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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회 이달의 영상기자상 전문보도부문 인권보도
제주MBC 김승범 기자
 
<4ㆍ3 다큐 ‘희춘’>
 

 

 

 

 제주MBC는 1989년부터 4ㆍ3문제를 다뤘고 지금도 매년 4ㆍ3 다큐멘터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오랜 역사만큼 새로운 주제와 새로운 접근 방식을 찾는 것은 여전히 큰 어려움이다.

 

 공동연출자이자 7년 차 제주 이주민으로서 여전히 육지 사람들에겐 생소한 제주 4ㆍ3사건을 널리 알리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한 선택이 내레이션을 통해 제작자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인물에 집중한 내레이션 없는 독립영화’ 방식이었다.

 

 제주 4ㆍ3 사건에서 군사재판을 받고 형무소에 수감됐던 수형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소외되어 왔다. 희생자와 유족 중심으로 4ㆍ3 진상조사나 배·보상이 진행되면서 그 바깥의 사각지대는 연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17년 재심 청구가 시작되고 2년 동안 이어진 재판 과정을 지켜보았다. 평생을 전과자로 도망치듯 살아온 오희춘 할머니와 암투병 중에도 수형인 문제를 이끌어 온 4ㆍ3 도민연대 양동윤 대표, 재심 변론을 맡은 임재성 변호사의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세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제주 4ㆍ3 사건과 수형인 문제, 재심 재판 과정을 기록하면 어떨까? 그 생각이 일의 시작이었다.

 

 인위적이지 않게 수형인들의 심정을 영상으로 녹여낼 수 있을까?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많았다.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다. 전체 분량의 90% 이상을 로그로 촬영하여 영화 같은 화면을 구성하고, 인터뷰와 현장음만으로 이야기를 제시하기로 했다. 목적은 어떤 필터링 없이 이들의 이야기를 가능한 한 직접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었다. 음악도 신경썼다. 테마에 맞춰 작곡된 배경 음악들은 제주 4ㆍ3과 당시 불법적인 절차에 의해 이뤄진 군사재판, 수형인들이 평생 겪은 아픔을 잔잔하고 담담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수형인들의 잃어버린 70년을 되찾을 수 있을까? 자기 생에 찍힌 전과자라는 낙인을 지울 수 있을까? 나는 카메라가 최대한 인물들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다. 불안한 모습 속에서 희망과 당당함을 되찾는 모습을 더 생생하게 담고 싶었다.

 

 2019년 1월 17일 법원은 무죄 취지의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70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은 4ㆍ3 수형인들의 눈물이 오롯이 영상에 담겼다. 이 긴 여정을 담을 수 있어 내게는 보람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아쉬움도 남는다. 재심 선고 직후 돌아가신 현창용 할아버지와 동료 수형인들의 조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분들이 새로운 삶을 되찾는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린 것은 아닌가 싶어 가슴이 아팠다. 이것이 이렇게까지 시간을 끌 일이었을까?

 

 마지막으로,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하나를 말하고 싶다. 4ㆍ3 당시 해녀 모집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는 이유로 결혼을 석 달 앞두고 형무소에 수감됐던 오희춘 할머니. 그녀는 말했다.

 

 “이제는 용기를 내서 살아보려 해. 무죄 판결도 받고 했으니까 용기를 내 보려고, 단 하루라도 더. 그래서 겁이 나, 빨리 죽으면 어떡하나 하고. 더 살고 싶어, 하루라도 더… .”

 

 생의 어떤 고통과 시련도 삶에 대한 인간의 강한 의지를 꺾지는 못 한다. 그들의 삶, 의지에 건투를 빈다.
 

 

김승범 / 제주MBC    (증명사진 수정) 제주MBC 김승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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