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탱고를 추는 이유
인간은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 탱고는 남녀가 허그한 채 탱고음악에 맞추어 조용히 걸으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그런 禪적인 춤이다. 오리지널 탱고는 절대 요란하지 않다. 매체에 비추어지는 탱고는 그저 동작이 화려하고 춤재주가 있는 사람이 하는 요란한 이미지로 비추어져 있다. 나 역시 7년전 탱고를 알게 되면서 그런 춤인줄 알았다. 탱고는 크게 남녀가 서로의 상체를 가볍게 허그 한채 때로는 오픈하기도 하면서 동작이 화려한 살롱스타일과 서로의 가슴을 밀착한채 음악이 흐르는 내내 한번도 그 상체를 오픈하지 않고 추는 밀롱게로(milonguero) 스타일이 있다. 아르헨티나의 유명 탱고바에는 대부분 노인이거나 장년층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추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의 승무나 동래학춤처럼 심플과 고요 그리고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스타일의 탱고는 정신이완과 치료에 많이 적용된다. 나는 이런 밀롱게로 스타일의 탱고를 춘다. 입문했을 당시에는 많이 어려웠다. 나이도 있고 몸치다 보니 회전동작등을 제대로 따라갈 수 없었다. 그 당시는 탱고가 한국에 소개 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제대로 된 강사도 없었다. 강사들도 탱고의 정신이나 원리를 가르치기 보다는 외형적 동작에 치우친 강습이 많다보니 도대체 내가 제대로 탱고를 추고 있는지 감이 서질 않았다. 그러다 youtube에서 chan park이라는 한국계 미국인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서 평생 탱고를 추고 있는 할아버지 댄서들의 춤과 철학을 담은 영상을 보았다.(유투브서 tangozenhouse혹은PractiMilongueros로 찿아보길) 이 영상물들을 보면서 나는 탱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졌고 꾸준히 혼자서 연습을 하며 내 나름의 탱고를 몸에 익히게 되었다. 탱고는 혼자서 잘 추어선 아무 의미없다.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며 그녀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주고 다시 내가 그녀의 좋은 에너지를 받는 순환적 춤이다. 탱고를 추기 전 나는 여자들에게 다소 거칠었다. 오랫동안 춤을 추면서 여자들에 대한 배려심과 매너도 배우고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해 담배도 끊었다.
탱고는 남녀가 밀착해서 추기에 불미스런 사건이 생기지 않나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생각보다 없다. 왜냐하면 입문의 단계를 지나면 가끔씩 파트너와 춤을 추면서 황홀경에 빠진다. 마라토너들이 오래 달리다 보면 희열을 느끼는 순간을 마라톤 하이라고 한다. 탱고도 마찬가지로 이런 탱고하이가 있다. 이런 하이를 느끼는 순간 음악은 끝나고 파트너는 자리로 돌아가고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그 쾌감이 다른 어떤 욕망 해소보다 크기에 파트너는 여자가 아니라 나의 정신적 만족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여자와 빈번한 신체적 접촉으로 가까워지긴 하지만 그 이상 심각한 상황은 생각보다 없다. 탱고를 어떻게 배울 것 인가? 내가 추는 밀롱게로 스타일은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다. 이것은 스킬보다 스텝과 상체가 음악에 따라 움직이는 뮤지컬리티를 중시한다. 개인마다의 고유 느낌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이 미묘하고 어렵기 때문에 첨에는 살롱으로 배우고 천천히 밀롱게로 스타일로 변신할 수 있다.
검색 사이트에서 “탱고” 타이핑하면 나오는 탱고 교습소는 대부분 엉터리다. 가르칠 실력이 안되는 강사들이 탱고를 비즈니스로 삼는 사람들이다. 이런 곳으로 가는 순간 잘못된 탱고를 배우게 된다. 우리 회원들이 탱고를 배우고 싶으면 다음카페의 라틴속으로, 아딕시온등이 대표적인 동호회다. 추천 탱고 스튜디오와 강사는 헝얏과 화이가 운영하는 강남의 엘불린 스튜디오, 쭈니와 보스의 청담동 로열스튜디오, 가로수길에 위치한 카를로스의 아타니체 탱고바겸 스튜디오 등이 비교적 검증된 곳이다.
탱고는 나이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 빛이 발하는 춤이다. 당신이 걸을 수 있는 힘만 있다면 나이가 80세가 넘어도 출 수 있다. 음악에 맞추어 파트너를 따뜻하게 허그한 채 조용히 걷는 동작 자체로도 춤이 되고 아름답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시도해보시길….
이병권 /KBS 보도영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