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 선거 취재를 마치고
대선취재가 남긴 숙제들…
17대 대선이 끝났다. 이는 우선 각 캠프별 일정이나 브리핑 메일, 문자메시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든 것에서 우실감할 수 있었다. 당선된 쪽에서는 축제분위기가, 낙선된 쪽에서는 침울한 분위기가 가득한 가운데 대선 이후의 또 다른 일정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태안 기름유출사태, 총기탈취사건, 삼성특검 등 굵직굵직한 사건, 사고와 때를 같이한 이번 대선은 투표율이 말해주듯 세인들의 많은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대선을 둘러싼 각종 폭로전과 특검법 문제, 대선취재 열기만큼은 어느 때 못지않게 뜨거웠다. 몇 십만, 몇 백만이 운집하는 대규모 장외유세는 없었다. 대신 TV토론회, 각종 매체를 이용한 후보광고, UCC 홍보 등이 그 자리를 메웠다. 정책대결보다는 이미지대결에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카메라기자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이었다.
대선취재에서 카메라기자의 가장 큰 고민은 ‘객관적 영상, 공정한 편집’ 이었다. 한 컷의 영상이 시청자들에게, 유권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의 상당함을 감안할 때 더욱 그러했다. ‘후보 연설, 유세규모, 유세장에 나온 사람들의 반응’ 등을 초 단위까지 감안하여 취재해야 했다. 이미지 정치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각 캠프에서 후보의 연설내용, 방법, 일정 조정에서부터 동작, 헤어스타일, 분장, 의상, 표정에 이르기까지 카메라기자의 조언을 구하는 모습에서 그 중요함을 잘 알 수 있었다. 이미지를 안방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카메라기자의 객관성과 공정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취재임에는 틀림없다.
취재환경의 변화도 두드러졌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취재진은 서로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 유세나 연설, 방문 등의 일정이 있을 때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일찍 현장에 도착해 있지 않으면 취재 자체가 어려울 정도였다. 늘어진 취재진의 수만큼 다양한 질문들과 요구사항이 쏟아져 행사진행이 더뎌지기 일쑤였고, 그만큼 취재현장은 복잡하고 무질서해졌다. 객관성, 공정성은 차치하고라도 일반적인 취재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었다. 더군다나 보안상의 이유로, 혹은 캠프 내부적인 문제로 인해 다음날 일정이 전날 저녁에야 정해지고, 그나마도 계속 변경되어가는 상황은 카메라기자들을 이중고, 삼중고로 내몰게 했다.
매일매일 이어지는 각 후보들의 일정을 취재하고, 뉴스시간에 맞춰 송출하고, 또 다시 다음날 일정을 체크하는 나날이 반복되면서 지치고 힘들기도 했지만, 대선이라는 큰 행사의 한 가운데서 그 열기를 온몸으로 맞아가며 카메라기자들은 현장에 있었고 사관(史官)의 역할을 해내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번 17대 대선취재는 카메라기자들에게 많은 과제를 남겼다. 우리 스스로 말하듯 ‘영상의 시대’에 걸 맞는 카메라기자의 역할과 정체성, 날로 다양해져 가는 시청자의 요구와 늘어가는 취재진에 대비한 취재방법과 윤리,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특종도 낙종도, 각 사만의 특징적인 영상도 없어질 수밖에 없는 풀 취재문제 등이 그것이다.
이제 뉴스는 ‘후보’ 위주에서 ‘당선자’ 위주로 바뀌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도 혼란과 열기가 함께했던 대선에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현장의 한 가운데 있던 카메라기자들도 이제 한 숨을 돌리면서도 이번 대선취재가 남겨준 과제를 주시하고 해법을 찾아내는데 몰두해야 할 것이다. 지면을 빌어 대선취재에 임한 모든 카메라기자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김해동 / MBC 보도국 영상취재1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