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05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1980년 <5⋅18 광주 민주항쟁>의 진상을 카메라에 담아 전 세계에 알린 당시 독일 제1공영방송사(ARD)의 도쿄 특파원, 위르겐 힌츠페터(2016년 1월 사망). 힌츠페터에게 광주의 소식을 처음 알린 사람은 당시 일본에서 동아시아 선교사로 활동한 독일인 파울 슈나이스(Paul Schneiss) 목사였다. 

 

폴 슈나이스 목사.jpg

파울 슈나이스 목사 / 사진= 한원상

 

 

필자는 일본에서 재일 한국인 인권문제와 한국 민주화운동에 관여한 가와사키 재일한국인교회 이인하 목사(2008년 사망)의 소개로 슈나이스 목사를 알게 됐다. 슈나이스 목사가 2003년 7월 ‘기독자 민주동지회 70∼80년대 해외활동 기자회견’ 참석차 서울을 방문했을 때  만났고, 이후 지금까지도 종종 연락을 하고 있다.

 

슈나이스 목사는 1958년 동아시아 선교사로 일본으로 파견돼 활동했다. 1970년대부터는 유신독재의 시작과 김대중 납치사건 등으로 정치 억압과 인권 탄압에 투쟁하는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KNCC)의 민주화운동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슈나이스 목사는 일본 여성과 결혼해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다. 당시 독일인은 비자 없이 한국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어서 그는  한국내 민주화운동 인사들,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한국 민주화운동 인사들 사이에서 정보 전달자 역할을 했다. 또 그는 한국 교회의 민주화와 인권운동을 독일 교회와 세계 교회에 알리고 지원하는 일도 했다.

 

1970년대부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의 민주화운동은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WCC)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 에큐메니컬 운동의 지원을 받았다. 독일,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미국, 캐나다, 일본의 교회도 한국교회의 인권운동을 지원했다.

 

기독교 민주동지회.jpg

2003년 7월, ‘기독자 민주동지회 70∼80년대 해외활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파울 슈나이스 목사(오른쪽에서 두 번째) / 사진=한원상

 

 

이들은 ‘한국민주화기독자동지회’(이하 민주동지회)를 결성해 한국 민주화운동에 중점을 두고 해외 운동세력과 연대해 ‘게릴라’식을 전개해 운동했다. 이들은 일본과 미국의 국회, 행정부, 언론기관, 교회기관, 각 사회단체들에게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했다. 그리고 한국 민주화를 위한 협력을 요청하고 세계적으로 민주동지회를 확대해 나갔다.

 

일본에서는 1974년 1월에 민주화 투쟁에 나선 한국 기독인들을 후원하는 ‘한국문제 기독자 긴급회의’가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었다.

 

슈나이스 목사도 이러한 조직에서 활동했다. 그는 국내외 네트워크를 이용해 한국에 들어와서 위장술을 써가며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자료를 일본에 가져갔다. 그리고 그는 그동안 일본에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일본 주재 독일 특파원과 외국 특파원을 만나 정보를 제공하고 한국의 엄혹한 군사통치와 민주화 투쟁의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한편, 일본을 거점으로 국제적인 연대운동에 힘써 왔다.

 

세카이.jpg

당시 일본의 시사월간지 세카이(世界). 사진=한원상

 

 

특히 슈나이스 목사는 당시 지명관 도쿄여자 대학 교수(훗날 한림대학 석좌교수 역임)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자료를 전달하고 지 교수의 집필을 돕기도 했다. 지 교수는 1970년대부터 일본에 체류하면서 일본의 시사월간지 세카이(世界)에 'TK생'이라는 필명으로 매월 한국정세와 민주화 투쟁을 알리는 '한국으로부터의 통신'(1972년 11월부터 1988년 3월까지)을 15년여 간 연재했다. TK생은 철저하게 비밀에 가려져 있다가 2003년 7월 그 정체가 지명관 교수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지명관 선생님.jpg

2003년 7월, 지명관 전 한림대 교수가 일본의 시사월간지 세카이(世界)에 'TK생'이 자신이라고 필자에게 밝혔다. / 사진=한원상

 

 

필자는 2001년부터 국내와 일본을 오가면서 당시 TK생을 도왔던 사람들을 만나 취재했다. 2003년 7월 YTN에서 <TK생은 말한다>를 방송해 베일에 가려져 있던 TK생이 지명관 교수라는 것을 밝혔다.

 

지명관 교수가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에 연재할 수 있었던 것은 슈나이스 목사와 그의 가족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국을 넘나들면서 성명서, 유인물, 재판 기록, 구속자 가족회 편지, 음성 녹음 등의 자료를 과자 상자와 몸속 등에 숨겨서 일본으로 가져갔다.

 

슈나이스 목사는 한국의 정보 당국으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찍혀 추궁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한국 정보 당국 요원들에게 “한국을 방문하기 싫지만 독일에서 자꾸 선교사로 가라고 해서 왔다” 고 변명했다. 

 

한국 정보 당국은 그를 조사했지만 아무런 혐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만큼 슈나이스 목사는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한국을 방문했다. 그 과정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의 도움이 컸다.

 

하지만 결국 한국 정부는 1978년 12월 그를 홍콩으로 강제 출국시키고 입국 금지시켰다.

 

그는 거기서 그만두지 않았다. 부인인 기요코 여사가 한국을 오가며 슈나이스 목사의 역할을 대신했다. 이후에는 자녀들까지 나서서 서울과 도쿄를 200회 이상 오가며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기여했다. 

 

폴 슈나이스 목사 가족사진.jpg

파울 슈나이스 목사와 부인 기요코 여사 / 사진= 한원상

 


1980년 5월 광주 민주항쟁 당시, 서울에 있던 부인 기요코 여사가 직접 목격한 군부대 이동 소식을 일본에 있는 슈나이스 목사에게 전했고, 이 소식을 들은 슈나이스 목사는 당시 도쿄 특파원이던 독일 기자 힌츠페터에게 전했다. 한국 상황을 전해 들은 힌츠페터는 이후 광주를 직접 찾아 광주민주항쟁의 학살을 취재해 전 세계에 보도했다.

 

당시 <5⋅18 광주 민주항쟁>에서 수많은 시민이 희생되었으나 국내 언론은 신군부의 언론 검열 강화 등의 조치로 자유롭게 보도할 수 없었다.

 

슈나이스 목사는 당시 독일 국영방송 도쿄 특파원이던 힌즈페터 기자를 광주로 파견해 한국의 군사정권의 만행을 생생하게 취재해 <5⋅18 광주 민주항쟁>을 보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5⋅18 광주 민주항쟁>은 1987년 6월 항쟁에 많은 영향을 미쳐 한국의 민주화를 앞당기는데 원동력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한원상

한원상 / YTN 


  1.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창립30주년 기념식, 카메라기자상 시상식 열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창립30주년 기념식, 카메라기자상 시상식 열려 지난 2월 22일 서울 마포구 스텐포드호텔에서 제30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 협회 창립30주년 기념식과 제31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
    Date2018.03.15 Views1101 file
    Read More
  2. (줌인) 영상저널리즘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영상저널리즘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2013년 5월 미국에서 8번째로 큰 신문사인 ‘시카고선 타임즈(The Chicago Sun Times)’는 퓰리처 상을 탄 베타랑 존 화이트(John H. White)를 포함한 28명의 정규직 사진기자들을 해고했다. 프리랜서 사진기자들을 고용해서 ...
    Date2018.03.15 Views979 file
    Read More
  3. KBS 이사회, 고대영 사장에 대한 본격 해임절차

    KBS 이사회 해임제청안 상정 지난 10일 KBS 이사회는 서울 여의도 KBS에서 비공개 임시 이사회를 열고 고대영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이사회에 공식 안건으로 상정했다. 129일 동안 지속된 파업을 끝내고 공영방송 정상화가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
    Date2018.01.12 Views758 file
    Read More
  4. 더불어 사는 '살기 좋은 공간' - 스마트 시티 <下>

    ‘함께 살아가는 방법’ 그러면 이런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사는 C 씨, 그의 옆집에 사는 아저씨를 그 동네에선 ‘오꾸빠(Okupa, 영어의 Occupy)’라고 부른다. 오꾸빠는 2008년 금융위기 ...
    Date2018.01.12 Views754 file
    Read More
  5.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창립 30주년

    카메라기자의 권익과 영상 발전을 위해 노력한 30년 지난 11월 7일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권력의 탄압과 언론자유를 수호하는데 앞장서 온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1987년 11월 7일 프레스...
    Date2018.01.10 Views1314 file
    Read More
  6.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광주시의회와 '한츠페터상 제정 논의'

    광주시의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제안에 검토 입장 지난 12월 7일 한원상 회장이 광주시의회를 방문해서 이은방 의장과 면담을 가지고 '위르겐 힌츠페터 상' 제정 방안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한원상 회장, 이은방 의장, 김영범 부국장(MBC), 서재덕 부장(K...
    Date2018.01.10 Views766 file
    Read More
  7. 더불어 사는‘살기 좋은 공간’ - 스마트 시티 <上>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궁극적인 생존의 문제와도 같은 맥락에 닿아 있다. 무엇을 바꿀 것인가? 현재 무엇이 필요한가? 앞으로 살아가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2050년 세계인구가 98억 명으로 증가하게 된다면, 도시는 더욱 커지고, ...
    Date2018.01.10 Views771 file
    Read More
  8. '한국방송카메라기자상' 트로피, 작가에게 들어본다<1>본상 트로피

    본상 트로피 휴먼을 상징한다. 형상이 의미하듯 조리개를 넓게 혹은 좁게..... 보는 각도에 따라 변하는 것들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삶의 가치를 보다 넓고 깊게 추구함을 테마로한 트로피이다. 박진환 / 장인미술 작가 ⋅현 장인미술 작가 ⋅춘천 에디오피아 6.2...
    Date2018.01.10 Views857 file
    Read More
  9. '한국방송카메라기자상' 트로피, 작가에게 들어본다<2>굿 뉴스 메이커상, 특별상, 공로상 트로피

    굿 뉴스 메이커상, 특별상, 공로상 트로피 큐브는 한 개의 꼭짓점에 3개의 면이 만나고, 모두 6개의 정사각형 면으로 이루어진 3차원 정다면체다. 그것은 완벽한 기호를 지향하여 인간이 만든 구조적인 세계를 조형적으로 압축해 낸다. 그러한 세계는 아스키...
    Date2018.01.10 Views863 file
    Read More
  10. '한국방송카메라기자상' 상장 작품 작가에게 들어본다.

    신창세기 ( Re-Genesis) 나는 1999년 삼베 위에 옻칠을 하면서 지금까지 신창세기라는 작품을 (Re-Genesis) 계속 발표하고 있다. 이번 그림을 대나무와 나팔을 모티브로 삼은 것은 기자들이 사철 푸르고 속이 비어있는 따뜻한 대나무와 같이 마음을 비울 때 ...
    Date2018.01.09 Views551 file
    Read More
  11. 줌인-과유불급(過猶不及)

    윤영찬 국민소통 수석(맨 왼쪽)이 진행한 '특집방송 11시 50분 청와댑니다'에 출연한 남관표 안보실 2차장, 김현철 경제보좌관(오른쪽부터). 출처: 청와대 페이스북 ‘특집방송 11시 50분 청와댑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진행하고 남관표 안보실 2차장, 김...
    Date2018.01.09 Views633
    Read More
  12. 다시 뛰는 MBC 영상기자

    뉴스콘텐츠취재 2부 재건된 부서팻말 MBC 파업을 승리로 이끈 영상기자들 공정방송을 위한 73일간의 총력 투쟁이 언론노동자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시사매거진2580의 제작거부, 영상기자 블랙리스트 폭로부터 영상편집부의 왜곡·조작 보도지침 폭로 기자회...
    Date2018.01.09 Views1160 file
    Read More
  13. KBS 파업은 현재...

    KBS의 기자들은 8월28일 시작한 기자협회의 제작거부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기협의 제작거부를 기점으로 KBS양대노조도 파업을 잇달아 시작하였다. KBS노조는 총파업 선언 이후 지명파업을 거쳐 방송법이 개정되면 사퇴하겠다는 고대영 사장의 말에 11월...
    Date2018.01.09 Views608 file
    Read More
  14.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를 도운 파울 슈나이스 목사

    1980년 <5⋅18 광주 민주항쟁>의 진상을 카메라에 담아 전 세계에 알린 당시 독일 제1공영방송사(ARD)의 도쿄 특파원, 위르겐 힌츠페터(2016년 1월 사망). 힌츠페터에게 광주의 소식을 처음 알린 사람은 당시 일본에서 동아시아 선교사로 활동한 독일인 파울 슈...
    Date2017.11.04 Views1050 file
    Read More
  15.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추진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추진 광주광역시 “지원 적극 검토”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회장 한원상)는 1980년 당시 ‘5·18광주민주항쟁’의 참상을 전 세계에 처음 알린 독일 제1공영방송 소속 위르겐 힌츠페터(2016년 1월 사망)의 기자정신...
    Date2017.11.03 Views795 file
    Read More
  16. MBC노조 “부당한 ‘보도영상지침' 내렸다” 폭로

    세월호, 촛불시위 등 축소⋅왜곡...... “김장겸 사장 등 관련자 법적 대응 방침” MBC 보도국이 뉴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와 촛불 집회 등과 관련해서 ‘불공정한 보도영상지침'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여기에는 김장겸 현 MBC 사장이 관...
    Date2017.11.03 Views763 file
    Read More
  17. 지역 방송사, 지방자치단체 홍보영상 의존도 심각해

    지역 방송사, 지방자치단체 홍보영상 의존도 심각해 방송의 객관성⋅공정성에 부합한 지 검토 필요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영상보도윤리’지켜나갈 것 지역 방송사들이 인력난의 이유로 지방자치...
    Date2017.11.03 Views766 file
    Read More
  18. KBS·MBC 총파업, 경영진 사퇴와 공영방송 정상화 촉구

    KBS·MBC 총파업, 경영진 사퇴와 공영방송 정상화 촉구 방통위, 방문진 업무 검사 이어 ‘보궐이사’ 2명 선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 26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보궐이사 2명을 선임하면서 ‘공영방송 개편’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전국...
    Date2017.11.02 Views717 file
    Read More
  19. 낙하산이 없는 회사에 다니자

    “낙하산이 없는 회사에 다니자” 전 직장에 다닐 때 내가 항상 생각하던 말이다. 공직자들이 퇴진 후 노후수단으로 기관장으로 오거나, 여당 정치인이 자신들의 전리품인 마냥 공공기관장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고 지내면서 그들의 무소신과 무능력에 개탄하지 ...
    Date2017.11.02 Views658 file
    Read More
  20. <영상기자 블랙리스트>, 김장겸을 정조준하다!

    <영상기자 블랙리스트>, 김장겸을 정조준하다! 긴박했던 영상기자 비상총회 지난 8월 7일 오후 6시30분 경영센터 2층 M라운지. 긴급 소집된 MBC 영상기자회 비상총회가 열렸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속에 많은 영상기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고, 권혁용 영상기자...
    Date2017.11.02 Views558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41 Next
/ 4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