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영상기획부문
유난히 산과 강이 많아 호반의 도시로 불리는 춘천. 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소양강과 의암호는 춘천을 호반의 도시로 만든 대표적인
수계이다. 소양강은 겨울이면 얼음꽃을 피운다. 바로‘상고대’다.
12월 17일. 춘천에 영하 17도의 강한 한파가 몰려왔다. 해가 떠오를 때 유난히 잘 보이는 물안개와 상고대를 담으려 이른 아침 소양강으로 이동했다. 상고대는 영하 6도 이하의기온과90% 이상의 충분한 상대습도, 여기에 초속 3m 이상의 바람이 불어주어야 한다. 이 3가지 조건이 갖춰줘야 비로소 상고대를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가는 내내 상고대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기대가 교차했다. 괜한 걱정이었을까. 소양3교 아래 소양강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코로나 19 사태가 1년 이상 장기화가 되면서 우리 일상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자연은 계절변화에 맞춰 우리 곁을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 해가 떠오르면서 소양강의 물안개가 짙게 피어올랐다. 물안개는 바람을 타고 강가 근처 나무들에 얼어붙어 눈부신 상고대를 만들었다. 눈썹과 머리카락까지 얼어붙을 정도의 추운 날씨지만 물 위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물안개에서 포근함이 느껴졌다. 한파와 코로나로 인해 마음 편히 외출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에게 잠시나마 답답함을 달랠 수 있는 휴식과도 같은 영상을 전달하고 싶었다.
사실 소양강 상고대는 이미 선배, 동료 영상기자 그리고 수많은 언론사 사진기자들이 매년 다룬 아이템이기에 참신한 아이템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은 먼 얘기지만 지구의 온난화로 기후 조건이 달라진다면 우리나라의 식생도 대폭 바뀔 것이다. 미래에는 자연의 아름다운 작품인 '상고대'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후손들에게, 사진 상의 상고대를 보여줄 수밖에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KBS춘천은 소양강의 상고대를 기록할 것이다. 이것이 그 어떠한 수단도 대체할 수 없는 영상기자 존재의 이유가 아닐까.
박영웅/ KBS춘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