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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전문보도부문 영상기획

KBS대전 심각현 기자
 
<가로림만>

 

 

영상기획보도 가로림만

 

 

특별기획 가로림만

 

 

 

 2018년 12월, 바다가 얼었다. (남극을 직접 가 보진 못했지만)마치 남극 빙하를 보는 것처럼 바다에 빙하가 떠 있었다. 바닷물이 빠지고(썰물) 갯벌 위에 빙하가 얼어 장관이었다.

 

 ‘가로림만’ 다큐멘터리 첫 그림이 그렇게 내 카메라에 기록되었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2019년 6월 27일 새벽 3시! 제발 오늘은 그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주세요. 나는 하늘에 조용히 기도했다. 모래톱 위에 쉬고있는 천연기념물 제331호 점박이물범을 촬영하기 위해 8번째 도전에 나섰다. 물 빠진 바닷가 한가운데. 모래톱 위에 텐트를 치고 숨을 죽인 채 그들을 기다렸다.

 

 해가 막 뜨려는 찰나 저 멀리서 거뭇한 생명체들의 움직임.

 “점박이 물범이다.”

 

 아무 말 없이 ENG에 600㎜ 망원렌즈, 트라이포드를 낀 채 푹푹 빠지는 1km 모래톱 위를 숨죽여 뛰며 난 생각했다.

 “저 놈들을 오늘은 꼭, 꼭, 꼭 촬영해야 해”

 

 헐떡거리는 숨을 참으며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점박이 물범이 내 눈 안에 들어왔을 땐 아무 생각도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30분 촬영이 끝나고 외치는 외마디 ‘대박!’ 그리고 큰 웃음.

 

 다큐멘터리 제작 때마다 손과 다리가 되어 준 병일이와 대원이까지 3명이 다시 뭉쳤다. 반강제적으로(?) 이른바 주인의식을 강조하면서 고난의 길을 강요받은 나의 친구들이다.

 

 다큐 한다고 툭하면 박 출장을 떠나는 바람에 집에서 홀로 고생해 온 아내 지나, 새벽 촬영 때마다 눈 비비며 배웅 나온 아들 우진이, 우민이.

 

 다큐멘터리가 내게는 포기해야 할 것들을 안겨 주었다. 일단 많은 시간을 써야 하고 다양한 장비가 필요하며 여러 장소를 가야만 한다. 그러니 다큐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모든 일, 개인사 등은 상당 부분 포기해야 한다.

 

 지난 1년 간 역경의 길을 같이 걸어가 준 이들과 가족이 있었기에 이번 수상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제작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배려해 준 보도국 선·후배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을 드려야 할 것 같다.

 

 혼자 모든 과정을 전담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다큐 제작은 사서 하는 고생이다. (사실 힘들다. 정말 힘들다.) 하지만 그 안에는 포기할 수 없는 큰 재미와 기쁨, 보람이 있다. 같이 하는 사람들의 마음, 협력이 있기에 외로움을 덜 수도 있다. 그림 하나하나에 생각과 마음을 담는 것, 인터뷰 하나, 질문 하나를 그림과 조화시키는 것. 구성의 완성도를 높여 나가는 것. 이 모든 과정에 즐거움과 재미가 있다. 매일 한정된 시간에 쫓겨 공장 재화를 찍어내듯 만드는 리포트 작업과는 다른 긴 촬영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큰 틀, 큰 구성을 끝냈을 때의 희열, 편집을 끝낸 후의 성취감도.

 

 가로림만 다큐를 통해 깨달은 것도 많다. 제대로 알지 못했던 갯벌에 대해 배웠고 거기 살아가는 다양한 해양생물들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갯벌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지금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도 깨달았다.

 

 이 다큐멘터리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으리라. 다만 내가 작을 디딤돌 하나를 놓았다는 것에 만족한다. 긴 길도 디딤돌 하나하나로 완성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단순히 먹고 즐기고 채집하는 곳이 아닌 보존하고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 곳. 사람들이 갯벌을 그렇게 인식하길 바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얼마나 많은 후회와 피해를 남기는 가? 중요한 것은 완전히 망가지거나 없어지기 전에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소중함과 중요함을 깨닫는 것이 첫 번째다. 

 

 

심각현 / KBS대전 방송국총국    심각현 증명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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