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25 02:15
<줌인> 혼용무도(昏庸無道)를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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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또 많은 일이 있었던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그것은 그 만큼 카메라 기자들도 정신없이 보낸 한 해였다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해야 하는 카메라 기자들의 상황은 전혀 변한 것도 없다.
메르스 공포가 전국을 뒤 덮었을 때도 특별한 보호책도 없이 달랑 마스크 하나 쓰고 현장으로 가야만 했고
민중 집회에선 어김없이 시위대와 경찰의 표적 아닌 표적이 되어 온갖 야유와 물대포를 맞아야 했던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더 슬픈 것은 이러한 일들이 이젠 새삼 놀랍지도 않고 그저 연례행사 같이 느껴지니 씁쓸할 뿐이다.
소주한잔 마시면서 한숨을 쉬고 돌아서면 그뿐인 것이다.
좀 더 밝고 좋은 세상이 되길 바라면서 취재에 나서는 발걸음은 무거운 마음과 체념으로 돌아서 온다.
뉴스는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이 아니라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틀을 잡았고
기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날카로운 칼날 같은 차가운 느낌마저도 든다.
여전히 시청률에만 혈안이 되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과 화면을 거침없이 내보내고 공정하고
사실에 충실하여야 할 보도는 편파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가슴 아픈 세월호 사건 때 잘못된 보도로
많은 질타를 받으며 좀 더 잘하겠다고 너도 나도 앞장서서 반성 운운하던 것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러나 바뀐 건 없다.
여전히 TV뉴스는 내용의 중요성과는 상관없더라도 현장성이란 이유로 CCTV화면을 확대 재생하고 있고
폭행현장의 녹취를 여과 없이 과감하게 내보내는 용기만 늘었을 뿐.
대학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다.'라는
뜻의 '혼용무도(昏庸無道)'를 선정했다. 정부의 무능력함과 독선을 빗댄 표현의 사자성어를 택한 것이 다 마는,
제구실을 못한 언론에게도 같은 잣대를 드리워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2016년은 붉은 원숭이띠의 병신년(丙申年)이다.
원숭이는 동물 가운데서 가장 영리하고 재주 있는 동물로 꼽히지만, 너무 사람을 많이 닮은 모습,
간사스러운 흉내 등으로 오히려 재수 없는 동물로 기피되어지곤 한다.
2016년엔 가볍고 사악한 재주를 부리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우를 범하지 않고 지혜롭고 용감하게
세상의 잘못된 바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모습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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