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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업을 말한다

한겨울 칼바람에 땡땡 언 손으로 피켓을 들며 시작했던 MBC 파업이, 이제 뙤약볕 아래 나날이 까매지는 피부를 걱정해야하는 계절에 이르렀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투쟁은 진행형이며, 공정방송을 향한 조합원들의 열의는 쨍한 태양만큼이나 뜨겁습니다. 무엇이 저희를 이토록 단단하게 해주었는지 돌이켜보니, 가슴 속 단 하나의 다짐이 있었네요. 정권이 아닌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약속. 이 약속의 준엄한 무게가 저희를 여전히 싸우게 하고, 눈물 흘리게 하고, 또 다시 다짐하게 합니다. 그래서 여전히 MBC 조합원들은 거리에 있습니다.

그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저희의 빈자리를 채운다는 명목으로 이름도 생소한 취재PD, 시용기자 들이 대거 MBC에 들어와 맹(?)활약 중입니다. 회사는 줄기차게 징계를 남발해, 벌써 해고자만 8명에 정직과 대기발령까지 합치면 백여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이 원치않던 훈장을 달고야 말았습니다. ‘허리’우드 액션으로 유명해진 보도본부장으로 인해 조합원들이야 말로 ‘정신적 충격’을 강하게 입었으며, 김재철 사장님은 ‘2014년까지 임기를 채우겠다’며 국민적 사퇴여론을 일축하셨습니다.

또한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공영방송 MBC를 지켜달라며 각계 각층의 정말로 다양한 인사들이 뜨거운 지지와 후원을 밝혀왔습니다. 얼마 전 시작한 ‘MBC살리기 백만인 서명운동’은 벌써 목표치의 절반을 넘기고 있고, 이제는 온라인에서도 그 열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파업 중인 MBC기자회는 ‘일을 안 하고 있다’는 아이러니한 이유로 방송기자연합회 특별상을 타기도 했고, ‘제대로 뉴스데스크’와 ‘파워업 PD수첩’은 조회수 수십만을 상회하는 인기동영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남은 일도 분명합니다. 공영방송 MBC를 정상화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 바로 김재철 사장의 사퇴입니다. 아울러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님들께도 촉구합니다. 비정상적인 상황을 그저 수수방관만 하는 것은 책임있는 관리감독기구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방송을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원성을, 언제까지 외면만 하실건가요?

파업이 남기고간 상처는 깊고 휑합니다. 하지만, 상처 못지않게 깊은 깨달음도 얻게 됩니다. 매일 매일 시간이 쫓기며 한편으론 간과하고 있었던 ‘공정방송’의 소중함. 한 컷 한 컷을 고민하고, 매 순간 깨어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 그리고 무엇보다 ‘시청자’ 라는 단어가 갖는 절실함이 그것입니다. 부끄럽지만, 카메라를 놓고 나니 비로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후회는 때늦었지만, 반성은 빨리 할 수 있어 다행이네요.

장마가 곧 시작된다고 합니다. 오랜 가뭄을 해결해 줄 꿀같은 비가 되겠지요. 지독한 가뭄 끝에 단비가 뿌려지듯, MBC의 파업도 그렇게 해결 될 것입니다. 목마름이 깊었던 만큼 해갈의 환희도 클 것입니다. ‘나만 바라 봐’를 외치는 어느 가수의 노래처럼, 국민만을 바라보며 일할 수 있는 그 날, 계절과 상관없이 저희들은 뜨거울 것입니다.


박주일 MBC 영상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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