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쏵 다 밀어 붙여!~”
멀찌감치 에서 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급히 카메라 렌즈를 격앙된 함성에 초점을 맞추며 앵글을 잡았다. 곧 마스크, 복면,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 손에는 각 각 쇠파이프, 빗자루, 나무막대기, 물병, 돌을 움켜 쥔 겉보기에 수백 명의‘무력단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집단이 나타났다. 범상치 않아 보이던 그 집단은 평택공장 정문 앞에 모여 있던 쌍용차 가족대책위, 민주노동당 당직자,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에게 서서히 다가갔고 곧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 집단은 쌍용차 사측직원들로서 수십 명씩 떼 지어 다니며 고립된 한두 명의 사람들을 쇠파이프와 주먹, 발 등으로 구타하기 시작했다. 사측직원에 대항해 천막을 지키기 위한 쌍용차 가족대책위 여성회원들이 서로 팔짱을 껴 스크럼을 짜고 맨몸으로 막아섰지만 되돌아오는 건 주먹과 발길질이었다. 사측은 나무막대기로 여성들의 몸을 가격하거나 얼굴을 향해 물병과 돌을 던지기도 했다.“ 밀어”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스크럼이 무너지고,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리자 머리와 몸에 피가 흥건한 부상자가 직접 눈에 보일정도로 속출하면서 집단구타가 순식간에 번졌다. 탄력을 받은 사측은“야, 죽여. 밟아버리라고”를 연신 외치며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 심각한 사태을 담기 위해 충돌의 한 가운데 있던 중 사측직원들은 취재진에 대해서도 비이성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맨 상태에서 시각이 오로지 한 방향에 머물러 있기에 앞 상황에 집중하며 취재를 하고 있던 중 뒤에서 누군가 내 목덜미를 세게 잡아 뒤로 끌어내려하자 뒤로 넘어질 뻔한 위험한 순간이 발생했다. 카메라도 뒤로 넘어갈 뻔하던 것을 순간반응에 의해 다행히 가슴 안쪽으로 안았고 사측은 찍지 말라며 항의를 넘어 입에 담을 수 없는 언어폭력을 사방에서 쏘아댔다. 이런 과격한 사측의 태도가 불손하다고 판단해 더 적극적으로 현 상황을 영상에 담기 시작했다. 순간 파인더 안에 쇠파이프와 나무막대기가 나타났고 물을 뿌리며 카메라를 향해 치려고 하는 순간 채규빈 오디오맨이 이를 몸으로 막아 넘어졌고 옆구리에 타박상을 입게 됐다. 상황이 위급하다 생각해 급히 카메라를 어께에서 내리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재빨리 REC 버튼은 눌러놓은 상태에서 오디오맨을 잡아 일으켜 무리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사측의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이 난무한 가운데 발이 밟히고 어깨, 등에 주먹질의 흔적을 남기며 힘겹게 빠져 나왔다.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취재진들에 대한 그들의 폭력행위는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주변에서 취재하던 SBS 김태훈 기자는 눈 바로 위에 빗자루로 맞아 크게 부어올랐고, YTN 김현미 기자는 뒤쪽에서 누군가 달려들어 옆구리를 발로 가격해 넘어졌다. 그 외에도 촬영테이프를 탈취당하거나 사진기자의 렌즈를 뺏은 후 땅에 후려쳐 산산조각이 날 정도로 취재기자재를 파손시키는 상황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했다.
또한 이해할 수 없는 건 사태를 방관한 경찰의 태도였다. 30여분동안 사측의 무력에 의해 천막당사가 강제 철거당하고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경찰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경찰지휘관들은 되레 폭력사태가 벌어지는 현장을 힐끔 쳐다보고 유유히 지나가기만 했고 인도로 올라서라는 주문만 할 뿐이었다. 사측직원들의 폭력행위를 막기 위한 경찰력 배치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의 호위 아래 사측직원들의 폭력행위가 인정되고 있는 듯한 불쾌한 느낌까지 들었다. 경찰간부에게 사측의 폭력행위를 제지해 달라고 부탁을 넘어 간곡한 호소로까지 이어져 강력히 얘기해봤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이것은 최근 쌍용차 사측 시위대가 기자들에 대해 이유 없이 폭력을 가한 대표적 사례였다. 또한 작년 여름‘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서 경찰에게 발길질을 당하거나 뒤통수를 맞는 등의 폭행사례는 다반사였고, 지난 7월에는 서울역 앞에서“용산참사 대책 집회”를 취재하던 KBS정환욱 기자는 경찰의 폭행으로 손가락 인대가 파열돼 수술까지 받는 최악의 상황까지 직면한 경우도 있었다. 경찰은 정환욱 기자가 KBS 촬영기자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취재 중인 정 기자를 기다란 장대우산으로 찌르고 이에 항의하는 정 기자에 대해 불법연행을 시도하며 쓰러진 정 기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더군다나 간부로 보이는 한 경찰은 이를 제지하기는커녕, 취재 중인 정 기자의 카메라를 가로막고 손에 든 무전기로 물리력을 가하면서 폭력과 폭언을 퍼부었다. 경찰의 폭행으로 취재현장을 지켜야 할 정 기자는 오른손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고가의 방송장비는 파손을 당하였다.
이러한 경찰의 폭행사례가 비일비재하자 협회는 서울지방경찰청과 경찰정을 항의 방문하여 공식 사과를 요구했고, 이에 경찰은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과 사과를 표명했었다. 경찰은 폭행의 주체가 누구이던 기자들의 취재행위에 대한 안전보장과 폭력행위에 대한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최근 쌍용차 사태에서 수수방관한 경찰의 태도를 보면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기자의 수난시대라고 할 정도로 요즘 현장에서는 뉴스보도의 방향 혹은 방송사의 이미지에 대한 편견에 따라 시위대의 폭력행위가 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았고 진압과정에 있어서 경찰의 무리한 진압이 폭력으로 변질돼 카메라기자의 신변안전에 위협을 주는 상황이 부쩍 많아졌다. 이러한 현실이 반증하듯 이전보다 작은 규모의 집회를 나가더라도 안전모, 보호대 등 신체 안전장비를 꼭 챙겨 나가는 것이 일상화 됐고 선배들은 취재해 올 영상에 대한 조언보다는“몸조심해라”, “절대 다치지 마라”,“ 시비 걸어도 참아라”등 안전에 대한 유의를 특히 강조하는 것이 영상취재부의 요즘 분위기다. 심지어 해당 방송사에 극도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규모가 큰 단체를 취재할 때는 방송사의 로고를 떼고 취재하는 경우도 종종 보았기에 언론사의 자존심 내세우기를 마다하고 취재에 전념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어느 위험한 상황이 닥치든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누구보다 한발자국 더 앞서 취재하며 보도 하려는 기자의 의지가 폭력에 무방비인 지대에서는 한풀 꺾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열 발자국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는 것을 한 발자국 정도 앞에 나가 취재된 영상만을 보게 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우려된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취재원인 시위대, 단체의 성향을 파악하고 기자협회와 카메라기자협회 등 보도취재에 해당되는 협회 간 상호대화를 통해 그들과 사전 대화를 시도하면서 공정한 보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등의 공동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경찰은 언론보도기자들에 대한 취재 여건 보장을 위해 상황별 가이드라인 등을 스스로 제시하여 교육과 대비를 통해 피해가 없도록 하는 노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정인학 MBC 영상취재부 / jito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