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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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S칼럼> 용모복장은 나의 명함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많은 사람들과 접촉해야 하는 현대사회 생활에 있어서 복장은 단순한 옷이 아니다.  복장은 기능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영향력있는 메시지전달 수단이 됨과 동시에 자기 자신을 알리는 명함이다. 상대방의 옷차림만으로도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직업을 추측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직업과 용모 복장은 매우 밀접하며 자신의 직업에 어울리는 복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자세이다.       용모복장은 신뢰감의 상징이다.   한 남성에게 한 번은 너저분한 복장을 입게 하고 또 다른 한 번은 깔끔한 정장차림을 입게 하여 신호등이 있는 도로를 가로질러 무단 횡단하도록 하였다. 이런 실험에서 보행자들은 지저분하고 산만한 복장의 사람을 따라 가는 것 보다 단정한 정장을 차려 입은 신사를 따라서 덩달아 건너 가는 것이 3배 이상 높았다. 깔끔하고 신사복을 입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보행자들은 알지 못하지만 저 사람이 건너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아서 따라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차림새만으로도 ‘왠지 믿을 만하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단정한 용모복장은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준다. 사람의 겉모양으로 그 사람의 수준이나 인성을 판단해서는 안되겠지만 일반적으로 복장 상태는 사람을 판단하는 단서가 된다. 일반적으로 대화를 나누기 이전에 상대방의 외형적인 모습을 보면서 극히 제한된 정보로 짧은 순간에 상대의 인상을 결정짓게 되는데 이때 용모복장은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본인의 경우 만남의 자리에서 산발한 머리와 대충 차려 입은 모습의 사람과 마주 앉아 있을 때 억지로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무시당하는 기분을 감추기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의 개인적 이미지는 물론이고 상대방이 진행하고 있는 일에도 별 믿음이 가지 않았다. 용모복장은 내가 편한 것이 아니라 상대를 위해서 입어야 한다. 그래야만 호감을 줄 수 있으며 일에 대한 업무적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만 잘 하면 되지, 무슨 옷 타령이냐고 할 지 모르지만 교훈적인 사례가 있다. 독일의 투자 은행 드레스너뱅크(Dresdner Bank) 와 이케아(IKEA)간에 협상상황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이다. 드레스너 뱅크는 보수적이고 상당히 권위적인 은행이고 이케아는 무척 자유롭고 개방적인 스웨덴의 조립가구회사이다. 상반된 조직 분위기로 인해 그들의 협상 결과는 당연히 좋을 리 없다고 판단했지만 그 결과는 예상과 달리 아주 좋았다. 드레스너 뱅크의 협상 대표는 자유로운 힙합 바지를 입고 나타났으며 이케아 협상단은 까만 양복을 입고 정중한 모습으로 협상장에 나타난 것이다. 이들의 복장은 평소의 차림새와는 정반대였던 것으로 상대방의 기업 문화에 맞추려고 생긴 에피소드에 서로는 웃음을 참지 못했고 협상 또한 마무리가 잘 되었다. 어차피 비즈니스도 사람의 마음을 긍정적으로 움직여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용모복장이야말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표현으로 우호적인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옷차림을 제대로 갖춰 입고 당당해야 한다       <Dress For Success>의 필자인 존 몰로이(John Molloy)는 다음과 같은 용모복장 관련 실험을 했다. 100명에게 상류층의 양복과 구두, 액세서리 등을 착용하게 한 후, 비서에게 타이핑을 부탁하게 했다. 그러자 약 84%가 10분 이내에 업무를 끝냈고, 나머지 16%는 신속한 협조를 하고 싶었으나타이핑이 서툴러 10분 안에 끝내지 못했을 뿐이다. 따라서 복장상태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따라서 상대방이 나를 판단하는 느낌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리학자 빅맨은 복장이 바뀌면 사람들이 순한 양처럼 바뀐다’ 고 강조했다.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평상복을 입은 사람이 쓰레기를 주우라고 지시를  하면 지시를 따르기 보다 이상한 사람취급을 했으나 반면 같은 상황에서 경찰복을 입고 지시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런 지시를 순순히 따르는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태도나 행동이 권위를 상징하는 복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권위의 효과 ( authority effect ) 라고 한다. 직장인들이 업무에 어울리는 옷을 제대로 갖춰 입어야권위가 생기고 당당해지는 것이다.      자신의 직위와 역할에 적합한 옷차림을 연출하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다. 직장 분위기나 업무에 따라서 정장을 입지 않아도 되는 회사라면 업무에 맞는 기능적이고 단정하 복장 상태를 유지하면 된다.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상황에 맞는 옷차림을 연출하지 못하면 신뢰감을 줄 수 없다. 만약에 업무상 앞으로 더 만나야 하는 관계라면 지속적인 만남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는 힘들 것이다.  ‘ 옷이 날개’, ‘ 옷차림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옷을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타인으로부터의 신뢰감을 끌어 내고 , 사회적 신분과 경제적 능력을 대변해주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강희선 / 한국서비스에듀센터 원장  
    2014-03-20
  • <방종혁의 씨네노트> 혈연 VS 시간(추억), 가족의 조건은?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개인적으로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만든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그의 영화를 다 보지는 않았다. 처음 본 영화는 2001년에 개봉한 ‘원더풀 라이프’이고 이후 ‘환상의 빛’(1995), ‘아무도 모른다’(2004), ‘하나’(2005)를 봤다. 그 사이 만든 그의 영화 ‘걸어도 걸어도’(2008), ‘공기인형’(2009),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은 꼭 볼려고 마음먹었지만 놓치고 말았다. 놓쳐버린 영화 중 ‘걸어도 걸어도’는 이후 DVD를 사놓고도 아직 보지 못했다. 트뤼포가 히치콕을 숭배하듯, 이동진이 홍상수를 짝사랑하듯, 정성일이 임권택을 신전에 모셔두듯 그렇게 내 마음속을 깊이 지배하지 않더라도, 이 감독은 필자가 언제나 그의 영화가 나올까 두근거리면서 기다리는 그런 작가이다.  그의 첫 장편영화인 ‘환상의 빛’은 죽음이 남겨놓은 상처를 치유하는 여성을 따라 걸어가고, 한국에 처음 소개된 영화인 ‘원더풀 라이프’는 죽음 이후 이승의 삶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대해 말하는 영화이다. 칸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어린 배우에게 선사한 ‘아무도 모른다’는 무심한 어른과 차가운 현실을 마주한 어린이가 지나가야만 하는 이별의 짧은 순간을 보여주며 사회와 어른들이 만든 소년의 생채기를 드러낸다. 시대극 ‘하나’는 일본 막부 봉건시대의 고루한 이데올로기인 ‘복수’에 대한 반성을 소재로 그것을 극복하는 ‘삶의 편린’들을 통해 화해의 진실한 얼굴을 관객들이 맞이하도록 초대한다.    감독은 인생을 이야기하면서 큰 이야기로 시작해 현재는 생활의 최소 단위인 가족과 개인으로 그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죽음과 사후 세계라는 거대한 소재는 가족 이야기를 통해 현대의 개인의 생존을 이야기 한다. ‘공기인형’에서 도시의 ‘개인’을 치유하는 조건을 언급하고, ‘걸어도 걸어도’와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현대 사회에서 해체되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는 ‘가족’의 존재 이유를 고민한다 . 이번에 공개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개인과 가족에 대한 감독의 문제의식에 자신의 딸과의 관계에서 생긴 고민을 투영한 영화이다. 이 영화가 부산영화제에서 공개되면서 국내 언론과 한 인터뷰(스타뉴스, 『고레에다 감독 “가족의 양면성 그리고 싶어”(인터뷰)』, 2013년 10월 10일)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오랫동안 집에 못가고 한 달 만에 들어갔더니 아이의 기억이 리셋되어서 다음 날 아침에 현관에서 ‘또 와주세요’하고 인사를 하더라고요. 충격이었죠.” “그런 경험을 가지고 아버지와 아들을 잇는 것은 핏줄인지 함께 보낸 시간인지 생각했죠. 그것이 출발점이었어요.”  감독이 생각한 가족의 구성요소인 ‘핏줄’에 대한 고민은 주인공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의 경험으로 극적인 치환이 된다. 성공한 건축회사의 전문직 회사원인 료타는 6년 동안 기른 ‘케이타’라는 아들이 ‘류세이’라는 소년과 병원 신생아실에서 바뀐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이 구축한 이상적인 가족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되며 그것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이 노력 속에서 료타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인 엄격함과 완고함은 영화의 전체적인 정서인 ‘관조’와 맞물려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영화 속 인물들의 태도와 그들의 건조하거나 수다스럽거나 짧거나 긴 대사와 정 반대의 분위기를 가진 가족이 그려내는 미묘한 불협화음은 이 작품을 대하는 관객에게 감정적인 동화를 재촉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들은 한 남자가 공고하게 쌓아올려 그 틀에 맞춰야만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조금씩 해체되는 과정을 따라다니면서 가정을 유지시키는 심리적이면서도 본질적인 조건에 대한 반성을 하는 경험에 이르게 된다.  료타는 케이타의 거짓말 인터뷰에 만족하고, 아이가 실력이 향상되지 않지만 끈기있게 피아노 앞에 앉으려고 노력을 기특하게 여기고, 가정과 회사 모두에서 완전한 모습을 유지시키기 위해 재혼한 아버지를 부인하고자 하는 노력이 자유분방한 친아들과 그를 기른 다른 부모의 모습에서 흔들리고, 자신이 버린 케이타가 수줍게 보내왔던 친밀감의 신호를 뒤늦게 알아챈 이후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모습에서 가족을 완성시키는 기본 조건을 알게 된다.  하지만, 감독은 끝까지 교훈을 말하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은 그렇게 힘겹게 화해한 료타와 케이타가 원래 류세이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에서 물러나 마을을 비추며 암전된다. 해피엔드를 말하지 않으며 이후 과정에 대한 관객 각자의 상상으로 결말을 양보하는 것이다. 서두에서 필자가 감독에 대한 호기심을 나타냈는데, 이 영화를 꼭 봐야겠다고 결심한 데는 주연인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몫도 반쯤 있다. 일본드라마 ‘갈릴레오’ 시리즈나 ‘용의자 X의 헌신’, NHK 대하드라마 ‘료마전’과 다른 매력을 발견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일 수 있다.              
    2014-03-20
  • 박주영의 세상보기 - 역경은 창조주가 준 선물
    삶은 거대한 산과 같다. 정상을 오르기 위해서는 심신(心身)을 단련해야 하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 정상에 오르기도 전에 육체적 장애와 정신적 나약함으로 중간에 포기하거나 장애물이 나타나면 도전하여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약해지게 되어 있다. 우리의 인간사 삶도 많은 장애물과 헤쳐나가야 하는 가파른 언덕들이 있다. 세상보기를 통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 그리고 국제적인 이슈들을 들여다 봄으로써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성적인 지향점과 삶의 가치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역경은 창조주가 준 선물 한 번도 실수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한 번도 새로운 것을 시도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 인간의 뇌는 문제를 느끼지 않으면 어떠한 지혜도 짜내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뇌를 깨어나게 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역경이 보약이 되는 셈이다. 역경은 사람을 겸손하게 하고 지혜롭고 강하게 만들며 성골을 위해 반드시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와 같은 것이다. 장애와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은 많이 있다. 작은 아씨들(Little Women)의 작가인 루이사 메이 올커트(Louisa May Alcott)는 가족들로부터 하녀나 침모로 일하라는 충고를 받았다. '작은 아씨들(Little Women)'은 네 자매가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자신들의 꿈을 키우면서 아름답고 당당하게 성장해가는 모습을 따뜻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으로, 1869년 4월 합본이 출간된 뒤, 14개월 만에 3만 부 이상이 팔렸고, 출간과 동시에 평론가들의 호평이 잇따랐다. 올커트는 이 작품 하나로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작가로 떠올랐고, 이후 “작은 아씨들”은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지금까지도 청소년들의 필독서이자 세계 명작 가운데 하나로 읽히고 있다. 오페라 가수,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의 부모는 그가 기술자가 되기를 바랬다. 음악 선생은 그의 음색이 성악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노래를 그만두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카루소 이전에도 카루소 이후에도, 그만한 성악가는 없다"라고 말한다.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의 선생은 그가 지진아라 가르칠 수 없다고 말했다.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까지 2,000번이 넘는 실험을 했다. 한 젊은 기자가 그에게 많은 실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나는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소. 나는 전구를 발명했소. 공교롭게도 2,000 단계의 과정을 거쳤을 뿐이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네 살 때까지 말을 못했으며, 일곱 살 때까지 책을 읽지 못했다. 그의 선생은 그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사고력이 떨어지고, 사교성이 부족하고, 공상을 좋아한다." 그는 결국 퇴학을 당했고, 취리히 대학의 과학 학부의 입학을 거부당했다. 루이스 파스퇴르(Louis Pasteur)는 학부 학생들 사이에서 평범한 학생이었으며, 22명의 화학과 학생 중에서 15등을 했다.하지만 그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유기체와 발효의 조절을 설명한 첫 번째 사람이었으며, 더 나아가 박테리아를 연구함으로써 수많은 병원체가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하였고, 광견병, 디프테리아, 탄저병 등과 싸우는 백신을 발달하게 하였다. 또한 저온살균법, 살균 소독의 발달도 그의 연구로부터 온 것이다. 그의 연구들은 인간수명을 연장하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연구가 되었으며, 루이스 파스퇴르는 과학자들로부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라고 불린다.   아름다운 삶의 향기를 낼 수 있는 인생 사람은 상처를 받으면 비명을 지르거나 욕을 한다. 때로는 좌절한다. 그러나 풀은 상처를 받았을 때 자가치료를 위해 향기를 내뿜는다고 한다. 초록의 짙은 향기는 바람에 쓰러지고 비에 젖고 찬 서리에도 스스로 치료의 시기인 동시에 다른 이에게 마음을 진정시키고 시련과 고통을 잊게 하는 향기가 되는 것이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작은 시련에도 도전하여 극복하려는 의지가 부족함을 느끼곤 한다. 먼저 꺾이지 않아야 한다. 고통과 시련에 굴하지 않고 오해와 억울함에 변명하지 않고 꿋꿋하고 의연하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일어서야 한다. 풀의 향기에는 살을 에는 아픔이 숨어있다. 그러나 풀은 말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하게 향기로 미소 지을 뿐이다. 상처가 향기가 되면 가슴 저린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모든 인간을 100%로 보았을 때 31%의 인간은 목표가 없는 삶을 산다고 한다. 나머지 69%의 사람들도 목표달성의 성취감을 맛보며 행복하게 살지는 않는다. 대부분 그 과정 중에 치이고, 경쟁에 상처받고, 부대끼면서 불행하게 사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18세기 프랑스 역사가이며 철학자인 볼테르의 “인간은 할 말이 없으면 욕을 하기 시작한다”말처럼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보다는 환경과 주변 사람의 탓으로 돌리려는 경향을 가지게 되어 있다. 그러한 시간에 자아성숙의 시간을 가져야만 하겠다. 그래야 기회의 노크 소리에 귀 기울이고 목표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시야가 넓어지고 내 자신과 외부에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 보다는 우선 자신의 한계를 포용하는 순간 약점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주영 / 칼럼니스트
    2014-03-20
  • 참혹했던 베트남 쓸개즙 관광
     “찍지 마세요.”  마취된 채 끌려온 곰 앞에서 농장 주인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 망했다. 어떡하지.’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옷을 잔뜩 껴입고 출근한 어느 날.“따뜻한 동남아. 좋겠네. 잘 다녀와.”영문을 몰라 멍하게 있으니 선배가 출장이 잡혔다고 설명해주신다. 베트남 곰 사육농장에서  패키지관광객들에게 불법으로 곰 쓸개즙을 판매하고 있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웅담을 채취해 구매자들의 안전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럼 저는 관광객인가요?” 선배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며칠 후 청주공항. 취재기자와 나는 편한 복장과 소품들로 관광객처럼 위장했다. 그런데 아뿔싸. 패키지 관광객들 대부분이 부모님 연배였다. 난감했다. 인솔자나 가이드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우리의 정체를 눈치채면 취재가 엎어질 수도 있었다.‘어떻게 그들의 의심을 피할 수 있을까?’   일단 넉살좋은 이미지로 인솔자와 가이드는 물론 관광객들과도 친해지기로 했다. 짐도 들어드리고 식사시간에 반주도 같이 하면서 낯을 익혔다.“근데 젊은이들 둘이 어쩐 일이래? 뭐하는 청년들이랴?”“저는 사표내고 사업하려고 준비 중이고 이 친구는 국회 공무원이에요.” 취재기자는 그렇게 건실한 청년이 되어가고 나는 일개 백수가 되어갔다. 하지만 그로인해 의심의 눈초리를 많이 걷어낼 수 있었다. 드디어 결전의 날. 베트남 하롱베이에 도착한 우리들은 취재과정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단 한 번밖에 없는 곰 쓸개즙 쇼핑을 준비했다. 사진촬영 정도는 가능하다는 취재원의 얘기를 듣고 준비한 DSLR, 몰래카메라, 휴대폰 등 의심을 사지 않고 취재할 수 있는 것을 고화질 순서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취재기자와 상황에 맞게 위치를 나눠 다양한 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어두워. 하나도 안 보여. 클로즈업을 못 찍겠어.” 곰 농장에 들어서니 줄지어 늘어선 쇠창살들이 보였다. 희미한 백열등에 곰이라는 형체만 가까스로 알아볼 수 있을 뿐이었다. 곰 눈과 손을 아주 큼지막하게 찍으려고 노력했지만 DSLR LCD와 뷰파인더엔 거무스름한 형체만 보일 뿐이었다. 어느새 다가온 농장 주인은 우리를 허름한 건물로 끌고 들어갔다. 관광객들을 의자에 앉힌 농장 주인은 곰 쓸개의 효능을 온갖 의학용어들을 동원해 늘어놓기 시작했다. “베트남 전쟁 아시죠? 고엽제도 아시겠네요? 베트남에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 분들을 치료하는 아주 특효약이 바로 곰 쓸개즙입니다. 웅담의 주성분인 우루소데옥시콜린 산이라는 성분은 골수에 쌓인 약기운을 제거하고....” 어르신들이 고개를 끄덕이시며 몰입해서 듣고 계셨다. 장황한 설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문이 열리고 마취된 곰이 들어왔다. 키가 2미터가 족히 넘을 듯한 곰이 수레에 누워 가냘픈 숨만 쉬고 있었다. 그 때 바로 옆에 앉아계시던 아저씨의 카메라에서 스트로보가 번쩍 터졌다. “찍지 마세요. 사진기 뺏길 수도 있어요. 한국 가서 인터넷에 올려서 보신 관광이 어떠니...” 신경질적인 농장주인의 반응에 농장 직원들도 덩달아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목에 걸고 있던 DSLR을 가리키며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며 주의를 주고 휴대폰을 만지는 것도 유심히 쳐다봤다.   취재기자와 나는 눈으로 대화하며 DSLR을 목에 걸고 촬영하는 일과 가지고 간 몰래카메라로 효과음과 곰 쓸개즙 채취 장면을 취재하는 일로 역할을 나눴다. 농장 직원들은 이런 방식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주사바늘을 찔러 쓸개즙을 뽑아내고 있었다. 쓸개즙을 뽑아내는 장면, 채취한 쓸개즙을 나눠 마시는 장면, 판매하는 장면 등을 모두 취재하고 나니 긴장이 풀리고 진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무사히 취재를 마치고나서 출장 장비들을 정리하며 느낀 몇 가지를 노트에 기록했다. 첫 번째는 다양한 상황을 상상해서 취재장비를 구성하고 우발 상황에 대한 플랜B를 준비하고 있어야 된다는 점이었다. 두 번째는 DSLR과 휴대폰을 WI-FI로 연동하는 방법으로 촬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DSLR의 뷰파인더를 보지 않고 휴대폰 화면만 보면서 촬영할 수 있었기에 의심을 피할 수 있었다. 경우에 따라 이와 같은 취재현장에서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노트를 덮으며 다음엔 또 어떤 흥미진진한 출장이 기다리고 있을 지 생각만으로도 기대가 된다. 비록 지금 휴대폰으로 걸려오는 가이드와 농장주의 협박전화는 달갑지 않지만......         김경락 / MBC 사회2부
    2014-03-20
  • 초보 카메라기자의 제주 적응기
            서울 촌놈 제주로 이직하다   나는 작년에 처음으로 제주 땅을 밟았다. 여행으로라도 한번쯤 다녀왔을 법도 한데 서른이 넘도록 기회가 닿지 않았다. ‘제주도 한번 못 가봤다’는 말에 ‘서울 촌놈’이라며 친구들로부터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제주에 정착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여느 직장인처럼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며 부푼 기대를 안고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마침내 만난 제주는 눈이 부셨다. 일주일간 제주도를 일주하며 아름다운 풍경 하나하나에 시선을 빼앗기고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살면서 매일 이 풍경을 렌즈에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서울로 돌아갔다. 하지만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제주에 매료된 나는 회사를 옮겨 제주도로 내려오게 되었고, 그렇게 그리던 제주를 매일 카메라로 담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의 제주와 현지인의 제주는 같은 공간의 다른 섬이었다. 관광객의 눈으로 바라본 제주의 쏟아지는 햇살과 아름다운 바다, 야자수가 늘어서있는 휴양지의 느낌과는 거리가 있었다. 제주의 산은 험하고 바다는 사나웠다. 제주는 많은 오름과 척박한 땅, 높은 한라산을 품고 있고, 언제나 바람이 심해 파도가 거칠기 때문이다.   제주에 정착하는 데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해선 무엇보다 육지와는 다른 제주만의 문화를 이해해야 했다. 제주는 돌, 바람, 여자가 많은 삼다도라고 한다. 화산활동은 제주를 돌이 많은 척박한 땅으로 만들었고, 태풍의 길목에 위치해서 늘 바람의 피해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이는 제주 여인들을 남편 없는 가장으로 만들어 험난한 생활전선으로 내몰았고, 제주 여인들은 바다로 나가 물질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밭일을 하는 등 두 몫의 일을 하였다.   또한 4.3이 할퀴고 간 역사의 상처는 긴 생채기를 남긴 채 제주 사회 내에서 보이지 않는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이런 환경, 역사적인 면들이 제주의 문화를 만들었고, 이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제주 정착의 어려움제주어를 알아듣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혼디손심엉 벵삭이 웃는 제주. 느영나영 모다들엉 제주를 지꺼지게. "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모두 손잡고 함께 웃는 제주, 너와 내가 모여 제주를 즐겁게하자 라는 뜻이다.  유네스코에서 가장 빠르게 소멸하고 있는 언어로 제주어를 손꼽았고 젊은 사람들은 제주말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추세이다. 그러나 여전히 제주어는 제주 사람들에게 통용되고 있는 말이다. 바람이 많이 불고 어업을 주업으로 하는 제주의 특성상 짧고 빠르게 말해도 의미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하다 보니 지금의 제주어가 되었다고 한다. 시골에서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과 인터뷰를 할 때에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 속사포처럼 나왔다. 제주어를 듣고 있자면 내가 외국에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 다시 물어보는 일이 다반사였다. 물론 지금도 100% 다 알아듣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게 무슨 얘기구나 하는 정도는 알아듣게 되었으니 그래도 한 10%정도는 제주사람이 된 것 같다. 제주에서의 인상적인 취재아직까지 선배들에 비해 취재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주에서의 가장 인상적인 취재는 눈이 오던 날의 한라산 취재이다. 눈 내리는 한라산은 겨울왕국 그 자체였다. 다른 산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식물들과 풍경이 나타났고, 윗새오름에 드넓게 펼쳐지는 눈밭 위로 솟아오른 백록담은 구름에 둘러싸여 신령한 느낌마저 주었다. 특히 구상나무에 펼쳐진 상고대는 눈과 바람이 빚어낸 한라산의 보석 같았다. 한라산의 아름다움은 눈과 바람에 맞서기에 충분한 대가를 주었다.   제주도는 마법 같은 곳이다. 인구 60만, 관광객 천 만 시대에 들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활기에 차있고, 4.3추념일 지정, 지방선거 등등 굵직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적응해야할 부분도 많고 배워야할 것들이 태산 같지만 마법 같은 제주도에서 제주만의 것들을 올곧게 지키는 일들(특히 제주바다 수중취재 등)을 취재하고 싶다. 제주에서 초보 카메라기자가 점점 영글어 알찬 열매를 맺는 모습을 기대해주시길!
    2014-03-20
  • 잠 못 드는 취재 288시간
         수습 취재기자 동기들과 함께 서울지역 경찰서로 투입된 지 3일차, 나는 강남라인 배치 후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다. 두 시간마다 라인 선배에게 특이사항과 경찰서를 돌며 알아낸 정보를 보고한다. 혼자서 ‘형님’이라 불리는 취재원 경찰들과 부딪치며 하루 18시간 이상을 경찰서에서 있게 된다. 현재시간 11시 15분, 보고시간이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보고거리를 찾지 못 한 답답한 마음과 긴 밤과 새벽에 돌아다니느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송파경찰서 민원실에 앉자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때 옆 테이블에서 민원인끼리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순간 보고 거리가 되겠구나 생각하고 귀를 쫑긋 세우고 수첩에 그들의 이야기를 몰래 받아 적기 시작했다.   민원인들의 말에 의하면 20년 전 사기범 잡힌 사건 같았다. 평소 교회에서 알고 지내던 성실한 민 집사는 딱한 사정을 핑계로 사기를 벌였다. 정씨 부부는 피해자에게 자신의 잠실 33평 아파트를 담보로 84년에 8600만 원가량을 빌려주었다고 한다. 경찰서에는 가해자의 형을 만나 사기당한 돈을 받기 위한 목적의 자리였다. 나는 84년 즉 공소시효를 1년 남겼다는 피해자의 말에 졸린 기운이 달아나 더 집중하여 듣게 되었다.   가해자 민 씨는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이름도 바꾸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미국에 피신해 있다가 이름도 바꾸고 미국 시민권으로 들어왔기에 첫 번째 입국 당시 한국에 입국 했을 때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인천공항입국 공소시효를 1년 남긴 시점에 공항 입국 심사대에 설치한 지문인식기로 인해 경찰이 잡아넣은 사건이었다. 그전에 이름을 바꿔 한국에 들어온 적 있었으나 그땐 지문검색이 안되던 시점이었다. 이후 아무 것도 모르던 가해자는 공항 입국 시 지문 인식으로 공항에서 잡혔다고 한다.   이 피해자 말고 다른 사람들도 돈 3000만원 빌려주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가해자의 형이 최대한 다 갚는 쪽으로 하겠다고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의사를 전달하였다. 시간이 걸리지만 갚겠다며 민원실에서 이야기 하던 자리였다.   엿듣다 보니 보고시간을 넘겨 현재 상황까지 대충의 내용을 요약하여 라인 선배에게 보고하고 더 엿듣겠다고 보고했다. 다 엿듣고 모자란 부분을 물어보기 위해 용기 내어 민원인에게 접근하였다. 나의 회사와 기자 신분을 밝히고 명함을 건네며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말을 건넸다. 피해자들은 원치 않는다며 피했지만 사실 관계를 듣고 제가 도움이 될 수 있기 원해서 물어봤다라고 말을 건네고 몇 가지 질문을 빠르게 건네고 대답을 짧게 듣고 헤어졌다.   사건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가해자의 이름과 나이 피해자 부부 중 한사람의 이름과 나이, 피해금액, 피해자의 공소시효 시점 등 기사가 나갈만한 사실이 되었음에 짜릿함을 느꼈다.   라인을 담당하는 선배에게 취재 한 정보들을 종합하여 보고 하였다. 선배는 수고했다며 알아낸 정보들을 데스크에 보고 하였고, 아쉽게 방송뉴스로 만들기는 영상과 소재가 조금은 빈약한 사건이라고 조언 해 주었다. 송파 수사과장의 사실 진위 여부 파악 후에 다음날 아침 인터넷에 단신 기사로 제작하기로 결정되었다. 경찰서 취재를 통해 작성된 내 첫 기사를 봤을때, 말로 표현 못하는 뿌듯함이 3일간의 피로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실제 인터넷에 단신으로 기사화 되어 실리게 되고, 나름 취재기자들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고 열심히 취재 했다. 같이 경찰서를 돌고있는 취재기자 동기들도 내가 한 단신기사를 보고 부러워하며, 카메라기자 말고 취재기자 하라는 농담도 주고받고 했다. 이후에도 노력한 결과 한 차례 단신기사가 더 실렸고, 지구대에 신고접수된 공포탄피 발견 사건을 보고하였다. 부족한 잠을 채우려는 마음보다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는 마음이 먼저였다. 그러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2주간, 288시간의 경찰서 생활이 종료되었다.   288시간의 경찰서 취재를 마친 나는 현재 현장에서 카메라를 메고 취재하는 카메라 기자로서 취재를 하고있다. 하지만 그전에 ‘기자’임을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기자이며, 진실을 카메라로 기록 하는 사람이다. 앞으로도 단순히 현장을 담기만 하는 카메라기자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현장 너머에 진실을 표현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 앞으로 경찰서를 돌며 능동적으로 취재 했던 기자로서의 취재소양을 잊지 않고, 사실에 입각한 취재의 중심에 서는 기자로 남고 싶다.               유용규 / MBN 영상취재1부      
    2014-03-20
  • 폭설취재기 - 1미터 눈폭탄 '진짜 난리예요'
    <1미터 눈폭탄 '진짜 난리에요'>             - 2월 6일. 하늘에서 함박눈이 쏟아진다. 원주를 떠나 강릉에 발령난 지 불과 사흘째. 좀처럼 볼 수 없던 탐스러운 눈발에 잠시나마 감상에 젖어든다.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솜털 같은 하얀 눈이 도로 위에 쌓여간다. 어지러운 도심이 순백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 2월 7일.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눈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하루 사이에 얼굴이 퀭해졌지만 일손을 놓을 수 없다. 현장과 사무실을 벌써 열번 넘게 들락날락거리며 촬영과 편집을 반복하고 있다. 내일부터 주말이다. 비번이니 뜨거운 물에 씼고 좀 쉬어야겠다.   - 2월 8일. 눈(眼)에 눈(雪) 밖에 안 보인다. 벌써 50센티미터나 쌓였다. 주말이고 뭐고 전원 출근이다. 불평할 시간도 없다. 눈밭이 된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도심은 이미 마비됐다. 제설용 중장비만 바쁘게 오갈 뿐이다. 눈앞에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   - 2월 9일. 즐거운 일요일이다. 하지만 계속 눈이 온다. 오늘도 쉬기는 틀렸다. 출근길 인도에 쌓인 눈 때문에 발이 푹푹 빠진다. 짜증이 난다. 산간마을에는 일부 주민들이 고립됐다. 길가에는 운행을 포기하고 버려둔 차들이 수두룩하다. 기상청은 당분간 눈이 더 온다고 한다. 제발 예보가 틀리기를 바랄 뿐이다.   - 2월 17일.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얼굴이 검게 타버렸다. 열흘 동안 정신없이 눈 속에 파묻혀 지냈다. 허리춤까지 차오르는 눈이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열흘 넘게 계속된 눈과 제설에 주민들이 지쳐가고 있다는데, 나도 그 중 하나다. 이 눈이 대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 2월 18일. 눈이 그쳤다. 지난 6일 이후 12일째 만이다. 적설과 관련된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한다. 1911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110센티미터의 눈이 쌓인 것으로 기록됐다. 기상청 예보관들조차 1미터 이상 쌓인 눈을 직접 눈으로 볼 줄은 몰랐다며 당혹해했다. 나도 정말 당혹스러웠다.   - 2월 24일. 일상을 서서히 되찾고 있지만, 마음이 복잡하다. 지붕이 주저앉으면서 삶의 터전을 잃은 할머니. 열흘 넘게 고립됐던 산골마을 할아버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제설차를 몰았을 공무원까지. 폭설이 할퀴고 간 상처는 깊기만 하고, 삶이 정상화되려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지 장담하기 어렵다. 정신없이 촬영에만 열중하는 사이 피해 주민들의 속사정을 제대로 취재하지 못 한 것은 아닌지 후회스럽다. 폭설은 끝났지만 아직 할일이 많다. 폭설에 따른 피해 복구가 제대로 이뤄질런지, 대규모 재난에 우리 지자체나 정부의 대응 시스템은 제대로 가동됐는지 등 아직도 들여다볼 부분이 적지 않다. 아직 담아내지 못한 눈(雪)이 없는지 다시 눈(眼)에 불을 켜고 현장으로 달려가야겠다.           김중용 / KBS 강릉
    2014-03-20
  • 이산가족 상봉취재기 - 60년만에 허락된 만남
                11년 만이다. 다시 금강산을 다녀올 기회를 얻었다. 대학교 신입생이던 2003년, 우연치 않은 기회로 금강산을 다녀 올 수 있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 되고 경색되는 남북관계 속에서 언제 한번 다시 금강산을 가보나 했다. 그런데 11년 만에 기회는 찾아왔다. 이제 대학생이 아니라, 그렇게 꿈꾸던 ‘기자’라는 이름으로, 3년 3개월 만에 이루어지는 이산가족상봉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금강산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이산가족상봉장에서 취재하는 느낌은 어떨까. 걱정보다는 호기심으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다가왔다.     6개사가 함께하는 풀 카메라기자단은 3팀씩 둘로 나뉘어져 각각 1,2차 이산가족상봉행사를 취재했다. 생중계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북에서 보낸 디스크를 남측CIQ로 보내면 송출 즉시 각 사가 들어오는 영상을 플레이 시켜 방송을 했다. 선배들이 말하는 ‘원본 플레이’를 해야 했다. 신중하게, 흥분하지 않기를 되뇌이며 취재에 임했다. 커트 중심이 아니라 울음, 흐느낌, 대화가 들어오도록 되도록 길게, 감동적인 모습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1번에서 35번 가족까지. 내가 맡게 된 가족들이었다. 특히 9번 가족, 북측 최고령자가 있는 가족이었다. 오래전 헤어진 여동생과 오빠.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 9번 테이블을 지키고 서 있었다. 면회장 문이 열리고 가장 앞서 들어오는 걸음도 불편한 한 노인, 그리고 한눈에 오빠를 알아보고 와락 끌어안고 오열하는 여동생. TV로만 지켜보던 모습이 내 눈 앞에, 내 뷰파인더에 펼쳐졌다. 학교 간다고, 돈 벌러 간다고 나갔던 젊음들이, 히끗히끗한 머리로, 걸음도 불편한 늙음이 되어 이제서 만난 것이다. ‘왜 이제 왔어’.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담은 한마디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그런 가슴 뭉클함에 몰입 되어 취재를 하면서도, 남과 북의 벽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 벌어졌다. 사연 있는 가족에 집중해 취재를 하다 보니, 북측에서 한 가족에게 집중하지 말라며 취재를 제지하고 나선 것이다. 처음에는 알겠다며 웃어 넘겼지만,(그들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둘째 날이 되어서도 또 ‘어이 YTN은 왜 그러냐’며 제지하기까지 했다. 어떤 가족은 남측 기자들이 다가갔을 때는 머뭇머뭇하더니, 녹색 완장의 북측 기자들이 다가서자 북측의 체제를 찬양하는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어쩌면 이것이 현실임을 느낄 수 있었다.     취재가 끝나면 카메라를 내려놓고 북측 안내원들과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 카메라는 얼마나 나가나’부터 눈 많이 내린 날씨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었다. 점심,저녁 시간에 자유롭게 자리하며 북측 기자들과 이야기 나눌 시간이 주어지기도 했다. 둘째날 점심 금강산 호텔에서 이뤄진 단체 상봉 이후에 호텔 테라스에 나가 금강산의 설경을 볼 수 있었다.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은 담배를 나눠 피우며 이야기를 나눴고, 우리가 멀리 보이는 금강산의 봉우리들의 이름을 궁금해하자, 자기도 금강산이 처음이라 모른다더니, 어느새 그 봉우리들의 이름들을 알아와 알려주는 친절한 안내원도 있었다.     작별의 시간도 어느새 다가왔다. 단 6차례의 만남만으로, 또 헤어져야하는 가족들은 애써 웃음 지으려했다. 아리랑이 불리고, 고향의 봄이 면회장 여기저기서 불렸다.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한마디 ‘이제 죽어서 봐야지...’ 뷰파인더가 보이지 않았다. 훌쩍. 눈물이 흘렀다. 이런게 슬픔이구나. 울지 않으려했던 가족들은 어느새 이별을 직감했다. 부둥켜 안고, 울고, 마지막 손이라도 잡으려했다. 버스에 올라탄 북측 여동생은 휠체어에 앉은 언니를 보며, ‘울지말라, 웃자’고 했다. 자신의 눈에 맺힌 눈물은 보지 못했었나 보다. 먹을 것을 연신 차 안으로 넣어 주던 9번 가족. 버스가 떠난 뒤 부둥켜 안고 ‘이건 아니잖아’라고 울던 가족. 창문을 열지 못해 마지막으로 손조차 잡아보지 못한 가족. 가족이기 때문에 타의에 의한 이별은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60여년 만이다. 어릴 적 헤어진 꼬마들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다. 2박 3일. 단, 6차례의 만남만이 허락되었다. 만났지만 또 헤어져야하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누가 알 수 있을까. 아직도 만나지 못한 이산가족은 너무나 많다. 고령의 이산가족이 더 많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단 한 번의 만남도 소중하기 때문에 금강산, 평양, 개성을 자유로이 오가고,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정례화 되길 바라본다. 흥분과 호기심으로 내딛은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왠지 모를 가슴 먹먹함으로 마무리 되었다.         류석규 / YTN 영상취재 1부
    2014-03-20
  • 미래부
     방송인총연합회(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한국아나운서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감독연합회, 한국PD연합회) 는 지난 12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케이블 TV에 대한 8VSB 변조방식을 허용한 데 대해 유료방송 규제완화에 정신이 팔려 무료 보편의 미디어 플랫폼을 망치고 종합편성 채널과 케이블 TV에 대한 특혜를 남발하고 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연합회는 8VSB 허용이 고화질을 통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종편에 또 하나의 특혜로 종편이 케이블 TV에 대한 8VSB 허용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양한 통로로 미래부를 압박해 온 결과라고 밝혔다. 종편이 모기업인 보수 신문을 통해 끊임없이 여론몰이를 벌이면서 8VSB 허용을 주장해 왔고 8VSB 허용이 콘텐츠 저가화 현상을 불러 현 정부의 국정철학인 창조경제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사실을 왜곡하고 상대방을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또 미래부가 8VSB 허용을 발표함과 동시에 지상파 UHD 실험국 승인도 발표했지만 지상파 UHD 실험방송은 말 그대로 실험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면서 미래부가 시청자 복지를 위한 올바른 디지털 미디어 정책을 추진하고 종편과 케이블 방송사의 주구가 아니라면 8VSB 허용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방송협회도 11일 성명설을 통해 미래부의 이번 결정은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정책적 일관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등 특정사업자들에 대해 특혜를 주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며 관련 정책의 전면 철회와 재검토를 요구했다.        
    201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