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인의 카메라기자들의 이야기 <그때 카메라가 내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 출간
결코 배신하지 않는 카메라 한 대 어깨에 얹고
전 세계 뉴스 현장을 온몸으로 누비는 55인의 SBS 카메라기자들.
이제 그들의 눈물을, 그들의 진한 카메라를, 기록한다.
55인의 카메라기자들의 이야기 <그때 카메라가 내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 출간
카메라에 빨간 불이 켜진다.
시간처럼 흘러가는 일상에 렌즈를 들이댄다. 그 순간 그 일상은 뉴스가 되고, 다큐멘터리가 된다. 그렇게 카메라는 시대를 기록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카메라 앞의 세상에 주목해왔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반대다. 이 책은 카메라가 기록하는 세상이 아니라, 그 세상을 기록하는 카메라를, 그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기록한다. 12킬로그램이나 되는 무게로 단 2인치의 프레임을 짜는 카메라, 그리고 그 카메라를 짊어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 한 권의 책에 그들의 모든 이야기를, 모든 웃음을, 모든 눈물을 담았다.
카메라가 기록하는 세상, 이젠 그 카메라를 든 사람들을 기록한다!
현재 SBS 카메라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55명이 어깨 위에 카메라 한 대 얹고 지구촌 곳곳을 오로지 두 발로 뛰며 기록해온 숨결이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세상 그 누구보다 먼저 보고, 먼저 듣고, 먼저 보여주는, <세상 사람들의 눈>을 대신하고자 하는 카메라기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취재기, 그러나 때론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절절한 체험담 55편을 담고 있다.
차가운 카메라를 든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
이 책은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카메라기자들의 취재기와 함께, 단 한 컷의 화면을 잡아내기 위해 카메라 앞과 뒤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비하인드 스토리, 특종과 낙종의 갈림길에서 홀로 안타까움을 삼켜야 했던 심정, 전쟁터에서 인질로 잡혀 생사를 위협받아야 했던 절체절명의 순간에 느꼈던 두려움, 최초로 시도하는 리허설 없는 생방송인 우주 방송의 짜릿함, 단 세 마디의 인터뷰를 위해 10시간 이상을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현장을 지켜야 했던 치열함, 손발의 감각조차 마비된 채 화면의 흔들림 때문에 장갑조차 끼지 못하고 맨손으로 촬영을 해야 했던 남극의 매서움,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스포츠 현장에서 승자의 환호뿐만 아니라 패자의 눈물까지도 담고자 했던 사연, 분명 비극적인 사건임에도 전 세계적인 특종을 놓치지 않기 위해 피 말리는 송출 전쟁을 치러야 했던 긴박함, 취재 금지조치로 인해 뉴스의 중심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인으로 배회할 수밖에 없었던 심정 등을 담담하게, 그러나 절절하게 담아내고 있다.
우리 카메라기자는 어떠한 시나리오나 가공의 힘도 빌려오지 않습니다.
오직 12킬로그램짜리 카메라만을 믿을 뿐입니다.
카메라만큼은 우리를 저버리지 않으니까요.
샤워하다 말고 뛰쳐나와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하고, 머리 위로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를 수시로 드나들어야 하고, 지진으로 폐허가 된 도시 위에 겹겹이 쌓여 있는 수많은 주검들에, 설령 트라우마가 생길지언정 끔찍하게 썩어 들어가는 그 주검들에 카메라의 포커스를 맞춰야 하고, 한없는 슬픔으로 눈물 쏟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손수건을 건네기보다 잔인하게도 카메라를 먼저 들이대야 하고, 단 몇 초간의 촬영을 위해 뜬 눈으로 꼬박 밤을 지새워야 하는 것이 카메라기자들이 맞이해야 하는 현실이다.
또한 환희의 현장에서 드러내놓고 웃을 수 없고, 눈물 나는 곳에서 목 놓아 울 수 없어 카메라 뒤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쳐야만 하고, 아무리 참혹하다 할지라도 보이는 모든 것을 2인치 뷰파인더를 통해 봐야 하지만 보는 것 모두를 보여줄 수 없는 것 또한 카메라기자의 숙명이다.
너무 위험하다, 그래도 카메라를 들어야 한다
뉴스가 있는 곳이라면 총탄이 퍼붓는 전쟁터에도, 수많은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는 인류 대재앙의 현장에도, 물길 거센 바다 속에도, 여객기 추락과 여객선 침몰의 현장에도, 인질극이 벌어지는 현장에도, 불길이 치솟은 화마의 현장에도, 기아와 질병과 가난과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아프리카에도 그들은 숨 가쁘게 달려간다. 그들은 그곳에서 있는 그대로의 생생한 모습을 보다 빨리 전달하기 위해 카메라의 버튼을 누른다.
우리는, 슬픔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의 손길을 건네기보다
잔인하게도 카메라를 먼저 들이대야 합니다.
그러나 때론 우리도 그 잔인함에, 몸서리쳐집니다.
물고기 대신 사람의 주검을 낚는 우간다의 어부들, 돈 대신 공부할 수 있는 연필을 달라는 에티오피아 아이들의 그렁그렁한 눈빛, 장애를 가진 낯선 한국인 남자와 맞선을 보는 베트남의 어린 신부, 지진으로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파키스탄과 이란의 사람들, 월드컵 16강에 오르지 못한 채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흘리는 한국 축구 선수들, 한국의 상록수부대원들에게 눈물의 이별을 고하는 동티모르의 주민들, 쓰나미로 하루아침에 지구로부터 버림받은 도시가 된 반다아체의 주민들, 무너진 건물 밑에 있는 아이의 시신을 보며 울부짖는 파키스탄의 젊은 엄마, 삶과 죽음의 경계인 전쟁터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팔레스타인의 어린 친구들, 이깟 총소리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며 취재진을 놀리는 이라크의 아이들. 그리고 빨려들 듯이 들어온 전쟁의 중심부에서 수십 개의 총구가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느낌에도 카메라가 뜨거워질 때까지 그 카메라를 놓지 못한 채 전쟁의 잔인함을 기록해야 했던 그들. 그들의 카메라는 그렇게 세상의 한순간 한순간을, 차근차근 담아왔다.
그러나 누군가의 죽음의 원인을, 누군가의 비극을, 누군가의 눈물을, 누군가의 짓밟혀버린 꿈을, 누군가의 잃어버린 가족과 사랑을 중계하여 슬픔을 전하는 그들의 일이 때론 그들에게조차도 버겁게 느껴진다. 슬픔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의 손길을 건네기보다 잔인하게도 카메라를 먼저 들이대야 하는 그들의 운명. 마치 부나방처럼 무모하게 보일 정도로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어야 하는 그들의 숙명. 그러나 때론 그 잔인함과 버거움에 그들도 몸서리쳐진다.
그때, 카메라가 내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
카메라기자는 냉정해야 한다. 어떤 곳에서도 취재 대상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정확한 사실만을 보도해야 한다. 그래서 그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으려고 그들은 노력한다. 하지만 생과 사를 넘나드는 전쟁과 재난의 현장을 목격하면서, 수많은 시체들이 썩는 부패의 냄새를 맡으면서, 갓 태어난 아이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삶의 무게에 힘겨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으면서, 카메라도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그 카메라를 들고 있는 그들도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그때, 카메라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준다고, 그들은 믿는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도 카메라를 들고 수많은 현장으로 숨 가쁘게 달려 나간다.
[출처] 55인의 카메라기자들의 이야기 <그때 카메라가 내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