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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의견과 규범의 변화를 조화롭게 담아낸 개정판이 계속 나오길”

[인터뷰]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연구팀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승선 교수 인터뷰 ( 사진 ).jpg

▲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사진>.

 

 

1년 가까이 작업해 온 가이드라인 개정판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소회가 어떤가.

 

 “그동안 파일로만 작업해 오다 오늘 실물로 가이드라인을 받으니 감회가 새롭다. 이번에 나온 개정판은 첫 번째 작업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8년에 만든 가이드라인을 두고 좀 더 수정·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격려와 채찍이 있었다. 가이드라인을 한 번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첫 번째 작업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후속 작업이 이뤄졌다는 점, 후속 작업을 할 때 현장의 이야기를 더 많이 수용했다는 점 등에서 필진으로서 보람을 느낀다. 특히 이 작업을 하면서 내내 느낀 것이지만, 영상 기자들의 뚝심이 정말 대단하다고 본다.”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작년의 영상보도 가이드라인과 다른 점은.

 

 “영상기자의 이념적 좌표를 제1장에 제시했다.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민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것에 앞서, 영상기자가 무엇을 추구해야 하고 어떻게 취재 보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을 가이드라인에 담은 것이 가장 큰 변화이다.

 

 형식에 있어서는 편제가 달라졌다. 2018년 가이드라인이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 등 공간별 ‘초상권’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2020 가이드라인은 ‘취재-편집-영상 자료의 관리’라는 보도의 흐름에 따라 관련 쟁점을 다뤘다.

 

 내용 면에서도 훨씬 풍부해졌다. 예전 가이드라인에는 95개의 질문이 수록되었는데, 이번에는 149개가 실렸다. 질문이 좀 더 정교해지고, 분야별로 다양해졌다는 뜻이다. 특히 자료화면에 대한 부분이 매우 명쾌하게 서술돼 있다. 이미 사용된 영상을 가져다 쓰면서, 자료화면이라는 표시가 안 되는 데서 발생하는 시청자의 신뢰 문제, 정직한 영상 사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어 많이 논의했다. 보도 내용과 무관한 영상을 내보내면서 영상의 출처를 명시하지 않거나 ‘자료화면’이라는 내용을 잠깐만 노출시킬 경우 시청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 만큼, 영상이 나가는 동안 지속적으로 ‘자료화면’이라는 표시를 하기로 했다. 이는 저널리즘 윤리를 확보하기 위한 일이기도 하다.

 

 이 외에 최근 1~2년 사이에 나온 판례,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사례, 방송심의 사례 등이 추가됐다.”

 

 

지난 10월 공개된 개정판 초안에는 포토라인 항목이 빠져 있었는데, 변화가 있나.

 

 “포토라인은 현재 검찰 등 관계 기관과의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 변화를 주진 못했다. 지금으로서는 ‘검찰 포토라인’보다는 ‘법원 포토라인’을 고민할 때라는 현장의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피의자뿐만 아니라 수사관들의 초상이나 피의자 주변인들에 대한 초상권 처리 문제는 좀 더 상세해졌다.”

 

 

개정 작업을 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면. 

 

 “현장 기자들이 더 현장감 있게 느낄 수 있도록 질문을 가다듬고 사례를 좀 더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장의 의견을 듣고 가이드라인을 가다듬는 것도 필요하지만, 현장의 요구에서 한 발 앞서 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딜레마인 것 같다.”

 

 

지난 10일과 11일, 서울 상암동 골든마우스홀에서 현장 기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워진 가이드라인에 대한 강의를 하기도 했는데.

 

 “이번 교육에 영상 기자들뿐만 아니라 영상 편집과 관리를 담당하는 분들이 많이 참여해 주셔서 놀랐다. 가장 많이 나온 얘기는 가이드라인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가이드라인과 현장의 괴리를 좁혀 나가기 위한 개정 작업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와 함께 현장이 달라져야 하고, 방송사가 달라져야 한다. 예전의 취재 관행을 현장 기자에게 무리하게 요구해선 안 되고, 그러기 위해선 데스크들도 바뀌어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데스크가 가이드라인을 벗어나거나 위법한 취재를 지시할 경우 따르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장 기자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만, 이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한국영상기자협회에서 주최하는 이 달의 영상기자상과 한국영상기자상의 심사 규정에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영상 관련 기자상의 심사규정에 가이드라인 적용을 명시한 것 자체가 한국 저널리즘 역사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본다. 협회마다 나름의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이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규정화한다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다.

 

 다음으로는 실제로 가이드라인이 기자상 심사에 제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출품작이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면 해당 기자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지키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면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가이드라인대로 하면 영상 취재 보도가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최근 상을 받은 작품을 보면, 영상에 등장하는 10명의 얼굴과 음성 변조를 모두 했더라.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도 얼마든지 보도를 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되는 대목이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 같다.”

 

 

기자상 후보 작품에서 영상 기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무엇인가.

 

 “모자이크 처리와 음성 변조를 완벽하게 하지 않고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완벽하지 않은 모자이크 처리와 음성 변조는 아는 사람이 보면 취재원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도 있고, 취재원에게 익명성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지키지 못한 기자의 직업윤리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이런 신뢰 관계가 깨져 기자상에서 탈락하는 일이 많다.”

 

 

앞으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방송계에 안착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나.

 

 “현장 기자들이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보장되지 않는 것 같다. 가이드라인을 이해하고 준수할 수 있도록 기자 교육이 꼭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데스크가 가장 많이 바뀌어야 한다. 변화된 규범과 패러다임을 수용한다면 언론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협회 역시 기자상 심사를 비롯해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관련 학회, 분쟁 기구가 함께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도 있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앞으로 2년에 한 번 정도 개정판이 나왔으면 좋겠다. 새로운 필진들이 참여해 새로운 관점에서 집필해 준다면, 이전 필진들이 보지 못했던 부분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시각으로 현장의 의견과 규범의 변화를 조화롭게 담아낸 가이드라인 개정판이 지속적으로 나오길 기대한다.”

 

 

안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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