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만남, 두 번의헤어짐
추석계기 남북이산가족 1차 상봉 행사를 마치며...
1차 상봉행사가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금강산에서 이루어졌다. 분단으로 인해 자신이 원하지 않은 삶을 살아야만 했던 가족들의 이야기.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가족의 지극한 사랑이라는 테마로 잘 그려낸 작품이자 진정한 다큐멘터리였다.
10월 30일 토요일 오전 11시경 436명의 주인공들을 태운 버스 20여대가 미끄러지듯 비무장지대로 들어섰고, 시내버스 두서너 정거장 거리를 지나자 무표정한 얼굴의 북한군이 눈에 들어왔다. 창문을 통해 바라본 사람과 풍경은 이질적으로 다가왔고 순간 마음이 움츠러들기도 했다. 버스 종점 역시 그리 멀지않은 거리에 있었다. 오후 3시 10분경에 이루어진 ‘첫’금강산 면회소 단체상봉! 첫 상봉의 격렬한 울음이 순식간에 터지고 동시에 밀착취재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4시 30분 뉴스 특보로 인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가슴 벅차오르는 뭉클함과 촉박한 시간으로 인한 긴장감 때문에 신경 또한 곤두세워졌다. 1차 행낭 전달이후 우리는 본격적인 취재를 할 수 있었다. 5시까지 예정된 첫 단체상봉, 남은 시간 동안 우리는 가족들의 만남을 꼼꼼히 살필 수 있었다. 그리고 기다렸다. 원하는 것을 촬영하고자 조바심도 내지 않았다. 상봉에 사소하게라도 누를 끼치는 상황이라면 카메라는 피했고 감동적인 상황에는 총잡이처럼 자연스레 그들에게 다가갔다. 상봉의 순간, 90세 할아버지는 61세의 아들을 만났고, 96세의 할머니는 71살의 딸을 만났고...울음과 눈물이 가득 했다. 만남 자체로 눈물이 흐르는 한편의 다큐멘터리였기에 다른 무엇도 필요치 않은 취재의 현장,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동의 현장이었다.
현재 이산상봉을 신청한 남측의 이산가족 8만3000여명 가운데 70세 이상 고령자가 약 77%이고 매년 수 천 명씩 숨지고 있어 상봉 정례화의 시급성에 대한 이야기 들을 수 있었다. 이전에는 눈시울이 뜨거워져 바라볼 수도 없는 장면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이산가족을 둔 노인들은 세상을 떠나고, 생전에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한 후손들끼리 만나는 일이 늘고 있다. 장본인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후손끼리만 만나는 것을 보고 있는 게 슬픈 현실이다. 더 슬픈 현실은 한국전쟁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우리들에게, 분단의 아픔이 현실만큼 깊숙이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깨어지는 유일한 순간이 바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아닐까 싶다. 금강산 면회소에서야 남북문제가 지니는 비극성을 느낄 수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 금강산 취재보도는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하고,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극적인 상황이 실제 설정이 되고, 우리에게 실제로 그 역사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금강산에서 참으로 어렵게 이루어지는 현실... 이제는 우리 남북문제를 기계적인 이념의 대립보다는, 하나의‘휴머니즘’으로 또한 지고지순한 가족 사랑의 테마로 인식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승연 / KBS 보도영상국
(사진설명) 첫날 단체상봉 현장을 취재 중인 KBS 진만용 차장(사진 위) 북한측 안내원과 함께 한 남측 공동취재단(사진 아래)미디어아이 PDF보기 바로가기 링크 http://tvnews.or.kr/bbs/zboard.php?id=media_eye&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944