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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실무부터 AI 기술, 저널리즘 윤리까지···
    협회,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신입·주니어 영상기자 연수 성공리에 마쳐영상기자들이 갖춰야 할 실무 역량을 쌓고 저널리스트로서의 윤리 의식을 정립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최연송)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으로 지난 4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강원도 강릉에서 ‘2026 신입-주니어 영상기자 연수’를 실시했다. 이번 연수에는 기존 회원사 기자들은 물론 지난 3월 협회 회원사로 가입한 TV조선 영상기자들과 협회 대학생 명예영상기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연수 기간 동안 참가자들은 급변하는 언론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6개의 수업을 이수했다. ‘영상기자 주도형 기획 보도 사례 연구’를 주제로 연수의 포문을 연 MBC 뉴스영상국 김승우 기자는 영상기자가 단순한 촬영자를 넘어 취재 전반을 주도해 성공적인 뉴스 제작 사례로 꼽히는 MBC 뉴스데스크 <현장 36.5>를 분석했다. 김 기자는 이 프로그램이 기존 뉴스가 조명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평소 취재기자와 함께 일할 때 놓쳐서 아쉬웠던 것들을 아이템으로 선정해 기획 및 구성, 현장 취재 및 인터뷰, 프리 프로덕션, 영상 편집을 거쳐 방송 및 송출되기까지 전체 제작 프로세스를 보여주었다. 두 번째 과정인 ‘영상 취재 조명 이론과 실습’에서는 한국영상대 영상촬영조명학과 박기영 교수가 영상의 시각적 완성도를 결정짓는 ‘빛’의 기술을 다뤘다. 박 교수는 영상 조명의 모든 영역에서 활용되는 ‘삼점조명’ 등 빛에 대한 기본 이론을 소개했다. 또,1인 취재 환경에서 조명을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 좁은 실내에서 인터뷰를 할 때 공간감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야외 조명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뉴스영상 조명은 어때야 하는지, 피해야 하는 조명 실수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 기자들이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연수 이틀째인 24일에는 KBS 지선호 기자가 ‘영상 취재의 메커니즘: 기초 이론부터 현장 실무까지’를 주제로 첫 수업을 열었다. ‘뉴스는 외부의 객관적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일까, 아니면 철저히 구성된 재현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재현의 윤리’를 강조했다. 현장 촬영은 언제나 현실의 일부일 뿐이고, 구도와 프레임, 편집을 거치며 뉴스룸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왜곡과 이중 잣대다. 실제로 거대 언론은 이해관계에 따라 난민을 ‘가련한 희생자’ 혹은 ‘위험한 타자’로 프레이밍하기도 하고, 지나친 생성형 AI 영상 사용이 수용자를 할루시네이션(인공 지능이 거짓이거나 맥락과 관련없는 내용을 생성하는 것)으로 오도할 위험성이 큰 만큼 영상기자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I를 활용한 긍정적인 사례도 소개됐다. MBC충북 김병수 기자는 ‘AI와 빅데이터 기반의 영상 기획 및 구성’ 강의에서 다큐멘터리 ‘AI 돌봄’에 AI 기술을 도입한 배경과 제작 과정 등을 밝혔다. 김 기자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이 직면한 노인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첨단 기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모색한 기획답게 제작 과정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했다. 기획 단계에서 생성형 AI(Chat GPT 등)의 도움을, 클로바 노트를 활용해 인터뷰 녹취록을 작성하는 것을 넘어 지상파 최초로 AI 기술을 활용해 내레이션과 배경음악을 제작한 노하우를 공유했다.나준영 전 한국영상기자협회장(MBC 기자)의 ‘한국영상기자와 영상저널리즘의 역사’ 수업은 영상기자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1945년 해방 직후 스스로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섰던 초기 영화인들의 ‘해방뉴스’ 정신, 1950년대 전쟁의 포화 속에서 정립된 영상편집식 취재, 1960~70년대 방송 3사 경쟁 체제를 거치며 진화한 탐사고발 보도, 신군부의 삼엄한 통제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계엄군의 만행을 기록한 카메라…나 전 회장은 2018년 ‘카메라기자’에서 ‘영상기자’로 공식 명칭을 변경한 것은 도구를 넘어 ‘영상 언어’ 중심의 전문 저널리스트로서 정체성을 선언한 것으로, 시대에 따라 기록하는 매체는 달라졌지만 현장을 지키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역설했다.마지막 수업은 언론중재위원회 양재규 연구교육본부장(변호사)이 ‘영상보도가이드라인’ 교육으로 마무리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공장소 촬영이라도 전체 분위기를 담는 ‘풀 샷’은 허용되지만 특정 개인을 무단 클로즈업하는 행위는 초상권 침해 소지가 크다. 실제로 뉴스 내용과 무관한 일반 시민의 얼굴이 노출되어 인당 40~100만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진 조정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또, 소송이나 사건 뉴스를 보도할 때 과거에 촬영해 둔 무관한 인물의 영상을 표기 없이 재사용해도 안 된다. 양 본부장은 초상권, 사생활 침해, 자료화면 오용 등 영상기자가 현장에서 지켜야 할 법적·윤리적 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위험 지역 취재를 거부하는 등 영상기자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보장할 권리를 강조했다. 언론진흥재단 관계자는 “이번 연수는 신입·주니어 영상기자들이 취재·제작 역량은 물론 드론 실습과 트라우마 관리 등 현장 중심의 실무 역량을 폭넓게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이번 협업을 통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영상기자 양성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최연송 회장은 “신입 영상기자 연수는 커리어를 시작하는 영상기자들에게 직업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업무의 기틀을 잡아주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며 “이번 연수에서는 현장에서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조명 및 험지 취재 등 실무 교육을 대폭 강화하여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고 전했다.최 회장은 이어 “2박 3일이라는 일정이 동기들 간의 깊은 친목을 다지기에는 다소 짧았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면서 “이번 연수에서 도출된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여 내년에는 업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영상취재 실무와 이론을 아우르는 더욱 충실하고 고도화된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2026-06-25
  • 배움으로 채운 신입기자 연수
    <2026 신입주니어 영상기자 연수> 후기첫 강의는 MBC 김승우 선배의 현장 36.5 취재 경험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영상기자가 아이템 기획 단계부터 편집까지 직접 주도하는 이 프로그램의 방향은 영상기자의 역할 범위를 확장시켜 주는 내용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앵커 멘트나 기자의 내레이션에 기대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와 컷의 호흡만으로 서사를 끌어가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좋았습니다. 자사의 영상 에세이 코너 역시 이러한 방향에서 영상기자 개개인의 시선과 개성이 더 분명히 드러나도록 발전시켜 나가 영상기자의 입지를 더욱 키우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어진 한국영상대 박기영 교수님의 조명 교육은 빛의 이론을 실습으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3점 조명을 중심으로 키 라이트로 인물의 형상을 잡고 보조광으로 명암의 균형을 맞추며 백라이트로 인물의 실루엣과 어깨선을 배경에서 분리해내는 과정을 실습하였는데 빛의 질감과 각도가 미세하게 달라질 때마다 인물의 입체감과 분위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조명이 단순히 어두운 것을 밝혀 주는 것만이 아니라 세세한 디테일의 차이로 전달이 달라짐을 체감하였습니다. KBS 지선호 선배의 강의는 KBS의 미군 구출 재연보도를 보며 진행하였는데 헬기 총열 위에 미군이 앉아 있는 부자연스러운 컷과 비행기가 한 화면에서 떼 지어 비행하는 비현실적 장면 등 AI 생성 영상의 결함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실제로 저도 저 보도를 처음 본 당시에 저런 다듬어지지 않은 컷들을 내보내도 되는 건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생성형 AI 영상은 만들어진 이미지이기에 이를 보도에 활용하는 순간 영상기자에게는 기술적 오류와 사실성 왜곡을 걸러낼 검수 책임이 따르고 결국 AI 시대의 영상기자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역량은 잘 찍어 취재하는 것과는 다른 검수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뒤이은 충북 MBC 김병수 선배의 강의에서는 AI 성우와 PTZ 카메라를 활용한 관찰형 다큐멘터리 제작기를 바탕으로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외주 업체를 통해 제작된 AI 내레이션은 실제 성우와 구분이 어려울 만큼 자연스러웠고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인물을 자동 추적하는 PTZ 카메라는 실용적 가치가 있지만, 운용 비용과 셋팅을 고려하면 일반 취재보다는 기획 다큐멘터리와 같이 효율을 살릴 수 있는 부분에서 도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괘방산 등반과 함께 진행된 산불 재난 대응 교육에서는 영상기자가 재난 현장에서 마주하는 위험과 그에 대비하는 여러 방법에 대해 배웠습니다. 방염 등산화와 같은 취재에 안전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들을 평소 사무실에 비치해 두는 작은 준비가 결국 본인과 취재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시작점이 된다는 것과 영상기자에게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취재할 권리가 있다는 원칙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교육은 초상권과 영상의 법적 활용 범위에 대해 교육받았습니다. 입사 전에는 2인 이상이 함께 잡힌 컷이면 초상권 문제에서 제한이 걸리지 않는 줄 알았지만 실제 가이드라인에서는 초상권 침해 우려에서 벗어나는 기준은 4인 이상부터라는 점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사소해 보이는 한 컷의 구성에도 법적, 윤리적 무게가 실려 있음을 다시금 새기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연수에서 보고 들은 현장 선배들과 타사 동기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현장에서 한 컷 한 컷에 성실히 녹여내고 AI가 즐비한 세상 속에서 영상기자로서의 직무에 대해 더욱 고민하겠습니다.                                                                                                                                                                                                                                                                                         TV조선 김진일
    2026-06-25
  • 현실과 재현, 그리고 AI 이미지
    <2026 신입주니어 영상기자 연수> 강의 요약플라톤의 동굴에서 기본적으로 저널리즘에 동원되는 이미지들은 숙련된 영상기자들이 ‘현실’(Reality)과 ‘재현’(Representation) 사이에서 윤리적 줄다리기를 수행한 결과물이다. 일차적으로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을 실시간으로 포착할 수 있는 현장이 드물고, 더 자주는 사건의 행적을 사후에 뒤따르며 취재하기 때문이다. 설령 실시간 현장이라 해도, 어떤 현장들은 ‘찍히기 위해 존재’하고, 더러는 카메라의 존재감 자체가 현장에 영향을 미쳐 교호작용을 일으킨다. 그렇기에 우리는 좀처럼 ‘재현’이라는 모종의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사건 뉴스 영상의 구성을 위해 관습적으로 동원되던 ‘피의자 조서 시퀀스’ 같은 것들이 대표적 사례다. (데스크톱 앞에 앉아 기자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혐의사실을 수차례 지웠다가 재타이핑하는 수사관의 모습이 기억난다) 보도 영상의 윤리가 성숙해지는 흐름 속에 이렇듯 ‘동원된 현실’들이 차츰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겠다. 피테르 얀스 산레담 作,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1604)플라톤의 국가(Politeia) 7권에 등장하는 비유, 일생동안 동굴 내벽만 바라보도록 결박된 채 머무는 죄수들이 있다. 그들은 이데아가 아닌, 불빛에 비친 그림자 상으로만 세상을 인식한다. 평론가 수전 손택은 기념비적인 저작, 「사진에 관하여」(On Photography, 1977) 서두에서 사진 이미지의 속성을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인용해 설명한다. 카메라 옵스큐라를 관통시켜 얻은 실사 이미지는 기계장치의 산물이기에 얼핏 진리를 담은 ‘세계의 편린이자 축소판’처럼 보이지만, 기실 동굴 벽에 투영된 그림자와 같이 환영적인 속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손택은 사진이 세계를 “증명”하는 순수하고 투명한 매체라는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카메라는 현실을 … 있는 그대로 포착한다는 생각도 있지만, 사진도 회화나 드로잉처럼 이 세계를 해석하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실을 거울처럼 비추는 일에 가장 관심이 있는 경우라도,” 사진가는 “사진이 결과적으로 보일 모습을 결정”해야 하기에 “피사체에 특정한 기준을 들이대기 마련”이다.- (조주연, 벤야민과 바르트 사이 : 수잔 손택의 사진론. 2020) 이러한 견지에서, 영상 기자는 실사 이미지라는 태생적 환영을 최대한 윤리적으로 다루어 수용자로 하여금 뉴스를 비판적으로 소비하도록 안내하는 책무를 진다. 카메라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포착하는 것은 철학적으로 요원한 일이지만, 2026년 현재의 보도 영상은 적어도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의 리스트를 수십 년에 걸쳐 정교하게 가다듬은 역사적 성과물이다. 4월 6일 자 KBS 뉴스 - ‘빈 라덴 잡은 최정예 부대 투입’ 리포트생성형 AI 영상이라는 환영 그리고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 AI로 납작하게 재현한 생성형 그래픽이 뉴스 곳곳에 범람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미-이란 전쟁 중 실종된 전투기 조종사의 구출 작전을 다룬 KBS 뉴스에는 수십 대의 미군 전투기 편대가 회피기동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도 없이 마치 소풍 길에라도 오른 듯 옹기종기 줄 맞춰 이동하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됐다. 네이비실 대원들이 이동 헬기의 ‘포신’에 위태롭게 앉아 있는 모습 또한 눈길을 끌었다. ‘시청자의 이해를 돕고 흡인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명분 아래, 빈 공간을 가상의 짐작으로 온통 채워 넣은 AI 그래픽이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 언론의 현주소다. 이는 대상의 선별, 관찰과 개입, 롱테이크와 숏 분할, 구도·프레임·화각·심도·색감 등 … 진자 운동하는 보도 영상의 무게추를 재현이 아닌 리얼리티 쪽으로 끌어당기려 노력해 온 영상 기자의 도메인 지식 체계가 AI 프롬프트 텍스트 몇 줄로 와해되고 있는 지점이다. 나쁜 재현이 동반하는 할루시네이션은 육안으로 포착된 적 없는 현실 위를 겹겹이 덮어 시청자의 눈과 귀를 교란하고 인식의 지평을 가둔다. 그것은 단순한 환영이 아니라, '조작된' 동굴 안의 가장 나쁜 환영이다. 손택이 회의했던 실사 이미지의 리얼리티 재현 능력을, AI 그래픽은 아예 출발선상에서부터 폐기해 버리기 때문이다.  손택에 따르면, 「사진에 관하여」의 비판은 “현실은 퇴위했고, 남은 것은 재현뿐, 즉 대중매체뿐”이라는 냉소가 아니라, “실은 현실을, 그리고 현실에 더 완전하게 반응하는, 위험에 빠진 기준들을 지키려는 옹호”다.-(조주연, 2020). 생성형 AI 그래픽의 오용은 이제 뉴스 영역에까지 깊숙이 침투해, 수용자들에게 ‘퇴위하는 리얼리티’라는 반대쪽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있다. 영상 기자는 바로 그 위험에 빠진 기준을 지키려는 최전선의 옹호자가 되어야 한다. 피할 수 없는 AI의 홍수 앞에서, 영상 기자의 소명은 카메라 뒤에 서는 것을 넘어 뉴스 제작 시스템 전반에 걸쳐 리얼리티의 마지막 닻줄을 붙드는 것이다.                                                                                                                                                                                                                                                                             KBS 영상취재1부 지선호
    2026-06-25
  • '우리는 역사의 아픔을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가'
    <멀티보도 부문> ‘4·3 재건의 서사’를 제작하는 내내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이다. 제주 4·3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기억이자 삶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작업만큼은 감정을 과장하거나 슬픔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사람들의 호흡을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혹독한 추위 속 긴 기다림 끝에 마주한 표정과 침묵, 그리고 공간에 남아 있는 숨결까지 기록하고자 했다.이번 기획은 제주 4·3을 단순한 비극의 역사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오히려 오늘까지 이어져 온 공동체의 기억과 삶의 역사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 ‘치유·희망·연대’의 의미를 다시 들여다보고자 했다. 무엇보다 주목하고 싶었던 것은 사건 자체보다, 그 이후를 살아낸 사람들의 시간이었다.침묵이 강요되던 시대 속에서도 제주의 심방들은 유족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공동체의 슬픔을 함께 감당했다. 해녀들은 거친 바다로 나가 가족의 삶을 지켜냈고, 이름 없이 시대를 견뎌낸 여성들은 서로의 삶을 붙들며 공동체의 연대를 이어왔다. 역사는 거대한 사건과 기록 중심으로 남지만, 실제 삶의 현장에서는 이렇게 이름 없는 사람들의 버팀과 시간이 공동체를 지탱해왔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조용하지만, 위대한 시간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었다.제작 과정에서는 AI 기술 활용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기술적으로는 시대를 재현하고 몰입감을 높이는 다양한 방식이 가능했다. 그러나 긴 고민 끝에 AI 생성 이미지는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오래된 사진 한 장, 빛바랜 얼굴, 낡은 마을 풍경에는 실제로 그 시간을 견뎌낸 사람들의 삶과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기술이 만들어낸 새로운 이미지보다, 기록 그 자체가 가진 진실성과 사실성을 더 존중하고 싶었다.대신 원본 사진의 업스케일링만 제한적으로 적용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배제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역사 기록물의 원형을 지키고 해석이나 왜곡이 개입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였다. 역사의 진실을 다루는 작업일수록 무엇을 더 보여줄 것인가 보다 무엇을 덧붙이지 않을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작업은 결코 혼자 완성할 수 없는 기록이었다. 함께 현장을 지켜준 김경임 기자와 김용원 기자는 긴 시간 같은 고민을 나누며 보이지 않는 기록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애써주었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흔들릴 때마다 다시 중심을 잡아준, 고맙고 든든한 동료들이 있었기에 끝까지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결국 기록은 과거를 보존하는 일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태도로 역사를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제주 4·3의 기억 역시 누군가의 아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공동체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살아 있는 역사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좋은 평가를 해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KCTV 제주방송 김용민
    2026-06-25
  • 환수되지 않은 책임을 기록하며
    <뉴스탐사 기획보도부문>  매년 벚꽃이 회사 앞 윤중로 거리를 분홍빛으로 물들일 즈음이면 어김없이 세월호 관련 취재를 마주하곤 했다. 그때마다 내 카메라 초점은 기자회견장 혹은 추모 공간에서 만난 유가족의 아픔과 상실, 시민들의 애도 추모하는 모습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취재는 그간 내가 해왔던 세월호 취재의 초점과 조금은 달랐다. 그동안 잊힌 질문을 다시 꺼내는 과정에 가까웠다. 올해 다시 마주한 세월호 취재는 단순한 질문 하나였다. 세월호의 실질적 소유주로 지목된 유병언 일가의 재산은 얼마나 환수되었고, ‘그 책임은 어디까지 이행되었는가.’ 이번 보도영상은 그 질문에서 출발했다.Something new. 무엇인가 새로운 장면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은 영상기자의 숙명처럼 따라다니고 떨쳐낼 수 없는 과제와 같다. 취재 전 “이 아이템 맡아서 해봐.”라는 캡 말에 걱정이 앞섰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2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12년이란 세월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기억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우리 사회를 둘러싼 환경도 달라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책임’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밀려난 관심을 어떻게 하면 다시 불러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미국 취재를 맡은 영상기자 선배와 취재기자 동기가 현지에서 유병언 일가 부동산, 실제 거주 정황, 회사 운영, 소송 관련 문서 등을 입수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준이 아닌 ‘실제 그곳을 찾아갔다’는 점에서 충분히 시청자들에 설득력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국내 취재를 앞둔 나에게 미국에서 들려온 소식이 너무 큰 힘이 됐다. 시청자들에게 그간 보지 못한 새로운 무엇인가를 보여 줄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겼다. 취재 전 걱정했던 것이 한순간 해소된 순간이었다. 국내 취재를 하면서 이 아이템의 진짜 가치는 ‘유병언 일가의 호화생활’이 아니라 ‘세월호 책임 재산 환수 시스템의 실패’를 입증하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검찰의 소송 수행 능력과 국가의 구상권 집행 실패에 대한 시청자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유병언 자산이 환수되지 않은 채 ‘이만큼이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게 핵심이었다. 이를 뒷받침할 영상적 근거가 필요했다. 유병언 일가의 차명 재산으로 지목된 안성 아파트 단지, 강남 일대 부동산과 임야 등 국내 유병언 일가의 자산 흐름을 추적했다. 그곳에서 직접 보고 들은 주민들 및 부동산 관계자들 인터뷰를 통해 지난 세월호 참사가 사회에 남긴 장기적 흔적을 담아낼 수 있었다. 또한 목포 신항 ‘세월호 선체’, 안산 ‘단원고 4.16 기억 교실’ 등 당시 분위기를 상기시키기 위한 이미지도 카메라에 담았다. 녹슬고 상처 입은 세월호 선체, 단원고 교실을 그대로 재현한 기억 교실 등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는 왜 이 책임을 묻는가’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다시금 생각해 볼 시간을 주고 싶었다. 이번 보도 이후 법무부과 예금보험공사는 유병언 일가의 재산 환수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잊고 지낼 수 있는 기억에 대해 다시금 시청자들이 생각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싶다. 이번 취재를 통해 다시 확인한 것이 있다면,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의 역할은 그 책임이 잊히지 않도록 끝까지 기록하는 데 있다는 사실이다. 영상기자로서 현장을 기록하는 일은 때로는 빠른 뉴스의 흐름을 따라가는 일이지만, 시간이 흘러도 끝나지 않은 질문을 다시 꺼내 드는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KBS 카메라는 단순히 장면을 담는 도구가 아니라, 사회가 놓치고 있는 책임과 진실을 비추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관련 진실 규명과 책임 추궁, 그리고 사회적 기억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환수 문제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환수되지 못한 자산은 어쩌면 환수되지 못한 책임의 또 다른 이름이다.                                                                                                                                                                                                                                                                                                                                                                                                                                                                                                                                                                                               KBS 류재현, 강현경
    2026-06-25
  • 벌어지는 일을 담아 내는 일
    <뉴스 특종 단독보도부문>   벌어지고 있는 일을 담아내는 일은 어렵지만 때론 영상기자가 해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겨울밤 매서운 추위에도 우리는 계엄의 현장으로 달려갔고 이른 새벽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있던 날 망원카메라를 메고 한남동 언덕 위를 향했습니다. 비공개였던 재판도 힘을 모아 공개로 바꿔냈었죠. 역사를 담아내는 일을 함께해 온 동료들이 있었기에 저 역시 힘을 냈나 봅니다. 거창한 현장은 아니지만 확실한 증거를 담고 사소한 변화라도 이끌어 낸다면 이 또한 보람찬 일입니다. 기자가 된지 15년이 지났습니다. 어느덧 쉬엄쉬엄 하라는 얘기가 익숙해졌고 세팅 된 현장만 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이켜 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른 직군에 넘기면 몸은 편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은 우리 직군에게 돌아오는 칼이 됩니다. 출입처와 현장에서 주도적으로 일을 하는 선후배들을 겪었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스스로를 뒤돌아봤습니다.  인천시청과 교육청 공무원의 주차 품앗이가 있다는 건 시청을 출입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인지했습니다. 전쟁의 여파로 정부에서 기름을 절약하기 위해 2부제 까지 검토하고 있는 마당에 시공무원은 교육청에, 교육청공무원은 시청에 몰래 차를 가져 오는 행태는 변함이 없었고 이를 개탄하는 취재기자와 함께 제작을 결심했습니다.  평소보다 아침 일찍 민원실 옥상으로 향했고 턱이 높은 옥상이라 아래가 제대로 안보 난감하기도 했습니다. 오래된 드론의 연식과 배터리 상태를 걱정했고 소리가 너무 커 소문나면 어쩌나 고민했습니다. 몰카를 찍다 들켜서 망신당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경내에서 떡하니 ENG를 들고 서 있다 보니 대변인, 공보관들과 어색한 만남을 갖기도 했습니다.  혼자였으면 좋을 영상을 담지 못했을 겁니다. 취재기자, 오디오맨, 운전기사 까지 한마음이어서 뷰파인더에 집중 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입체적으로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위치풀을 진행하듯이 옥상 한명, 지상 한명, 내부 한명, 나누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지만 그럴 수 없어 날짜를 늘려 반복해서 취재를 했습니다.  마지막 날은 생각보다 얌체 주차를 하고 넘어가는 공직자가 없어서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기자가 붙으면 당황하며 답변을 피하는게 보통이었는데 다행히 출근시간 종료 막바지에 한분이 원하는 싱크를 해줬습니다. “시청에서도 넘어오고, 교육청에서도 넘어간다.” 이 싱크가 없었다면 기사가 나가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CCTV와 제공영상의 홍수 속에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도 소홀히 하는 게 아닌지 돌이켜 봅니다. 임팩트 있는 순간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찍어준다는 인식이 커지고 이런 제작 방식이 관습화 되다보면 어느덧 영상기자들은 스탠딩이나 하고 사건이 남기고간 흔적들만 담는 직군이 되는데 그칠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김건희 여사가 휠체어를 타고 아산병원을 나서는 모습을, 외부에 있던 풀단은 못 담고 내부에 있던 취재기자가 핸드폰으로 담는 일이 있기도 했습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역사적인 사건들을 생생한 영상으로 담아내고 취재를 통해 알아낸 부조리한 현장의 증거들을 꼼꼼히 기록하는 것이 더욱 요구 되는 시기입니다. 이번 수상을 채찍이라 생각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현장에서 한 걸음 더 움직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MBN 배병민
    2026-06-25
  • 권력의 그늘을 들춘 렌즈, 관권 선거의 민낯을 기록하다
    <지역뉴스 특종 단독보도부문>“공무원들이 선거에 개입해도 되나요?”두 달 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조심스러운 제보 전화 한 통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습니다. 현직 도지사와 전·현직 비서관들이 사조직을 만들어 여론조사에 개입하고 사전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도저히 믿기 힘든 내용이었습니다. 제보자의 폭로는 구체적이었지만, 단 한 사람의 진술만으로는 보도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상대는 현직 도지사 선거 조직이었습니다. 저희 취재진은 즉시 움직였습니다. 읍면 선거조직에 현직 이장단이 개입되어 있다는 단서를 잡고 제주도 내 170여 개 리의 이장단 명단을 확보해 샅샅이 대조했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이장을 통해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던 현직 이장을 만날 수 있었고 제보 내용의 사실관계를 복수의 인물로부터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눈으로 확인되는 증거', 즉 영상이었습니다. 점조직 형태로 극비리에 움직이는 이들의 불법 모임 현장을 포착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이미 두 차례나 현장 포착에 실패하면서, 이대로 취재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됐습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D-DAY가 확인됐고, 취재진은 사전에 현장을 답사해 불법 모임을 포착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와 각도,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까지 준비했습니다. 또 모임에 참석할 것이 유력한 공무원들의 명단과 오영훈 지사와 함께 찍은 임용사진을 확보해 참석자의 신원을 얼굴과 매칭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이 불법적인 모임이 실제 이뤄진 날, 한 시간 전에 미리 갔는데 돌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점찍어 놓았던 포인트에 다른 차가 주차돼있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노출될 위험이 있었지만 식당 출입문 바로 앞 주차장에 차를 대고 상황에 따라 대처하기로 했습니다. 준비했던 카메라는 일단 내려놓고 핸드폰으로 촬영하기로 하고 기다렸습니다. 밖에서 차안이 들여다보이는 상황이어서 최대한 조심하면서 기다렸습니다. 한동안을 기다리자 예상보다 더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도지사의 최측근 전 정무비서관을 비롯해 현직 비서실 비서관, 도서 특보들이 차례차례 나타났습니다. 얼마 전까지 지역방송의 사장을 지내고 민주평통 제주시협의회장을 지낸 인물부터 공직선거법상 준공무원으로 선거운동이 금지된 주요 거점 마을의 이장들, 제주지역의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 수협의 상무까지 잇따라 등장했습니다. 권력의 비호 아래 당당하게 자행되던 관권선거의 명백한 실체가 단단한 영상 증거로 기록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권력을 움직인 영상의 힘이번 보도는 단순히 일회성 폭로에 그치지 않고, 제주 지역 사회에 거대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보도가 나간 지 단 이틀 만에 제주도는 특별 공직기강 감찰에 착수했고, 관련 공무원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의혹을 부인하던 도지사는 결국 도민 앞에 고개를 숙이며 공식 사과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선관위의 고발과 수사의뢰를 거쳐 현재는 경찰의 본격적인 강제수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년 전, 종이 문서를 동원해 읍면 단위 선거조직을 꾸렸던 관권선거 사건을 취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강산이 두 번 바뀌었음에도 달라진 것은 '종이 문서'가 '카카오톡 단체방'으로 바뀐 것뿐, 구시대적인 악습은 여전히 권력의 그늘 속에서 숨 쉬고 있었습니다.  영상이 가진 힘은 강력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던 부조리도 영상기자의 끈질긴 영상 앞에서는 그 민낯을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보도가 제주 지역 사회의 오랜 관행이었던 공무원 선거 개입을 뿌리 뽑고, 보다 투명하고 건강한 선거 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상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사명을 잊지 말라는 동료들의 엄중한 격려로 마음 깊이 새기겠습니다. 앞으로도 낮고 어두운 곳을 밝히고, 부당한 권력 앞에서는 매서운 눈으로 진실을 포착하는 영상기자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전력투구한 권혁태 기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제주MBC 강흥주
    2026-06-25
  • 담지 않은 현장은 전해지지 않는다: 영상보도가 증명한 진실의 힘
     최선영 영상기자상 심사위원 뉴스 특종·단독 보도 부문은 MBN 배병민 기자의 “공무원 인천공항 직원 전용 주차 불법 이용 실태”를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차량 2부제·5부제 시행 시기에 공무원들의 편법 주차 행태를 제보받아 현장을 구체적으로 포착한 보도입니다.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다양한 각도에서 화면을 구성하였고, 특히 주차난으로 고통받는 민원인의 상황을 영상으로 잘 전달해 공직사회에 경각심을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JTBC 이학진 기자의 “인천공항 입국장 마약 반입 현장 보도”도 호평을 받았습니다. 취재 기자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 촬영해 신속하게 뉴스 시간에 송출할 수 있게 한 대처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코카인이 보안 검색대를 어떻게 통과했는지에 대한 후속 취재가 이어지지 않아 아쉽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TV조선의 “檢 ‘마약단속’ 동행 취재...검사와 잠복하다 단란주점 급습”는 취재 윤리 문제로 수상 후보에서 제외하였습니다. 지역 뉴스 특종·단독 부문에서는 제주MBC 강홍주 기자의 “오영훈 제주도지사 측근 공무원 불법 선거운동 단체 채팅방 보도”가 수상작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선거운동이 금지된 공무원들이 ‘읍면동지’라는 단체 채팅방에서 지사의 출마 일정과 여론조사 예상일을 공유하며 지지 활동을 조직한 정황을 잠복 취재 끝에 영상으로 담아냈습니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변칙적인 선거운동을 끝까지 추적해 환경 감시 기능을 충실히 수행했고, 보도 이후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뉴스 탐사·기획 보도 부문에는 KBS 류재현·강현경 기자의 “유병언 일가는 미국 호화 주택에?...검찰은 차명 의심 재산 추징보전 취소”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세월호 안전관리 의무 위반을 이유로 참사 피해자들에게 배상금과 보상금으로 1,700억 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있었지만, 유병언 일가의 재산 환수 실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보도는 유병언 일가의 국내외 자산과 환수 규모, 생활 기반을 생생하게 기록하여 이행되지 않은 책임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사유지에서 보도 윤리를 지키면서 담아낸 영상도 돋보였습니다. 멀티 보도 부문에는 KCTV 제주방송 김용민 기자의 “마음을 풀 때가”가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제주 4·3의 상흔을 품은 공동체의 기억과 치유를 기록한 이 보도는 시네마틱한 영상, 주체적인 여성 인물을 표현한 앵글, 내레이션 없이 텍스트와 현장음으로 흐르는 편집까지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AI로 재현된 화면이 넘쳐나는 요즘, 사진작가의 원본 이미지를 그대로 살리고 실제 촬영한 화면만으로 구성했다는 점도 신뢰를 더 했습니다. 김용민 기자가 기획·연출·촬영·편집 전 과정을 단독으로 맡은 이 작품은 보도 형식을 뛰어넘어 다큐멘터리의 문법으로 역사의 기억을 설득력 있게 기록한 수작입니다. 지역 뉴스 탐사·기획, 인권·노동, 환경 보도 부문에서는 수상작을 선정하지 못했습니다. 보도 가치가 충분했음에도 목포 MBC 홍경석, 노영일 기자의 “‘불끄는 소방관이 없다’ 완도 화재 소방관 순직으로 보는 소방실태”는 CCTV 자료화면에 의존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KBS 고진현 기자의 “지연된 정의_부장판사 판결문 늦장 송달”과 KCTV 좌상은 기자의 “4·3 연좌제 첫 진상규명 최초 보도”는 공들인 화면 구성과 편집이 인상적이었으나 수상작으로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환경 보도 부문의 두 작품은 유럽 현지에서의 충실한 취재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사례 소개에 그쳤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이번 회차 심사에는 매회 한두 편씩 보이던 AI 생성 영상을 사용한 보도물이 한 편도 없었습니다. 뉴스 영상에서만큼은 AI 활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현장에서 먼저 형성되는 것 같아 반갑다는 심사위원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관련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해 반영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영상기자가 현장에 없으면 담을 수 없고, 담지 않은 현장은 세상에 전해질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진실을 마주하는 자리가 늘 안전하지만은 않습니다. 오늘도 가장 위험한 곳에 가장 먼저 서는 영상기자들의 무사한 퇴근을 응원합니다.                                                                                                                                                                                                                                                     최선영_영상기자상 심사위원 
    2026-06-25
  • '코리아풀' 대전환과 영상 IP 논의 시작해야
    '코리아풀' 대전환과 영상 IP 논의 시작해야채널A 가입으로 전환점 맞아  대한민국 방송 뉴스의 최전선에서 공동 취재 시스템을 이끌어온 '영상기자단 풀(Pool)'이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채널A가 한국영상기자협회의 새로운 회원사로 공식 가입하면서,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을 아우르는 영상기자단의 지형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종합편성채널 출범 당시, TV조선·JTBC·채널A와 연합뉴스TV 등 신생 언론사들은 기존 지상파 중심의 풀단(1풀)에 합류하지 않고 독자적인 '2풀'을 구성해서 운영해 왔다. 이로 인해 주요 취재 현장에서는 불필요한 경쟁이 늘면서 취재원의 불편과 피로도가 증가하게도 했다. 과열 취재는 현장의 혼란을 키우고, 정작 시청자에게 전달돼야 할 생생한 현장 영상보다 취재진 간 물리적 충돌이 부각되는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에 걸쳐 JTBC와 연합뉴스TV 등이 차례로 협회에 합류한 데 이어, 올해 6월 채널A까지 회원사로 가입하면서 종편·보도채널 매체가 하나의 울타리 안에 모이게 됐다. 채널A의 이번 가입은 회원사 하나가 늘어난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KBS·MBC·SBS·YTN·MBN·OBS 등 6개사 중심으로 굳어져 있던 취재 풀단의 운영 방향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물론 풀 체계의 확대가 단순히 긍정적인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통합 풀이 국회·청와대 등 주요 출입처로 확장될수록, 시청자들은 사실상 동일한 영상 소스를 바탕으로 한 뉴스를 여러 채널에서 반복해서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느 채널을 선택하더라도 화면의 차별성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는 시청자의 능동적 선택권을 축소시키고, 방송 영상 저널리즘의 다양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풀 취재는 본래 취재 대상이나 공간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필요악이다. 대통령 전용기 내부, 핵심 외교 행사, 접근이 엄격히 통제된 사법 절차 등이 그 전형적인 사례다. 문제는 이러한 불가피성의 논리가 점차 확장되어, 취재진의 편의나 개별 언론사의 인건비 절감을 위한 수단으로 풀 취재가 무분별하게 활용되는 데 있다. 풀이 저널리즘적 필요가 아닌 경영 논리에 의해 설계될 때, 그 피해는 결국 현장 취재 역량의 약화로 이어진다.  풀단끼리 서로 경쟁을 하는 틈바구니속에서 언론의 팽팽한 견제를 받아야할 권력기관들은 이를 역이용하고 있다. 단일한 기자단 또는 풀단이 없는 상황에서 누구의 손도 들어어줄 수 없다는 이유로 개별출입처의 전속이 촬영해서 제공해주는 영상이 늘어나고 있다. 기관장이나 특정 대상의 현장의 모습은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대로만 촬영을 전속촬영팀의 프레임으로만 담길 수밖에 없게된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통령 녹취를 담당했던 전속팀이 카메라가 고장났다는 이유로 대통령의 말실수 부분을 방송사에 풀하지 않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면 합리적으로 설계된 풀 체계는 분명한 효용을 갖는다. 행사성 또는 동정(動靜) 취재처럼 차별화된 영상 가치를 생산하기 어려운 일상적 밀착 취재의 부담을 풀로 분담한다면, 각 사의 영상기자들은 단독 취재와 심층 보도에 인력과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모든 곳을 영상취재하는 대신 취재의 우선순위를 전략적으로 배분하는 것, 이것이 풀 체계가 제대로 기능할 때 가져오는 핵심 가치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현장 인력난이 심화되는 지금, '2풀' 체제를 별도로 유지하며 현장 취재의 과잉을 유발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동시에 풀의 확대가 영상 획일화와 저널리즘 약화로 귀결되지 않도록 그 범위와 원칙을 명확히 설계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통합 풀단 체계는 단순한 인력 효율화가 아니라, 시청자의 알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구조적 기반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책방송인 KTV가 '영상 무상 공개'를 내세우며 기존 풀단에서 이탈하는 등 공적 영역의 영상 공유 체계마저 균열을 겪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영상기자들이 현장에서 생산한 영상 콘텐츠의 지적재산권(IP)이 얼마나 취약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상기자의 취재행위로 만들어진 영상이 제도적 기준 없이 무상으로 유통되거나 귀속 주체가 불분명한 상태로 방치된다면, 이는 영상기자가 만들어내는 영상저작물에 대한 권리관계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방송영상 저널리즘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갉아먹는 사안이다. 이제 풀단의 역할은 현장의 단순한 인력 배치나 영상 공유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동 취재단이 생산한 영상의 권리를 각 사가 어떤 비율과 방식으로 보유할 것인지, 재판매 또는 아카이브화 시 어떤 절차적 기준을 따를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영상기자의 최소한의 권익이 보호될 때 비로소 현장의 취재 역량이 유지되고, 그 결과가 양질의 정보로 시청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채널A의 가입을 계기로 한국영상기자협회가 중심이 되어, 합리적인 통합 풀단 구축과 뉴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영상 IP 가이드라인 수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다. 풀의 확대는 저절로 영상저널리즘의 진보를 의미하지 않는다. 어떤 원칙 위에 풀을 설계하느냐가 곧 한국 방송 영상 저널리즘의 앞날을 결정할 것이다.                                                                                                                                                                                                                                                       KBS 신봉승 / 본지 편집장
    2026-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