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취재하고
경쟁보다는 취재원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 11월 13일에 실시됐다. 시험 전날 사회팀장으로부터 휘문고에서 수능을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리고 고사장 출입증 뒷면에 기재된 내용을 숙지할 것, 특히 교실 안으로 들어가거나 정해진 시간을 초과해가며 취재를 하지 말라는 지시도 함께 받았다. 카메라 기자가 고사장을 취재할 수 있는 시간은 오전 8시 10분부터 30분까지. 1교시 언어영역 시험지도 제대로 못 찍고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 당일 휘문고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대부분의 카메라기자는 취재가 허락된 20분의 시간을 지켰고, 교실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촬영을 했다. 2년 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점심시간 때도 교실 안으로 들어가 취재를 하는 기자는 없었다.
2007학년도 수능 때는 장충고로 갔었다. 학교 앞에서 응원전 취재를 마치고 다급히 고사장 안으로 들어가 수험생을 촬영했다. 1교시 답안지를 나눠주는 순간부터 언어영역 시험지를 나눠 줄 때까지 교실과 복도를 들락거리며 취재를 했다. 듣기평가 예비령이 울렸을 때 교실 밖으로 나와 몇 컷 더 찍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장충고를 찾은 타사 카메라기자나 사진기자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방법으로 취재를 했다. 점심시간엔 식사를 하는 수험생을 찍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2년 전에 비해 수능취재준칙은 엄격해졌다. 하지만 조금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많은 언론사가 특정 학교에 몰리다 보면 취재가 과열될 수도 있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쏟아져 나올 리포트를 대비해 다양하고 좋은 영상을 확보하려는 카메라기자의 욕심 아닌 욕심이 취재시간을 어기게 만들 수도 있다. 시험 당일 집중력을 최대한 유지해야 하는 수험생에게 무리한 취재로 불편을 끼쳐서는 안 된다. 수험생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고사장 내부 취재를 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교실 밖에서 촬영을 한다고 해도 문을 열어놓고 찍는다면 수험생에게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풀단을 만들어 고사장 취재인원을 제한하는 것이 과열취재를 막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고사장 밖에서 하는 영상취재는 각 방송국의 재량에 맡긴다 하더라도 고사장 내부 취재인원을 제한하고 분산시키면 촬영으로 인해 수험생들이 받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수험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하고 다음 시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점심시간에는 취재 자체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취재현장은 기자들의 전쟁터나 마찬가지다. 경쟁을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경쟁보다는 취재원의 입장을 고려해야만 하는 현장이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취재현장이 바로 그런 곳이다. 매년 수능취재규칙이 엄격해지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엄격한 규칙을 만들고 지켰으면 좋겠다
강영관 / YTN 보도국 영상취재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