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에서 꿈꾼 자유와 평화 (2022.2.17.~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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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전쟁예측, 다시 역사의 현장 속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임박해지면서 위험지역 출장 자원자를 모집한다는 공지가 떴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국경지역 요르단과 쿠웨이트에서 취재 경험이 있는 나는 순간 솔깃했다. 가장 먼저 지원을 했고 폴란드 국경지역 취재가 결정됐다. 비록 인접 국가 국경지역에서 시작된 출장이지만 전쟁이 일어난 우크라이나에 들어가 처참한 실상을 영상에 담아내고 싶었다. 폴란드로 출장지역이 정해졌고 2월 17일 폴란드 바르샤바(Warsaw)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바르샤바 공항 입국은 코로나 상황이라 더 까다로웠고 2시간의 입국심사를 마친 후 국경마을 프세미실(Przemysl)에 도착했다. 디지털 문명의 발달로 세계 어느 곳이든 라이브가 가능한 시대에 이번에도 MNG(Mobile News Gathering) 통신장비 하나 믿고 잘 터지기만을 기대했건만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밤새워 안 터지는 장비와 씨름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었지만 막상 폴란드 메디카(Medyka) 국경 검문소에 접근하자 통신 상태가 엉망이었다. 국경 검문소 부근에는 간간히 우크라이나에서 식료품을 구입하러 넘어온 사람들과 우크라이나에 들어가기 위한 화물차들이 줄 지어 서 있었다. 아직 전쟁의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전쟁에 앞선 취재 전쟁
 2월24일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경보가 발령 되면서 전쟁이 시작됐다. 이때부터 우리 팀의 하루 일과는 더 바빠지기 시작했다. 라이브연결은 물론 제작까지 하루 24시간 모자랄 정도로 뛰어다녔다. 아이템을 찾아 하루 500KM를 왕복한 적도 있고 새벽 5시에 일어나 다음 날 새벽까지 24시간 일한 적도 있었다. 이런 극한 환경에서도 어쩔 수 없는 취재 경쟁은 계속됐고 서로 따듯한 인사 한마디 나누기 힘든 시간 속에 모두들 지쳐가고 있었다. 국경지역 분위기도 심상치 않았다. 우리가 주로 취재한 지역은 폴란드 메디카(Medyka) 국경검문소 부근이다. 가장 많은 피란민들이 넘어왔고 대부분 취재진들이 이곳에서 난민들을 취재했다. 전쟁 초기에는 취재 여건이 괜찮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통제가 심해져 접근이 어려웠다. 통신환경 또한 좋지 않아 라이브에 대한 부담이 있었고 일부 방송사가 사전녹화를 하거나 연결 중 끊김 현상을 감수하고 방송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란민 숫자는 늘어났고 식상한 국경지역에서 벗어나 프세미실 중앙역으로 들어오는 피란민 열차를 취재하기 시작했다. 밀려드는 피란민들로 곳곳에 대피소가 세워졌고 아빠 없이 아이들만 데리고 온 엄마들의 표정엔 힘겨움과 불안감이 묻어났다.  

전쟁이 시작되고, 막막한 앞날을 걱정하는 우크라이나인들
 우리가 취재한 우크라이나인들 대부분은 앞으로의 삶에 대해 막막해 하며 눈물을 보였고 그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취재하는 내내 우울했다. 우크라이나가 아닌 국경지역에서의 취재는 한계가 있었다. 전쟁 상황을 보여줄 수 없으니 국경지역 분위기를 담아내야 했다. 폴란드에 상주해 있는 미군기지 움직임을 포착했고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하는 한국인 취재에 열을 올렸다. 아이템이 고갈될 무렵부턴 우크라이나에 들어가기 위한 절차를 밟았으나 외교부에서 허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루마니아로 파견된 후발팀은 한국대사관이 있는 체르니우치(Tschernowitz)지역까지 이틀간의 취재를 허락해주었다.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삼각지대에서 담아낸 전쟁의 현장 
 대부분 취재진이 4년~15년 차 안팎의 취재경험이 있는 기자들로 파견되었고 우리 팀만 22년~25년 차로 구성된 가장 나이도 연차도 많은 팀이었다. 회사에서 루마니아로 또 다른 취재진을 보내면서 잠시 여유가 생겼지만 폴란드에서도 새로운 아이템을 짜내야 하는 상황, 우린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다. 언론이 접근하기 어려운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국경 삼각지대를 찾아 왕복 10시간이 넘는 거리를 헤맸고 결국 그곳에 들어갈 수 있었다. 상상보다 더 무거운 공포가 느껴지는 지역에서 해질 무렵 어둠이 밀려오는 짧은 시간 동안 현장의 분위기를 서둘러 카메라에 담아냈다. 국경수비대가 촬영을 막아 더 이상의 취재는 어려웠지만 힘겹게 담아낸 영상을 잘 지켜서 전쟁의 공포로 물든 이곳의 실상을 국내언론 최초로 보도할 수 있었다. 

평화의 빛을 찾아서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암흑에서 벗어나 평화의 빛을 보고 싶었다. 긴 시간 취재를 하며 찾아 헤맨 평화는 아직도 오지 않았다. 25일간의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날, 러시아 하늘길이 막혀 비행기는 결항 되고 기나긴 하루를 견딘 후에야 다음 날 귀국할 수 있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누군가의 잘못된 선택으로 한 순간에 소중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우크라이나 국민들, 취재를 하면서 느꼈던 자유와 평화에 대한 그들의 간절함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SBS / 김학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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