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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오늘을 역사로 기록하는 영상기자’
    2024년, ‘오늘을 역사로 기록하는 영상기자’   몇 년 전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을 대상으로‘영상기자’라는 직업을 소개하는 책을 쓴 적이 있습니다. 탈고를 마칠 즈음, 책의 제목을 어떻게 지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뉴스 현장의 최일선에서 이 시대 사람들이 겪고 느끼고, 말하고 싶은 것들을 영상으로 기록해 전달하는 우리 직업을, 사람들의 가슴 속에 탁 와닿는 한 두 마디의 말로 조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뉴스의 전달, 소비 방식이 TV에서 온라인, 모바일로 크게 변화했고, 우리의 업무도 다양하게 확장, 변모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포괄하는 하나의 개념을 찾아 표현하는 것이 고민스러웠습니다. 그때 떠오른 단어가 ‘역사’였습니다.    신입 영상기자로 보도국에 처음 출근한 날 어느 선배가 해주었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여러분이 매일 매일 카메라로 담아내는 뉴스가 오늘의 역사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라.”   선배의 근엄한 말씀에 ‘예술적 특성을 가진 ‘촬영’이라는 행위와 그 결과물인 ‘영상’을 ‘뉴스’라고 하는 ‘저널리즘’과 연관시키기 위해, ‘역사’라고 하는 너무나 거창한 단어를 가져온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영상기자로 일하다보니, 어느 순간 그 선배의 말씀이 우리 직업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설명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루를 기록하는 일기의 의미를 갖는 라틴어‘디우르나(diurna)’ 라는 말에서 기원한 ‘저널리즘(Journalism)’은 오늘을 기록하고 전달한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기록의 나라-조선’을 만든 ‘조선왕조실록’은 매일매일 왕과 신료, 정부의 활동과 조선팔도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 사초(史草)에 기반 해 정리되고, 편집되었습니다. 사초를 쓰고 정리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기록자가 아니라 왕에게 백성의 목소리를 전하고, 관료들의 부패와 실정을 알림으로서 왕의 통치행위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역할과 책임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래서 역사를 기록하는 사간원, 사헌부, 홍문관의 기관을 언론삼사(言論三司)라고 불렀고, 그 임무를 받은 자들을 통칭해‘언관(言官)이라고 부르며 그들의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활동을 시스템으로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민심을 전하고, 권력을 감시하는 역사의 기록자들이 진실에 눈을 감고 붓을 꺾을 때, 또, 이들을 왕과 권력의 힘으로 억누르고 탄압할 때, 그 결과는 시대의 비극으로 끝났음을 조선왕조실록은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2024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격동과 혼란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故채해병사망사건의 진상규명 요구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인한 특검법의 잇단 좌절’, ‘이종섭 전 장관 호주대사 임명 논란’, ‘명태균씨 폭로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무혐의 종결’,  ‘22대 총선, 여소야대와 잇단 청문회’, 그리고, ‘12.3 계엄내란사태와 국민저항’,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까지, 어느 하나도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대격변적 사건들을 뉴스 현장의 한가운데서 마주하며, 영상기자 한 명 한 명은 굽힘없이 ‘오늘’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12.3 계엄 내란 사태’상황 속에서, 무장한 계엄군의 총과 무력에 주눅 들지 않고, 현장의 영상기자들이 함께 연대해 계엄의 공포와 두려움을 이겨내며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실시간으로 그 진실을 세상에 고발했습니다. 이런 우리의 용기와 노력이 2024년 12월을 1980년 ‘오월광주’로 되돌리지 않고,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의 가치와 체제를 지키고, 자유와 인권, 평화를 갈망하는 광장의 불꽃으로 살아나는  강력한 동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2024년, ‘오늘을 역사로 기록하고 전달하는 영상기자’로서 우리가 기록하고 세상에 알린 ‘오늘의 역사’, ‘대한민국의 집단기억’은 다가오는 2025년, 우리 사회가 정의를 바로 세우고, 안정과 평화, 도약과 발전을 만들어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2025년 푸른 뱀의 해, 우리의 카메라에 희망차고 담대한‘오늘의 역사’들이 차곡차곡 담기기를 기원합니다.  회원 여러분, 전국의 영상기자 여러분, 올 한해도 너무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 준 영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  
    2024-12-20
  • 피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피를 잊은 사람들
    [현장에서]           피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피를 잊은 사람들     ▲12월 3일 밤 계엄군이 국회본관 진입을 위해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의 창문을 깨고 있다.  사진제공 MBC 전인제 기자          12월 3일 밤 두 시간 반의 계엄 국회를 다시 떠올려 본다. 국회를 떠나와서도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 개의 이미지들이 있다. 경찰이 국회 정문 앞에서 시민들의 거센 항의에도 갈등을 최대한 잠재우며 통제하던 모습. 군인이 국회 본관 앞에서 내 카메라 렌즈를 움켜쥐던 모습과 함께 촬영하지 말라고 요청하던 모습. 그리고 처음 국회에 도착했을 때 보았던 수십 명의 시민이 두 시간 만에 수천 명의 시민으로 변화하여 국회대로를 가득 채우고 계엄 해제와 대통령 퇴진을 외치던 함성.    이 모습들이 계속해서 떠오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듣고 읽어서 기억하는 80년 계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던 2024년 계엄은 내 안에서 계속해서 질문이 생겨나게 했다. 과연 80년 계엄이었다면 내가 국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까? 군인들이 국회 본관 창을 깨고 진입하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었을까? 천 명의 시민들이 깊은 밤 국회대로 앞에 두 시간 만에 운집할 수 있었을까? 질문하다 보면 항상 아니라는 답을 내리게 됐다. 1980년의 계엄과 2024년의 계엄은 확실히 달랐고 분명히 우리는 과거에서 많이 나아왔다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과거 계엄 시기의 피를 기억하는 우리들은 다시 한번 나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스스로가 피 흘리고 쓰러지고 희생되지 않아야 하므로 서로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날 국회에 있었던 군인과 경찰 그리고 시민들까지 모두 충돌이 격해지는 것을 조심했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썼다. 이미 역사 속에서 계엄은 우리 사회에 큰 흉터를 남겼고 이 흉터를 기억하는 우리가 집단적으로 과거를 되풀이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2시간 37분 만에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됨으로써 과거의 폭력을 기억하고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은 우리의 간절함은 증명됐다.     이 변화를 만들어 낸 중심에는 과거의 흉터를 기억하는 우리의 간절함과 더불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소셜미디어와 스마트 폰이 계엄 국회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이 모습 전달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간 언론인과 시민들의 카메라가 전파를 타고 흩어져 있는 우리에게 실시간으로 닿았다. 평소 디지털 매체의 발전이 기성 언론에게는 위기라는 말을 들으며 일 해왔지만, 이번 계엄의 상황에서는 완전히 달랐다. 위기이기보다 기회였다. 계엄 소식을 빠르게 공유하고 다 함께 극복하기 위한 기회로서 기능했다. 과거 계엄군의 통제로 계엄의 소식을 전달받지 못했던 시기와는 전혀 달랐다. 실시간으로 전달된 국회 하늘 위로 헬리콥터가 날아들고 군이 투입되는 모습, 군의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 안 복도에 담을 쌓는 모습, 시민들이 하나둘 국회 정문 앞으로 모여들던 모습. 이 모습들은 우리가 서로 힘을 모을 수 있게 만들었고, 지금은 당시의 영상이 내란죄 피의자들의 진술이 사실인지 검증하는 자료로도 쓰이고 있다.    이렇게 우리 사회가 변화했다는 사실을 서서히 체감하는 며칠 동안 변하지 않은 것 또한 알게 되었다. 12월 3일 계엄 이후 시민들은 다시 한번 선포될지도 모르는 계엄을 두려워하며 이 땅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매일 거리로 나왔다. 계엄이 해제된 이후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는 대통령을 두려워하며 첫 번째 탄핵소추안이 상정되는 날까지 4일간 시민들은 두려움에 국회 앞을 지켜야만 했다. 그러나 본회의가 열리기 전 대통령은 첫 번째 담화를 발표했고 “임기와 정국 안정 방향을 당에 일임하겠다.” 말했고 시민들은 더욱 불안한 눈으로 국회를 지켜봐야만 했다. 여당에서 하루에도 여러 차례 탄핵 표결에 대한 입장을 뒤집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시민들의 불안함을 비웃는 듯 여당 국회의원들은 전원 퇴장이라는 방식으로 시민들을 배신했고, 첫 번째 탄핵소추안은 폐기되었다. 집단으로 퇴장해 당내의 소수의견까지 억압하는 폭력적인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며 의문이 생겼다. 그들은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과거 계엄을 직접 겪은 이들이 어떻게 계엄에 대한 두려움과 평화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간절함을 못 본 척할 수 있었던 걸까? 본회의장을 우르르 떠나는 의원들을 보며 그들이 과거의 계엄에서 우리가 흘린 피를 잊은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했다.    군과 경찰, 시민들이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며 한 줄기 희망을 이야기하는 와중에 국민을 대표한다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태도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전 연락이 닿은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친구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흘러가는 말이긴 했지만, 사내에서 집회에 나가는 것을 조심하라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그 말을 듣고 힘이 세고 큰 것들이 그러하듯이 권력을 가진 이들은 작고 사소한 것에는 무감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일이 단지 국회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여전히 숨어있고 어떤 순간에 고개를 들고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았다.    집회에서 응원봉과 독특한 깃발들이 등장하며 과거와 달라진 활기찬 집회의 모습을 취재하는 동안 이 행렬에 참여하는 것조차 통제당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추운 거리에서 서로 핫팩과 단 것을 나누어 가지고 눈을 마주 보며 공감하는 순간에 함께 할 수 없는 답답한 마음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다. 그와 동시에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통제하고 있는 시스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면 여전히 우리에겐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를 대리해 투표권을 행사해야 했을 의원들이 우리를 대표하지도, 대리하지도 못했다. 그들이 우리를 무능하게 만들었지만, 우리를 무능하게 만든 사람들이 우리를 절대 과잉 대표하지 않도록 카메라를 들어야겠다. 며칠 전 국회대로에서 인터뷰 한 어머니가 지하철의 무정차와 버스의 우회에도 유아차를 끌고 나와 아이와 둘이 차가운 거리에 앉아 있었던 것처럼 정말 대다수의 대한민국 사람들은 이 좌절 속에서도 일어나 서로를 지키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는 사실이 증거로서 남을 수 있도록 현장을 기록해야겠다.         MBC 전인제 기자       
    2024-12-19
  • 2024 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별세미나-  ‘전쟁 너머 또 다른 전쟁 : 분쟁저널리즘과 언...
    지상중계) 2024 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별세미나- ‘전쟁 너머 또 다른 전쟁 : 분쟁저널리즘과 언론 자유’   이스라엘, 폭격·취재 봉쇄로 ‘목격자 없는 전쟁’ 이어가... 한국 언론은 여권법에 묶여 ‘이중봉쇄’유례없는 언론인 희생자 속출에 “기자 안전 대책 마련 시급”   ▲지난 11월 5일 서울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개최된 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별행사 2부 세미나 <전쟁 너머 또 다른 전쟁: 분쟁저널리즘과 언론자유>의 한 장면 2024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을 앞둔 지난 11월 5일, 올해 수상자들은 직접 무대에 올라 한국의 언론인과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취재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이들은 이어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제 분쟁 보도의 현장을 직접 취재한 국내외 언론인과 언론학자가 함께하는 세미나에도 참석했다. 이번 특별 행사는 한국영상기자협회, 5·18기념재단, 주한독일대사관, 에스토니아대사관, MFC(Media Freedom Coalition)이 공동주최하고 MBC와 방송저널리즘연구회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전쟁 너머 또 다른 전쟁 : 분쟁저널리즘과 언론 자유’ 세미나에서 첫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는 이스라엘-가자 전쟁을 “목격자 없는 전쟁과 임베드 저널리즘의 최악의 조합”이라고 비판했다. 2009년 스리랑카 내전 당시 정부가 언론의 접근을 차단하며 ‘목격자 없는 전쟁’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것을 이스라엘이 적극 수용했다는 게 이 기자의 생각이다. 이 기자는 1년 동안 130~180여 명의 언론인 희생자가 발생한 데 대해 “전쟁 수행자들이 자기들이 저지르는 전쟁 범죄를 감추기 위해 목격자들(언론인)을 제거하고 있다”며 “이는 역사상 두 번째로 언론인 사상자가 많았던 2006년 이라크전의 56명보다 2~3배 이상 많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가자 지역에 외신 기자들의 접근이 사실상 차단된 상황에서 이스라엘 군대와 종군기자가 동행취재하는 ‘임베드 프로그램’에 대해 “분쟁 취재에 임베드가 주요 (취재) 수단이 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전쟁 상황에 대한 내러티브가 수행자들이 주도하는 내러티브를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분쟁 저널리즘의 키는 독립성”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독일 슈피겔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특파원인 토레 슈뢰더 기자도 임베드 취재의 문제점에 동의했다. 슈뢰더 기자는 “지난 10월 말 지상 작전이 시작되었을 때 임베드 방식으로 기자들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때는 (기자들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처럼 보였다”며 “기자들은 북쪽에서 수십만 명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볼 수 있었지만, 그들에게 접근하거나 대화를 할 수 없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저널리즘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서방 기자로서 그곳에 갈 수 없다는 점”이라며 이스라엘의 취재 봉쇄를 비판한 뒤 “우리 기자들은 (현장에서) 그 상황을 세상에 전하고 이스라엘이 그 책임을 지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나는 우리가 거기에 들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미 분쟁전문PD는 “한국 언론은 이스라엘의 봉쇄에 한국 여권법까지 더해져 (현장 취재가) 이중 봉쇄를 당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개전 초기 현장에 들어가지 못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프로파간다를 구분하지 못하는 일이 있었는데, 한국 언론이 지금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프로파간다를 증명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하지만 마틴 레인 기자는 러시아에 가지 않고 러시아 부패를 폭로하는 데 성공한 경험담을 들어 “공개 정보를 사용하거나, 위성 이미지를 사용하거나, 현지 기자들이 만든 자료를 사용하거나, 현지 기자를 고용”하는 등 “먼 거리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슈뢰더 기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부차 지역의 시민들을 살해한 사건이 뒤늦게 기자들에 의해 현장이 공개되면서 세상에 드러난 점을 들어 “우리가 하는 일은 서로를 보완한다”며 “(현장 기자가 하는 일은) 먼 거리에서 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므로 둘 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분쟁보도의 역할: 전쟁과 갈등 지역에서 겪는 고통과 현실을 직면하게 만드는 것 ‘전쟁 보도와 저널리즘: 현장성, 선정성, 편향성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종혁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전쟁이 발발한 2023년 10월 7일부터 2024년 10월 7일까지 1년 동안 국내외 주요 방송사인 CNN, FOX, BBC, 알 자지라, CCTV, NHK, KBS의 가자 전쟁 관련 보도 영상 2,373건을 수집해 171,922 건의 아이프레임을 추출, 분석했다. 이 교수는 현장성을 분석한 결과 알 자지라는 피해자에 대한 클로즈업 영상을 강조하는 반면 CNN과 FOX는 해설 중심 보도에 집중했고, 내용 프레임을 분석해 보니 파괴와 이주 관련 프레임의 비율이 높은 반면 인도적 지원이나 재건에 대한 보도는 낮았다고 밝혔다. 또, 주요 인물 29명의 등장 빈도를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과 미국 인물이 많이 등장하며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인물의 보도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NN과 FOX는 이스라엘 관점에 집중하는 반면 알 자지라는 중동 인물과 인도적 위기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MBC 영상뉴스국 현기택 기자는 언론의 선정 보도에 대한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한 국가의 이익을 위한 참혹한 학살 현장을 보여줘서 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알리고 국제사회에 평화를 염원하는 여론을 조성해 전쟁 상황을 빨리 종료하도록 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너무 정제된 이미지만 보도한다면 과연 전쟁의 참혹함을 전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슈뢰더 기자도 “전쟁에서 일어나는 장면은 그 자체로 매우 이례적이어서 본질적으로 선정적이기 마련”이라며 “우리가 이런 이미지를 평화롭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선정주의일 수 있지만, 그것은 평화와 번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쟁과 갈등 지역에서 겪는 고통과 현실을 직면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쟁터에서 보도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잘못된 정보와 정보 전쟁에 대한 전문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에스토니아 분쟁전문기자 마틴 레인은 “거짓을 만드는 것은 매우 쉽지만, 진실을 전달하는 것은 어렵다. 여러분이 가자에 접근할 수 없을지라도, 외국 기자로서 우리는 진실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레인 기자는 소셜 미디어가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는 ‘가짜 뉴스’ 현상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계정들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시리아의 영상을 올리는 등의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며 “불가능한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진실을 말하는 기자들이 있는 한 희망이 남아 있다고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외신이 현장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자 지구 내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에 대한 안전 문제도 논의됐다. 김영미 PD는 “로컬 기자들의 안전을 담보할 장치가 없다”며 “이번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을 계기로 현지 기자들의 안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홍성필 전 UN자의적구금 워킹그룹의장은 “자의적으로 갇힌 분들의 유형을 5개로 나눴는데, 언론 자유 또는 표현의 자유 탄압으로 인한 구금이 놀랍게도 증가하고 있고, 특히 여성 저널리스트가 구금되는 증가 추세가 확연하다”며 “지금은 (언론사 소속)언론인과 개인 저널리스트, 개인 미디어 종사자, 내용을 송출하지 않아도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들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어 보호 범위도 포괄적으로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가자 전쟁은 민간인과 전투원, 전시와 평시의 구분이 없어지는 등 그동안 국제법에 의한 전통적 보호 체계를 다 무너뜨리고 있다”며 “우리나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UN과 국제사회에서 주목받은 것은 여성 인권을 보호하자는 모멘텀이 생겨 가능했던 것처럼 이번 사태가 분쟁지역 저널리즘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해 모멘텀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이유경 기자는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은 완전히 다른 경우”라며 “전쟁을 끝내는 것만이 기자 안전을 보장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일침했다. <지금 가자에선>으로 뉴스상을 수상한 유세프 함마쉬는 “우리(팔레스타인) 언론을 의심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저는 여러분에게 그것을 의심할 권리를 드리겠다. 그러니 외신 기자들이 (가자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의 진실을) 목격할 수 있도록 (현장 취재를) 허용해 달라”며 “우리는 살아남고 싶다. 국제 사회와 세계 지도자들이 책임을 지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2024-12-19
  • 2024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 지난 11월 7일 광주전일빌딩서 열려
    2024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 지난 11월 7일 광주전일빌딩서 열려 -목숨 걸고 진실 전하는 팔레스타인 언론인 모두에게 주는 상”기로에선 세계상(대상) 수상 살라 알 하우 기자 외 뉴스상, 특집상, 오월광주상(공로상) 수상자들에게 시상 -12월 12일부터 내년 3월까지 광주서 수상작 전시회 개최 ▲ 지난 11월 7일 광주 전일빌딩 245 다목적강당에서 열린 <2024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참석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980년 5월, 故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가 민주화 운동을 취재했던 광주 금남로에 올 한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기자들이 모였다.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나준영)와 5.18기념재단(이사장 원순석)이 주최하고 광주광역시가 후원하는 2024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이 지난 11월 7일 광주광역시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렸다.  올해 경쟁부문 대상인 ‘기로에 선 세계상’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 가자지구 내부의 민간 구조대와 소녀의 눈으로 본 전쟁 상황을 취재한 <가자로부터 온 목소리(Vocies from Gaza)>에 돌아갔다.  2024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캐시 개넌(前 AP통신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보도국장)은 <가자로부터 온 목소리>에 대해 “가자의 응급 구조원의 시점에 이어 순수함과 공포가 대비되는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정말 뛰어난 보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수상자 결정문 발표에 앞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족을 잃고 자신들 또한 표적이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도 (팔레스타인의 동료 기자들은) 꿋꿋하게 보도를 이어나가고 있다”며 경의를 표했다. <가자로부터 온 목소리>의 취재진 가운데 한 명인 마르완 알 사와프 기자는 작품을 취재하던 도중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부모와 형제자매 등 48명의 가족을 잃고도 취재를 이어가다 본인도 대인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모하메드 사와프 기자와 살라 알 하우 기자 역시 이번 전쟁으로 수십 명의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었다.  대표 수상자로 시상식 연단에 오른 살라 알 하우 기자는 “오늘 저는 팔레스타인 언론인 동료를 대표해 그들의 피와 희생으로 그 땅의 일부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유하기 위해 왔다”며 “이 상은 비단 우리 팀에게만 주는 것이 아니라 폭격 속에서, 죽음의 위험 속에서 가자 지구의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 모든 팔레스타인 언론인들의 노력에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살라 알 하우 기자는 이어 “팔레스타인 언론인들은 세계 어느 언론인도 겪지 않았던 일을 겪고 있다”며 “(이에 대해) 세계는 연대 성명을 발표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언론인을 보호하고 그들을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널리스트의 역할, 사람들이 인간성을 잃지 않도록 저항하는 일 뉴스부문 역시 전쟁 상황을 보도한 팔레스타인 프리랜서 영상기자 유세프 함마쉬의 <지금 가자에선(Inside the Gaza Siege)>에 돌아갔다. 함마쉬 기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첫날인 2023년 10월 7일부터 사흘 동안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발생한 가자 지구의 민간인 피해 상황을 취재했다. 심사위원들은 “인터뷰 중이던 여성의 머리카락이 폭발의 충격으로 휘날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폭탄이 폭발하는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보도하는 엄청난 용기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유세프 함마쉬 기자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 저널리스트의 역할은 단순히 사건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간성을 잃지 않도록 저항하는 일임을 잘 알고 있다”면서 “20만 명 이상의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그 고통을 끝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험 무릅쓴 이란인권시위,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여전히 희망이 있다는 것 상기시켜 특집부문에는 이란 히잡 시위를 통해 여성의 인권 문제를 보도한 <인사이드 이란: 자유를 위한 투쟁(Inside Iran: The Fight for Freedom)>이 선정됐다. 게스빈 모하마드 등 4명의 기자들은 지난해 히잡 착용 문제로 경찰에 체포돼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과 이란 시민들의 투쟁, 정부의 탄압을 현장 취재했다.  심사위원단은 “감옥에 끌려가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시위대를 인터뷰하고 촬영한 매우 용감한 기자들의 작품”이라며 작품 제작에 기여한 영상기자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네 명의 수상자 가운데 한 명인 네치르반 만도 기자는 “용감한 이란 여성들이 기본적인 인권을 위해 시위에 나선 모습은 우리에게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여전히 희망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곧 자유를 얻기를 희망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공로상인 오월광주상은 베트남 전쟁을 현장 취재한 NBC 전 영상기자 보 수, 딘 푹 레와 영국 ITN 영상기자 故 알랜 다운스 등 3명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베트남전의 한 가운데에서 TV 저널리즘과 영상 저널리즘의 새로운 위상과 영향력을 세상에 인식시키고, 이를 세계적 관심이 쏠린 문제들에 대한 여론과 정책적 변화를 만들어 낸 현장의 개척자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나준영 영상기자협회장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년이 온다’를 쓴 한강 작가가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하며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며 “힌츠페터 기자의 영상 보도와 유영길 기자의 영상이 한강 작가의 글 속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처럼 오늘 우리가 함께 기념하고 격려하는 수상자들의 영상보도들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생생한 역사적 증거이자 소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힌츠페터상국제보도상 조직위원회는 올해의 수상자가 참석하는 수상작 상영회를 11월 12일과 13일 서울 국회와 대구, 부산에서 각각 열었다. 또, 오는 12일부터 내년 3월30일까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3층 기획전시실과 영상실에서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작 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올해 수상작 뿐만 아니라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 이후 지금까지 4년 동안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수상작 상영회는 영상실에서 감상할 수 있다.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은 민주주의·인권·평화의 발전을 위해 싸우는 현장에서 역사를 기록하는 영상기자를 발굴하고, 1980년 군부독재에 의한 시민 학살의 참상을 기록해 전세계에 알린 고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지난 2021년 제정됐다. 한국영상기자협회와 5·18기념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광주광역시(시장 강기정)가 후원한 올해 행사는 주한독일대사관과 광주광산구청 등이 특별후원했다.  힌츠페터상 수상자들에게는 상금 1만 달러와 트로피가 수여되었으며, 짝수 해인 올해의 시상식은 광주에서, 홀수 해에는 서울에서 열린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2024-12-19
  • 영상 기록, 내란을 막아 내다
    영상 기록, 내란을 막아 내다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 비상계엄 포고령이 공표되던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날 포털 뉴스 댓글 창은 다 막힌 데다 네이버 카페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도 먹통이었다. 계엄을 실감했다. 인터넷도 끊길 수 있다는 생각에 텔레비전을 켰다. 일부 방송사들은 태연히 정규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보도 통제가 이미 시작된 게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다. 마치 80년 광주처럼.  하지만 이내 안도했다. 계엄기획자의 작전 시계가 1980년도에 멈춰있는 것이지, 2024년의 미디어 환경은 그때와 달랐다. 계엄군이 설령 방송사들을 점령한다 해도 개인 미디어와 유튜브 라이브와 같은 실시간 소통 채널 통제를 어찌 감당하랴.   완전무장한 계엄군의 국회 난입 실시간 방송은 911 쌍둥이 빌딩 테러 중계만큼이나 충격이었지만, 시민들을 행동으로 이끌었다. 이날 생중계로 현장을 본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다. 국회 앞 도로에서 검정 롱패딩을 입은 한 청년이 장갑차를 가로막고 서 있던 모습, 그를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달려와 함께 맞섰던 모습, 심지어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몸을 던져 계엄군 차량의 국회 진입을 막던 시민들의 모습, 계엄군들이 버스에서 하차하려 하자 시민들이 다독이며 다시 버스로 안으로 돌아가게 한 후 다 함께 스크럼을 짜고 버스를 에워쌌던 모습을.  진실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당시 병력 규모를 보면 ‘중과부적이었다’는 김용현의 말이 얼마나 후안무치한 거짓말인지 알 수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계엄에 동원된 경찰은 4,200명, 군병력은 1,700명에 달했다. 그중 국회 주변에만 경찰 1,900여 명, 계엄군 906명이 투입됐다. 최소 2,700명의 병력이 국회에 한꺼번에 몰려든, 입법부를 완전히 마비시키기 위한 작전이었다. 무장 상태는 더 충격적이다.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은 소총과 권총, 저격총 등 187정의 무기를 휴대했고, 최소 9천 발 넘는 실탄이 지급되었다는 사실이 방송보도로 밝혀졌다. 긴급했던 상황 뒤에 혹시라도 끔찍한 학살이 계획되었던 건 아닌지 등골이 서늘해진다.   우리의 집단 기억 속에 각인된 1980년 5월 광주의 계엄군 모습과 2024년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의 모습은 너무 비슷했다. 일각에서는 시민들이 갑작스럽게 몰려오자 계엄군이 당황해 주춤했다고 말하지만, 이들은 고도로 훈련된 특수부대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엄군이 시민을 물리적으로 해치지 않은 점은 천만다행이다. 목숨을 걸고 싸운 5월 광주의 용감했던 시민들은 그 상황을 외부에 알릴 방법이 철저히 차단되어 있었던 반면, 2024년 12월 국회에 모인 시민들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무기 삼아 계엄군의 일거수일투족과 현장의 진실을 기록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시민사회와 즉시 공유해 국회를 지킬 수 있었다. 5월 광주는 두려움 없이 싸울 수 있게 해준 용기의 원천이었을 뿐 아니라, 언론의 자유와 기록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것인지를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내란의 진실을 기록하고 알린 영상기자와 오디오맨들의 용기와 헌신   그날의 현장을 용기 있게 기록한 언론인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일부 기자들은 계엄군을 촬영 대상으로 삼는데 그치지 않고, 몸싸움까지 벌이며 이들의 국회 진입을 저지하고 설득하려 했다. 당시 취재 활동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국회 CCTV 영상이 이를 증명한다. 계엄군 십여 명이 국회 정현관 진입에 실패하자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 창문을 깨고 난입을 시도했을 때였다.   영상기자와 오디오맨이 이들을 뒤쫓아가 촬영하기 시작하는데, 한 계엄군이 오디오맨이 들고 있던 사다리를 위협적으로 강탈해가는 장면과 또 다른 계엄군이 이 오디오맨을 막아서며 방해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 누군가 계엄군들에게 뛰어가 국회 진입을 막으려 하자 영상기자들과 계엄군 사이에 몸이 부딪치는 충돌도 발생한다. 포고령이 공표된 위험한 상황임에도 영상기자들은 물러서지 않은 채 촬영을 이어갔고, 오디오맨들은 끝까지 영상기자들의 곁을 지켰다.   이들의 용기와 헌신은 진실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법무부장관 직무대행을 맡은 김석우 법무부 차관은 12월 17일 국회 법사위 현안 질의에서, 내란 당시 군인들이 국회 유리창을 깨고 진입하는 모습이 담긴 TV 생중계 영상과 언론보도에 대해 그 자체로서 현장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있을 뿐 아니라 중요한 증거라고 말했다.   수잔 손택은 <타인의 고통>에서 “전쟁터에 직접 가보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도 그 참상을 세세히 말하는데 정통한 사람은 진실해질 가능성을 비웃도록 단련된, 스펙터클이 되어버린 폭력의 소비자들”이라고 지적하며 방관과 무감각한 태도를 지적했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비상계엄 내란 사태는 스펙터클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그것이 나의 일상의 일부이자 전부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했다. 기록할 용기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낀다.  비상계엄 이후 TV방송사들은 뉴스 속보와 긴급취재 형식의 기획을 통해 내란의 진실을 신속하게 심층 보도하고 있다. 매일 새롭고도 놀라운 사실과 진실을 알아가는 중이다. 오랜만에 지상파 방송을 많이 시청하고 있다. 뉴스 때문에 홈쇼핑 매출도, 넷플릭스 시청도 줄었다고 한다. 윤석열 정권이 방통위, 방심위 반칙 운영을 통해 망가뜨리려 했던 방송계가 권력 감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때다. 최선영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2024-12-19
  • 박장범 사장 내정에 KBS 안팎 반발
    박장범 사장 내정에 KBS 안팎 반발 언론노조 KBS본부, 7년만의 파업…KBS 기자들, 기수별 반대 성명도 잇달아 언론현업단체 “방송3법 개정해 방송장악 악순환 고리 끊어야”   박장범 KBS <뉴스9> 앵커가 차기 사장에 내정되자 KBS 안팎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KBS 이사회는 지난 23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박장범 앵커, 박민 사장, 김성진 방송뉴스주간 등 세 후보에 대한 면접과 표결을 거쳐 박 앵커를 제27대 사장 최종 후보로 임명 제청했다. 박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대통령의 임명재가를 거쳐 차기 사장에 임명된다. 제27대 KBS 사장 임기는 12월10일부터 2027년 12월9일까지 3년이다.   박 앵커의 내정을 둘러싸고 KBS 안팎에서는 정치적 편향성과 절차의 위법성 등을 들어 선임 무효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날 사장 선임 절차에 반발해 하루 총파업에 돌입했다. KBS본부는 사장 선임에 참여한 KBS 이사진이 ‘2인 체제’로 운영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한 이사들이라는 점을 들어 선임 절차 자체가 무효라는 입장이다. 야권 성향 이사 4명도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이사회 의결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방통위) 2인 구성원은 방통위법이 정한 정원 5인의 절반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다수 구성원의 존재’라는 합의제 행정기관의 본질적 개념 표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2인 체제 방통위 의결의 위법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KBS본부는 “위법한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의 추천으로 임명된 KBS 이사 7명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조합원탄원서를 받아 조만간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내부에서는 박 내정자가 KBS의 신뢰성을 훼손해 왔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KBS 기자협회, KBS PD협회, KBS같이노조가 박 내정자의 임명 제청 반대를 천명했고, 기자들 사이에서는 기수별로 박 내정자에 대한 반대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현재 사내 게시판에는 31기부터 50기까지 17개 기수의 취재 및 영상기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반대 성명을 올린 상태다.    기자들은 성명에서 “박장범 앵커는 자리를 위해 저널리즘을 내팽개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그가 우리 뉴스의 얼굴인 9시 앵커를 책임지는 동안 우리에게 남은 것은 언론사로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좌절감과 죄책감 뿐”(37,38 기 성명), “아무리 피땀흘려 취재해도 이제 시청자들은 이를 용산을 겨냥해 보낸 메시지로 읽는 지경”(45기 성명), “존경할 수 없는 선배이자, 따를 수 없는 리더인 그에게 KBS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등 박 내정자에 대한 임명 제청을 반대했다. 기자들은 박 내정자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년 대담에서 국민적 의혹에 대한 질문 대신 대통령을 비호해 ‘용산 방송’이란 흑역사를 남겼고 △리포트와 무관한 내용을 앵커 멘트에 넣거나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왜곡했으며 △수신료 분리 징수 정국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KBS의 한 기자는 “박민 사장이 선임된 1년 전만 하더라도 박 사장이 혹시나 수신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조금은 있었고, 회사가 어려우니 좀 참아야지, 버텨봐야지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지금은 1년 동안 KBS가 어떻게 망가지는지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문제 있는 사람이 사장으로 와서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게 만드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역의 한 기자도 “박민 사장 이래 메인 뉴스에서의 아젠다 선정에서 안팎으로 문제제기가 많이 되어온 게 사실”이라며 “박 후보자가 사장이 되면 지역에서도 전국 뉴스를 내보내고 있는 입장에서 데스킹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크다”며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뚜렷한 비전이 없어 경영 상황이 악화될 거라는 것이 많은 직원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의 한 관계자는 “박 후보자가 사장이 된다면 앵커라는 자리를 KBS 사장으로 직행하는 교두보로 활용한 역대 최악의 사장이 될 것”이라며 “그래서 후배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이후에 찾아올 불이익까지 감내하면서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도 박 내정자의 임명 제청을 반대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9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2인 체제 방통위 하에 임명된 7명의 불법 이사들이 결정했기에 원천 무효”라고 강조했다.   전규찬 언론연대 공동대표는 “공영방송에서 닻을 내리고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맡는 9시 뉴스 앵커의 첫 뉴스 진행을 보면서 자칫하면 박장범 앵커가 KBS를 정권의 홍보와 선천 채널로 만들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있었다.”며 “이런 사람이 사장이 되지 않도록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와 대중이 반응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등 7개 언론현업단체는 28일 공동성명을 내어 “현업 언론인들은 지난 십 수 년 동안 반복되어온 집권세력의 공영방송 통제와 장악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방송법 개정을 통해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의 개혁을 요구해 왔다”면서 정치권을 향해 △국회의장이 제안한 범국민협의체 안을 수용해 △연내 방송3법 개정안을 도출하고 △방통위의 중립성 확보를 위한 개편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영상기자 152호 (10.30발행)>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2024-12-19
  • [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집상 수상소감] 통제와 탄압을 뚫고 기록한 이란여성들의 ‘생명과 ...
     “인사이드 이란 : 자유를 위한 투쟁”- 통제와 탄압을 뚫고 기록한 이란여성들의 ‘생명과 자유’를 위한 저항 ▲2024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집상 수상자 게스빈 모하메드(글)언론인으로서, 우리는 참으로 모순적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클릭 한 번으로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고, 이메일이나 메시지로 중요한 소식들에 간단하게 연결되는 세상. 하지만 공익을 위한 자유로운 보도가 위협으로 받아들여지는 몇몇 권위주의 국가는 이러한 환경에서 예외입니다. 대신, 그러한 권위주위적인 국가들은 같은 기술을 정보를 통제하고, 반대 의견을 공격하며, 표현의 자유를 감시하고 억압하는데 사용합니다.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에 따르면, 세계의 자유도는 18년째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권위주의가 다시 부상중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진실을 보도하고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함은 그 무엇보다도 분명합니다. ▲2024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집상 수상자 네치르반 만도기술발전을 언론과 정보의 통제로 악용하는 권위주의국가들, 그 속에서 ‘진실’의 취재이러한 배경 속에서, 유서 깊은 영국의 ITV 채널에서 2023년 말에 방영된 <인사이드 이란: 자유를 위한 투쟁> 제작진은 한 가지 어려운 질문에 답해야만 했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곳곳에서 억압당해 가는 중인 세상에서, 어떻게 언론에서의 공개 발언이 곧 사형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권위주의 국가 내부의 인권 침해를 세상에 내보일 수 있을까요? 언론인과 활동가들은 늘 집중 감시를 받고, 전자화된 시스템이 기록을 남겨 관광객 등으로 위장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현장에 접근해 기록을 남길 수 있을까요? 이 질문들은 22세의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지나 아미니가 경찰 구금 중 사망한 후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진 질문들이었습니다. 그녀의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엄격한 여성 복장 규정을 위반했다는 구실로 체포되었고, 그 죽음은 1979년 정권 수립 이후 가장 길고 거대한 반정부 시위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진압과정에서 2만 명 이상이 체포되었고, 100여명의 언론인을 포함해 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으며, 그 중 70명이 넘는 피해자가 어린아이들이었습니다.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짧은 영상들 속에선,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들 거리로 나서 “여성과, 생명과, 자유” 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더 자유로운 이란을 향해, 우리에겐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권리들을 갖기 위해 싸우러 나선 사람들이었습니다. 평범하지만 동시에 매우 용감했던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촬영한 이 영상들은 소셜 미디어에 퍼졌지만, 너무나 적고 너무나 약했습니다. 이란 정부가 자국민의 불만과 이에 대한 잔혹한 탄압이 세계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인터넷을 차단시킨 것입니다. 이에 대응해, 우리 팀은 정부의 탄압이 심화되는 가운데 시위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를 기록할 방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이란 정부가 침묵시키려 하는 이란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고자 했습니다. 2019년 홍콩 시위 직후, 나는 비행기에 올랐고 현지에서 시위자들과 촬영을 시작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란에서의 취재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2024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집상 수상자 로빈 반웰취재원들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국경까지 넘나들어 이미 이전에 이란 내부를 취재한 바 있고, 시위를 시작한 사케즈 지역 사람들과 같은 쿠르드 민족에 속한 사람으로서, 이란에 접근하는 것은 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가장 최선의 경우라도 이란 내부에서 자유로운 취재는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또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이 철저히 감시당하리라는 것 또한 확실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경우엔 사람들– 우리가 만날, 또 우리가 알리려 했던 목소리들 – 이 심각한 위험에 처할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우리는 이란 내부에서 촬영하되, 이란 당국의 시야에서, 그들의 레이더에서 벗어나 비밀리에 촬영해야만 한다는 결론에 빠르게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목숨을 걸고 우리와 함께 작업하기로 한 이란의 영상제작자 ‘하페즈’가 우리의 숨은 영웅입니다. 그는 많은 시위자들처럼 여성 권리 향상과 삶의 질 개선, 비리 척결,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두려움 없이 진정 자유로운 삶을 갈망했습니다. 우리는 그가 여성 시위자들을 비밀리에 직접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2024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집상 수상자 "하페즈" (안전을 위해 익명처리.)이들이 당국에 붙잡히지 않도록 촬영 중 안전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이란에선 정권에 대한 비판은 금지되어 있기에, 이란 내부의 모든 출연자들은 익명을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영상기자와 제작자가 영상의 결과와의 사이에서 저울질해야 할 가장 중요한 윤리적 고려 사항입니다. 권위주의 정부들은 해외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들을 감시하며, 방송이 나간 후 보복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국경 너머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구에서, 쿠르드인 프리랜서 기자 네치르반 만도와 촬영감독이자 감독인 로빈 반웰, 그리고 저는 함께 투옥 또는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한 이란인들을 구출하고 있는 쿠르드계 반 이란 활동단체에 독점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국경을 넘었음에도, 자신의 집을 떠난 이란의 활동가들은 여전히 안전하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는 국경을 넘나드는 탄압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세계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쇠퇴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이란에서의 1년간의 이야기들을, 시위의 시작부터 그 여파까지 온전히 담기 위해 우리는 철저한 저널리즘 정신에 입각해 잠입취재로 다뤄야 했고, 이를 위해 다양한 저널리즘적 도구와 스토리텔링을 활용했습니다. 방영된 내용 이 외에도 설득을 통해 검증된 지하 활동 단체들로부터 이전까진 볼 수 없었던 방대한 자료들을 확보했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이란인들이 남긴 수천 개의 휴대전화 영상을 수집했습니다. 시위현장에서 촬영된 100시간 분에 달하는 영상들을 검토한 후, 철저한 검증을 거친 200여개의 영상들을 작품에 사용했습니다. 권위주의가 급부상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안타깝게도 이제 더 이상 무턱대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권력자들이 더욱 강력해지고, 더 많은 수단들을 활용해 진실들을 감추고, 우리의 활동을 감시하는 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기자이자 영상제작자로서 진실을 담고,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더 새롭고 안전한 보도 및 영상취재방식들을 끊임없이 고민해야만 할 때입니다.
    2024-12-19
  • [힌츠페터국제보도상 대상 수상 소감] 팔레스타인의 기자들도, 전쟁만을 담고 싶지는 않...
    "가자로부터 온 목소리"-팔레스타인의 기자들도, 전쟁만을 담고 싶지는 않습니다 ▲ 2024 힌츠페터국제보도상 대상 수상자 모하메드 사와프 (글)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나의 도시. 이웃들이 타겟이 되고, 도망칠 곳조차 없이 그 다음 목표는 나와 내 가족들이 될 지도 모르는 그 곳을 카메라에 담아내야만 하는 것은,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영상기자들과 언론인들이 직면한 가장 큰 고통이자 고뇌입니다. 스스로가 다음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사건을 보도해야만 한다는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의 뒤편에는, 사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또한 도사리고 있습니다.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잔인한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싶더라도, 이미 도망칠 수도, 스스로를 구원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 2024 힌츠페터국제보도상 대상 수상자 살라 알 하우전쟁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언론인들은, 특히 이번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바깥의 그 어떤 기자들도 절대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을 그런 현실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쟁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외국 기자들은 더 이상 가자에 접근할 수 없고, 이제 이곳의 현실을 전 세계에 전할 수 있는 사람들은 오직 현지의 기자들뿐입니다. 카메라는 이들의 또 다른 눈이 되어, 그들의 발걸음을 따라 엉망이 된 거리, 폭격으로 폐허가 된 건물들을 비추며 초토화된 주위 사방을 담습니다. 그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겐, 내딛는 발걸음마다 위험이 도사리고,살아있는 매 순간이 또 다른 위협입니다.이들이 마주하고 있는 복잡한 현실은, 그저 자신과, 자신 가족의 안위와 진실을 전하는 것 둘 중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뇌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기자와 군사 목표가 점점 더 같은 뜻으로 여겨지고 있는 전장에서, 그들은 그들의 카메라로 인해 다음 번 표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그 끝없는 두려움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자에서, 동료들이 한명씩 쓰러져나가고 있습니다. 마치 기자들이 정말 이스라엘군의 표적이라도 되어버린 것처럼 말입니다. 그럼에도, 그 모든 위협을 무릅쓰고 우리는 계속 이 일을 해야 합니다. 침묵을 택하느니 뻔히 보이는 죽음을 택하는 쪽이 낫고, 우리의 죽음이 기왕이면 아무도 모르는 채 이뤄지기 보다는, 차라리 아주 명백하게, 모두에게 보여 질 수 있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제 동료들, 아흐메드, 마르완, 살라, 이브라힘 등과 저는 오랫동안 한 팀으로 같이 일해 왔고, 우리 민족이 가진 서사와 아픔을 공유하며 또 함께 이어져있습니다. 우리는 단순한 기자가 아니라,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동료 시민이자 같은 인간으로서 가장 어두운 밤 그들의 곁에 섰습니다. 2023년 10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우리는 매일같이 끝없는 폭격과 전차 행렬 사이에서 생사의 문턱을 오가고 있습니다.  ▲ 2024 힌츠페터국제보도상 대상 수상자 이브라힘 알 오틀라 매일 취재 기획을 세우고 나서지만, 맞닥뜨리는 전장은 그동안 겪어왔던 그 어떤 전쟁과도 같지 않습니다. 보다 힘들고 끔찍하며, 그 끝이 대체 어딘지, 총성이 멎으리란 희망을 가져도 될 지조차 알 수 없게 만듭니다. 잊혀서는 안 될 아픔들을 세상에 알리고자 냉혹한 현실과 사투를 벌일 때면 순간순간이 영원처럼 길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런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그래서 우리는 거리로, 또 폭격 장소로 나아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손에 쥔 카메라가 기록을 시작하는 순간, 무엇이든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하지만 먼저 자기 자신과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폭탄이 또 우리를 겁먹게 할지라도, 우리의 일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의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 만약 우리가 기록하지 않는다면, 우리 그리고 가자 지구 주민 모두가 시선 밖에서 조용히 죽어갈 것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죽기보단 모두의 눈앞에서 죽는 것이, 적어도 더 낫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특히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순간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주인공들이 그저 피해자로만 비춰지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영상은 구급대원, 아이, 의사, 그리고 그 외 각자의 삶 속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뉴스를 만들어 내보내는데 그치지 않고, 숫자로만 다뤄지는 사람들도 전부 하나의 인간이었음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영상 속 모든 이들은 각자 희망과 꿈, 그리고 삶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있기 전, 그들 모두는 세상에 전해줄 이야기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우리 기자들도 결코 안전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폭격으로 인해 우리 모두의 집이 파괴되었고, 모두들 집과 가족과 동료들을 잃었습니다. 전쟁의 첫 주에, 벌써 우리 회사 사무실은 폭격으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170명이 넘는 가자(Gaza)기자들의 죽음, 피해자의 눈으로 참상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책임 ▲ 2024 힌츠페터국제보도상 대상 수상자 故마르완 알 사와프나의 동료, 마르완은 이스라엘 미사일에 맞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어지는 폭격을 촬영하기 위해 준비하던 도중이었습니다. 사망하기 불과 이 주 전에 부모와 형제, 어린 조카를 포함한 47명의 가족을 잃은 상태였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심각한 부상을 입고 가족을 잃었으며, 이브라힘은 집을 잃고 남쪽으로 피신해야만 했습니다. 살라의 집도 공격당해 여러 가족들이 목숨을 잃어야만 했습니다.이 모든 이별과 아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일 다시 현장에 돌아와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들을 멈추지 않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계속 이 일을 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일은 이제 우리에게 있어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하나의 사명입니다. 세상은 반드시 피해자들을 두 눈으로 봐야만 하고, 그렇게 만들기 까지가 바로 우리의 책임입니다. 지금까지 17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기자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언론인들이 죽었습니다. 가자에서 팔레스타인 기자로 일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취재 후 다시 안전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때와, 스스로의 삶의 터전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취재하는 것은 한참 다릅니다. 여기선 전쟁이 일상의 일부이며, 가장 큰 공포는 자신이 다음 희생자가 될지 모른다는 사실로부터 옵니다. 가자에는 도망칠 곳이 없고, 공간은 협소하며, 모든 출구는 봉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카메라를 들고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직업이 아니라, 사명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을 수상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 상을 고인이 된 동료 마르완과, 그밖에 이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모든 기자들에게 헌정합니다. 이 일은 우리에게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의무이며, 우리는 늘 인류애를 가져야만 합니다. 우리도 전쟁만을 다루고 싶진 않습니다. 인간은 전쟁을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며, 기자는 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존재가 아님을 잘 압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에서, 우리는 전쟁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의 일부로서, 우리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기 위해 계속해서 나아갈 것입니다.
    2024-12-19
  • 현장에서 기후위기를 실감. 뭉텅뭉텅 사라지기 시작한 육지
    [현장에서]           현장에서 기후위기를 실감. 뭉텅뭉텅 사라지기 시작한 육지            보트 위에 선 A씨가 손을 들어 강을 향해 가리켰습니다. 손가락 끝이 향한 곳에는 반쯤 쓰러진 전봇대와 수평선 위로 듬성듬성 솟은 집들이 있었습니다. A씨가 가족과 함께 터를 잡고 살았던 집은 지금 물속에 잠겨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방글라데시 깔라바기의 이야기입니다. 2009년 사이클론으로 물에 잠겼던 마을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육지와 길이 끊어진 채 옅은 흔적만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기후 위기가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오는지. 특히 폭우와 해수면 상승의 피해는 서서히 시가 물에 잠기는 방식이 아니라 한번 휩쓸고 간 자리에 다시 물이 빠지지 않는 방식으로 뭉텅뭉텅 삶의 터전과 생명을 앗아간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차라리 집이 물에 잠겨 내륙 지역으로 이주를 마친 A씨네 가족과 이웃들은 안전한 상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을이 물에 잠겨 이주하게 된 A씨의 가족이 살던 곳 바로 옆에는 물에 잠기지는 않았지만, 강 위에 아슬아슬하게 떠 있는 수상가옥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집에는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육지에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만 하는 매우 작은 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집은 당장이라도 비가 내리면 물에 잠길 것처럼 입구 바로 앞까지 물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보트에서 내려 수상가옥 촌에 발을 디딘 순간 지금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내년 혹은 올해 있을 폭우에 무사할 수 있을지 걱정하게 됐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열흘간 만난 사람들의 터전을 찾아가면 항상 그들의 손가락 끝이 향한 곳엔 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먹고 자고 살았었다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마을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평온하고 넓은 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육지가 사라진 풍경의 충격과 함께 주민들이 다 같이 위기를 극복하고 있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발이 푹푹 빠져 신발도 신을 수 없는 곳에서 맨발로 고운 진흙땅을 밟으며 진흙으로 다시 무너진 길을 다 같이 복구하고 있던 모습. 우리도 주민과 발맞춰 신발을 벗고 맨발로 진흙을 밟으며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미끄러질 때마다 발가락에 힘을 주어 진흙을 잘 잡아야 넘어지지 않는다는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취재진을 부축해 주던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감사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주민들의 환대와 도움으로 취재를 잘 마치고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방글라데시에서는 또 한 번의 큰 홍수가 났고 인명피해 또한 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만났던 주민들과 마을은 무사할지 마음이 쓰입니다.     얼마 전 동기가 저에게 아이를 낳을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배우자와 함께 아이를 잘 키워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동기는 낳을 수 없겠다고 말하며 기후 위기를 아이에게 경험시키는 것이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정말로 기후 위기로 인해 수백 명의 사람들이 고통받고 가족과 친구를 잃은 모습을 보고 온 지금 동기가 저에게 던진 질문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더 이상 경고가 아니라 시작된 재난으로서 우리의 터전과 생명을 빼앗고 있는 이 기후 위기로부터 우리의 삶을 지키는 방법이 무엇인지 카메라를 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MBC 전인제 기자       
    2024-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