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분노해야 하는가> - 장하성 -
-분배의 실패가 만든 한국의 불평등
장하성 교수의 <왜 분노해야 하는가>을 보면 우리나라는 1960년 이후부터 1990년대까지 고도 경제성장과 분배의 형평성을 동시에 이루는 기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IMF이후 고도성장이 멈추고 분배의 형평성도 급속히 악화되었다. 경제적 불평등은 ‘재산불평등’과 ‘소득불평등’의 차이로 구분한다. 우리나라는 ‘소득 불평등’이 빈부 격차의 주원인이다. 그 차이는 ‘임금격차’에서 온다. 그 이유는 고용불평등과 기업 간의 불균형이다.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가 소득불평등의 절대적 원인이다. 자본주의에서 소득의 불평등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개인능력이나 노력이 아니라 구조적인 원인 때문이면 커다란 사회적 문제이다. 현재 대기업의 고용 인원은 4%, 중소기업은 72%이다. 대기업 중소기업간 임금격차는 60%이다. 노동자의 72%가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이것은 4% 대기업 노동자의 60%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일자리의 4%밖에 만들어 내지 않는 100대 재벌들이 60% 차지하고 있지만 그 성과를 임금이나 투자로 분배하지 않고 자신의 곳간에 숨겨놓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상황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심화되는 구조적 악순환이 너무 심각하여 국가경제붕괴의 위기에까지 이른 것이다. 적자생존의 단계를 넘어서 공멸의 위기이다.10여 년 전 쯤, 영상편집부의 계약직 직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보도국의 영상기자들도 모임을 갖고 영상편집부의 입장을 지지하기로 했다. 나는 선배들의 지시로 회사게시판에 지지성명서를 게시했다. 얼마 후, 고등학교 선배인 회사 경영부문의 인사담당 모 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 “왜 쓸데없이 남의 일에 너가 참견이냐?” 며 소리를 질러댔다. 주눅이 든 나는 우물쭈물 그냥 심부름만 했을 뿐이라며 둘러댔다. 그는 기가 죽은 나를 더욱 몰아 붙였다. “계약직들 정규직 시켜주면 너의 월급 깎여도 좋아?” 그 질문을 듣는 순간 묵직한 무언가가 가슴을 콱 누르는 것 같았다. 나는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고, 그는 득의양양하게 “선배가 후배를 위하는 마음으로 하는 말이다”며 “다시는 까불지 말라”고 전화를 끊었다.
10년이 지난 후 사장이 바뀔 때마다 고속 승진하고 승승장구하는 그 부장을 볼 때마다 화가 났다. 영상편집부 앞을 지날 때마다,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고생하는 동료들을 외면하고 야멸차게 돌아서 버린 그들이 서운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때의 야비한 추궁에 변변히 대답조차 못한 내가 부끄러웠다.
이제 2017년, 더 미룰 수 없다. 소수의 대기업과 고임금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이 누리고 있던 것을 함께 나누어야 할 때 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첫째, 내가 살기 위해서이다. 둘째, 내 일터가 보존되어야 한다. 셋째, 내 자식들이 희생되지 않아야 한다.
이제 10년 전과 같은 질문을 다시 받는다면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최경순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