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부산 정운호
<항운노조 의혹 시리즈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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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운노조의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은 일반적인 환경이 아닙니다. 보통은 보안 구역이나 출입 신청을 받고 들어가야 하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평소 항만이나 어시장 관련 취재를 하면서 계속해서 그림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제보자의 제보 내용으로 보도하기에는 방송할 수 있는 영상이 부족하고 예전에 촬영된 자료만 사용하기에는 ‘살아있는 뉴스’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방송되지 않았던, 시청자들이 보지 못한 그런 영상들이 필요했습니다. 이 부분은 영상기자라면 누구나 갈망할 것입니다. 항만이나 공동어시장을 취재하면 사람보다는 생선, 항만을 취재하면 화물이나 차량에만 포커스를 맞춰 촬영을 합니다. 이번에는 사람에 맞췄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대형 선망에서 잡아온 생선들은 공동어시장에서 하역합니다. 부산항운노조 소속의 야간 부녀반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고등어를 크기별로 선별합니다. 작업하는 모습은 그분들은 극도로 자기가 노출되는 것을 싫어합니다. 지금까지 부산에서 취재했기에 자연스럽게 접근하여 경계심을 먼저 풀려고 했습니다. 이렇게 일하는 자신의 모습을 가족들이 보게 될까 매우 우려합니다.
작업할 때 보통의 모습은 쪼그려 앉아서 분류를 합니다. 작은 의자에서 새벽 경매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바쁘게 손을 놀려야 합니다. 야간작업을 하면 식사나 야식이 나오는데, 간단한 국수나 국밥 등 간편식을 선사에서 제공해줍니다. 이때가 진짜 열악한 모습이 나옵니다. 생선 비린내가 나는 옆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음식을 먹거나, 시간이 없어 배식을 받아 걸어가면서 먹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부산은 아직도 80년대 어시장에서 시간이 멈춰 있습니다.
전 이 장면을 항운노조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간이 의자나 테이블이라도 해줘야 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항운노조에서 왜 해줘야 하냐?”고 하더군요. 막대한 잉여금이나 중간 수수료를 노조에서 받는데도 부녀반원들은 여전히 비린내 나는 생선 옆에서 끼니를 때우고 있습니다.
KBS부산 / 정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