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기자란 이름을 받고
우리 주변에서는 지금도 셀 수 없이 다양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분야도, 성격도 각기 다른 그 모든 일들을 우리가 직접 찾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사회가 발전하며 각 분야의 성격이 뚜렷해지고 있기에, 거꾸로 우리는 서로를 점점 더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가치관이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성숙한 사회의 한쪽에는,
‘나만이 옳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갈등과 대립의 벽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카메라기자는 이런 장벽을 허물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결은 렌즈가 가진 직관성과 현장성에 있습니다.
어떤 감각보다도 직관적인 시각 자료로 현상을 보여주기에 누구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건사고부터
복잡한 최신 과학 트렌드까지, 남녀노소 모두를 이해시키는 가장 좋은 도구를 든 전문인이 카메라기자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이러이러한 일도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네’라는 사실 그 자체를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
카메라기자의 본분이자 매력이라고 느낍니다.
그렇기에 이 막중한 임무를 띤 직업군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는 사실이 설레면서도 어깨가 무겁습니다.
현장에서 나 한 사람의 판단과 가치관으로 담아낸 영상이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뷰파인더를 바라보는 내 눈과, 프레임을 결정하는 줌렌즈 위의 손가락이 거대한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미덕을 칭찬하고, 누군가의 악행을 고발해 여론의 단두대 위에 올릴 수 있는 파급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수습 카메라기자 박한울’입니다. 영상을 취재하고 나서 스스로 그림을 봐도 아쉬움과 한숨만 이어지곤 합니다.
생각의 틀도 기술의 능숙함도 미진합니다. 그러나 기술만 앞세워 ‘때깔 좋은’ 영상을 뽑아내기보다는,
위에 풀어 쓴 글처럼 생각을 먼저 하는 데 초점을 두고 6개월의 시간 동안 스스로를 담금질하려 합니다.
명함에 파인 직업명이 카메라감독이 아닌, 카메라기자이기 때문입니다. 몇 년 뒤 어느 날, 선배들에게 다른 말은 몰라도
이 말만은 꼭 듣고 싶습니다. “쟤는 생각이 건강한 친구야.”
2015년 10월 19일 YTN 수습 카메라기자 박한울
박한울/ Y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