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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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홍콩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홍콩     ▲ 홍콩거리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현장을 취재하는 SBS 박현철 영상기자<사진 왼쪽>.      어린 시절 성룡의 ‘쿵후’ 영화로 시작되었던 홍콩에 대한 동경은 십 대에는 장국영과 주윤발, 이십 대에는 크리스토퍼 도일과 왕가위 감독의 영화로 나의 가슴을 더욱 설레게 했다. 대학생이던 1997년 여권을 처음 만들면서 제일 가보고 싶은 나라가 홍콩이었을 정도로 홍콩에 대한 갈망과 기대는 컸다. 영상기자로 근무한 19년 동안 여느 보통사람보다 훨씬 많은 50여 개의 국가에 출장과 여행을 다녀왔지만 젊은 시절의 기대와는 달리 홍콩을 가본 적이 없었다. 결국 사십 대 중반이 되어서야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취재로 가게 되었다.    어느 홍콩영화의 대사처럼 "1997년 이후에는 어디로 간다는 말이냐?" 홍콩 사람들에게 있어 홍콩의 중국 반환 후 미래에 대한 불안은 그들 영화의 주된 소재였다. 하지만 지금 그들에게는 '일국양제'가 종료되는 2047년을 불안해하며 [홍콩 광복! 시대정신!]을 외치기 시작했다.    홍콩의 정체성  중국은 진시황의 춘추전국시대 통일 이후 문자와 도량형을 통일하려고 노력해왔다. 중국인들조차 다민족 국가로 결성된 중국의 언어를 통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통신과 인터넷이 발달된 현대에 이르러서 중국의 많은 언어들이 쇠퇴해가고 북경어는 날이 갈수록 그 위세를 확장하고 있다. 홍콩에서 사용되는 광둥어는 중국어의 하나이기는 하나 북경어와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언어학적으로는 다른 언어로 본다고 한다.    우리에게 '주윤발'로 알려진 영화배우의 이름은 북경어로는 '저우룬파'이다. 기자들이 쓰는 기사에도 외래어 표기법에 의해 '저우룬파'로 쓰고 있지만 사실 그의 이름은 그의 언어인 광둥어로 '짜우연 팟'(Chow Yun-Fat)이다.    이처럼 중국에 반환 이후 홍콩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이름조차 자신의 언어인 광둥어가 아닌 북경어로 불리는 일이 생겼다. 홍콩 반환 이후 광둥어를 쓰는 홍콩인들은 학교에서 북경어를 교육받아야 하고, 대륙에서 북경어를 쓰는 수많은 본토인들이 ‘성항기병 省港旗兵’처럼 이주해왔다.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던 99년이라는 시간 동안 영국의 서구문화를 교육받고 영국인이 되기를 원했던 홍콩인들은 이제 중국인이 되기를 강요받고 있다.    ‘일국양제 一國兩制' 불안한 동거  일국양제란 하나의 국가에 두 개의 제도가 양립하는 것으로 영국과 중국 사이 홍콩 반환의 기본원칙이다. “홍콩특별행정구는 사회주의 제도와 정책을 시행하지 아니하며, 원래의 자본주의 제도와 생활방식을 유지하고 50년간 변동하지 아니한다”는 전제하에 사회주의인 중국이 자본주의인 홍콩을 흡수해가는 방식이다. 홍콩, 마카오의 식민지 반환과 더불어 최종적으로 대만까지 흡수하는 방식이다.    지금의 홍콩은 중국의 "일국양제"의 시험대상이 되었다.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본토에서 유입된 본토 출신의 근로자와 친중 보수층은 이미 커다란 세력이 되었다. 게다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의 동남아 화교들도 상당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중국을 지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홍콩 사람들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른다. 또한 '일국양제'는 결국 대만을 흡수 통일하기 위한 방법인데, 홍콩에 인민해방군이라도 진입시켜, 강제로 진압을 한다면, 결국 중국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대만을 흡수 통일하는 것은 더욱 멀어질 수 도 있다는 국제사회의 예상도 있다.    지난 8월 취재차 도착한 홍콩의 거리는 이미 [광복홍콩! 시대정신!]을 외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대는 홍콩 경찰청 앞을 봉쇄하고 저항의 의미로 레이저 광선으로 발사하는 등 홍콩섬의 주요 도로를 점거하고 있었으며, 홍콩 경찰은 이를 막기 위해 최루탄과 살수차를 동원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진압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치고, 불을 지르고는 등 시위가 격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9월 4일 캐리 람 행정장관의 반송 법 철회 선언에도 불구하고 전면적인 민주화 요구와 긴급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홍콩의 시위는 잦아질 줄 모르고 있다. 최근에는 마스크 등의 복면을 쓰고 시위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복면 금지 법'법이 시행되었다. 시위가 격해질 수 록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고, 성난 시위대는 지하철역에 불을 지르고 중국자본으로 된 상점을 부수는 등 과격 행동도 벌어졌다. 넉 달간 홍콩 경찰에 체포 사람만 2천여 명에 이른다. 18세 고교생 쩡쯔젠은 경찰이 쏜 총에 가슴에 맞아 위독한 상태이고, 14세 소년도 경찰이 쏜 실탄에 다리를 맞아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이처럼 홍콩 사태는 극단으로 치달을 뿐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    “발이 없는 새가 있지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평생 한번 땅에 내려앉을 때가 있는데... 그건 죽을 때지” [아비정전 阿飛正傳] 아비(장국영)의 독백중에서...    길 잃은 아비의 독백처럼 홍콩이 ‘발 없는 새’가 아닌,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홍콩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박현철 / SBS      
    2019-11-08
  •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출장이 일러준 방향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출장이 일러준 방향     ▲ 아세안지역안보포럼 회의장      휴가 마지막 날, 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나의 첫 출장을 알려오는 전화였다.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와 관련된 언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SEAN Regional Forum)” 일정. 얼마 뒤 점점 늘어나는 카톡방에, 거기 올라오는 수많은 정보까지.   태국을 향해서  첫 출장.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몰려왔다. 출장은 7월 30일부터였지만 가기 전부터 신경 쓸 문제가 많았다. HB그림 수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강경화 장관 출국과 태국 입성을 챙길 것인지. 협회사와 비협회사 간의 POOL 문제는? 출발 전부터 결정해야 할 것이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출국길에 올랐다. 공항 게이트 앞에 풀단이 모였다.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먼저 강경화 장관의 수완나품 공항 입국 커버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드디어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와 강 장관이 같은 항공편을 이용하므로 현실적으로 입국은 챙길 수가 없다. 대신 우리 입국 시간 3시간 뒤에, 고노 다로 장관이 돈므앙 공항에 입국하고 오쿠라 호텔로 향할 것이라는 정보가 있음으로 운이 따른다면 고노 장관은 커버할 수 있다. 누가 갈 것인가는 도착해서 정한다. 우선 여기까지 정리한 뒤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드디어 도착한 태국 수완나품 공항. 도착하자마자 심 카드를 샀다. 개통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테스트를 거쳤다. 다행히 무사 연결이다. 한숨 돌릴 새도 없이 곧바로 숙소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POOL 책임감  우리의 숙소인 아난타라 호텔로 가는 버스는 조용했지만 카톡방에서는 쉴 새 없이 대화가 오갔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취재 때문이었다. 이미 종편은 4시 버스를 신청해 오쿠라 호텔로 갈 예정이었다. 풀단 간사였던 KBS 윤성욱 선배가 지원하실 분, 하고 운을 떼자마자 범수 선배가 손을 들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그다음엔 어떻게 오쿠라 호텔까지 갈 것인지 말이 오갔다.   “가까운 데 내려만 주시면 됩니다!”    선배는 나에게 같이 내리자는 손짓을 하고 우리 둘은 하차했다. 아마도 나 혼자였다면 ‘누군가는 하겠지’ 하고 미뤘을지 모른다.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선배가 한없이 우러러 보이는 순간이기도 했다. 역시!! 오쿠라 호텔에 도착해 호텔 입구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일본 취재진이 하나둘 모였다. 일본 취재진은 풀을 구성하지 않은 상태였다. 예닐곱 명의 일본 취재진 무리, 그 사이에 우리가 홀로 서 있는 형국이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부쩍 승부욕이 발동했다. 드디어 고노 장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찰나라 부를 만한 짧은 시간, 아무 말 없이 휙 하고 입구를 지나 호텔로 들어가 버렸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상황이 종료됐다. 선배가 촬영한 영상 안에서 고노 장관이 유유히 호텔로 들어가고 있었다. 첫 번째 미션은 그렇게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   MNG 속보 경쟁  8월 1일 오전 10시 반쯤 카톡이 울렸다. YTN 박재상 선배였다. “일본이 라이브 물고 들어가는데 이게 형평성에 맞는 건가요?” 한·일 양자회담 일정이었다. 화이트 리스트 배제 이슈로 우리에게는 중요한 회담이었다. 우리는 사전에 라이브 연결을 할 수 없다는 공지를 받고 들어간 상태였다. 그런 자리에 일본 취재진이 떡하니 MNG를 어깨에 메고 라이브 연결을 하려 하고 있으니 우리로서는 그냥 넘어가기 힘들었다. 일본 취재진은 공지를 무시하고 장비를 들고 들어간 듯했다. 좁디좁은 회견장에서의 치열한 경쟁. 한일 간의 역사 악연.    “외교부 관계자를 통해 장비를 꺼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문제 제기였다. 다행히 박재상 선배 덕분에 일본 취재진의 부도덕한 행동에 일침을 가할 수 있었다.    ARF가 남긴 것   포럼 후 두 달이 지났다. 지금 시각으로 보면 ARF는 큰 성과라곤 없는 회담이었을지도 모른다. 한미일 회담이 있었으나 미국은 한일 갈등 중재를 자처하지 않았고, 일본은 화이트 리스트 배제를 철회하지 않았으며, 결국 우리나라도 지소미아를 파기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ARF는 나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과감히 버스에서 내린 범수 선배, 일본 취재진의 MNG 연결을 제지한 박재상 선배, 그 누구도 방관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자원하는 모습. 낯선 곳에서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해 취재하던 선배들. 앞으로 내가 영상기자로서 가야 할 방향을 일러 주는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다.     김영진 / MBN      
    2019-11-07
  •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한국 vs 투르크메니스탄 (1)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한국 vs 투르크메니스탄 (1)     ▲ 아슈바하트 올림피아드 경기장    마지막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어느 날,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데스크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다음 달에 월드컵 예선 출장 좀 갔다 와라! 투르크메니스탄...!!”  “넹? 어디요? 어디...?”  “투르크메니스탄!”    모처럼 휴일 낮잠을 자다 해외출장 지시를 받았다. ‘투르크 뭐 스탄~~!’ 다음 날, 출장지 정보를 얻고자 폭풍 검색에 들어갔다.  [국토 대부분이 사막 지형으로 이뤄진 나라로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해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한 복지 혜택으로 국민 생활 수준은 높으나 지구상에서 유례 없는 독재국가인 나라....]라는 글귀에 머리가 새하얘졌다. 이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송출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인터넷 상태는 어떨까?’    며칠 후, 세 개 방송사(MBS/KBS/SBS) 풀이 결정됐다. 취재기자는 셋, 영상기자는 나 혼자였다. 촬영은 물론 송출까지 오롯이 내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 분명 녹록지 않은 일정이 될 터였다. 거기에 상황과 환경이 좋은 않은 국가이면...    고민 끝에 지난 4월 중앙아시아에 3개국 대통령 국빈 방문을 갔다 온 청와대의 모 선배한테 전화를 걸었다. 투르크메니스탄 현지 취재 상황과 송출은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거기에 머무는 동안 생활은 어떻게 했는지 등 질문을 쏟아냈다. 선배는 “인터넷 상황이 아주 좋지 않아서 취재진 모두가 애를 먹어 고생 좀 했었지만 편집한 영상 정도는 업로드 했다.”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힘들기는 하겠지만 인터넷 상황은 어느 정도 괜찮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출장 출발일이 다가올수록 여기저기 정보를 구하면서 마음의 안도가 다시 불안으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투르크메니스탄에 관한 정보 자체가 양적으로 빈약했다. 현지 통신 상황에 대한 내용은 찾기조차 힘들었다. 사전 준비를 하면서 우선 송출은 인터넷 파일 송출을 하기로 하고 만약을 대비해 글로벌 모뎀이 장착된 MNG를 챙겨가기로 했다. 그리고 주 투르크메니스탄 한국대사관을 통해 현지 유심 구매 요청을 하고 현지 가이드도 대사관을 통해 소개받기로 했다.    입국 초청장 신청은 축구협회에서 진행하기로 했지만, 투르크메니스탄은 세계 어느 나라와도 무비자 협약을 체결하지 않아 입국을 위해서는 반드시 입국 초청장을 사전에 받고 공항에 도착해 입국비자를 받아야 한다.    며칠 뒤 출장 일정이 확정됐다. 9월 6일 오전에 인천을 출발해 경유지인 터키에서 1박을 하고 다음 날 7일 밤늦게 투르크메니스탄 수도인 아슈하바트(Ashgabat)로 넘어가 다시 터키를 경유해서 12일 오전 인천으로 복귀하는 일정이었다.    지난 5일, 조지아와 터키에서 평가전을 치른 대표팀 선수들이 7일 오전 터키에서 마지막 적응훈련을 마치고 10일로 예정된 예선전이 치러질 투르크메니스탄으로 곧바로 이동 할 예정이어서 우리도 대표팀과 같이 움직여야 했다.    드디어 결전의 나라로 이동할 시간이 다가왔다. 공항 게이트 앞에서 축구협회 홍보팀으로부터 아슈하바트행 비행기에 비즈니스석이 부족해 주전 멤버 선수만 비즈니스석에 탑승하고 벤투 감독과 나머지 선수, 스텝은 이코노미석으로 이동 할 예정이라는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좌석이 부족해 감독이 자진해서 선수들이 조금이나마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그게 사실일까? 취재팀은 혹시 몰라 맨 나중에 탑승했다.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비즈니석을 지나자 일반석에 벤투 감독과 스텝들이 앉아 있었다. 핸드폰으로 짧게나마 그 영상을 담아 자리에 앉자마자 웹하드에 업로드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통신 상태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능한 한 터키에서 마무리 짓고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업로드가 끝나갈 즈음 선수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표정한 벤투 감독 얼굴과는 달리 선수들 얼굴에서는 여유로움과 즐거움, 약간의 흥분도 엿보였다.    얼마 되지 않아 기내에서 낯선 러시아어로 방송이 나와 잠이 깼다. 아슈하바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는 것이었다. 그때 현지 시간으로 새벽 2시가 조금 넘었다. 버스를 타고 계류장을 벗어난 취재진은 선수단과 함께 CIP 부스로 이동했다. 비자발급 창구에 대사관 직원들이 선수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미리 부탁한 현지 유심을 전달받고 핸드폰과 MNG의 유심을 교체했다. MNG 상태는 다행히 양호했다.    입국비자 발급을 기다리는 동안 대사관 직원이 우리에게 일렀다. “여기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국내에서 사용하든 SNS는 물론 다른 앱도 사용할 수 없을 겁니다. 사용하려면 VPN 우회 앱을 이용해 사용할 수는 있으나 그것도 자주 연결이 끊길 수 있습니다.” 라고 했다. 청천벽력이었다. 카톡이며 회사 시스템이며 국내 모든 인터넷 사이트도 블록 당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웹하드와 구글드라이버 상태가 제일 큰 걱정이었다. MNG 사용도 가능성이 불투명해져서 눈 앞이 캄캄했다.    도착 후 2시간이 넘어 비자를 발급받고 간신히 출발 직전에 선수단 버스를 촬영했다. 그러고 나서야 호텔로 떠나는 미니밴에 몸을 실었다. 이른 새벽 시내로 들어서자 이제껏 본 적이 없는 광경이 창밖으로 펼쳐졌다. 일직선을 그으며 끝없이 줄지어 서있는 가로등, 온통 흰색의 대리석 건물들,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형이상학적 형태의 기이한 빌딩들이 도시 전체의 화려한 조명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다음 호에 제2부가 연재됩니다.>     서현권 / MBC      
    2019-11-07
  • 협회, ‘2019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초안 공개
    협회, ‘2019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초안 공개 지난해 가이드라인 보완·개정… 11월 말 발간 예정     ▲ 한국영상기자협회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2차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해 발간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한층 보완된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한원상)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2차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초안을 공개하고, 각 방송사 법률 담당자, 경찰, 언론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초청해 다양한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협회는 초상권 침해에 따른 분쟁이 늘어남에 따라 지난해 11월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발간한 데 이어 지난 4월부터 ‘2차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제작 연구팀’을 꾸려 지난해 제정한 가이드라인의 개정 작업을 해 왔다.    협회는 ‘업그레이드된 가이드라인’을 제작하는 데 있어 영상취재 보도과정에서 향유할 수 있는 면책의 기준, 영상보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켜나갈 수 있는 판례와 사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해외 방송사의 ‘보도 가이드라인’ 등을 분석해 가이드라인에 반영했다. “특히 철저하게 현장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가이드라인 연구위원이자 이날 발제를 맡은 양재규 변호사(언론중재위원회 대전사무소장)는 “지난해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작업할 땐 초상권에 염두를 많이 뒀는데, 궁금한 사항이 있을 때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올해는 체계적 완결성을 갖추기 위해 구성을 바꿨다.”고 밝혔다. 취재 영역을 △사적 공간 △공개 공간 △전시·재난·범죄 상황 △비즈니스·외부 이해관계 등으로 나눴던 것을 올해는 △영상보도의 기본 원칙 △영상취재 가이드라인 △보도영상편집 가이드라인 △ 분야별 가이드라인 등으로 분류했다. 올해 가이드라인에는 △보도영상 원본과 제작 영상 등 보도영상을 어떻게 자료화하고 관리할 것인지와 △헬기와 드론을 이용한 영상취재에 대한 내용도 추가됐다. ‘포토라인’ 항목은 빠져 있다. 연구팀은 법무부와 검찰이 피의자 공개소환 금지를 선언한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에 포토라인에 대한 내용을 적시할지 여부에 대해 고민 중이다.    윤성구 KBS 전략기획실 전략기획부 기자는 “KBS만 하더라도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이 2016년 이후 개정된 적이 없다.”며 “미디어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데 반해 내부 가이드라인은 업데이트가 늦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아쉬움을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해소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한원상 회장은 “11월 말 ‘2차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완성될 예정”이라며 “검찰청,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MOU를 체결해 가이드라인을 지켜나가는 데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이어 “언론사에 소속되지 않은 개인이 영상 콘텐츠를 제작·유통시키는 1인 미디어의 경우 영상취재에 대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는 만큼 가이드라인이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서점에 비치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경숙 기자
    2019-11-07
  • ‘몰카’부터 ‘저작권’까지…다양한 송사 사례 쏟아져
    ‘몰카’부터 ‘저작권’까지…다양한 송사 사례 쏟아져 “드론 촬영 때 기자 면책 위해 체크리스트 마련” 제안도…‘포토라인’은 여전히 논쟁중       ▲ 방송4사 법무담당자와 경찰청, 언론시민연합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사진>.      지난 18일 토론회에는 방송4사의 법무 담당자들이 모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참석자들은 법무 담당자들은 지난해 제정한 가이드라인이 사내에서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가이드라인 제작에 참고해 달라며 각 사별로 몰래카메라부터 지난 9월 논란이 된 드론까지, 영상보도와 관련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되었거나 법적 분쟁에 휘말렸던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조동현 경찰청 수사기획과 경감, 최진훈 MBC 법무부장, 윤태윤 KBS 법무실 변호사, 박진선 SBS 정책팀 변호사, 한혜준 YTN 법무팀장,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과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연구위원인 나준영 MBC 보도국 뉴스콘텐츠취재1부장, 조정영 SBS 영상취재팀 차장, 윤성구 KBS 전략기획실 전략기획부 기자가 참석했다.     ▲MBC 사례로 추가된 드론 취재  최진훈 MBC 법무부장은 “(올해 가이드라인에) 드론 얘기가 추가된 건 우리 회사의 ‘서초동 건’ 때문인 것 같다.”며 “사내 강연할 때 사유지에서의 드론 취재나 고도 등에 대한 실무적인 질문을 많이 들었는데, 이와 관련해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MBC는 지난 9월 28일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촉구 집회 당시 드론 촬영을 하면서 사전에 관계기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야간 촬영을 해 항공안전법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혜준 YTN 법무팀장은 모든 규정을 지켰는데도 드론이 떨어져 행인을 치는 등 드론으로 인해 문제가 생겼을 때 기자 개인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호장치를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 팀장은 “기자가 술을 마시지 않았고, 연료를 다 채웠고, 방향과 바람 세기를 확인하고 일몰 시간도 모두 확인했다는 체크리스트가 있다면 추후 민·형사상 소송에서 과실을 줄이거나 면책할 수 있는 보호장치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윤태윤 KBS 법무실 변호사는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달하고 있어 녹취가 가능한 드론도 나올 것이고 드론을 이용해 위치 정보 등 개인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만큼 영상 취재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자신이 찍히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촬영 중이라는 걸 알려줄 수 있는 팻말을 설치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정시설 몰카’ 이제부턴 무조건 처벌받는다  방송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몰카 촬영’에 대한 사례도 있었다.    MBC는 외주제작 PD들이 교도소에 몰카를 들고 들어가 취재하다 ‘건조물 침입’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최 부장은 “유사한 사례와 관련해 고법에서 둘 다 무죄를 판결한 사례도 있고 건조물 침입은 무죄, 공무집행방해는 유·무죄를 다투고 있는 사안도 있다.”며 “이 판결이 최종 선고가 이뤄진다면 가이드라인에 넣을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진선 SBS 정책팀 변호사도 “SBS도 몰카로 교도소를 촬영했다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건조물 침입죄로 고발당한 적이 있는데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며 “이번 사건 이후 법무부가 교정시설을 촬영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과 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고, 미수범도 처벌하겠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 다음 주 목요일(10월 24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리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아직 진행 중인 포토라인 논의…온도차는 여전  초안에는 포토라인에 대한 내용이 일단 빠져 있다. 법무부와 검찰청이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해 공개소환 폐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되면서 포토라인에 선 터라 포토라인은 여전히 진행 중인 ‘핫 이슈’였다.    조동현 경감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언론기관이 포토라인을 설치하면 수사기관이 반대나 거부를 크게 하지 않는 구조였다.”며 “최근 법무부가 공개소환 금지 원칙을 발표했는데, 그 얘긴 포토라인을 일반적인 경우엔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고, 경찰청도 크게 다른 입장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나준영 MBC 뉴스콘텐츠취재1부장은 “현장에서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포토라인을 만들었는데, 마치 포토라인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여져 그동안 포토라인을 잘 운영하려 노력해 온 기자 입장에서 서운한 면도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KBS 윤태윤 변호사는 “해외 포토라인의 관행에 대해 찾아보니 각국이 다 운영하고 있고, 별도의 모자이크 처리도 하지 않고 있다.”며 “특정인을 모욕 주고 마녀 사냥하는 게 아니라 반론권을 보장하는 자리라는 인식을 심어주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초상권  유명 연예인의 SNS 사진 사용과 관련해서는 법무 담당자들의 의견이 비슷했다. △ 해당 연예인의 근황 소개 △긍정적인 기사 △SNS 글이나 사진 자체가 이슈가 될 경우는 사용 가능하지만, 보도 내용과 상관없는 사진이거나 부정적인 내용을 보도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사자가 글이나 사진을 올린 것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면 초상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혜준 팀장은 “SNS 사진을 사용하더라도 주위 다른 사람의 모습이나 댓글 아이디, 프로필 사진은 블라인드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도 가이드라인에 넣으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인의 초상권 침해와 관련한 논의도 오갔다. 공개적인 집회 현장의 참석자들은 묵시적 동의를 했다고 보는데, 초상권 보호를 요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 담당자들은 묵시적 동의가 있지만, 얼굴이 나오지 않게 해 달라고 이 동의를 철회했다면 블라인드 처리를 하는 게 여러 모로 좋다고 밝혔다. 특히 사회적으로 여러 공격을 받는 집회의 경우 현실에서 피해가 우려됨에도 의도치 않게 초상권이 노출된다면 법적으로 방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무담당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저작권  취재원이 제공한 영상을 사용했다 분쟁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내용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는 물론, 취재원이 저작권이 없는 사람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방송이 나간 뒤 실제 영상을 촬영한 사람이 해당 기자를 형사 고소하는 일도 있다. 취재원이 제공하는 영상을 사용할 때는 영상 자체의 신뢰도를 확인해야 하지만, 영상 제공 권한이 있는 사람이 제공한 것인지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찰 등 관공서가 제공한 자료는 모두 안전할까? 그렇지 않다. MBC는 과거 관세청으로부터 마약사범 체포 장면을 제공받아 실명과 얼굴을 모두 공개했다가 당사자의 무죄가 밝혀지면서 손해배상을 했다. 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 강제력은 어떻게…  참석자들은 기자들이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지키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을 나눴다.    조동현 경찰청 수사기획과 경감은 “대외적으로는 구속력이 없는 내부 훈령일지라도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원에선 판단 근거로 쓰인다.”며 “가이드라인도 법원에서 준수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사용할 것이고, 이런 사례가 쌓이다 보면 규범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경감은 이어 “가이드라인을 잘 준수할 수 있도록 끌고 나가는 것에 큰 의미가 있을 텐데, 영상기자상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는 좀 부족할 것 같다.”며 보다 강한 강제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반면 최진훈 부장은 “가이드라인의 준수를 위해 사규화해서 위반시 징계 등 책임 물을 수 있는 강제력을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며 “강제력을 갖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KBS 윤성구 기자도 “가이드라인으로 한 이유는 제작자의 윤리와 양심을 믿는다는 측면이 있다.”며 “기자들이 가이드라인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만큼 더 높은 윤리적 가치와 양심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 기자는 이어 “제작 실무자 입장에선 가이드라인이 굉장히 중요한데 교육이 거의 전무하다 보니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가 적다.”며 “사규를 통해 교육하도록 하거나 승진에 교육 이수 여부를 적용하는 것 등을 시민사회단체에서 방송사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안경숙 기자
    2019-11-07
  • 원전 취재, 기자 안전 보호 장치 ‘절실’
    원전 취재, 기자 안전 보호 장치 ‘절실’ 취재 전후 검진ㆍ지속적 사후 관리해야…기자 스스로 안전 지키려는 의지도 필요     ▲ 지난 8월 29일 방송된 여수MBC 뉴스데스크 <아직도 끊고 있는 원자로…‥후쿠시마 ‘Y존'을 가다> 방송화면 갈무리<사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지역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현장 기자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과 9월 후쿠시마 현장 취재물을 내보낸 SBS는 취재진에 대해 건강검진(염색체 검사)을 실시하지 않았다. SBS는 2011년 당시 일본에 다녀온 취재진 전원을 대상으로 원자력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실시한 이후 지금까지 원전 지역을 취재한 기자에 대한 건강검진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SBS의 한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정한 통제선까지만 접근했고 가이드도 동행한 상황이라 후쿠시마가 위험 지역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기자들이 검진을 요청했으면 얼마든지 해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후 검진만 시행한 곳도 있다.  여수MBC는 지난 8월 도쿄전력의 허가를 받아 후쿠시마 원전 내부를 취재해 <아직도 끓고 있는 원자로…후쿠시마 ‘Y’존을 가다>를 보도했다. 취재진은 후쿠시마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뒤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원전 취재를 떠나기 전 안전 교육을 받는 등 사전 조치는 없었다. 올해 두 차례 후쿠시마 취재 기사를 내보낸 KBS 역시 취재진들에 대한 사전 검진은 이뤄지지 않은 채 사후 검진만 실시했다.    후쿠시마 취재를 다녀온 한 기자는 “취재를 떠나기 전 해당 지역이 어느 정도로 위험한지 몰라 어디까지 준비를 해야 할지 걱정이 많았다.”며 “피폭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취재를 떠나기 전과 후의 결과를 비교해야 하는데, 다녀와서만 검사를 받은 부분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 9월 후쿠시마 지역의 방사능 문제를 집중 보도한 MBC는 취재진이 원자력 병원에서 취재 전 사전 검사 및 취재 후 사후 검사를 받도록 하고 필요한 장비를 지원했다. 특히 MBC는 미혼 기자에 대한 출장 지시가 떨어진 데 대해 문제가 제기되자 내부 논의를 거쳐 ‘유전적 문제 등 여러 위험 요소가 있는 지역인 만큼 지원자가 가는게 맞고, 특히 미혼인 기자들은 되도록 가지 않는게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자들은 언론사가 원전 취재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KBS는 지난 6월 개정한 ‘KBS 재난방송매뉴얼’에 “원전 관련 사고를 취재할 경우 원전 사고 시설 부근의 취재는 방사선 수치를 측정하는 휴대용의 방사성 계측기를 갖추는 등 안전에 충분히 유의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회사 차원의 취재진 안전 보호 규정은 없다.    KBS의 한 기자는 “염색체 이상이 발견될 경우 사후 검진만으로는 그 원인이 원전 취재 때문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전에도 반드시 검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KBS는 원전 취재를 다녀온 취재진이 염색체 이상이 발견됐지만, 사후 검사만 실시한 상태라 피폭 원인을 비교할 자료가 없어 산재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KBS는 보도본부 차원에서 △원전 취재 전 사전검사 진행 △원전 취재 후 검사 진행 △각 부서 예산이 아닌 회사 차원의 검사비용 지원 △검사 결과를 토대로 회사 차원의 보상 및 산재 대응 방안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지난 9월에 2박 3일 일정으로 후쿠시마 취재를 다녀온 MBC 현기택 기자는 “회사가 원자력 병원에서 취재 전 사전 검사 및 취재 후 사후 검사를 통해 후쿠시마현 취재 이후의 신체의 이상 변화에 대해 추적 관찰할 수 있게 해 주었고, 필요한 모든 장비 등을 지원해 주었다.”며 “사전 사후 검사를 실시하게 한 점은 분명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현 기자는 이어 “아직 방사능 물질로 인한 피폭이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대해서는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고 20~30년 이후에 영향이 나타날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사후 관리 차원에서 지속적인 검진, 암보험 가입과 같은 실질적인 보상책이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들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지키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SBS의 한 기자는 “언론사가 기자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제도를 마련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게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면서도 “SBS는 위험 지역 취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어 전쟁이나 재난 지역을 취재할 때 보험을 가입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만큼, 기자들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를 회사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BC의 한 기자도 “기자 정신을 갖고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의 안전에 대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기자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경숙 기자 
    2019-11-07
  • “드론 취재, 안전이 우선” 항공안전법 준수 등 드론 교육 필요
    “드론 취재, 안전이 우선” 항공안전법 준수 등 드론 교육 필요     ▲ 지난 9월 17일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국내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 농장에 살처분 작업 드론촬영 장면<사진=뉴시스>.   ▲ 지난 9월 28일 서울 서초동에 있었던 검찰개혁 촉구 촛불 집회에 MBC 드론 촬영 장면<사진=MBC뉴스데스크 9월 28일자 방송화면 갈무리>.      미디어 환경 변화로 방송사들의 드론 촬영이 늘어나면서 영상기자들의 주의의무가 더욱 커지고 있다. 드론 촬영은 잘못 운용했을 때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반드시 관계 기관의 승인을 받아 안전하게 영상을 촬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 17일, YTN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취재하면서 비행금지구역인 경기도 파주에서 승인을 받지 않은 채 드론 촬영을 했다. 항공안전법 제127조에 따르면, 비행제한 공역에서 비행하려는 사람은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비행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당시 드론을 띄워 촬영한 YTN, 뉴시스, 국민일보, 서울신문 등은 상공에 띄운 드론과 현장 기자가 매개체가 되어 ASF 확산에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MBC의 드론 촬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집회 현장을 촬영하면서 야간 비행과 촬영에 대한 허가를 받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인 상공에서 촬영해 위험을 자초 했다는 것이다. 항공안전법은 비행이나 촬영 승인을 받지 않고 드론을 띄울 경우 드론 조종자에게 첫 회 적발 시 20만 원, 두 번째는 100만 원, 세 번째는 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 YTN과 MBC에는 현재 항공안전법 위반으로 3건(YTN 1건, MBC 2건)의 과태료 처분이 확정된 상태다.    언론계 내부에서는 언론사들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드론 취재 경쟁에서 일시적인 우위를 점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적법하게 취재를 하는 것이 건강한 취재이며 생태계 유지는 물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길이라는 것이다.    KBS 이재섭 기자는 “언론은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드론을 어떻게 잘 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고 서초동도 그렇게 했어야 한다고 본다.”며 “회사 차원에서 부득이하게 야간 비행과 촬영을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군중들 머리 위로 드론을 날리면 안 됐다.”고 지적했다.    드론 촬영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한국영상기자협회는 다음달 말 발간 예정인 ‘2019 영상취재 가이드라인’에 드론과 관련한 내용을 추가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드론 취재는 국토교통부가 인증한 공식 기관의 드론 면허를 취득한 영상기자만 가능하다. 또, △취재 목적보다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반드시 항공안전법 규정을 준수하며 △충분한 사전교육과 연습비행, 연습 촬영을 거쳐야 한다.    집회 현장처럼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촬영할 때는 드론이 추락해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촬영을 하면 안 된다. 재난이나 재해, 사고 현장을 취재할 때에도 드론 비행이 현장의 구조와 방재 활동, 복구 작업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이재섭 기자는 “드론이 도입된 초기에 비해 기체가 작고 가벼워져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부터는 관련 교육도 사라지고, 드론 촬영에 대한 민감도도 많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이번 불법 논란은 기자들이 문제의식이 없다기보다는 데스크나 회사 차원의 판단이 큰 만큼 언론사들이 불법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경숙 기자
    2019-11-07
  • 정경심 교수 모자이크 처리, 피의자 인권 보호 신호탄 될까
    정경심 교수 모자이크 처리, 피의자 인권 보호 신호탄 될까 대부분 언론사 “공인 아니다” 결론       ▲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지난 10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얼굴에 모자이크가 처리되었다<사진=KBS뉴스, SBS뉴스 방송화면 갈무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23일 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오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생중계됐다. 언론들은 자녀 입시 비리ㆍ사모 펀드ㆍ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일곱 차례에 걸쳐 검찰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한 차례도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던 정 교수의 모습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조선일보, 뉴시스, 일부 인터넷 매체를 제외한 방송사와 종합일간지는 정 교수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뒷모습을 보도했다. 정 교수의 얼굴 공개 여부를 놓고 언론사 내부에서는 찬반 논의가 오갔으나, 정 교수가 공인이 아닌 데다 피의자 신분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KBS의 한 기자는 “법원 출석 전날만 하더라도 정 교수가 포토라인에 선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얼굴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묵시적 동의’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었다.”면서 “피의자 인권을 위해 초상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정 교수부터 적용할 경우 외부에서 정파적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법원 출석 당일이 되자 피의자 인권 보호가 원칙이고,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게 올바른 길 아닌가 하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와 서울신문은 정 교수에 대한 사진을 1면에 게재하면서 얼굴 공개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조선일보는 “그간 법원에 영장심사를 받으러 나온 주요 인물은 대부분 포토라인에 섰고 언론은 그 모습을 보도했다.”며 “정 씨는 조 전 장관의 아내로 이 사건 핵심인물이다. 과거 국정농단 사건에서 일반인이었던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 모습도 모두 공개했다. 그런 점을 고려해 본지는 정씨 모습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반면 정 교수의 얼굴을 블러 처리해 1면에 게재한 서울신문은 “공직자였던 조 전 장관과 달리 정교수는 공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모자이크 처리 했다.”고 밝혔다.    SBS의 한 관계자는 “공인의 개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각 언론사마다 입장이 엇갈린 것 같다.”며 “정 교수는 조 전 장관의 부인일 뿐이고, 일반적으로 교수는 공인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피의자 인권을 좀 더 보호하는 쪽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그동안 수 많은 보도를 통해 정경심 교수의 인격권을 말살한 언론이 이제 와서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는 척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며 “완벽하진 않지만 영상기자와 사진기자들에 의해 정 교수의 초상권이 보호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이번 사안의 본질은 모자이크 처리 여부가 아니라 인격권 보호에 있다.”며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제대로 지켜나가는 것이 언론이 고민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안경숙 기자
    2019-11-06
  • 모자이크와 초상권
    모자이크와 초상권      해묵은 주제에 관한 글을 하나 쓰려고 합니다. 입사 시험에도 자주 나오는 주제고, 매일 현업에서 마주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모자이크에 관한 부분입니다. 원칙은 분명합니다. 모자이크 사용은 가급적 지양하고 카메라에 노출되는 경우 초상권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매번 수많은 사람들의 허락을 일일이 구할 수도 없습니다.    글을 작성하는 오늘(10월 8일) KBS 9시 뉴스를 보겠습니다. 왼쪽 북한 측 인사가 공항에서 나오는 장면에서 사람들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됩니다. 반면 같은 날, 9시 뉴스에서 지하철 9호선에 탑승한 승객들의 얼굴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공항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노출되어도 무방하고, 지하철에 탑승한 승객들의 얼굴은 가려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 [사진1] 2019년 10월 8일 KBS 9 뉴스 방송화면 갈무리    이유는 이렇습니다. 실제로 모자이크가 필요한 경우는 1) 자료 화면을 쓰는 경우, 2) 표가 날 정도로 사람들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는 경우입니다. 위 뉴스의 경우 모두 그날 촬영한 원본이기 때문에 1)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2)의 이유 때문인데 왼쪽의 경우 쉽게 알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모자이크를 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오른쪽의 경우 사람들이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다는 생각에 모자이크를 쳤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렇듯 모자이크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어느 정도가 돼야 이 사람들을 알아 볼 수 있는가. 이것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0.5초 정지화면을 잡아서 간신히 볼 수 있는 사람의 얼굴마저도 누군가는 가려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위와 같은 이유로 초상권이 침해되었다고 해서 민형사상 처벌을 받은 일은 드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촬영을 하는 과정에서 분명하게 거부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라면 아마도 대개는 해당 영상을 사용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러나 초상권과 개인정보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과거와 같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의 권리에 민감하고 자신의 권리가 엄격하게 보호받기를 원합니다. 인터넷을 통한 다시 보기, 캡처 등이 가능해지면서 초상권과 개인정보 보호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위 사례는 취재 방향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군중이었기 때문에 조금 수월했습니다. 그렇다면 취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람의 경우는 어떨까요? 예를 들어 제가 참여했던 『KBS 시사기획 창 - 병든 새우, 어떻게 국경 넘었나?』라는 프로그램에서는 베트남 새우 수출업체의 실명과 얼굴, 업체명을 모두 공개했습니다. 얼굴과 실명 등을 공개하기까지 제작진들의 고민이 많았습니다. 모자이크를 하지 않았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공개했을 때 제작진이 감수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시청자의 알 권리, 아이템의 집중력 등을 얻을 수 있겠지만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민형사상 소송 등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외국의 경우는 어떤지 살펴봤습니다. 올해 5월 아프리카에서 피랍되었다가 프랑스군에 의해 구출된 한국인 여성 장 모 씨의 경우입니다. 대부분의 국내 언론은 장 모 씨의 얼굴에 모자이크를 입혔습니다. 이 부분은 KBS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다른 방송사, 신문사가 마찬가지였습니다. 반면 당시 사건을 보도했던 외신(르몽드, AFP, BBC 등)은 대부분 모자이크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 [사진2] 서아프리카에서 피랍되었다가 프랑스군에 의해 구출된 3인(좌:KBS, 우:AFP)    이 외에도 자료조사를 위해 외신과 국내 언론이 함께 보도했던 사건들을 찾아봤습니다. 2017년 괌에서 어린아이를 차에 방치했다가 현지에서 체포된 한국인 판사·변호사 부부, 2016년 대한항공 기내 난동 사건 등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나라 언론은 변호사 부부의 얼굴과 기내 난동범의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외국 언론은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외신이 대개 모자이크를 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각의 나라는 모두 각자의 법과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옮고 그름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원칙입니다.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며 매번 그때그때 사정에 맞게 편집을 해야 합니다. 소송을 감수해야 하고, 매번 화면을 띄워놓고 모자이크를 칠지 말지 논의를 해야 합니다.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김재현 / KBS      
    2019-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