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우리시대의 소설] 03. 봄날 - 임철우 작가
4. [우리시대의 소설] 04. 중국인 거리 - 오정희 작가
5. [우리시대의 소설] 05.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임철우 작가
6. [우리시대의 소설] 06. 은어낚시통신 - 윤대녕 작가
7. [우리시대의 소설] 07. 경애의 마음 - 김금희 작가
우리 시대의 소설
<우리 시대의 소설> 기획 보도는 한국문학평론가협회와 KBS의 공동기획으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생존 작가의 소설 가운데 50편을 선정해 소개하는 기획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평론가 단체인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소속 회원의 설문조사와 선정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종 50편을 선정했습니다. 5월 16일을 시작으로 매주 일요일 뉴스9를 통해 방송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사실관계를 쫓는 취재물은 아닙니다. 새로 나온 소설을 소개하는 기사도 아닙니다. 하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소설가들의 대표 소설을 통해 우리 모두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유명한 소설을 뽑아 순위를 매기는 방식과는 구별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우리 삶과 희로애락이 녹아 있는 소설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 리포트와는 별도로 작가, 평론가 인터뷰 등 디지털 기사를 추가로 제작해 방송에서 길게 다루지 못한 작가와 평론가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기사가 나가고 나면, 기사를 스크랩하고 해당 소설을 찾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서점에서는 소개된 소설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50편의 전체 목록은 기획 보도가 끝날 때까지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소개된 목록만 봐도 다양한 소설이 포함돼 있습니다. 광주 5.18을 사실적으로 임철우 작가의 '봄날'도 있지만, 온전히 공상과학적 상상에 바탕을 둔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같은 소설도 있습니다. 생존 작가를 대상으로 하기에 작가를 만나는 것이 원칙이지만, 건강이 안 좋아 필담을 했었던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도 있고, 실제로 갈 수 없는 북한을 배경으로 하거나, 히말라야 설산 같은 해외를 배경으로 한 소설도 있습니다.
활자로 된 소설을, 방송뉴스로 재구성한다는 것이 영상기자로서는 가장 큰 고민이자 과제였습니다. 소설을 뉴스에 제대로 담을 수 있을까?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실망하거나 읽고 상상한 것과 전혀 다르게 느꼈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소설을 읽는 독자의 상상력과 이를 구성한 작가의 의도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표현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방송뉴스의 기본적인 문법을 따르면서도, 시청자에게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싶은 욕심도 있었습니다.
현장을 파악하고 기사의 인과관계 등 내용을 알아야 하는 것은 취재의 기본입니다. 그동안에는 주로 취재 현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보는 짧은 기사나 설명, 주요 인사의 얼굴, 지도 등으로 사안을 파악해왔지만, 기존에 대응해오던 방식과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소설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휴대전화로 핸드폰과 짧은 기사나 SNS 같은 호흡이 짧은 글들만 소화했던 필자에게는 책을 읽는 것마저도 도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소설책은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던 스터디시절 읽었던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오늘도 제 가방 속에는 다음 작가의 소설책이 들어 있습니다.
실제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를 함께 돌며, 울고 가슴 아파하는 작가의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영상취재에 소극적일 것이라 예상했던 한 작가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에 앉아, 카메라 앞에서 소설의 한 대목을 긴장과 진지함을 가득 담아 낭독합니다. 소설 속 주인공과 비슷한 또래의 여자 아역배우를 섭외하고, 수십 년 전 길거리와 비슷한 느낌의 장소를 찾아, 소설 속 구절을 아역배우의 목소리로 담아냅니다. 회사 자료를 찾아 오래 전 작가의 젊은 모습과, 병환으로 지금은 대화가 불가능한 작가의 예전 목소리를 다시 담습니다.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장면을 사진으로 출력해 다시 카메라 앵글에 넣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영상기자들은 매주 다양한 방식과 시도로 소설을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소설> 한 편 한 편이 영상으로 잘 표현되고, 시청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록물로 남기를 바랍니다.
유용규 /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