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인권보도부문
장애인 시설,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장애인 시설: 장애인에게 편리한 시설과 여건을 마련하여, 장애인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곳
포털에 장애인 시설을 검색하면 이와 같이 정의돼 있다. 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시설, 그러나 그곳에서 장애인들은 자유를 잃어가고 있었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사회에서 분리하여 편하게 관리하고자 운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정작 장애인들은 시설에서 편함을 느끼는 게 아니라 고통 받고 있었다. 인터뷰 중에 지옥이라는 표현이 서슴지 않고 나올 정도였다. 장애인들은 오늘도 수십 년을 살아온 시설을 떠나는 ‘탈시설’을 꿈꾸고 있다.
“내가 배변하는 것도 그들(관리자 및 동료)이 다 지켜보는 그런 환경”
장애인 시설 ‘향유의 집’ 사무국장 강민정 씨는 장애인들이 탈시설하는 것을 도왔다. 그리고 마침내 향유의 집은 문을 닫을 수 있었다. 강민정 씨는 시설을 위처럼 표현했다. 저 한마디가 시설이라는 공간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누군들 내가 배변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을 까. 시설에서 장애인들은 모든 행위를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해야 했다. 비단 누가 학대를 하거나 시설이 안 좋아서가 아니다. 매순간 긴장하며 주변을 의식해야한다는 것 자체가 지옥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본 리포트에서는 장애인 탈시설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담고자 했다. 장애인 탈시설이 언론에 보도된 적은 있지만, 당사자들이 방송언론에 직접 출연하여 목소리를 낸 리포트는 많이 없다. 그래서인지 이번 리포트 섭외과정에서부터 많은 분들이 목소리 내기를 희망하셨다. 모든 분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는 없었지만, 세 분의 목소리를 심층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말은 물론이고, 비언어적 소통까지 또렷이 담아내고자 했다.
정부는 8월 중으로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논의는 더디다. 지난해 발의된 탈시설지원법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본 리포트에서는 장애인 시설이 얼마나 답답한 공간인지도 보여주고 있다. 일부 비장애인들은 이를 ‘복지’라고 표현해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직접 시설을 보고 온 사람으로서, 이는 복지가 아니고 격리에 가까웠다.
너무 당연한 권리인 ‘자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되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존’. “죽어도 여기서(밖에서) 살고 싶다”는 탈시설 당사자 박장군 씨의 뼈아픈 말. 장애인들을 시설에 격리시키는 게 아니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리포트 제목처럼 편견너머 공존의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김희건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