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한심스러운 MBC 파업의 주역들>.
2014년 3월 폴리뷰라는 극우 인터넷 매체에 실린 박한명 편집국장의 칼럼 제목이다. 이 칼럼에서 박씨는 2012년 MBC 파업으로 해고된 정영하 위원장, 이용마 박성제 기자 , 최승호 PD를 일방적으로 비난한다. 그리고 한 달 후 MBC 백종문 본부장은 고급 한정식집에서 박씨를 만나 이렇게 말한다. ‘우리 회사 입장에서 볼 때는 어쨌든 박 국장은 어려운 시기에 자기 역할을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에요’. 그 후 박씨는 <백분토론>에 패널로 출연하고, 폴리뷰에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배너 광고가 실린다. 이것은 느와르 영화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 정도의 야합은 공영방송 탄압이라는 큰 그림에서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지난 1월 25일 최민희 의원실은 MBC 미래전략본부장 백종문과 법무실장 정재욱, 그리고 폴리뷰 박한명 편집국장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녹취록에 따르면 MBC 경영진은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의 해고가 법적으로 무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강행한다. 그야말로 노조 탄압용 ‘기획 해고’다. 회사의 예측대로(?) 소송이 불리하게 진행되자 MBC는 인터넷 극우 매체를 활용해 여론전을 벌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과정에서 청탁이 노골적으로 오고가고, MBC 법무실장이 회사 정보를 빼내주는 파이프라인을 자처하며, MBC 경영진이 PD들을 배제하고 프로그램을 통제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추악한 언론통제와 노조탄압이 그 알몸을 드러낸 것이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배임이다. 유능한 직원을 이유 없이 자르고 회사에 막대한 소송 비용을 부담시키고 제 3자의 청탁까지 들어줬는데, 이것이 배임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배임이란 말인가. MBC는 ‘기획 해고’와 배임을 실토한 백종문 본부장과 정재욱 실장을 당장 해임하라! 그리고 경영진 스스로 해고가 부당했음을 밝힌 만큼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복직시키고 그 동안의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 두 명의 복직과 또 다른 두 명의 해임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첫 걸음이다.
안광한 사장의 자진 사퇴는 두 번째 단계다. 안광한 사장은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에 대한 ‘기획 해고’가 이루어질 당시 인사위원장이었다. 인사위원장이 녹취록에서 언급된 ‘해고할만한 증거가 없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백번 양보해 안광한 사장이 몰랐다고 해도 이것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큰 업무상 과실이다. 최승호, 박성제 두 직원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안광한 사장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최승호, 박성제 두 직원에게 백배 사죄하고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안광한 사장, 백종문 본부장, 정재욱 법무실장 비롯한 현 MBC 경영진은 그 동안 MBC 안에서 이루어진 노조탄압과 언론통제의 실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낱낱이 고백해야 한다. 위대한 언론이었던 MBC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노조였던 MBC 본부를 누가 이렇게까지 망가뜨렸는지 밝혀야 한다. 당신들의 배후에 어떠한 권력이 자리 잡고 있는 지 고발해야 한다. 이렇게 노골적인 증거가 나왔는데도 끝까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그 알량한 자리에 집착한다면 한국방송인총연합회는 그 실체를 밝힐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다. 우리가 진다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건강한 시민들이 대신 나서 줄 것이고 그 시민들이 패배한다면 역사가 당신들과 싸울 것이다. 당신들이 기댄 권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겠으나 어떠한 권력도 역사를 이길 수는 없다.
2016년 1월 26일
한국방송인총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아나운서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감독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