깨에 힘주었던 지난날들의 제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동료애를 느꼈습니다. 마치 미리 훈련이라도 한 듯 그 혼란 속에서도 서로의 눈빛을 읽고 필요한 포지션을 찾아 역사적인 취재를 해냈습니다. 우리는 원팀이었고, 하나의 팀이어야만 했습니다. 사명감에 힘든 줄도 모르고 카메라를 들고 밤새 뛰어다니던 영상기자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2024년의 힌츠페터(들) 이었습니다. 우리는 곧 또 다른 역사의 큰 변곡점 앞에 서게 됩니다. 취재를 하면서 늘 ‘원 팀’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때론 치열한 경쟁도 하게 되겠죠. 어깨는 부딪히겠지만 존중하고 존경하는 마음 항상 간직하겠습니다. 글을 마치며, 힌츠페터는 1980년 5월의 광주취재를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슬픈데도 촬영을 하는 자신을 혐오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슬픔과 참담함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뒤로하고 계속 찍을 수밖에 없었다. 슬퍼하기만 했다면 자료를 많이 모으지 못했을 것이다.’ 2024년 12월 3일 우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민주주의가 무너져 가는 모습에 슬픔과 분노에 휩싸였지만 그 감정들을 억누르며 계속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이 영상기자의 사회적 사명이고 국민들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영상기자 여러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JTBC 김영묵 기자  (제 120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뉴스특종단독보도부문 / 제 38회 한국영상기자상 대상 수상)
    2025-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