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보도부문 YTN 시철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이금주 할머니가 도쿄지방재판소에 제출한
2584장에 달하는 소장과 10년 넘게 할머니가 작성한 일지,
100여 편이 넘는 비디오 자료를 전수 분석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일제 강제동원 피해와 소송의 역사를 생생하게 들어보고,
우리가 소홀히 다루었던 국내 강제동원 현장의 역사를 조명한 보도로 영상기자가 직접 기획, 취재, 제작.
‘영상기자가 기획, 연출을 하고 글을 쓴다는 것’
<YTN 시철우>
방송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협업해 결과를 만들어 내는 종합 예술입니다. 특히 방송 뉴스는 취재기자의 영역과 영상기자의 영역이 명확하게 나뉘어 제작되어 왔습니다. 취재기자는 기획과 취재 등 프리 프로덕션을 맡고 영상기자는 촬영과 편집 등의 포스트 프로덕션을 맡아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YTN 탐사보고서 기록도 취재기자와 영상기자의 협업, 즉 취재와 촬영, 글·구성이라는 고유의 전문 분야를 나눠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 왔습니다. 그러다 작년 11월 제작 방식의 변화를 꾀해, 기자와 PD가 함께 만드는 제작 방식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각 제작진 모두가 한 편의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 보자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각종 취재 경력이 많은 기자와 구성·연출 능력이 있는 PD가 서로의 장점을 주고받아 기획, 취재, 촬영, 편집, 연출 등 전 제작 과정을 소수의 제작진이 함께 진행하도록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영상기자인 제가 YTN 탐사보고서 기록 제작에 참여하게 된 이유입니다. 뉴스의 현장을 지키며 영상으로 ‘기록’을 해왔던 경험을 살리고, 주요 출입처에서 취재원과 함께 호흡하던 경험 위에 글과 구성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역할을 확장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격월로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소송의 역사로 풀어내다’
지난 5월 13일과 14일 방송된 YTN 탐사보고서 기록 <강제동원 _ 피해자 없는 시대> 편은 일본 현지 취재는 물론 광주 등 국내 각지를 돌며 총 50여 명의 역사학자, 변호사, 시민단체 회원 등을 만나 직접 인터뷰해 만든 작품입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을 통해 故 이금주 태평양전쟁 희생자 광주유족회장이 생전에 생산했던 자료를 전수 조사했고, 90년대부터 이어져 온 소송의 역사를 기록했습니다. 1945년 광복이 되었지만,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기억과 고통은 아직도 해방되지 못했다는 사실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스스로 증인이 되어 소송에 나서야 했던 강제동원 피해자들. 1990년대 초반부터 일본에서 시작된 소송.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을 상대로 공식적인 사죄와 배상에 나선 이들의 노력은 연이은 패소 판결로 물거품이 되는 듯했습니다. 이기지 못할 싸움이어도 ‘기록’을 남기기 위해 나섰던 피해자들의 처절한 투쟁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2018년 대법원판결은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이 20년 넘게 싸워 만든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중심에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 ‘이금주 회장’이 있습니다. 1992년부터 시작한 ‘광주천인소송’, ‘관부재판’, ‘우키시마호소송’, ‘BC급전범재판’, ‘미쓰비시근로정신대소송’, ‘후지코시근로정신대소송’, ‘한일회담문서공개소송. 우리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약으로 도움을 줄 수 없다며 이들의 노력을 외면해 왔습니다. 이금주 회장은 수백 명의 피해자를 직접 만나 증거를 수집해 도장을 찍고, 법률 지식 하나 없이 소장을 써가며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일본의 양심적 시민들과 변호사들이 이들을 도왔고, 한국 변호사들도 함께했습니다. 국내에서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고 국회를 설득해서 2004년 한일 협정 문서공개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 진상규명위원회 설립을 이끌어 낸 것도 이들의 기록과 노력이 만든 성과였습니다. 그렇지만 일본은 여전히 강제동원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초 우리 정부가 느닷없이 발표한 강제동원 해법은 여전히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