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80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수정 삭제


切齒腐心(절치부심), 臥薪嘗膽(와신상담), 그리고 드라미아 ...

백도를 오르내리던 지난 7월. 일련의 무리들이 승합차에 빼곡이 채워져 서울을 벗어나 시골길을 달렸다. 승합차 안에는 이십대에서 오십을 훌쩍 넘긴 아홉 명이 서로 낯선 듯 창밖을 바라보고, 차창 너머 들녘엔 벼들이 한창 자라고 있었고 백로들은 시내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물고기 사냥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용인 드라미아에서의 근무가 내주면 벌써 두 달이 된다. 지난 두 달 나에겐 어떤 일이 있었을까?

7월 업무 복귀를 앞두고 선후배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우리는 앞으로 어떤 카메라 기자가 될 것인가? 지난날 우리에겐 어떤 잘못이 있었기에 MBC가, MBC 뉴스가 이지경이 되었나를 고민했었다. 또 앞으로 ‘진실을 향하는 사실의 최종 확인자’로서 취재에 더 치열하고 사람과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진 카메라기자가 되기를 다짐했다.

하지만 그런 다짐은 드라미아 발령으로 잠시 접어야 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같이한 여러 선배들 또한 취재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건설현장으로, 징계로 집에서 대기하거나 또는 아카데미에서 브런치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있어야할 자리에는 “취재 PD”라는 낮선 이름의 대체 인력들로 채워졌다.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뉴스는 보도 영상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품질과 편향성 논란을 일으키는 “그림”으로 넘쳐난다. 저들이 저지르는 잘못을 기록하고 언젠가 돌아갈 취재현장에서 감을 지키기 위해서 꼼꼼하게 모니터를 하다보면 내 자신의 건강을 위해 뉴스를 안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8월 언젠가 출장가는 후배가 함께 가자는 제안이 왔다. 자기는 취재하고 나는 머리도 식힐 겸 같이 가자는 것이다. 처음에는 함께 가는 것이 설레다가 이내 취재현장을 보면 일이 너무 하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아 결국 함께 가지 못했다.

여의도 회사 앞에서 취재차량을 기다리거나 취재가 끝나 회사로 복귀하는 선후배들과 마주칠 때 그들의 카메라를 보는 것은 지금도  불편하다. 회사 어딘가에서 고이 잠들어 있을 내 이름표가 붙은 카메라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용인 드라미아 사무실. 이젠 나름 서로 단란한 동료가 되었고 들녘은 황금색으로 옷을 갈아입었으며 백로들은 어디론가 날아갔다. 말 같지 않은 막말을 쏟아내는 회사 특보를 보니 내가, 그리고 선배들이 언제 카메라기자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지 기약이 없다.  

하지만 언제일지 내 카메라에 불이 켜져 돌아갈 취재현장에는 ‘진실을 향하는 사실의 최종 확인자’로서 더 치열하게 취재하고 사람과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진 카메라기자로, 그리고 불의에 결코 고개 숙이지 않는 ‘사람’으로 합류할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다짐한다. 절치부심, 와신상담, 그리고 드라미아 ...

권혁용 /MBC 용인 드라미아 근무

List of Articles
제목 날짜 조회 수
서울 영상기자에게 지역 뉴스 제작 경험이 필요한 이유 - <MBC 김준형 / MBC 서울-지역영상기자 교류 프로그램 참가기> newfile 2024.06.27 15
YTN, 결국 민영화되나… 유진그룹, 한전KDN·마사회 지분 3199억에 낙찰 file 2023.11.15 158
사진으로 보는 2023힌츠페터국제보도상 시상식 file 2023.12.21 162
공영방송 구조개선법은 거부하고 방통위원장 자리엔 선배 검사 지명 file 2023.12.21 162
한국영상기자협회·5.18재단, 시상식 전후로 다양한 특별 행사 개최 2023.11.20 166
‘이태원 참사’ 취재로 트라우마 겪고 있다면? 2022.12.28 175
아소의 망언과 실언 file 2023.11.15 181
“언론이 작고 위태로운 성냥일지라도 그것이 없다면 어둠은 훨씬 커질 것” file 2023.06.29 189
아소 가계, 1000년의 조선 국유림을 왜 파괴했는가 file 2023.08.31 189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스라엘-하마스전쟁 평화, 안전, 환경의 위험 높았던 2023년 2023.12.21 190
법사위에서 잠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법안 2022.12.28 193
이동관 방통위원장 공영방송 “가짜뉴스확산, 국론분열시켜와” 대대적 구조개편 예고 2023.08.31 195
전쟁 취재하면 형사처벌? file 2023.06.28 197
전쟁, 인권, 언론자유 기자정신을 깨우다 file 2023.11.20 202
윤 대통령, 금명간 이동관 방통위원장 지명할 듯 file 2023.06.29 205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중단·신년 기자회견 보류, 공식일정 취재 ‘제한’ 늘어나 2022.12.28 206
수상자들, 김진표 국회의장 격려간담회, 5.18민주묘역 헌화행사 file 2022.11.02 210
JTBC, 11월 5일까지 희망퇴직 접수… “적자 책임 직원에게 돌리나” 구성원 강력 반발 file 2023.11.15 211
‘올해의 힌츠페터’는 누구? - ‘2023힌츠페터국제보도상’ 경쟁부문 심사 완료 file 2023.08.31 212
일본과 독일의 정치 지도자의 역사인식 file 2023.12.21 21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1 Next
/ 4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