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기자 아내, 남편에게 말하다>
새내기 아내의 눈으로 바라본 내 남편, 카메라기자
솔직히 생소했다. ‘카메라기자’라는 이름!
결혼한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나로서는 방송국의 카메라기자 아내로서의 느낌을 말하기가 여러모로 부족하다. 사실 방송 뉴스조차 매일 모니터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나와는 달리 시부모님들께서는 남편이 취재한 뉴스에 집중하신다. “수고했다”, “고생했다”, “자랑스럽다” 등의 문자가 남편의 휴대폰으로 날아온다, ‘직업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일들인데 항상 이렇게까지 하셔야 하나?’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않았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오는 일이 있었다. 남편이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건으로 출장을 다녀왔을 때 일이다. 입고 갔던 청바지는 온통 기름 범벅이었고, 몸에서는 기름 냄새와 담배 냄새가 섞여 머리가 아플 정도로 좋지 않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얼굴은 초췌해가지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우리 남편 정말 힘들었구나. 시청자들이 직접보기 어려운 상황을 뉴스로 전해주느라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다닌다고 고생이 많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남편을 꼭 안으며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고생했어.”
가슴이 미어지며 쓰라렸다. 뉴스 하단에 자그마치 반짝였던 남편의 이름 세 글자가 자랑스러웠지만 원망스럽기도 했다. ‘왜 이 고생을 꼭 우리 남편이 해야 하나?’하는 생각에 말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 출장 갔다 돌아오는 날은 머리가 아프다. 남편의 피곤함을 풀어줄 무엇인가를 생각해 내느라 말이다. 맛있는 한 끼 식사, 혹은 남편이 즐거워할만한 이벤트를 짜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사건이 많은 날이면 더 바빠지는 우리 남편, 집에서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주고 싶고, 안정을 찾게 해 주고픈 것이 나의 작은 소망이자 바람이다.
카메라기자도 사람인데 찍는 순간 괴로운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남북 이산가족 상봉 후 오열하는 가족들의 모습이나 혜진, 예슬이 사건의 토막 난 시체, 유가족들의 모습 등 사람으로서 보기 힘든 모든 것들을 외면할 수 없는 그의 마음이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남편이 찍은 모든 장면이 보고 싶다. 뉴스의 보여지는 부분만이 아니라 카메라가 움직였던 모든 순간이 궁금하다. 그것은 아마도 남편이 고생과 노력을 함께 느끼고 싶어서 일 것이다.
카메라기자의 아내로서 나는 여러 마음이 교차한다. 집에 돌아와서 SBS 뉴스 및 타사 뉴스를 모니터링 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대견스러운 마음이, 또 원하는 대로 영상이 구성되지 않아 궁시렁 대는 남편을 보고 있으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항상 느끼는 것은 ‘자랑스러움’이다. ‘한국 최초 우주인 프로젝트’ 같은 일은 일반 직장인의 경우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일 아닌가? 그 역사적인 순간을 영상으로 담아내기 위해 17시간을 버스로 이동하며 이어지는 스케줄에도 지치지 않는 열정을 갖고 있는 점이나 풍부한 간접 경험으로 언제나 나보다 폭넓은 사고를 하며 내 사고의 폭 역시 넓혀주는 점 또한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남들은 위험해서, 혹은 더러워서, 그렇지 않으면 짜증나서 피하는 상황들을 내 남편은 오늘도 내일도 카메라에 담아낸다. 카메라 렌즈 너머의 삶은 다양하다. 그런 다양한 상황 속에 익숙해진 남편의 배우자로서 살기 위해서는 나도 카멜레온처럼 여러 상황에 맞춰 변신해야만 할 것 같다. 숨가쁘게 움직여온 것에 익숙해진 남편에게 항상 새로운 것을 통해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무엇인가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한미 FTA 반대 집회 같이 너무 위험해서 발탁되지 않기를 바랬던 현장에서 일한 남편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현장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건 알지만 “왜 저렇게 위험하게 찍었어?” “다치면 어떻게 해?”하며 잔소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조금 뒤 “리얼하다”, “잘 찍었네” 하며 두 가지 상충된 마음을 같이 표현한다. 그런 마음인 것 같다. 카메라기자의 아내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취재한 뉴스를 통해 남편의 하루를 볼 수 있다는 것도 내 남편이 카메라기자이기에 가능한 것 같이 분명 내 남편은 평범하지 않은 직업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 또한 두 가지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걱정스러움과 자랑스러움!
이은정/ SBS 영상취재부 이용한 기자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