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월급을 받는 것도 정말 신나는 일인데 이렇게 뜻 깊은 상까지 받게 되어서 너무나 기쁩니다.
인간의 의지는 자연의 힘 앞에서 언제나 나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지난 2년간 Pool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청와대에 출입했던 터라 내 작품에 대한 갈망이 컸습니다. 그래서 ‘2580’에서 일하게 되면 내 이름을 건 멋진 아이템을 만들어 보리라 다짐 했건만 더위가 절정으로 치닫자 의지는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더욱이 ‘급류순찰대’를 취재하기 전 주에 ‘산동네 미화원의 여름나기’를 취재했던 터라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카메라기자들이 그렇듯 좋은 소재 앞에서 의지는 다시 불타올랐습니다. 아찔한 급류사고가 하루에도 수십 차례 발생하는데 구조인력이라곤 무보수로 자체 조직된 ‘급류순찰대’가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하나같이 소중한 사람들을 급류에 잃는 아픈 기억을 가진 대원들. 그들의 소중한 땀을 담아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레포츠의 즐거움과 급류사고 그리고 사람들의 표정. 그 희비가 교차되는 찰나의 순간을 잡아내는 데 약간의 끈기가 필요했습니다. 한편, 급류의 위험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수중촬영과 근접촬영에 힘을 쏟았습니다. 취재진이 탔던 보트를 뒤따르던 보트가 덮쳐 물 속에 갇히는 아찔한 순간, 근접 촬영 중 수중촬영 하우징 장비가 파손되는 경험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원들의 숭고한 자기 희생을 생각하며 취재 내내 마음이 훈훈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여름 좋은 아이템으로 저를 괴롭혀준 취재기자 강연섭씨, 언제나 개인 능력에 맞는 아이템을 배정해주시는 시사영상부 이향진 부장님, 편집을 맡아주신 신영철 국장님, 헬기촬영을 도와준 김태효 기자, 출장 내내 가정을 잘 꾸려준 아내 박윤경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박지민 / MBC 영상취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