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63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수정 삭제

No Attached Image

풀어야 할 우리들의 숙제 ‘풀(POOL)’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너트 조이는 노동자’

  "테이블 오른쪽에서 스케치해주시고요! 저는 가운데서 싱크 딸게요. 아! 그리고 그쪽은 밖에서 교육감 들어오는 거 맡아 주시고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굳이 이곳에서까지 취재 풀(POOL)이 필요한 건가?'
  지난 1월 20일, 곽노현 교육감이 석방된 뒤 처음으로 갖는 회의에서였다. 회의장은 30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이었다. 카메라기자가 이동해가며 취재하기에 큰 불편함이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조중동’ 종편과 ‘뉴스Y’는 풀을 구성해 취재했다. 세밀하게 역할을 나눠 일사불란하게 촬영해 나갔다. 모두발언의 어디가 중요한 건지, 누구의 표정을 어느 순간에 어떻게 담아야 할지를 고민하며 정신없이 취재하던 내 눈에 다시 그들이 비쳤다. 마치 컨베이어 벨트에서 제품에 너트를 조이는 일을 부지런히 반복하는 노동자처럼 보였다.
  취재를 마치고 선배와 이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회사마다 그림이 똑같으면 우리(취재 기자)는 'ㅇㅇㅇ뉴스 누굽니다' 이것만 바꾸면 되겠네."라며 선배는 냉소를 보였다. 입가에 저절로 쓴웃음이 배어 나왔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답은 금세 나왔다. '기존의 카메라기자들이 하던 걸 보고 그대로 따라하려던 건 아닐까?'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우리는 그들에게 잘못된 POOL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나?
  풀의 남용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해묵은 과제다. ‘조중동 종편’의 풀 남용도 기존 카메라기자들의 관행에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현장에서 2개사만 취재하고 나머지 방송사는 촬영한 회사로부터 그림을 받는다든지, 물 먹은 그림을 쉽게 받아 나눠 가진다든지, 풀을 하지 않아도 되는 현장에서 굳이 풀을 한다든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들에게 이런 풀이 잘못된 것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늘도 방송뉴스에는 많은 풀 영상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가운데는 경쟁하기 싫어서,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취재하려고 맺은 풀 영상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현실이다.
  천편일률적인 보도 영상이 대한민국 방송뉴스를 메운다면 시청자들의 볼 권리는 침해된다. 같은 기사라도 카메라가 비출 수 있는 부분은 무궁무진하고 그 안에서 시청자가 보고 싶어 하는 것들도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차별화된 뉴스 콘텐츠 제작에 사활을 건 카메라기자들이 똑같은 영상으로 어떻게 뉴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단 말인가. 방송뉴스에서 영상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우리가 풀에 관대하다면 이건 모순이다.

카메라기자의 역량을 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풀을 지양함으로써 카메라기자의 경쟁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풀을 통해 모든 방송사에서 같은 영상이 나온다면 개인의 역량은 드러나지 않는다. 역량이 노출되지 않으면 경쟁은 불가능하고, 경쟁이 사라지면 발전도 없다.
  노동의 분업은 작업의 효율성을 증대시킬지는 몰라도 필연적으로 노동 소외를 불러온다.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다 보면 작업 과정 전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림으로 기사를 쓰는 카메라기자의 취재과정도 마찬가지다. 기자는 자신만의 일관된 흐름을 통해 취재를 시작해 마무리한다. 이 과정을 통해 뷰파인더 속 프레임엔 비로소 한 기자의 정체성이 녹아든다. 무분별한 풀 취재로 일관성 없는 컷을 짜깁기한 기사에 카메라기자의 정체성과 미장센 등이 담겨 있을 리 만무하다. 순간의 편리함을 좆다 스스로를 취재 과정에서 소외시키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종편채널의 출범으로 매번 취재현장은 카메라기자들로 넘쳐난다. 포토라인은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고, 취재 1시간 전에 현장에 도착해도 자리를 못 잡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우리가 카메라기자로 일하는 이상, 일터 환경을 스스로 변화시켜 나가는 작업은 필수다. 그들의 취재 방식을 놓고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우리가 먼저 모범을 보인다면 그들 스스로 느끼는 게 있지 않을까. 새로운 기자들을 비판하기 전에 우리가 제대로 풀을 사용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한다.

배완호 MBN 영상취재부

  1. No Image

    (성명)치졸한 복수 뿐인 조직개편을 철회하라!

    궁지에 몰린 김재철 사장의 마지막 분풀이가 결국 시작되었다. 회사는 17일, 지금껏 MBC 뉴스보도의 한 축을 담당해왔던 영상취재부문을 일괄 폐지하고 카메라기자들을 뿔뿔이 흩어뜨려놓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겉으로는 영상취재업무...
    Date2012.08.20 Views2510
    Read More
  2. No Image

    제18대 대선 선거방송 권고사항 공표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제18대 대선 선거방송 권고사항 공표 - 후보자 지지도 중심의 ‘경마식 여론조사 보도’ 주의해야 -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김영철)는 지난달 22일 제2차 회의를 개최하고, 오는 12월 19일에 있을 제18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선거방...
    Date2012.07.25 Views2253
    Read More
  3. 공정방송 그리고 시청자의 소중함

    MBC 파업을 말한다 한겨울 칼바람에 땡땡 언 손으로 피켓을 들며 시작했던 MBC 파업이, 이제 뙤약볕 아래 나날이 까매지는 피부를 걱정해야하는 계절에 이르렀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투쟁은 진행형이며, 공정방송을 향한 조합원들의 열의는 쨍한 태양만큼이...
    Date2012.07.25 Views2464 file
    Read More
  4. No Image

    방송콘텐츠 유럽 전역 확산을 위한 시도

    이번 행사는 헝가리에서 개최되는 신생 방송콘텐츠 거래시장(NATPE Budapest 2012)과 영국 방송콘텐츠 쇼케이스를 연계하여 우리 방송콘텐츠의 유럽시장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계획되었으며, KBS, KBS미디어, MBC, SBS콘텐츠허브, EBS, CJ E&M, 아리랑TV, YTN...
    Date2012.07.25 Views2274
    Read More
  5. 고프로 카메라 공동 구매 건

    본 협회는  카메라감독연합회와 공동으로 요즘 핫이슈가 되고있는 정식수입 고프로카메라 (워런티 1년)를 권장소비자가격에서 15~12%할인된 가격으로 캠09(www.cam09.com) 지원을 받아 공동구매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특히 이번 공동구매는 회원님...
    Date2012.06.01 Views3356 file
    Read More
  6. 일제의 억압 속에 자라난 자주적 영상기록의 갈증

    새롭게 보는 한국보도영상사4 일제의 억압 속에 자라난 자주적 영상기록의 갈증 해방의 순간, 한국 사회 카메라를 들어, 영상뉴스를 만들다. ‘1945년 8월 15일. 삼천리 방방곡곡을 휘몰아치던 광복의 감격에 벅찬 민초들의 얼굴들’. 우리는 이 얼굴들을 상상...
    Date2012.05.04 Views2718 file
    Read More
  7. No Image

    멋지게 투쟁했던 2012년 봄날

    멋지게 투쟁했던 2012년 봄날 공정보도라는 기치를 들고 파업을 시작한지 벌써 90일이 넘었다. 지난 90여일은 그동안 우리가 선언적으로 외쳐온 공정성과 공정보도가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공정보도라는 구호를 매일매일 외쳐왔지만 실제 ...
    Date2012.05.04 Views2277
    Read More
  8. No Image

    검찰 청사내에서의 휴대폰 촬영, 문제있어

    검찰 청사내에서의 휴대폰 촬영, 문제있어 카메라기자라는 직업으로 살아가다보면 많은 취재현장에서 포토라인을 만나게 된다. 미디어의 개체수가 무척이나 많아진 현실에서 가능한 한 다수의 취재진들이 서로의 업무에 방해를 주지 않으며, 각각 최소한의 영...
    Date2012.05.04 Views2421
    Read More
  9. No Image

    줌인 <공정한 영상 없이 공정방송 어림없다>

    공정한 영상 없이 공정방송 어림없다 공정방송 쟁취를 외치며 엄동설한에 시작한 MBC 노동조합의 파업이 벚꽃이 다 져버린 지금도 해결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파업 90일째를 목전에 둔 지금, MBC 경영진은 해결의 돌파구를 마...
    Date2012.05.04 Views2487
    Read More
  10. No Image

    멀티형 카메라기자 되기

    멀티형 카메라기자 되기 단기교육실시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회장 태양식)는 방송기자연합회(회장 이재강)와 공동으로 멀티형 카메라기자 되기 단기 과정을 2차에 거쳐 개설한다. 1차 교육은 5월 7일과 8일 양일간 방송회관 9층 강의실에서 개최되며 2차 교...
    Date2012.04.28 Views3017
    Read More
  11. No Image

    19대 총선과 보도영상의 공정성 세미나 개최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회장 태양식)는 5월 25일 오후 6시, 서울 그린월드호텔에서 ‘19대 총선과 보도영상의 공정성’ 세미나 및 제43회 이달의 카메라기자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이 세미나는 미디어 정치 시대의 영상저널리즘은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고 바...
    Date2012.04.28 Views2709
    Read More
  12. No Image

    KBS 노수긍 부장 출판기념회 안내

    KBS 보도영상국 노수긍 부장이 출판 기념회를 개최합니다. 회원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카메라와 함께 길을 묻다> 출판 기념회 일시: 2012년 3월30일(금) 18시30분 장소: KBS 본관 구내식당
    Date2012.03.24 Views2867
    Read More
  13. 언제나 생각하는 사람이 되자!

    영상기자로 첫 발을 내딛은 지 두 달, 어색하기만 하던 ENG카메라가 이제는 나와 조금씩 한 몸이 되어 감을 느낍니다. 늘 동경하고 꿈꾸어오던 생활이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현장으로 나갈 땐 많은 생각들을 하지만 막상 현장에 도...
    Date2012.02.23 Views2457 file
    Read More
  14. 배우며 노력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배우며 노력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첫 단신 스케치였습니다. 춘천에 한파와 폭설이 찾아왔고 그로인해 큰 교통사고까지 속출한 상황이었습니다. 촬영을 하고 들어와서 본 결과물은 참담했습니다. 이 참담은 기습한파도, 폭설도, 끔찍한 교통사고도 아니었습...
    Date2012.02.23 Views2391 file
    Read More
  15. No Image

    SBS 뉴스텍 변영우 전 영상본부장 공로패 전달식 가져

    SBS 뉴스텍 변영우 전 영상본부장 공로패 전달식 가져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회장 태양식)는 지난 8일 SBS 뉴스텍 영상본부장으로 재직하셨던 변영우 전무에게 공로패를 전달했다. 변영우 전 영상본부장은 현재 쿰텍에 전무로 취임했다. 쿰텍은 채널A 방송미...
    Date2012.02.23 Views3159
    Read More
  16. No Image

    풀어야 할 우리들의 숙제 ‘풀(POOL)’

    풀어야 할 우리들의 숙제 ‘풀(POOL)’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너트 조이는 노동자’ "테이블 오른쪽에서 스케치해주시고요! 저는 가운데서 싱크 딸게요. 아! 그리고 그쪽은 밖에서 교육감 들어오는 거 맡아 주시고요…."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굳이 이곳에서까...
    Date2012.02.23 Views2633
    Read More
  17. No Image

    프로페셔널한 멀티플레이어가 되자

    2012 방송카메라기자협회 신입 카메라기자 연수 후기 프로페셔널한 멀티플레이어가 되자 ‘한국방송카메라협회 신입카메라기자 연수’ 듣고 보기만 했던 타이틀이 달린 연수에, 제 이름 석자가 참가자 명단에 포함되었다는 것이 실감조차 나지 않은 채로 2월 3일...
    Date2012.02.23 Views2289
    Read More
  18. '처음'을 기억합니다

    2012 방송카메라기자협회 신입 카메라기자 연수 후기 살아가며 마주한 경험 중에 '처음‘을 기억하긴 어렵지만, 몇 가지 기억나는 ’처음‘이 있습니다. 양 옆의 페달 없이 네발 자전거에서 두발 자전거로 트랜스포머 했을 때,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가...
    Date2012.02.22 Views2480 file
    Read More
  19. No Image

    2012 전국 신입 카메라기자 공동연수 개최

    2012 전국 신입 카메라기자 공동연수 개최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회장 태양식)가 주최하고 LH가 후원한 2012 전국 신입 카메라기자 공동연수가 지난 3일과 4일 양일간 속초 LH연수원에서 개최됐다. 이번 연수에는 전국 신입 카메라기자 21명과 대학생 명예 ...
    Date2012.02.22 Views3316
    Read More
  20. 몰래카메라는 부득이 한 경우에 최소한으로

    특별기획 몰래카메라는 부득이 한 경우에 최소한으로 법이야 어떠하든, 또 누가 뭐라 해도, 과거한 때 취재일선에서 일하는 우리들은 속보 경쟁을 하면서 제작에 급급한 나머지 “우선찍고 보자” 라든가, “수단과 방법은 차후고, 목적달성이 우선이다”라면서 ...
    Date2012.02.22 Views4876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41 Next
/ 4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