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현장에서]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발표 취재기

KBS부산 장준영.jpg

 ‘유치 성공하면 출장 다녀와서 쉬지도 못하겠네?’

 출장을 준비하는 나에게 모두가 건네는 염원(?)일지 걱정일지 모르는 관심 속에 파리 출장길에 올랐다.
 
 부산은 오랜 시간 세계박람회 유치를 준비해왔다. 그리고 2023년 11월 28일은 ‘D-day’, 파리에서 열리는 BIE(The Bureau International des Expositions:국제박람회기구)총회에서 2030 세계박람회 개최국이 선정되는 날이었다. 나의 취재기는 결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영상기자 개인에게 어떤 의미와 계기가 되었는지 이야기하고 싶다.

부산총국에서의 첫 MNG Live
 범국가적으로 일어나는 이슈는 지역에서 전담하여 다루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파리 출장은 이야기가 달랐다. ‘부산’의 중심 이슈였으며, 오랜 시간 다뤄왔던 주제였기에 우리가 키를 잡았다. 게다가, 해외에서 처음 시도하는 MNG Live. 보고 들은 정보는 많지만 직접 해보지 않은 자는 모든 것이 두렵다. 예산이 넉넉하다면 업체를 통해 현지 기기와 USIM을 빌리는 안정적인 방법도 있었으나, 조직의 지속 가능한 활용에 있어서 우리가 직접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두 달 전부터 준비하고 알아봤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늦은 시간에 공항에 도착하는 바람에 USIM 샵이 닫혔다든지, 특정 통신사 외 다른 통신사의 USIM을 구하기 힘들어 2만 보가 넘는 행군을 했다든지, 울며 겨자 먹기로 샀던 USIM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밤잠을 설쳐가며 골머리를 앓았다든지. 어찌어찌 첫 LIVE에 참여하게 되었고, 인터컴으로 들리는 주조 감독님들의 목소리가 인상 깊었다. “해외에서 하는 거 맞아? 소스가 너무 깨끗한데?” 성공적인 참여였다는 반증이라 생각한다. 처음 겪는 어려움은 성장의 자양분이라 생각하는 좋은 계기였다.

타국에서 느끼는 진심
 이제 MNG Live에 대한 변수는 제어할 수 있다. 자신감이 생겼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보와 에펠탑, 총회장, 시민단체응원전을 오가며 정신없이 뛰어다녔고, 촬영 보조 없이 양쪽 어깨로 짊어진 무게가 당시는 그리 무겁지 않았다. 긴장감 때문이었을까? 매시간 한국에서 요청하는 Live를 잘 끝내고도, 5분도 채 앉아있기 힘든 발생을 커버하고도 긴장감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렇게 개최국 발표 시간이 다가왔고, 이게 국제행사의 공식발표인지 헷갈리는 어수선한 현장을 뒤로하니 사우디 관계자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늘 그렇듯 기뻐하는 장면을 담고 있었지만, 손이 떨리고 쿵쿵거리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다. 5분 남짓 환호하던 이들이 잠잠해지고 나서야 긴장감이 풀리고, 씁쓸하고 아쉬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나도 꽤나 오늘의 발표에 진심이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펑펑 울고 있는 시민응원단과 눈시울이 붉어진 부산시 관계자를 보며 그 감정이 더 명확해졌다. 우리는 모두 진심이었고, 타국에서 다 같이 염원했다. 부산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자주 접하는 기사는 ‘부산의 먹거리’이다. 세계박람회는 그런 걱정과 패배감을 씻어낼 하나의 신호탄 같은 것이었다. 연쇄적으로 일어날 부산의 변화는 긍정적 모멘텀이기도 했다. 그런 순간이 눈앞에서 사라진다는 감정에 모두들 아득했을 것이다. 결과는 부정적이었지만 마음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되었음에, 타국에서도 같은 염원을 하며 겉으로든 속으로든 응원할 수 있었음에 벅찬 날이 아니었을까?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 영상기자라면 한 번쯤은 생각했을 법한 감정이지 않을까? 복합적인 감정이지만 저 문장에 다 녹아있다. 처음 시도해 보는 두려움이 해소되고 자신감을 얻었을 때, 결과는 미미하고 아쉬웠지만 모두 하나의 염원으로 소통하는 마음을 보았을 때 나는 그 현장에 있었다. 이번 파리 출장은 나에게 경험의 깊이를 선물해 준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같은 시간, 각자의 현장을 지키고 계셨던 모든 선·후배 동료에게 감사한다.

KBS부산 장준영 기자 KBS부산_장준영.jpg




  1.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발표 취재기

    [현장에서]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발표 취재기  ‘유치 성공하면 출장 다녀와서 쉬지도 못하겠네?’  출장을 준비하는 나에게 모두가 건네는 염원(?)일지 걱정일지 모르는 관심 속에 파리 출장길에 올랐다.  부산은 오랜 시간 세...
    Date2023.12.21 Views194
    Read More
  2. 외신에 의존하지 않는 한국 시각의 전쟁 취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현장에서] 외신에 의존하지 않는 한국 시각의 전쟁 취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실금이 나뭇가지처럼 사방으로 뻗어있다. 괜스레 손을 가져다 대보지만 이물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유리창 바깥에서 난 상처 같았다. 내가 탄 방탄 버스의 양쪽 ...
    Date2023.12.21 Views241
    Read More
  3. EEZ 중국 불법어선 단속 동행 취재기

    [현장에서] EEZ 중국 불법어선 단속 동행 취재기  2023년 11월 29일 새벽 6시, 해경 부두에 정박한 3,000t급 대형 함정의 모습은 조금은 겁먹었던 나에게 든든한 위로를 주었다. 비로소 안심하며 생애 처음으로 EEZ(Exclusive economic zone, 배타적경제수역...
    Date2023.12.21 Views159
    Read More
  4. OVER THE TOP, OVER THE VIDEO JOURNALIST - WAVVE 탐사보도프로그램 ‘악인취재기’의 취재기

    [현장에서] OVER THE TOP, OVER THE VIDEO JOURNALIST WAVVE 탐사보도프로그램 ‘악인취재기’의 취재기 1분 30초, 그 너머를 보다 : RT 50분 10부작  진흙밭을 구르더라도 좀 더 자유롭고 직관적인 취재를 하고 싶은 욕망, 영상기자라면 누구나 마음 한 켠에 ...
    Date2023.12.20 Views785
    Read More
  5. 2023 특집 다큐멘터리 [우리도 광주처럼]

    Date2023.12.18 Views106
    Read More
  6.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인사이드 러시아: 푸틴의 국내 전쟁(Inside Russia: Putin’s War at Home)”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용기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변화 ▲ 게스빈 모하마드(Gesbeen Mohammad), 알렉산드라 오디노바(Aleksandra Odynova), 바실리 콜로틸로프(Vasiliy Kolotilov), 유리 미하일로비치(Yuri Mikhailovich(가명)  2022년 2월 24...
    Date2023.11.20 Views83
    Read More
  7.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바흐무트 전투(The Battle of Bakhmut)”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바흐무트 전투(The Battle of Bakhmut)” ▲ 아담 데지데리오(Adam Desiderio), 줄리아 코체토바(Julia Kochetova,), 벤 C. 솔로몬(Ben C. Solomon)  "바흐무트 전투"는 시청자들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진행 중인 분쟁에...
    Date2023.11.20 Views85
    Read More
  8.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러시아의 소프트파워 (Russian Soft Power in The CAR)”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 러시아의 소프트파워 (Russian Soft Power in The CAR)” ▲ 캐롤 발라드(Carol Valade), 클레망 디 로마(Clément Di Roma)  우리의 취재는 아프리카 내 바그너 그룹의 계략을 조명하고 있다. 바그...
    Date2023.11.20 Views108
    Read More
  9.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인류최악의 원전사고, ‘체르노빌원전사고’를 알린 네 명의 영상기자들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소감] 인류최악의 원전사고, ‘체르노빌원전사고’를 알린 네 명의 영상기자들 ▲ (왼쪽부터) 故볼로디미르 쉐브첸코(Vladimir Schewtchenco), 유리 볼다코프(Yuriy Bordakov), 故볼로디미르 타란첸코(Vladimir Taranchenko), 故빅...
    Date2023.11.20 Views61
    Read More
  10. 모든 것이 특별했고 모든 것이 감사했다

    [현장에서 - 항저우 아시안 게임 취재기] 모든 것이 특별했고 모든 것이 감사했다 코로나로 연기된 아시안게임  ‘아직도 코로나야? 또 한 번 코로나가 내 발목을 잡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안게임에 가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준비하던 나는 2022년 9...
    Date2023.11.15 Views103
    Read More
  11. 저는 지금 텔아비브의 중심가에 나와 있습니다

    [현장에서] 저는 지금 텔아비브의 중심가에 나와 있습니다  “진짜 가는 것, 맞아?” 짐을 싸던 아내가 몇 번을 물었다. 서둘러 옷가지를 챙기고 나서,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왔을 때쯤이었을까. 말없이 짐을 같이 챙겨준 아내와 눈이 마주치자 눈가에 고인 눈...
    Date2023.11.15 Views131
    Read More
  12. “후쿠시마 오염수, 서로 다른 체감온도”

    [현장취재기]  “후쿠시마 오염수, 서로 다른 체감온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되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가장 먼저 도달하고, 상당수가 어업을 생업으로 하는 제주로선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
    Date2023.08.31 Views197
    Read More
  13.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숙제”

    [현장취재기]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숙제” 지난 7월 15일 오전 8시 40분,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한 궁평 제2지하차도가 집중호우로 인해 임시제방이 유실되면서 물에 잠겼다. 그 안에는 시내버스, 화물차 등 15대의 차량이 있었다. 취재진은 ...
    Date2023.08.31 Views165
    Read More
  14. "기후위기 시대의 영상기자’로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

    [현장취재기] “기후위기 시대의 영상기자’로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 바야흐로 기후 위기의 시대입니다. 올여름 살인적인 더위로 우리나라에선 전국적으로 천 명이 넘는 온열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수십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바다 건너의 상황도 마찬...
    Date2023.08.31 Views180
    Read More
  15. 지역에서는 이미 불거진 문제, 아쉬움만 가득한 잼버리 조기퇴영

    [현장취재기] 지역에서는 이미 불거진 문제, 아쉬움만 가득한 잼버리 조기퇴영 잼버리가 열리기 두 달 전 새만금 잼버리 부지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런 곳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한다고?’였다. 장화가 없으면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는 발이 푹...
    Date2023.08.31 Views120
    Read More
  16.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나의 첫 해외출장”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나의 첫 해외출장”  ▲도쿄에서 라이브 방송을 준비 중인 MBC 한지은 기자  일본 출장이 갑작스럽게 결정되었다. 내일모레 시찰단을 쫓아 일본 도쿄로 가라는 것이었다. 시찰단의 동선이나 행선지는 공개되지 않아 쉽지 않은 출장이...
    Date2023.06.29 Views367
    Read More
  17. 첫 해외출장에서 첫 MNG로 공개한 ‘직지’ 원본… 해외 소재 문화재 환수 움직임 생겨 ‘뿌듯’

     첫 해외출장에서 첫 MNG로 공개한 ‘직지’ 원본… 해외 소재 문화재 환수 움직임 생겨 ‘뿌듯’   ‘니가 가라, 프랑스’ 영상취재부장에게 온 문자 한 통으로 첫 해외 출장이 결정되었다. 아이템은 <직지>. 1377년 고려시대 청주목 사찰 흥덕사에서 만들어진, ...
    Date2023.06.29 Views348
    Read More
  18. [2023년 4월 11일 강릉 경포동 산불 취재기] 강풍은 곧 대형 산불로…반복되는 재난 보도 대비 절실

    [2023년 4월 11일 강릉 경포동 산불 취재기] 강풍은 곧 대형 산불로…반복되는 재난 보도 대비 절실 ▲강릉 경포동 산불 당일 차 안에서 촬영한 첫 컷 ▲강릉 경포동 산불 ▲강릉 경포동 산불 당일 KBS강릉방송국 취재진 밤사이 강한 바람이 불었다는 걸 짐작할 ...
    Date2023.04.26 Views286
    Read More
  19. [현장에서] ‘세계적 보편성’ 인정받은 ‘세계의 지역성’ …‘ATF2022’와 다큐멘터리 ‘화엄(華嚴)’

    [현장에서] ‘세계적 보편성’ 인정받은 ‘세계의 지역성’ …‘ATF2022’와 다큐멘터리 ‘화엄(華嚴)’ 지난 2021년 한국영상기자상 멀티보도부문 수상작 안동MBC 임유주 기자의 ‘화엄’이 대만 Daii TV에 방송이 확정되었다. 또한, 태국, 이스라엘, 남아공에서도 수입...
    Date2023.03.03 Views225
    Read More
  20. <10.29참사 취재영상기자 간담회> “참사 당시로 돌아간다면 다시 현장취재 할 수 있을지 의문”…현장기자들, 트라우마 ‘심각’

    <10.29참사 취재영상기자 간담회> “참사 당시로 돌아간다면 다시 현장취재 할 수 있을지 의문”…현장기자들, 트라우마 ‘심각’ 협회 차원의 구체적인 참사 취재 가이드라인 개정·취재트라우마 극복 위한 제도적 지원 필요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두 달이...
    Date2022.12.28 Views434
    Read More
  21.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 현장 취재기] 월드컵 역사상 다신 없을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 현장 취재기> 월드컵 역사상 다신 없을 카타르 월드컵 처음이자 마지막일 도시 월드컵 이번 카타르 월드컵의 가장 큰 특징은 경기장이 모두 모여 있었다는 점이다. 큰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과 올림픽의 차이점은 올림픽은 ‘도시’를 ...
    Date2022.12.28 Views25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