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외신에 의존하지 않는 한국 시각의 전쟁 취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이스라엘 전쟁 취재기 사진 장영근.jpg

 실금이 나뭇가지처럼 사방으로 뻗어있다. 괜스레 손을 가져다 대보지만 이물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유리창 바깥에서 난 상처 같았다. 내가 탄 방탄 버스의 양쪽 유리는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군데군데 금이 가 있었다. 이 또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흔적 중 하나라 짐작할 뿐이었다.

 10월 26일, 이스라엘 공보부에서 주관하는 프레스투어에 몸을 실었다. 수도인 예루살렘에서 출발해 가자지구 인근 ‘홀릿(Holit)’이라는 마을로 가는 일정이었다. 홀릿은 논밭이 펼쳐지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되고 하마스 병력이 마을로 들이닥친 뒤 유령 마을이 됐다. 수많은 민간인이 포탄과 총에 의해 학살됐고, 일부는 납치됐다. 현재는 이스라엘 군이 하마스로부터 마을을 되찾아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릿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왜 홀릿으로 가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했다. 외신이 공유하는 영상은 충분했다. 외신 화면 속 탱크와 화염, 먼지와 사람들은 이제 눈에 띄는 장면이 없나 찾아볼 정도로 즐비했다. 그러나 우리가 직접 담아온 영상과 현장이 없었다. 이 땅에서 우리 손으로 취재한 것들을 시청자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럴 때, 시청자들도 이 전쟁의 참상을 보다 관심 있게 바라볼 것 같았다. 그래서 방탄모를 쓰고 방탄조끼를 둘렀다. 납덩이 무게는 적잖이 무거웠지만 의무라 여겼다.

 프레스투어에 참여한 언론은 MBC뿐만이 아니었다. 미국의 CNN, 영국의 BBC를 비롯해 독일, 이탈리아, 인도 등 세계 유수의 외신들이 버스의 빈 좌석을 채웠다. 투어에 임하는 기자들의 모습은 제각각이었다. 사진기 하나만 들고 단신으로 참가한 사람도 있었다. 반면 버스 안에 고프로를 설치하고 홀릿으로 가는 내내 ENG 스탠드업을 이어가는 외신도 있었다. 웅성웅성 대화가 이어지다가도 창밖에 군인과 탱크가 점점 늘어날수록 버스 안은 고요해졌다. 

 참혹한 홀릿이었다. 깨진 유리창과 메케한 먼지가 우릴 먼저 반겼다. 잠겨있지 않은 집 안은 총알 자국으로 가득했다. 바닥엔 끈적한 핏자국이 군데군데 남겨있었다. 빈방을 정리하는 이스라엘 관계자들은 저마다 방역복을 입고 핏자국을 닦고 있었다. 나와 현기택 선배, 그리고 취재기자는 그 사이를 누비며 정신없이 취재했다. 취재 제한 시간이 있는 탓이었다. 완성된 문장 하나를 다듬고 만들기보다 즉흥적으로 스탠드업을 이어갔다. 정신없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그렇지만 마냥 녹화 버튼을 누를 수 없었다. 구겨진 혹은 먼지에 덮인 가족사진들 앞에서 이곳에 왜 왔는지를 다시금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비단 홀릿 취재뿐만이 아니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출장은 매 순간 나를 흔들었다. 서안지구 분리 장벽 앞에서 중계 준비를 하다가도 도시 전체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전이 우선이기에 부리나케 방공호를 찾았다. 방공호가 없어서 타고 온 차 한 쪽에 방탄모를 쥐고 웅크려 앉기도 했다. 텔아비브에선 ‘뻥’ 소리와 함께 아이언돔이 미사일을 격추한 순간을 겪었다. 취재 현장 근처에서 최루탄이 터져 눈앞이 따갑던 적도 있었다. 정말 사고가 날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긴장 속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스스로에게 침착하라고 되새기는 것 뿐이었다.

 이번 전쟁 지역 출장은 내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었다. 외신들과 같은 현장을 누빈 점, 가족 잃은 슬픔에 무너져가는 사람들을 만나본 점 등은 이 경험이 나의 기자 생활에 큰 밑거름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사이렌과 포탄 굉음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 우리는 얼마나 안전을 보장받고 이곳에 왔는지를 되새겨봤다. 무거운 납덩이만으론 나와 동료의 안전이 보장받긴 어려울 것 같았다.

 결국 사전적, 제도적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2007년 샘물교회 피랍사건 이후 우리 언론은 전쟁, 분쟁 지역으로의 입국이 제한됐다. 그러다 작년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으로 이스라엘 전쟁까지 그 문틈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국내 언론이 앞으로 이런 위험지역 취재를 맞닥뜨려야 하는 순간이 계속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방탄조끼와 방탄모도 중요하지만, 선배 기자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전에 어떤 절차를 밟고, 어디까지 취재가 가능한 지 교육이 뒷받침됐을 때 보다 안전한 취재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럴 때면 나의 몸을 감싸는 납덩이도 조금은 가볍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MBC 장영근 기자 MBC_장영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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