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전문보도부문 인권보도
병원에 입원실이 모자라서 죽는 사람들이 있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의술이 모자란 것도 아니고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 취재를 시작해보니, 놀랍게도 병원에서는 흔한 일상이었다. 중환자는 각종 장비가 구비된 중환자실에서 적절한 의료 처치를 받아야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연하다. 만약 중환자가 한꺼번에 많이 발생하게 된다면 중환자실 병상이 모자라 어쩔 수 없이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다. 취재해 보니 줄을 서다가 중환자실 밖에서 유명을 달리하는 환자들이 실제로 있었다. 현실은 사회 문제들의 종합적인 결과다. 의료진 고용문제, 적자 운영비, 음주 응급환자, 무연고자, 간병인제도, 시민의식, 행정정책 등. 복잡한 과제가 될 테지만, 우선은 이러한 현실을 알리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 취재의 목적이었다.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전쟁터가 연상될 정도였다. 하루하루 겨우겨우 버티는 실정. 그러나 현장을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기에는 기존 리포트 형식은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형식을 채용했다. 뉴스 프로그램으로써는 파격적인 시도지만, 고백하자면 나 자신의 욕심이 컸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염두에 두었으므로 취재 접근도 달라야 했다. 인터뷰와 스케치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했다. 이런 때 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나는 밤낮으로 현장을 지키고 환자와 보호자들, 의료진들을 만났다. 유의미한 발생 장면이면 전부 기록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다. 감사하게도, 이 과정이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담긴 듯하다. 데일리 체제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을 처음 시도해보았기에 불안감이 컸다. 꽝 날까 봐! 지금 되돌아보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장 목소리, 현장 상황을 어느 정도는 잘 담아냈다고 자평도 한다. 방송 후 행정 당국이 관심을 보이고 정책 마련의 장이 열리고 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의 고통스러운 외침이 관계자들과 시민의 주목을 받는 성과도 분명히 있었다. 이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듯하다. 두 달간 현장에 푹 빠져 있던 터라 힘들지만 그래도 매우 뿌듯하다. 현장을 함께 지키고 프로그램을 만든 탐사 K팀 강인희, 문준영 기자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그들이 없이는 결과물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영광을 그들에게 돌린다.
조세준 / KBS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