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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몰래카메라는 부득이 한 경우에 최소한으로

법이야 어떠하든, 또 누가 뭐라 해도, 과거한 때 취재일선에서 일하는 우리들은 속보 경쟁을 하면서 제작에 급급한 나머지 “우선찍고 보자” 라든가, “수단과 방법은 차후고, 목적달성이 우선이다”라면서 취재원의 인격권이나 인권을 소홀하게 다룬 경우가 없지 않았다. 이제 와서 왜 그런 구차하고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꺼내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이제 세월이 흘러 취재환경이 바뀌었으니 과거의 관행을 반면교사로 삼아 발전된 선진언론을 가꾸어보자는 이야기를 잠깐 나누어 보고자 한다. 사실 과거의 그런 취재환경 하에서 취재원의 인격권 등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에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라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제 “성경을 읽기 위해서 촛불을 훔치는 것이 과연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관점에서 과거의 취재관행을 되돌아보며 흐트러진 우리의 자세를 빗질하고 OECD국가다운 언론환경을 구축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사실 그리 오래 전은 아니지만, “남편이 자신의 주거지에 녹음장치를 설치하여 간통행위가 의심되는 자신의 처와 다른 남자 사이의 대화 및 신음소리 등을 녹음한 후 그 녹취록을 간통죄에 대한 증거로 제출한 사건에서, 위 대화 및 신음소리 부분에 관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판례”(서울서부지법 2007.9.19, 선고, 2007고단270)를 언론의 보도기사로 접한 기억이 독자 중에 적지 않을 것이다. 그 기사를 접하는 순간, “그럼 어떻게 증거를 제시하란 말이야....” 라고 고개를 갸우뚱 한 사람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이 판례의 법률적 근거가 바로 “타인의 대화비밀 침해금지”에 관하여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 라고 규정한 통신비밀법인 것이다.(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1항) 이 조항의 핵심은 남편이 부인의 불륜 현장녹음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분명한 표현으로 사적인 통신 비밀을 보호하고 있다. 관련 법조문에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의 부분을 천천히 살펴본다면 굳이 질문이 반복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남편이 부인의 통화를 녹음해도 아니 되는데, 하물며 기자라고해서 남의 통화를 녹취해도 된다는 것은 상식으로도 불가능한 것임이 명백해진다.

  굳이 법전의 규정을 운운하지 않고서라도, 취재원에 대한 예의차원과 건전한 취재 윤리차원에서 이른바 ‘몰래카메라’는 합리적인 취재방법과는 다소 거리가 있고, 따라서 최소한의 범위로 자제되어야 하고, 또 자제해야 할 시기가 도래하였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상식을 배척하거나, 최소한의 취재예의를 거부하면 결국 주위의 원성이 우리를 향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고, 마침내 법이 인위적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금의 사례나 판례에서 보듯이 일단 법이 작동하면 취재원도 똑같은 법익을 누려야 한다는 차원에서 처벌의 경중은 차지하고서라도, 반격의 화살에 맞서기조차 구도적으로 만만치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명약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사례로 든 판례와 관련 법조문에서 “~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의 부분을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으로써 카메라기자가 제3자의 비공개대화를 녹취하여 방송하는 것을 법이 허용하는지 여부는 상식선에서 스스로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른바 ‘독수독과 이 론(毒樹毒果理論, fruit of the poisonous tree)’으로써 ‘위법하게 수집된증거인 독수(毒樹)에 의하여 발견된 2차적 증거로서 독과(毒果)의 증거능력은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수집된 증거자체가 불법이었기에 증거로서의 효력을 상실한다는 원칙으로써, 판례법에서 그 이론이 발전하였다. 1769년 영국 제1대 맨스필드 백작이자 대법관 윌리엄 머레이는 “민사소송에서는 법원이 원고와 피고에게, 그들의 의사에 반하는 증거를 도출하도록 강제할 수 있으나, 형사소송에서는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뤄지는 어떤 증거의 도출도 강제할 수 없을뿐더러,[Roe v. Harvey, 98 Eng. Rep. 302 (K.B. 1769)] 피고인에게서 갈취한 어떤 증거나 자백도, 공판에서 피고인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 [Rudd’s Case, 168 Eng. Rep.160 (K.B. 1775)] 라고 판시하면서 시작된 법 이론이다.

  이 이론은 오늘날 미국 수정헌법의“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강요받지 아니할 권리”로 발전하였고, “자백이 유일한 증거일 경우, 그 자백만을 증거로 어떠한 처벌도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법 이론으로 진보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형사소송법상의 증거법칙으로써 2007년 형사소송법의 개정으로 원래의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Exclusionary rule)’에 ‘능력’을 추가하고, ‘법칙(rule)’을 ‘원칙’으로 바꾸어 ‘위법수집증거능력배제원칙’이라는 규정으로 명문화 되었다.(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이에 따라 대법원은 2007년 11월에 위법으로 수집된 증거물을 포함하여 증거물에 대해 위법수집증거능력배제원칙을 적용시켜 증거능력이 부정됨을‘원칙’으로 하되, 특별히 예외적으로만 사안에 따라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음을 판시했다.(대법원2007.11.15. 2007도3061)

  몰래카메라를 “독수독과 이론”에 적용하여 특별히 예외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공익과 관련한 취재로서 몰래카메라의 녹취대상이 국민의 알권리의 대상인‘공인’일 경우에는 법익형량에 의해 취재가 가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판단은 사법부가 해야 할 몫이며, 현실적으로 옳고 그르고를 떠나 일단 소송이 제기되면 그로부터 송사에 휘말려 곤혹을 치러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고 옳은 취재방법을 회피하다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옳다면 초지일관 취재의 목적을 이루어야 마땅하겠지만, 그렇다고 정당한 취재원의 권리와 요구를 알면서 무시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사회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녹취상대가 공무원이었고, 취재내용이 방사능폐기물문제였던 어느 몰래카메라취재사건에서 해당 공무원이 통신비밀보호법위반으로 고소한 사례가 있었다. 그때도 역시 몰래 녹취한 대상이 “비공개 회의”였다는 점을 들었다. 그래도 그 사건은 원만한 합의로 종결되었기에 망정이지, 사법부 최종판결까지 갔더라면 피차 다 같이 지치고 망가져서 이기든 지든 결국 실익도 없는 싸움으로 상처뿐인 영광으로 끝내야 할 문제였기에, 원만한 종결은 모두의 바람이었고 윈윈(win-win)을 안겨준 것이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자유에 대한 제한과 대상을 한정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통신 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함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마약이나 살인과 같은 중범죄의 현행범도 아닌 사람을 몰래카메라로 취재하는 것은 언론의 정당한 취재방법이 아니며, 통신비밀보호법에도 부합되지 아니하는 편법내지는 위법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은 어떤 경우라도 취재원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취재를 진행해야 한다. 상대의 인격권이나 인권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의 목적만을 성취하기 위해 취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개선해야 할 전근대적인
취재관행인 것이다. 촬영사실을 숨기고 취재원을 촬영하여 방영하는 몰래카메라방식야말로 자칫 취재원의 음성권과 초상권침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요약하면 취재내용이 공공의 관심사이고, 몰래카메라방법 이 외에는 취재가 사실상 불가능할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몰래카메라 취재를 인정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법원판결에 나타난 통상의 허용범위라고 생각된다.

  여기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은 몰래카메라로 취재한 테이프는 위법증거에 해당되어 압수내지는 수색의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3년 8월 9일 우리나라에서 고위공직자에 대한 몰래카메라취재 테이프를 검찰이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하여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모방송사를 압수수색하려 했다가 해당 방송사가 ‘취재원 보호’를 들어 이에 불응함으로써 압수수색이 불발된 사례가 있었다. 이 사례 역시 테이프가 불법적인 수단인 ‘몰카’로 제작되었다는 것이 압수수색의 영장발부를 가능케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당시 미디어법 전문가들이 보는 견해
이었다.(더 자세한 것은; 김옥조, 미디어법, 커뮤니케이션북스 2005, 279~308쪽 참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로서 타산지석으로 이웃나라 일본의 사례를 한두 개 고찰해보는 것은 좋은 참고와 함께 의미가있을 것이다.

  1988년 일본 국민들의 의심을 받아 오던 일본리쿠르트 사장 비서실장이 일본의원에게 뇌물을 주는 장면을 니혼텔레비전이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방영하였다. 일본검찰은 해당실장을 뇌물공여죄로 구속하고, 법원은 방송사의 해당 원본을 압수하기 위한 영장을 발부하였다. 니혼텔레비전은 보도의 자유를 들어 항고하였으나, 최고재판소는 몰래카메라테이프가 범죄성립판단의 중요증거이고, 이미 그 영상이 방영이 되었으므로 보도의 자유를 침해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하여 테이프압류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이 있은 바로 다음해, 일본 TBS가 조폭이 폭행하는 장면을 촬영하여 방영한 일이 일어났다. 역시 일본검찰이 원본테이프를 압수하기 위해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려하자 TBS가 항고하였으나 기각되었다. 이때도 역시 법원은 그 테이프가 사건의 전모를 밝힐 수 있는 유일한 증거임을 들어 압수를 결정하였다.

류종현 / MBC 영상취재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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