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포장률 1위 제주도. 절실했던 지난날의 제주도 도로건설사업은 세월이 흘러 도로포장률 1위라는 타이틀을 얻을 정도로 많이 만들어졌다. 무분별하게 행해지는 도로건설사업 안에서 주민숙원사업과 관광객편의라는 이유로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환경과 이용자를 도외시 한 채 진행되고 있고, 누구를 위한 도로인지조차 알 수 없는 길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도로를 개설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도로를 확장하는 사업 또한 마찬가지였다. 과연 도로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
제주의 길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길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을접했다.
그 과정에서 도로를 확장하는 비자림로를 마주하게 되었다.
삼나무가 우거진 2차선 도로인 비자림로를 4차선으로 늘리는 사업이다.
현장에 가보니 너무나도 참혹했다.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 도로의 삼나무가 무참히 베어지고 있고 베어진 구간도 상당했다. 4차선 확장공사를 하기에는 당시에 베어진 곳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공사 중인 구간의 반대편도 토지보상을 이유로 똑같이 베어낸다고 했다. 대체 이 도로는 왜 만들어져야 하는가. 지난 세월의 삼나무가 순식간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것도 주민숙원사업이라는 이유로 공사는 시작되었다.
꼼꼼히 따져보기로 했다‘. 왜 이도로가 만들어져야 했는지, 꼭 이 방법밖에는 없었는지 말이다.’
비자림로 공사와 관련한 내용이 보도되면서 도내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공사 중지요구가 빗발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주도민을 넘어 전 국민의 관심사로 사회이슈를 만들어나갔다. 공사 중지를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25건. 대략 4만여 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이후 여론이 거세지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대안이 마련될 때 까지 공사를 무기한 중지하였다.
빨리 만이 능사가 아니다. 진정한 길의 의미는 천천히 돌아가더라도 주변과 공감하고 소통하며 지나가는 것이다. 구불구불한 길을 밀어내고 넓고 평탄한 직선의 길로 우리는 남은 세대에게 편안하기만 한 길을 물려줄 것인가. 환경은 미래세대에 잠시 빌려 쓰는 것, 2018년 제주에 사는 우리가 꼭 한 번쯤은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이다.
앞으로의 무분별한 도로건설에 제동이 필요하다. 이번 보도를 통하여 단순한 도로건설을 넘어 환경과 이용자를 고려하는 제주도 도로건설사업을 만들어나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행정에서는 전문가 자문단을 꾸려 비자림로 사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비자림로 확장 공사는 삼나무를 자르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도로정책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바람직한 도로가 마련될 때까지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올바른 길의 의미를 보도할 예정이다.
더불어 수많은 취재현장에서 함께 고민해준 선배 강인희 취재기자와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많은 시간을 내어주신 제주보도국 선후배기자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고성호 / KBS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