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만났습니다.”
1982년, 25살 청년 조각가 하명석은 불상 조각을 하며 여기저기를 떠돌다 법주사가 있는 속리산 자락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법주사 원통보전에서 운명처럼 목조 관음보살상을 보게 되고, 화려하고 강인하면서도 자비로운 모습에 감탄하여, 원통보전 관음상과 같은 걸작을 남기고야 말겠다는 간절한 꿈을 꾸게 됩니다. 그리고 40년이 흐른 2021년, 64살 목불조각장 하명석은 평생의 숙원이던 원통보전 관음상을 그대로 재현하기로 합니다.
“그 인연으로 어떤 나무는 악기가 되고, 또 어떤 나무는 부처가 되기도 합니다.”
수많은 나무 가운데 어떤 나무는 땔감이 되고, 어떤 나무는 악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불상의 재료가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햇빛을 잘 받는 자리에서 수십 년을 곧게 자란 최상급의 나무만이 불상의 재료로 선택을 받습니다.
불상은 불교를 국교로 삼았던 삼국 시대 이후 가장 중요한 예배대상이었지만, 단순히 종교적 의미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당대 최고의 장인이 최고의 재료와 기술을 집약해 만든,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품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한그루의 나무는 그렇게 부처가 되었습니다.”
은행나무가 불상이 되기까지 인고의 시간, 숙련된 장인의 피나는 노력, 그리고 속리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4K 영상에 함께 담아내어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평안을 주고 싶었습니다.
MBC충북 창사 51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부처가 된 나무’는 4K 사이즈의 넓은 화각, 24P의 역동적인 영상, 그리고 영화와 같은 색감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은행나무가 사람들에게 위로와 평안을 주는 관음 보살상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기획부터 촬영, 편집 그리고 오디오 믹싱까지 관련된 모든 부분에서 영상기자의 노력으로 완성된 작품입니다. 이렇게 완성된 목불상이 종교의 관점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위로와 평안을 주는 존재로 보여 지기를 희망합니다.
MBC충북 / 김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