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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7일,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진도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서서히 팽목항에 다다를수록 차창 옆을 지나는 나무들에는 노란리본들이 줄을 지어 매여 있었다.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국민들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얄궂기만 했다. 팽목항에 도착해보니, 사고 초기때보다는 훨씬 안정돼있는 분위기였다.

자원봉사자들도, 각 사의 취재진들도, 경찰들도, 묵묵히 제 자리에서 제 할 일을 할 뿐 어느 누구 하나 불필요한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리 하고 있었지만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사건현장은 고요하고 숙연했다. 마치 사람들은 자연스레 웃고 떠드는 감정조차 죄스러운 듯 하나같이 침통한 표정으로 팽목항을 드나들었다.

다들 침묵하고 있었지만 국민들이 지금 어떤 심정인지, 어떤 마음인지  느낄 수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다양한 업종의 자원봉사자들이 팽목항의 양 옆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과 아무런 일면식이 없어도 생업을 포기하고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는 국민들의 따뜻한 온정이 ‘미개함’과는 전혀 동떨어진 성숙하고 문명적인 국민들이라고 생각했다.

팽목항의 등대 쪽의 난간에는 수 많은 노란 리본들이 바람에 따라 일렁이고 있었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리본을 매면서 일말의 희망을 잃지 않는 국민들의 무궁한 가능성을 목격한 것 같았다.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했다.

역사를 비추어보면 아무리 극복하기 어려운 난세가 왔어도 국민들은 이겨냈다. 나라의 수장이 국민들을 버리고 도망갔을 때도,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일구어 발전을 해 나갔을 때도. 어찌보면 국민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가 아니라, 미개한 정부가 과분한 국민들을 가졌을 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 본연의 고질적인 문제를 기억하고. 절대 잊지 않는 것. 이것이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 표하는 국민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예우일 것이다.

 

 

 

 

장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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