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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보도본부 영상취재부 신동곤 기자

뉴 밀레니엄 첫날.
열기구를 타고 국토를 횡단하는 남녀 중학생을 취재하게 되었다. 그동안 비행기도 타보고, 헬기도 타 보았지만 열기구라는 색다른 비행도구를 타고, 그것도 새해 첫 날을 하늘에서 맞이한다는 부푼 가슴을 안고 잠실운동장으로 향했다.
운동장에는 이미 열기구 3개가 준비중이었다. 우리 취재팀은 섭외를 늦게 한 탓에 학생들이 탈 주기구에 타지 못하고 대신 보조기구에 탑승할 계획이었다. (주기구는 9인승, 보조기구는 4인승. 그러나 말이 4인승이지 원래는 2명밖에 타지 못한다는 주최측의 설명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내가 탈 기구에 비행사를 포함 취재기자와 나 3명이 동승하게 되었다. 동틀 무렵 드디어 기구가 서울 상공을 상승하기 시작했다. 흥분,기대,두려움 등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이미 내 눈 아래는 서울시내의 야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발 아래로 스쳐 지나가는 고층 빌딩을 바라보는 것은 그야말로 흥분이었다. 그러나 비좁은 공간에다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이 카메라를 아래로 향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몸을 어디에라도 결박했어야 했는데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륙한지 20분 정도가 지나자 새 천년 첫 태양이 우리를 반겼다. 그 아름다운 장관을 카메라에 담을때 까지는 그래도 원래의 기대감이 유지되었다. 고도를 3천미터 까지 상승시키고 20분이 지나도 기구는 제자리에서 맴돌뿐이었다. 게다가 기구의 풍선에 공급하는 가스의 밸브를 교체하는 단 몇 초의 순간에 기구가 순식간에 하강할 때는 아찔했다. 결국 우리가 탄 기구는 연료부족으로 서울을 벗어나지도 못하고 착륙지점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기구는 상하로는 인위적으로 가스를 공급하여 조절할 수 있으나, 수평이동은 오직 바람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조종사의 의도는 기구를 한강 고수부지에 착륙시키려고 했으나 바람이 제대로 불지 않아 영동대교부터 동작대교까지 한강 중심을 하염없이 가로지르는 것이었다.
연료는 부족하지, 바람은 뜻대로 불지않지 이제는 아예 카메라 파워를 끄고 무사 착륙에 대한 기도만 하였다. 더군다나 기구는 내가 사는 아파트 바로 앞을 지나가고 있어서 이런 상황만 아니었으면 와이프한테 전화해서 내다보라고 했을 법도 한데 그럴 엄두가 전혀 안났다.

동작대교를 지나자 기구는 강을 벗어나 흑석동 쪽으로 향했다. 조종사는 산에라도 불시착 하자고 했다. 그런데 천지신명이 나의 기도를 들었던지 저 아래로 학교 운동장이 보이는 거였다. 조종사는 착륙할 때 충격이 심할거라고 했다. 그거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직 땅에 발을 댈 수만 있다면...
운동장이 가까워지자 기구는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나는 카메라를 다리 사이에 끼고 주저앉아 있었다.
드디어 착륙. 그 충격은 너무도 대단한 것이어서 순간 다리 뼈가 골절되는 것으로 착각하였다. 어리벙벙한 가운데 기구에서 빠져나와 제일 먼저 한 일은 카메라 테스트(무서운 직업정신), 그 다음에 내 몸 확인. 복사뼈와 무릎에 촬과상이 약간 있었다.
회사에 와서 테잎을 확인해보니 헬기 샷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었다. 특히 일출장면이 잘 나와서 고생한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

새 천년 첫 날, 액땜치고 너무 심했다. 다시는 기구 안 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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