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지 못한 국가폭력의 쓰라린 상처, 선감학원 피해자를 만나다
<YTN 강영관>
부끄럽게도 선감학원 희생자 묘역을 마주하기 전까지 선감학원 사건을 알지 못했습니다. 일제에 의해 세워져 40년간 운영되며 아동 인권유린의 온상이 된 ‘선감학원’. 굶주림과 폭행에 시달리던 원생들은 선감학원에서 탈출하기 위해 갯벌로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선감학원 희생자 묘역에는 주인을 알 수 없는 분묘가 100여 기 넘게 남아 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2차 시굴 결과 발표가 있던 날, 발굴된 묘를 아직 발굴하지 못한 분묘 위에서 취재해야 하는 낯선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발굴된 무덤의 크기는 작았고, 발굴하지 않은 분묘의 봉분은 낮았습니다. 밝혀지지 않은 주검 위에서 세상에 드러난 유품과 유물을 취재하려니 먹먹하기만 했습니다.
이 사건을 더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리포트를 기획했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산성토양에 암매장된 원생들의 시신은 부패가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에 치아 말고는 유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치아조차 나오지 않은 분묘도 있었습니다. 발굴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국가가 저지른 폭력으로 평생 힘들게 살아온 피해자들 또한 한 명 두 명 삶을 마감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했는데요.
피해자들의 요구는 명확합니다. 정부의 사과, 유해 전면 발굴, 추모 공간 조성. 하지만 정부는 아직 사과하지 않았고, 유해 발굴에 대한 견해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사과하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아직 시점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며칠 전 경기도가 유해 발굴에 나서겠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12월 안산시의회는 ‘안산시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 추모사업 지원 조례안’을 가결했습니다.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삼청교육대, 형제복지원은 누구나 알고 있는 국가폭력의 사례입니다. 이들보다 먼저 세워졌고, 40년간 아동 인권유린이 자행된, 아직 사망자의 수를 다 밝히지도 못한 선감학원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선감학원 피해자들은 선감학원을 나온 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가족을 이루지 못하고 홀로 살아가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분들의 바람은 크지 않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나서길 기대합니다. 계속해서 이 사건을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