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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영상기자협회, 국내 최초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발간
    한국영상기자협회, 국내 최초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발간   구체적인 예시와 판례 등 제시 취재원·영상기자 인권 보호 명시 ▶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 지난 11월 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영상기자협회 주최로 영상보도윤리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언론의 인식 부족으로 초상권 보호 요구를 방관하는 경우가 있어 언론을 상대로 한 소송이 늘어나고 있다. 방송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초상권의 인정범위도 넓어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대해 한국영상기자협회는 보도되는 자의 권리와 보도하는 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지난 11월 26일에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영상기자들은 지금까지 언론 취재와 보도과정에서 윤리적, 사법적으로 면책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언론사의 각종 준칙·기준·강령 등은 언론인의 직군을 세밀하게 구분하지 못해 영상기자의 위상을 반영하지도 못해왔다.    영상기자협회는 지난해 세미나를 통해 이러한 현실을 파악하여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연구팀을 구성, 지난 6월부터 연구에 착수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학자, 법조인, 영상기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다양한 관점에서 평소의 고민을 짚어보고, 취재의 방향을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추어 토론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취재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점과 방송사, 언론유관기관에서 발간한 가이드라인을 분석한 결과 △방송사에 있는 보도 가이드라인이 영상과 관련된 내용이 부족하고 △방송사나 타 협회에서 만든 가이드라인, 윤리강령은 추상적이거나 혹은 오랫동안 개정하지 않았으며 △시민기자와 종합편성 채널의 등장으로 취재현장이 혼란하여 취재질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취재 경쟁이 과열되면서 자극적인 보도 영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영상기자들의 취재원 인권 보호 원칙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 △권력에 대한 감시나 공인에 대한 폭로, 사건 현장 보도 등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언론 자유와 취재원의 인격권이 상충할 때 현장기자나 데스크가 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소 부족한 게 현실임이 드러났다.    특히 전쟁과 재난보도 등 위험 지역의 취재에 있어 방송사 경영진과 간부들은 영상기자들의 안전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방송사가 제작한 보도 가이드라인, 언론단체들이 만든 강령과 취재보도 준칙, 뉴욕타임스의 가이드라인, 일본 방송사와 영국 BBC의 제작 가이드라인을 검토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경찰청,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각계의 의견을 가이드라인에 반영했다.   취재현장에서 실질적인 지침이 될 듯    연구팀은 우선 취재 영역을 △사적 공간 △공개 공간 △전시·재난·범죄 상황 △비즈니스·외부 이해 관계 등으로 나눴다. 각 영역에서 기자들이 특정한 취재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취재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집필했다. 전문가들은“‘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구체적 행동 지침이 있어 재판에서도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예시와 판례 등을 적절하게 제시하여 취재원의 사생활과 인권보호에 많은 도움이 될 것” 이라고 평가한다.    경찰청 대변인실 언론협력반장 최충성 경감은“ 피의자 호송 등의 과정이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 피의자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보호를 받지만, 경찰관들의 얼굴은 그대로 보도되는 경우가 있어 경찰관 신원이 공개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은 모자이크 처리 기준과 범위에 대해 세부적인 내용이 있어 많은 참고가 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홍보협력과 감현주 사무관은“ 그동안 권력에 대한 감시나 공인에 대한 폭로, 사건 현장 보도 등 언론의 역할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인권이 상충되는 부분은 존재하고 있었다”며 하지만“‘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은 언론 스스로가 구성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그 기준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고, 특히 취재 과정에서 촬영에 의한 개인의 초상권, 사생활, 명예, 생명권, 사전동의(미고지), 녹취 등 인권이 침해당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예방할 수 있어서 좋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과제는 실천과 교육    문제는 실천이다. 언론인 스스로 취재현장에서 자신의 안전을 지키고 취재원의 인권을 보호하려면 방송사와 각 언론기관 등에서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알리는 기본교육뿐 아니라 직종별 교육, 실무교육 등 실천을 위한 세부적인 교육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가이드라인이 제자리를 잡기 위해선 언론유관기관 및 국가인권위원회, 직종별 기자협회, 언론사 간에도 적극적인 협력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     안경숙 기자      
    2019-01-02
  • 그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다 ‘영상기자들의 묵시록’
    그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다 ‘영상기자들의 묵시록’          대충 짐작은 했지만 현실은 더욱 열악했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작업을 하면서 듣게 된 취재현장에 관한 이야기는 외부자로서 다소 충격적이었다. 대다수 영상기자들이 오랜 기간 겪었으며 지금도 겪고 있을 현실은 가이드라인 곳곳에 반영되었다. 그래서 이번 가이드라인을‘ 영상기자들의 묵시록’이라 부르고 싶다.    ‘인권보도준칙’‘, 재난보도준칙’‘, 성폭력범죄보도 세부권고기준’ 등 지금까지 언론 관련 자율규범은 여러 차례 만들어졌다.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는 기준이지만 이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영상보도 가이드라인>만의 의의를 두 가지로 요약해보았다.    먼저, 영상보도와 영상기자에게만 집중했다. 모든 언론보도가 대체로 그렇겠지만 방송뉴스 역시 일종의 협업 산물이다. 영상기자 외에도 취재기자가 있고 편집·디자인 등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위로는 부장과 국장이 있다. 지금까지 나온 각종 준칙·기준·강령 등은 이러한 기자 내지 언론인의 직역을 세밀하게 구분하지 않고 두리뭉실하게 다루었다.    특정 직역에 집중해서 구체적으로 자세히 이야기하기란 해당 직역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영상취재현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베테랑 현역 기자 세 명, MBC 나준영 부장과 SBS 조춘동 차장, KBS 윤성구 기자의 내공이 가이드라인 전반에 깊게 스며있다. 원고 집필은 주로 교수와 법률가가 맡았는데 여기에 현장의 살아있는 감각이 더해져 생동감 있는 가이드라인이 되었다.    영상이 대세가 된 지 이미 오래다. 방송뉴스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매체에서도 영상을 중요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영상의 중요성이 방송사 내부적으로 영상기자들의 위상에 제대로 반영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영상이 중요한만큼 이를 다루는 영상기자에게도 그에 걸맞은 역할과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 언론계가 주목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기자 자신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인격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이드라인이라고 하면 주로 취재원의 권리를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지를 다루기 마련이다. 물론,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저널리즘과 최신 판례, 조정사례 등을 토대로 취재원의 인격권 보호에 관한 진일보한 기준을 제시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이와 동시에, 다른 준칙·기준·강령 등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자 자신의 초상권 보호 관련 내용도 있고 또 영상기자의 생명과 안전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었다.    이번 가이드라인 작업을 함께 했던 KBS 윤성구 기자는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취재를 다녀왔다. 출장이 결정되면 항공편 예약은 물론, 숙박·식사 등 출장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체크하고 준비하는 것을 스스로 해야 한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장에서 기자의 건강과 안전이 전혀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북미 정상회담 당시 윤 기자와 함께 현장을 지키고 있던 타사 기자가 쓰러지는 응급상황이 발생했다.    집필진 중 한 사람인 SBS 조춘동 차장의 이야기는 더군다나 충격적이다. 조 차장이 방송사에 막 입사했을 무렵,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현장에 급파된 조 차장은 극적으로 구조된 생존자가 머무르고 있었던 공간을 찍어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붕괴 가능성이 있어 머뭇거리는 사이, 이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선배 기자가 카메라를 낚아채 현장에 진입, 촬영을 마치고 나왔다. 이 광경을 지켜 본 다른 동료는 결국 정신적 충격으로 회사를 그만두기에 이르렀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방사능에 피폭될 위험이 큰 현장에 기자를 급파하면서 방송사가 챙겨준 것이라고는 목장갑 한 켤레가 전부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말문이 막혔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인격권을 존중받아본 경험이 없는 우리 기자들에게 취재원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의 인격권을 존중하라는 요청은 얼마나 공허하면서 이율배반적이었으며 자기모순이었던가. 연차가 많은 기자가 자랑했던, 숱한 고비와 위험을 극복한 과거의 무용담들은 어쩌면 참된 기자 정신의 발현이 아닌, 그저 우리 사회의 오랜 관행으로 자리 잡은 군대 문화의 잔재는 아니었을까 싶다.    기자라면 응당 자신의 안전과 생명의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것이 아니며, 그것을 강요하는 것이 저널리즘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래서 가이드라인에 단호하고 결연한 문장으로 이렇게 썼다‘. 단지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계획에 없는 군이나 경찰의 기동을 요구하는 것은 올바른 저널리즘이 아니다.’(영상보도 가이드라인 60쪽‘) 건물이 붕괴한 사고 현장이다. 회사는 붕괴한 건물에 들어가 취재하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안 된다.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 데스크는 안 된다고 말하는 현장의 반응을 수용해야 한다.’(영상보도 가이드라인 67쪽)    사업 초기부터 차년도 작업을 염두에 두고 진행했기 때문에 아직 보완할 부분들이 있다. 우선, 체계적인 측면에서 총칙을 둘 필요가 있다. 가이드라인 전체를 관통하는 정신이라든가, 보편적인 원칙을 총칙에서 제시하는 것이 좋겠다. 또, 현재 다루고 있는 각론 분야(위험·전시·재난·범죄·식품안전·비즈니스·외부 이해관계 등) 이외에 우리 언론 현실에서 시급하게 정리되어야 할 문제와 주제를 선정하여 추가할 필요성이 있다.    끝으로 가이드라인은 만드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일단 현재까지의 이번 가이드라인에 대한 일선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애써 만든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알리고, 교육하고, 실천에 옮겨지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협회 차원에서 더욱 노력해야 할 점이다.     양재규 변호사  
    2019-01-02
  • “한국 언론사(史)의 이정표…윤리적 다짐 넘어 실질적 지침이 될 것”
    “한국 언론사(史)의 이정표…윤리적 다짐 넘어 실질적 지침이 될 것”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연구팀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인터뷰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가장 먼저, 취재원에 대한 인격권 침해 문제를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는 각성을 들 수 있다. 현장에서 영상기자들이 취재 대상의 초상권이나 사생활을 침해하게 되고, 이 때문에‘ 명예훼손’ 이라는 법적 책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이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도 고쳐지지 않고 반복되는 현실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두 번째는 사회적으로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영상기자를 비롯한 언론인들이 각성하지 않으면 초상권이나 사생활 침해에 대해 법적 책임뿐만 아니라 따가운 사회적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취재원에 대한 인격권을 지키지 않으면 언론이 배겨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학계와 법조계에 몸담고 있던 연구진들이 목소리를 많이 냈던 부분인데, 영상기자의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표면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현장에서 느꼈던 영상기자의 체감도 있지만, 밖에서 볼 때조차도 기자들의 안전 문제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타개할 방향을 정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언론사나 언론유관단체에서 발간한 보도 가이드라인이 이미 존재하는데.    “언론 기관이나 단체들도 취재와 관련한 강령이나 실천 요강, 준칙들이 있다. 인권이나 재난, 자살 등 구체적인 영역별로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기존의 강령이나 준칙들은 언론인의 의지와다짐을 보여주는 데는 매우 효과적일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구체적인 지침을 주기엔 한계가 있다. 또, 이러한 강령들은 어떤 사건을 경험하면서 사건 직후에 만들어진 것이라 지속해서 현장의 규범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방송사들은 각자 제작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것 역시 방송사의 전반적 영역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지침의 역할이 미흡한 것 같다. 또한, 방송사에 따라서는 책자 형태로 펴내 공유하기도 하지만, 구성원들이 접근하여 실제로 이용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기존의 가이드라인과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은 △사적 공간 △공개 공간 △위험·전시·재난·범죄 상황 △비즈니스·외부 이해관계 등 영상보도 영역을 크게 네가지로 나누어 해당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95개의 질문 형태로 지침을 정했다. 각 질문에 대한 행동 지침을 제공하고, 해당 지침과 관련한 한국 법원의 판례도 함께 실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사례, 외국의 주목할 만한 사례, 필요하다면 법률 이론도 정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론기관이나 단체의 각종 지침과는 차별점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11월 말 발간된 <영상보도가이드라인>이 언론계 안팎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어떤 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하는가?    “가장 큰 의의는 한국 언론사(史)에 이정표를 세웠다는 점이다. 국내를 통틀어 영상기자들이 취재보도 현장에서 취재원의 인격권을 보호하고, 동시에 기자들의 안전을 확보할 방법에 대해 처음으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과거를 성찰함과 동시에 미래 지향성을 고려했다.    두 번째는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윤리적 다짐을 넘어 구체적인 법률적 해석과 적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취재 보도현장에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 즉 지침이 될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했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선진적인 외국 언론의 규범을 현 단계에서 반영하여 지침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 BBC, NHK가 이런 문제에 봉착했을때 어떻게 하는지를 방향성으로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언론 분쟁에 있어서 법적 판단의근거 자료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도 큰 의의다. ”   영상보도로 인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이번 가이드라인이 법적 판단에 영향을줄 거라는 뜻인가.    “그렇다. 언론 분쟁이 발생했을 때 현장의 기자들은 이제는 관행을 이유로 취재원의 인격권을 침해하거나 사생활 침해, 실정법 위반, 나아가 언론인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것을 관행으로 치부하기 어렵게 됐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있고, 이걸 지켜야 한다고 하는 것이 언론인으로서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법원은 법적인 판단에 있어‘ 가이드라인이 구체적인 형태(책자)로 나와 있는데, 왜 이걸 지키지 않았느냐’고 추궁할 것이다. 더는 관행이라고 변명할 수 없는상황이 됐다.”   범죄나 수사, 재판 보도에서 피의자 신상공개를 할 때 기자들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거나 법적·윤리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선은 개별 언론인 수준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인권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데, 언론인이 오히려 시민들의 인권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취재원 어떤점을 존중해 주어야 할지, 어떤 점을 존중해주지않으면 안 되는지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언론사 내 데스크나 임원진의 시각이다. 지난 수년 동안 데스크와 임원들에게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기본적인 기조들을 말씀드려왔는데, 개인적으로 좌절감을 느꼈다. 관행적으로 위법 행위를 하고, 윤리수준을 지키지 않고, 취재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 일선 기자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것을‘ 기자정신’이라고 생각하는 남성 우월주의적인 인식이 강하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언론사 경영진은 자기 언론인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저널리즘의 질을 확보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언론인도 알고 있고 데스크도 알고 있는데, 경쟁이라는 이유로 이런 다짐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앞의 두 가지가 해결되면 서서히 해결될 것으로 본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서 개선하고자 하는 영상기자의 어려움이 있다면?    “가이드라인에는 두 가지가 담겨 있다. 언론사는 현장 취재 인력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과 언론인 스스로 자기주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에 대한 취재 지시가 내려졌을 때, 언론사는 메르스 현장의 안전성이 확보되었는지 확인해서 그렇지 않은 상황에선 취재 지시를 하면 안 된다. 또한, 기자에게 안전 장비를 갖춰 주고, 취재 전·후에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론인 역시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취재 지시를 받으면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면서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을 수행하는 것이 맞다.”   취재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영상기자들의 인권도 중요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재난보도에 있어 영상기자들은 생명을 담보로 현장에 뛰어든다. 지난 2010년엔 지역 민영방송 영상 제작팀 기자가 태풍 뎬무를 취재하다 사망한 일도 있었다. 그런데 방송사 경영진들은 기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소극적인 게 사실이다.    “경영진의 태도가 바뀌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언론인의 안전을 확보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한 언론 내부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경영진의 사고방식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을 경우 경제적 부담이 따른다는 걸 경영진이 느낀다면 변화가 올 것이다. 소송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두려워지면 이런 관행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분쟁에 대한 언론의 배상 책임(손해배상액)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언론사 입장에서 감당할 만한 금액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사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임원진의 생각도 바뀔 수 있다.”   <가이드라인>에는 데스크의 부당한 취재 지시, 위법한 지시에 복종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돼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회사의 취재 지시를 현장의 기자가 불복할 수 있을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기자협회와 같은 언론단체의 역할이 필요하다. 또 경영진들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 언론사 내부의 격렬한 토론을 통해 언론 문화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지켜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은 집필 과정에서도 늘 제기됐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현장 기자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 앞으로 법원이 언론 분쟁을 해결하려고 할 때 <가이드라인>을 참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장 급격하게 현장에 <가이드라인>이 적용될 것이라는 기대는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준수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영상기자들이 스스로 돌아보고 달라져야 하는 점도 있을 것 같다.    “먼저 언론인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자기 안전을 스스로 지키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당연한 권리이니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으면 개별적으로 법적 책임 추궁이 따르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몰래카메라의 경우 <가이드라인>은 다른 대안이 있는데도 검토해 보지 않고 관행처럼 혹은 다른 특별한 보도 욕심에 몰카를 사용했다면, 기자에게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관행적인 몰카 사용과 관련해 법원이 방송사 내 윤리강령을 들어 불법성을 추궁한 판결이 있다. 영상과 관련한 법적 분쟁에서 <가이드라인>은 관행과 기준을 판단해 볼 수 있는 매우 강력한 기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영상기자는 취재원의 인권 침해에 대한 고민, 데스크에 대한 보고 등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의 연구팀은 학계, 법조계 인사와 취재현장을 뛰는 영상기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평소의 고민과 취재의 방향성을 바로 잡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면서 학자로서 어떤 점이 도움이 되었나?    “현장 기자들은 내 친구이자 선배이기도 하고, 제자이기도 하다. 특히 많은 기자가 제자라는점에서 안전 확보에 가장 마음이 쓰였는데, 그런 부분을 조금이나마 개선하는 작업이었다는 점에서 좋았다.    이번 연구는 영상기자들의 고충을 많이 접할 기회이기도 했다. 알고 있었던 것에서 나아가 구체적인 사례와 고민을 들을 수 있는 자리여서 보람있게 생각한다.”   <가이드라인>이 나오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는지.    “제작 마지막 과정에서 인쇄된 책을 모두 폐기처분을 한 일이 있었다. 바로잡아야 할 곳이 있어 부분적으로 수정할 수도 있었는데, 전량 폐기하고 새로 교정을 해 재제작했다. 한국영상기자협회 한원상 회장의 특별한 의지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 회장이 일본 자료를 꾸준히 번역해 연구 모임에 제공하는 등 <가이드라인> 작업에 상당한 열정을 갖고 있었는데, 책에 발간사도 넣지 않고 사양하더라.    하지만 어려움보다는 좋은 기억이 많다. 지난 몇 년 동안 방송사에서 영상기자들의 크레딧이 삭제된 시절도 있었는데, 글을 쓸 기회가 별로없는 영상기자들의 어려움을 밖으로 드러낼 기회라고 생각해 이번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나를 포함해 학자들은 현장의 경험을 들을수 있어 좋았고, 현장에 계신 분들과 판례나 이론에 관해 토론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 참여자들끼리 소통이 좋아서 보람이 컸던 작업이었다. 이 자리를 통해 열정, 사명감, 헌신의 자세로 함께 작업했던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앞으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미흡하고 부족하지만, 이것이 현장에 침투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법원 판결문에서 <가이드라인>을 자꾸 언급해 주는 것이다. 취재 보도에 있어 불법적인, 바람직하지 않은 관행의 개선을 위한‘ 법적 책임의 기준’으로 적용한다고 드러 내 준다면 빠른 속도로 현장에 침투할 수 있을 것이다.    영상기자협회와 경찰청, 검찰청 간의 협업도 중요하다. 취재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포토라인이나 피의자 신상 공개, 범죄사실 공표 등에 있어 검·경과의 <가이드라인> 공유가 중요하다.    언론사 내부의 적극적인 교육과 함께 <가이드라인>을 현장에 적용하면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고민을 수정, 보완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영상기자협회나 언론유관기관, 시민사회단체에서 상을 줄 때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평가 항목으로 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침투 방법일 것이다.”     안경숙 기자  
    2019-01-02
  •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관심 높아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관심 높아          지난 11월 26일 발간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은 전국 방송사와 대학 등에 배부돼 관심이 높았다.  가이드라인이 출간된 지 이틀 만에 절판이 되었고 KBS와 TV조선, 타 방송사에서 추가 주문이 이어졌다. 특히 KBS 보도본부는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교육하기 위해 추가 주문이 있었다.    협회는 앞으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기 위해 경찰청, 검찰청, 법원, 각 기관 등과 MOU를 체결하여 취재질서와 인권을 보호하는 데 앞장설 예정이다. 또 외국의 언론법 기관, 학자, 언론사들이 한국의 언론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도록‘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영어, 일어, 독일어로 번역해서 출판할 예정이다.     박예원 기자
    2019-01-02
  •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광주 5.18기념재단과 논의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광주 5.18기념재단과 논의   내년에 공청회를 열고 2020년 시상식을 목표로....     ▶ 지난 11월 22일 한원상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은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제정과 관련하여 광주 5.18기념재단을 방문해 이철우 재단 이사장과 실무진을 만났다.      지난 11월 22일 한원상 회장은 광주5.18기념재단을 방문하여 이철우 재단 이사장과 실무진을 만나서‘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제정과 관련하여의견을 나누었다.  이날 한 회장은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전쟁에서 패하여 민주화를 이루었지만, 한국은 국민이 정권과 싸워서 민주화를 이룬 아시아의 국가이다”며 거기에 “힌츠페터 기자 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아직도 민주화를 이루지 못했다 ”며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제정을 위해 광주5.18기념재단의 아낌없는 성원과 지원을 부탁했다.    이 자리에서 이철우 재단 이사장은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제정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식하고 구체적으로 상에 대한 목적과 운영 방향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한 회장은“ 민주화의 정신은 국내에서 갇혀있는 것보다 국제적으로 넓혀나가는 것이 의미가 있다”며“ 이것은 한국의 공공외교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영상기자협회와 광주5.18기념 재단은‘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제정과 관련해서 내년에 공청회를 갖고 2020년에 시상식을 목표로 추진하는데 의견을 나누었다.     박예원 기자  
    2019-01-02
  • [2019년 각오] ‘왜 하필’의 가치를 고민하는 시간
    ‘왜 하필’의 가치를 고민하는 시간      “왜 하필?”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난 12월 4일, 백석역에서 온수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파 주의보가 발령된 평소보다 추운 날이었다. 온수와 난방 작동이 멈춘 몇몇 가정을 방문해 취재했다. 처음 방문한 가정에는 노부부가 살고 계셨다. 옷을 가득 껴입은 채 우리를 맞이하는 모습이 힘겨워 보였다. 알고 보니 피해 가정의 다수가 장애를 갖고 있거나 연로하신 분들이었다.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발을 녹이고자 양말 속에 비닐봉지를 덧댄 분을 만나기도 했다. 몸도, 방도, 마음도 온통 냉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분들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눈에 선했다.    언제 어느 곳에서도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하필’ 한파주의보가 발령되던 날‘, 하필’ 추위를 이겨내기에 너무 버거운 사람들에게 벌어진 일이어서 마음이 몇 번 더 아팠다. 영상기자로 지낸 지 반년이 흘렀다. 돌아보니 위처럼“ 왜 하필”이라는 의문을 자주 가졌던 것 같다. 왜그 사람이어야 했고, 왜 그래야만 했고, 왜 하필 오늘인지.    뉴스 현장에 있음을 실감했다. 왜 하필이라는 생각을 거듭하는 것이 당연했다. 영상기자가 되어 누군가는 태어나서 한번 볼까 말까 한 곳들에서 있었다. 우연과 인과관계가 얽히며 발생하는 현장들을 바라봐야 했다. 어떤 날은 극도의 슬픔 속에서, 또 어떤 날은 환희의 현장 속에서 머물렀다. 평범한 세상에서 벌어지는 평범하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때로는 감정을 이입했고, 때로는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방법을 익혀왔다.    왜 하필이 담겨있는 뉴스의 가치는컸다.“ 아이고 아직 어린데...”“ 왜 하필 저런 동네에...”“ 저 사람이 저러면 안 되지...” 뉴스를 보며 사람들은 이러한 속삭임을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세상이 갖는 구조적인 문제에 분노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한다. 뉴스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삶을 공유한다. 평범하지 않은 일이지만, 멀지 않은 일이기에 뉴스는 가치가 있다.    아직 부족한 신입이지만 마음이 무겁다. 현장에서는 하나의 뉴스를 책임져야 하는 영상기자가 됐음을 실감하고 있다. 뉴스를 시청하던 시민에서 뉴스를 제작하는 영상기자로 나아가는 과도기에 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여전히 미숙하지만 마냥 막막하지는 않다. 뉴스의 가치를 조금 더 고민해나가며 성장하고 싶다.“ 왜 하필”이라는 단어가 더 나은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마주할 또 다른 현장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겠다.       김희건 / MBC       
    2019-01-02
  • 그림을 그리자
    그림을 그리자        (중략) 점점 이 일을 하면 할수록 그 원류를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는 것이다. 사진이나 영상이나 그 기록의 힘과 속기 성을 따라갈 매체가 아직 없지만 대상을 관찰해서 특성을 파악해 다시 재현한다는 관점, 즉 재해석의 관점에서 보면 사진과 영상은 분명 그림에 뒤쳐진다. 굳이 사진과 영상에서 재해석의 과정을 찾자면 극도의 클로즈업이나, 왜곡, 리터칭, 편집 정도일 텐데 뭔가 허무하다. 하지만 그림에서는 재해석의 가능성이 무한대로 열려있다. 그래서 예술이고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 같다. (과거 어느 시점에 SNS에 올렸던 글 中 일부 발췌)    그림 그리기. 어느 날 우연히 석양을 보고 저 석양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 나의 취미입니다. 나는 미술 전공자도 아니고 스스로 미술을 공부한 적도 없다. 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마다 어떤 깨달음을 느낄 수 있기에 미술이 제게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그림 그리기는 나를‘ 반복적인’ 관찰의 길로 이끈다.    영상기자가 취재 현장에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관찰일 것이다. 관찰이 끝나면 비로소 카메라에 기록을 시작한다. 영상기자 개인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큰 틀은 그렇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왜 우리는 가장 먼저 대상을 관찰하게 될까?     우연일지는 몰라도 그림의 첫 번째 과정 역시‘ 대상에 대한 관찰’이다. 하지만 영상기자의 관찰과 화가의 관찰 사이에는 차이가 한가지 있다. 전자가 기록(우리가 흔히 말하는 역사의 기록)을 위한 첫 번째 과정에 국한된 것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단순히 하나의 과정으로 끝나버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림에서 관찰은 기록과 함께 무한이 반복된다.    예를 들어 장미꽃을 영상으로 기록한다고 하자. 일반적으로는 빛의 색과 세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이즈, 앵글로 촬영을 한다. 그 장미는 촬영되는 순간의 그 모습으로 영원히 기록된다. 하지만 이 장미라는 동일 대상을 그림으로 기록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화가의 손으로 종이 위에 표현되는 장미는 카메라를 통해 한순간 박제되는 영상기록과는 완전히 다른 물성을 지니게 된다.     드로잉 연습1   드로잉 연습2    화가가 장미를 종이 위에 그릴 때 그것은 순간의 기록이 아니라 의미의 기록으로 확장된다. 장미와 인간의 눈(EYE) 사이에는 렌즈가 없다.    화가는 렌즈를 거치지 않고 수시로 장미와 눈을 마주친다. 그 시선의 마주침은 한 번에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완성될때까지 반복된다. 그러므로 그림 속 장미는 순간포착의 결과물이 아니라 켜켜이 쌓이는 과정의 산물에 가깝다. 장미를 완성하는 긴 과정 속에서 화가는 지속적으로 대상에 시선을 던지게 되고 장미는 자기의 겉만이 아니라 안까지도 화가에게 내어준다. 화가는 반복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 비로소 장미의 복잡한 내면과 장미가 지닌 다층적 의미를 알게 된다. 그러므로 그림의 장미는 오랜 과정의 결과, 긴 시간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습다. 전자의 장미보다는 후자의 장미가 나(화가)에게 더 가까워졌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한 순간에 흘러가버린 관찰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진 관찰이 만든 힘 때문이다.     그림 그리기는 재해석의 가능성을 부여한다.    영상기록이든 그림이든, 문제는 그 장미가 어떤 장미냐 하는 것이다. 만약 그 장미가‘ 애인에게 선물할 5월에만 피는 독특한 향기의 특수한 품종’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 영상기록에서는 편집과 자막, 내레이션 등 부가정보(과정)가 동원된다. 순간의 연속적 기록물인 영상만으로는‘ 5월에만 핀다’, ‘독특한 향기’‘, 특수한 품종’ 등의 심층 의미, 복합적 의미를 전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림은 그 장미에 대한 재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물론 다층적, 복합적 의미를 지닌 장미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은 전자에 비해서 더욱 까다로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켜켜이 쌓이고 무한 반복되는 그림 제작의 특성은 한 사물이 지닌 역사, 내면, 복합성 등을 표현해 낼 때 마법을 발휘한다. 화가는 그 마법을 위해 장미를 보고 또 본다. 냄새를 맡고 머릿속으로 그 장미를 수십번, 수백 번 재창조한다. 이 과정을 통해 화가 개인의 주관성이 예술과 결합하여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화폭 속의 장미 한 송이가 창조될 수 있다.     그림 그리기는 휴식을 준다.  그림은 나의 취미였기 때문에 언제나 내가 그리고 싶을 때만 그림을 그려 왔다‘.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이것이 내 삶에 행복을 가져다주는 명제였기에 그림을 그리는 것에 있어서도 나는 되도록 그 명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나는 주로 심상을 색을 통해 면 위에 표현하는 그림(추상화)을 그렸다. 이것은 작업 자체가 추상의 세계 안에 머물러 있어 (어찌보면) 난해하지만 오직 그 작업을 통해 나는 큰 위로와 안정감, 그리고 카타르시스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 속에서 나아가 완성된 그림을 스스로 감상하면서도 말이다.     종이에 유채 아크릴 혼합   <파란하늘 푸른바다> 나무합판에 유채      그러나 그림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아마도 휴식이 아닌가 싶다. (물론 영상을 다뤄야 하는 나에게 직업상으로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그림이 주는 또 다른 프리미엄이다.) 여러분도 종이와 펜만 있으면 눈앞에 보이는 무엇이든 그려낼 수 있다. 뭐든지 시작이 어려운 법이죠.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혹시 마음 속으로만, 생각으로만 머물러 있다면 일단 한번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떤지 권유해 본다. 아주 심플하게 드로잉(Drawing)부터 말이다.       유병철 / OBS        
    2019-01-02
  • 태풍 콩레이 영덕 강구면을 할퀴고 가다
    태풍 콩레이 영덕 강구면을 할퀴고 가다        지난 10월 6일 강력한 태풍 콩레이가 한반도에 도착한 후 경남 통영을 지나 경북 영덕에 상륙을 했다. 태풍의 이동 속도가 빨라 짧은 시간에 지나갈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그 짧은 시간에 경북 영덕 강구면에는 큰 피해가 발생하였다.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평균 영덕읍에는 383.5㎜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태풍의 거센 바람으로 인해 어선들은 유실되고 도로는 붕괴되었다. 벼들은 다 여물기도 전에 태풍이 와 바닥에 누워버렸다.      취재차량이 향한 곳은 강구면에 있는 강구시장이었다. 이곳은 특히 저지대에 위치해 있어 이번 태풍에 큰 피해를 입었던 곳 중에 하나이다. 차량에서 내리는 순간. 시장의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온통 잡동사니가 나와 있었고 사람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시장 입구에서 마을 끝까지 걸어 들어가며 눈에 보이는 것들을 카메라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물건이란 물건들은 모두다 물에 젖고 흙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수조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죽어있는 물고기들, 한 마리당 15만원까지 한다는 영덕 대게들이 수조에 가득히 담겨 있는데 모두다 죽어있었다.    어느 한집을 지나가는데 나를 붙잡던 아저씨. 그 분은 나를 곧장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며 어디까지 물이 찼고 얼마나 급박했는지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는 이렇게 하면 자기들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영상 취재를 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상황을 알려주는 일이라고 설명을 드렸다. 이내 그분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이고는 “어떻게든 해 보려고 하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속상해 하셨다. 집을 나서는 순간 여기저기에서 자기들 집도 와서 “촬영을 해 달라. 한번만 봐 달라.” 이야기가 끝없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연신 물건을 치우고 닦으면서“어떻게 하노? 무엇부터 해야하노?”라며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곳에 가 보니 반지하 노래방을 운영한다는 분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다가 그분은 이내 말을 끝내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 울음은 절망과 설움이 묻혀있었다.    그들의 고통은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나의 마음에 가득히 잡혔다. 현장에 벌어진 일들의 그림 중 최대한 줄여가며 영상취재를 했지만 이미 카메라 레코딩 런닝타임은 30분을 훌쩍 넘어갔다. 태풍으로 인해 사람들의 삶의 터전과 일자리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사람들의 복구의 손길이 여기저기에서 이어지고 있으나 이분들의 마음을 복구하기에는 시민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영상 취재한 내용들이 방송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에게 알려주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재민 / MBN 대구지사       
    2018-12-20
  • 채널2의 사회학
    채널2의 사회학      모두가 알다시피 채널 2는 현장음을 수신하는 채널이다. 기자의 의도가 확실히 담겨 특정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채널1과 달리 채널 2는 의도되지 않는 현장의 소리가 담긴다. 이런 채널의 속성을 매체와 사회의 관계 문제로 가져가게 되면 두 채널의 차이는 바로 일반 시민과 정부, 혹은 취재원과 기자 사이의 일방향적인 불평등한 힘의 문제로까지 연결된다. 이를 풀어보면‘, 목소리(voice)’로 불리는 발언권의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의 연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슈로, 런던 정경대의 쿨드리(Chouldry) 교수는 미디어가 어떤 사람이 말을 하게 하고 이를 통해 어떤 사람이 힘과 이득을 얻는가를 추적하는 것은 미디어 현상을 이해하는 핵심임을 강조하고 있다. 문화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영국 비판커뮤니케이션의 기본적 뼈대가되는 지점은 근대 모더니즘이‘ 지식과 야만’‘, 핵심과 주변’ 같은 이항대립을 바탕으로 일방향적 커뮤니케이션(top-down)의 지식구조를 만들어 현대 커뮤니케이션의 불평등한 힘의 관계를 야기했다는 비판에서 시작한다.    즉, 야만을 문명으로 개척하고 어둠을 지식으로 교화하고, 변방을 중심과 같이 개발하는 이분법적 논리는 식민경영과 개발 폭력을 정당화하고, ‘목소리’가 있는 사람과‘ 목소리’가 없는 사람의 경계를 구분 지어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소통의 흐름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현대 정치 커뮤니케이션에서 시민과 정부의 소통 구조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화두가 되는 디지털 시대에서 일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과거의 유물 같이 들리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권력을 세 단계로 나누고 물리적 힘을 넘어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는 힘의 속성을 구분한 루크스(Lukes) 뿐만 아니라, 푸코(Foucault)의 담론이나 그람시(Gramsci) 이데올로기 같은 전통적 개념들, 혹은 상징을 통한 일상적 국가주의를 지적한 빌리그(Bilig)의 이론들 역시 보이지 않게 작동하며 사고와 커뮤니케이션을 지배하는 권력의 속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 취재는 우리나라 정치커뮤니케이션의 기본적 원리에 대해 여러 생각할 거리를 준다. 먼저 뉴스 풀 운영의 문제이다. 뉴스풀(News pool)은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적으로도 수혜를 주기 때문에 최근 현장에서 그 횟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뉴스 풀에는 태생적인 두 가지 전제가 따르는데, 바로 뉴스 이미지가 의미를 구성하는 재료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뉴스 지표성(indexicality)에 대한 가정과, 그에 따라 풀 시스템에 참여하는 영상기자들은 대체 가능한 자원이 되고 풀 기자가 생산하는 이미지는 결국 단일하다는 가정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여러 미디어 학자들이 비판하듯이 영상이 선택을 통한 프레이밍과 해석을 동반하며 영상이 의미를 구성한다는 기본 속성을 간과하고 있다. 풀 시스템의‘ 양날의 검’의 성격에 대한 논의는 이미 포화될 만큼 진행되어 왔지만, 현재 풀 체제의 더 큰 문제점은 바로 뉴스 풀의 구성이 언론사간의 협의가 아닌 정부와 외부기관에 의해 디자인된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경우, 전속만 허용되는 행사도 많으며 보안과 경호, 그리고 사회적 파장 등의 이유로 현장에서도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최근 언론사의 취재 없이 소셜 네트워크망을 통해 생방송 하거나 직접 콘텐츠를 제작해 방송하는 방식까지 더해진 환경은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라는 저널리즘의 전통적 가치가 이런 사회적 맥락과 공존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자문을하게 한다.    이번 방북의 오점인 욕설 논란과 청와대 신문고에 올라온 국민청원은 이런 문제의 정점에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풀단은 허용되지 않는 자리에서 채널 2에서 들리는 욕설. 현장을 증명할 수 있는 영상기자가 없는 상황과 현장에도 없던 영상기자들이 전속이 촬영한 원본을 돌려보며 이를 유추해야 하는 상황, 9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의심을 해야 하는 불신의 사회적 비용, 이런 것들에 관계자들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인가? 이뿐만이 아니라 현재 청와대 행사에서 채널 2는 보안의 목적을 위해 자주 지워진 채 제공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더 많은 행사들이 정부와 거대 기업 혹은 유관기관이 주체가 되고 언론사는 보다 엄격히 통제된 상황 속에서 그 활동이 제한되고있다. 무엇을 촬영해야 하는지를 기관이 통제를 하고 채널 2가 지워진 채 제공되는 상황은 과연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소통의 시대적 철학과 맞는 건인가? 사실을 보도하는 과정의 개입과 왜곡은 가짜뉴스로 쉽게 인지해낼 수 있지만, 힘의 철학과 자원을 기관을 통해 실현하고 미디어 이벤트를 통해 전달하는 방법은 이보다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보조 채널로 너무 쉽게 폄하되는 채널 2는 단지 보조적인 수음채널이 아니라 민주적 가치와 기술이 만나 탄생된 역사적 산물이다. 다큐멘터리 이론을 정립한 니콜스(Nichols)는 휴대용 카메라의 등장으로 제작자의 일방적인 해석의 방식에서 민주적 스타일로의 장르적 전환이 이루어진지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채널 2는 바로 아무 목소리를 갖지 못한 채 영상만 찍혀 스튜디오에서 앵커와 제작자의 일방적 해석에 난도질 당하던 ‘목소리’ 없던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보다 평등한 방식으로 전달하도록 기술적으로 매개해 준, 참여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핵심적 요소이다. 경량화된 촬영기기와 현장 녹음이 가능한 기술을 통해 목소리가 없던 사람들은 비로소 제작자의 의도를 뛰어 넘어 말을 하게 되었다. 이 지점에서 묻고 싶다. 현장은 없고 정치만 있는 환경은 올바른가? 사회현상을 흔히들 분석할 때 행위자, 구조, 그리고 그 둘의 관계성과 상호작용을 들곤 한다. 과연 이러한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 채 행위자가 바뀌면 어떻게 될 것인가? 바로 그 사회가 두려운 것이다.       김우철 / MBC       
    2018-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